02
재환은 학연이 지시한대로 회사에 입사했다. 물론 이재환이라는 본인의 이름이 아닌 이성욱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진 채로 말이다. 재환은 평범한 신입사원들이 대게 그러듯 정중히 회사 직원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사무실 내부 구조를 파악했다. 장차 이곳은 폭탄테러시 좋은 밑거름이 될 자리로 거듭날 것 이었기 때문이었다. 재환에게 있어 회사일이란 딱히 어렵지 않았다. 본래도 해가 뜬 낮에면 샐러리맨인 척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했던 터라, 더더욱. 재환은 업무보다도 많은 상사들의 심부름을 다니며 천천히 회사 내 지리를 눈에 담아 두었다. 재환은 제 한 손에 쥔 제 핸드폰의 둥그런 모서리 부분을 만지작 거리다가 이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제 3구역 오른쪽 복도, 5 구역 중앙계단 및 비상로, 8 구역 부사장실."
- "다른 곳은요, 켄씨?"
".. 4 구역 여자화장실."
- "..대단하네요."
"들어간건 아닙니다. 화장실에는 원래 cctv를 설치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니까요."
- "좋아요, 켄씨. 계속 그렇게만 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즐거운 점심식사 하세요-."
이내 덤덤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은 재환이 갑작스럽게 뒤에서 부터 저에게 어깨 동무를 해오는 사무실 직원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표현은 그렇다만 별로 놀라보이지도 않았다. 대신 어색한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황급히 핸드폰을 숨겼다. 그런 재환의 태도에 혹시 사귀는 여자라도 있는 거냐며 짖궃게 물어오는 같은 사무실 직원의 태도에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 재환이 제 얼굴을 향해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지 않겠냐며 묻는 직원에 좋다며 고개를 끄덕인 재환이 먼저 앞장서 걸어가는 직원의 뒤를 따랐다. 그런 재환에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 화면에는 저장 되지 않은 낯선 번호가 차마 연결이 되지 못한 채로 떠있었다. 재환은 몰래 홀드키를 눌러 화면을 가렸다.
-
택운은 뚱한 표정으로 학연이 건네주는 스프 접시를 받아 들었다. 학연은 맛은 나쁘지 않을 꺼라며 택운을 다독였고, 그닥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거실 쇼파에 앉아있던 원식은 제가 구해온 신선한 재료라며 뒤도 돌아 보지 않은 채로 한 손만 번쩍 들어 브이 자를 했다. 뒤늦게 골목 밖을 휘젖다가 학연의 집으로 돌아온 홍빈과 상혁이 이제 막 넓직하고 오래된 나무 탁자 위로 스프 접시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잽싸게 자리를 잡아 앉았다. 학연은 스프를 부은 깨끗한 그릇을 다시금 택운의 손에 쥐어 주다가 굳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피부에 남아있는 홍빈과 상혁의 모습에 질색하며 잔소리 했다. 안 씻고 오면 음식을 주지 않을 거예요 홍빈군, 혁군. 그런 학연의 말에 손을 휘휘 저어 가며 저들은 괜찮다고 주장하던 홍빈과 상혁은 제 자리에 앉으려던 원식에게 꿀밤을 한대 씩 맞고 나서야 핏자국들을 대충이나마 씻고 와 앉았다.
"오-. 이거 맛있네요."
"엔씨가 끓인 거예요?"
"재료는 내가 구했지."
스프를 숟가락으로 크게 떠 입 안으로 밀어 넣은 홍빈과 상혁이 예상 밖의 맛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학연을 향해 묻자 원식이 다시금 제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웃어왔다. 택운 역시도 맛이 나쁘지 만은 않았는지 계속해서 스프를 떠 먹고 있었다. 학연은 스프와 함께 먹기 위해 사온 빵 조각을 먹기 좋게 뜯어 내며 어색하게 웃었다. 상혁이 스프 속에 들은 고기 건더기를 들어 올리더니 원식을 향해 물어왔다. 이게 라비씨가 구한 재료예요? 원식은 몇번의 숟가락질을 반복하다가 고기를 들어 보이며 묻는 상혁에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응. 어제 죽인 여고생."
정확히 원식의 말이 떨어진지 1초 만에 홍빈이 제 입안으로 집어 넣었던 스프를 그대로 뱉어 냈다. 상혁 역시 표정이 굳은 채로 숟가락을 내려 놓았다. 학연이 제가 뜯은 빵을 우물거리며 원식에게 말했다. 여고생이라고는 안했잖아요, 라비씨. 그냥 여자라면서.
"식재료로 쓴다길래 맛있는게 나을 것 같아서. 레오씨, 확실히 어린게 더 괜찮죠? 많이 먹어 봤잖아요."
"..고기가 질겨."
"아, 너무 좋은 고기는 또 그게 문제구나."
"...와, 나 진짜 입맛 떨어졌어."
"형. 저도요."
원식이 매몰차게 숟가락을 내려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홍빈과 상혁을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기가 너무 질겨서 그런가? 하며 고개를 갸웃하며 제 스프 속 고기 덩어리를 건져올려 우물 거리는 원식의 표정이 오묘했다. 학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한손에는 제가 먹을 빵을 들고는 홍빈과 상혁이 남긴 스프 접시와 제 것을 치워 싱크대에 두었다. 그 소란 와중에도 택운 홀로만이 평화롭게 스프를 먹고 있었다. ..엔씨. 네? 왜요 레오씨? ...한 그릇만 더.
-
"차학연이 죽어가는 골목에 있다고?"
"네."
"잘도 저같은 곳으로 굴러 들어 갔구만."
"..안 찾으러 가실 겁니까?"
"그런 곳을 뒤져 봤자 쓰레기만 더 나올 뿐이야."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생쥐는 알아서 오는 법이야.
남자는 탁상 위 올려져 있는 액자 속 사진을 어루만지면서 웃었다. 그런 그의 옆에 서있던 남자는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사진 속에선, 앳된 얼굴의 소년과 어린 남자아이가 웃고 있었다.
=
오랜만에 왔는데 분량은 짧고.. 글은 요상하고...
재환이 가명을 이상욱이라고 정한 건 이유가 없어요 ㅇㅅㅇ
그냥 떠올랐을 뿌니얌
내 워더님들
♥ 요구르트님 ♥
♥ 에델님 ♥
♥ 사탕님 ♥
♥ 감독님 ♥
워더님들은 언제나 환영해요 ☆★
신알신 해주시는 워더님들도 하튜하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