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맞이한 우리의 이별. 이러려던건 아니였다. 어떻게든 돌려보려 마음을 먹었었다. 두달간 가까히 지속되어가는 권태기에 그도 나도 너무 지쳐있었다.
우리는 무얼 위해 사랑했던건지.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다. 니가 떠난 빈 자리는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만큼 텅 비어있겠지. 막상 이별을 앞에 두니 참. 복잡하다.
지쳐서 헤어지는 것 뿐이다. 그렇길 바란다. 절대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고. 사랑은 하지만 단지 서로에게 짐이 되어 그런것이라고. 그렇게 합리화를 한다.
뜨거운 두부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듯 가슴이 턱턱 막혔다. 어떤 이유던 이별은 아프다. 너무 아프다. 너무나 아프다.
일주일 전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예매했던 기차표 두장. 마지막이니 다녀오자고. 우리는 그렇게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1. 김주영
어색한 공기 속에 딱 붙어앉은 우리. 아니 나와 그. 이제 이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끝나겠지. 그냥 우리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건지 가슴속이 답답하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굳은 얼굴로 조용히 앉아있는 그를 힐끔거리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어색한 공기.
서로에게 집착하던 애교를 부리며 히히덕 대던. 작은 공기흐름마저 행복했던 우리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내 머릿속에도 희미한 잔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머리가 찌릿찌릿 너무 아프다. 이제 생각은 이쯤 해두자. 우리는 아직 이별한것이 아니니까. 그래 미련없이 여행까지만 우리는 연인인거야.
"…가자."
감정없는 목소리로 짐을 내려주는 그. 언제 도착한건지 정리도 못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벌써 마지막 여행. 그 출발선에 와있었다.
전에 같이 왔던 바닷가. 역에서 조금 걷다보니 나왔다. 우리 저기서 놀았잖아. 기억 하니? 너도아마 지금쯤 그걸 생각하고 있겠지…. 우리는 말없이 바닷가를 거닐었다.
나지막이 우리는 이별을 느끼고 있었다. 짧게 다녀오기로 약속해서 조금 걷다 보니 저녁시간. 우리가 자주 가던 식당에 앉았다.
마주앉아도 이제 그의 얼굴엔 조금의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가 참 슬펐다.
조금 뒤에 나오는 맛있는 생선요리. 입안에 넣어도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우울했다. 울고싶다. 울어야 편할것 같았다. 가슴이 또 막혀온다.
"나 먼저 갈게."
"…"
"우리 연락은 가끔 할 수 있겠지?"
"…"
"아님 말구…. 아 어색해서 더는 못있겠다."
"…"
"이제…끝이네…"
"…"
"잘 지내. 다치지 말구."
"…"
아무런 대답도 않는 그. 그저 묵묵히 땅만 쳐다보고 앉아있는 그. 끝까지 붙잡지 않을까 작은 기대도 걸었지만 그런 기대는 모조리 깨져버렸다.
산산조각. 그래. 이런 기분이구나. 하하.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 서는데 그제서야 터져나오는 눈물. 양손가득 들린 짐때문에 눈물을 닦을수도 없었다.
역에 와서야 집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울었다. 펑펑 울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도 울었다. 나는.
"야 ㅇㅇㅇ"
"…"
내 눈앞에 서있는 그. 왜 이제 온거야…. 나 너무 힘들어. 나좀 안아줘.
일어나 그의 어깨에 기댔다. 그는 그제서야 나를 안아주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버리지 못했다.
"…누가 마지막이래…누가."
나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말하는 김주영.
2. 김영권
숙소에 도착한 우리. 방도 하나뿐이라 결국 같이 잠을 자게 되었다. 예전같았으면 그가 벌써 나를 안아 침대에 눕혔을텐데. 밤새 우리는 행복했을텐데.
이제는 너무 어색했다. 너무 불편했다. 이 자리가 너무 싫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도 모르게 털썩. 그의 앞에 주저앉았다.
마지막까지 난 참. 참 부끄러운것만 보여주는구나. 생각해보니 아직 그와 하고싶은것들이 참 많다. 감정없는 그의 눈빛. 그게 싫다. 따뜻하게 봐주는 그가 참 좋았는데.
"우리 술이나 한잔 마실래?"
"…"
"난 좀 마셔야 겠다."
"…내가 사올게."
무표정한 얼굴로 술을 사러 나가는 그. 나밖에 남지 않은 이 허탈함. 방금전까지 앉았던 그의 자리를 손으로 살짝 쓸었다.
아직은 남아있는 그의 온기처럼 내 머릿속 그와의 추억도 이젠 점점 식어가는 기분이다.바닥에 누웠다. 천천히 흘러나오는 눈물. 그리고 술을 산 봉지를 들고 문을 여는 그.
급히 눈물을 닦고 일어나 식탁에 앉았다. 그가 사온 맥주를 한모금 두모금.
꽤 많이 마셨다. 이제는 취기가 올라온게 아니라 완전히 취해 내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런 나를 슬픈눈을 하고 보는 그.
"한캔만…. 잠 못잘것 같애. 그런 표정은 잊을래."
"…꼭…헤어져야 돼?"
"…"
"나 아직 헤어질 준비도 못했는데."
"…"
그래 맞아. 우리는 아직 아무런 준비도 안됐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도. 그도 너무 큰 상처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내 허리를 끌어안고 내 어깨에 얼굴은 묻는 김영권.
그리고 오랜만에 그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함.
3. 이범영
아프다. 표정없는 투명한 얼굴을 한 그를 볼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은 어느덧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일찍 일어나 헤어질 준비를 했다.
목욕을 하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그도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걸치고. 그 와중에도 우리는 잘 잤어? 같은 사소한 한마디도 못했다.
잡아줬으면 싶다. 내가 잡을것 같으니까. 그러면 그가 힘들어 할테니.
"기차는 따로 탈까?"
"…"
"내가 다음시간에 갈게."
"…그래. 잘 있어."
"…잘…지내"
애써 위로를 하고 기차역에 작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켰다. 울고싶은 내 감정을 대변해 주듯 날씨도 칙칙하다. 커피도 참 쓰다.
시럽을 아무리 넣어도 쓰다. 너무 써서 울음이 터졌다. 참았던 울음이 펑펑 터져나왔다. 퉁퉁 부운 눈으로 다음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여전히 날씨는 칙칙하다. 힘없는 몸을 애써 질질 끌고 집 앞으로 가는데 현관운에 주저앉은 익숙한 실루엣.
나를 발견하자 일어나는 여전히 표정없는 얼굴의 그. 그냥 지나치고 싶었다. 그의 눈이 퉁퉁 불어있었다. 내 눈도 부어있었다.
같은 생각을 한건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도 피식 웃었다. 그 웃음으로 전해지는 아직은 남아있는 서로에 대한 마음.
"우리 헤어진거지…?"
"…"
"그럼 오늘부터 다시…다시 만나자."
"…"
"아직은 떠나지 말아줘."
"…"
"난 아직은 안돼나봐."
"…나도."
그의 짧은 대답에 그제서야 경직되었던 온 몸이 풀린다.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이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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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금 안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우울하네요.
사실 다른 필명을 써서 짧게 소설을 써볼까 하다가 그냥 우울하게 글을 씁니다.
제 우울함이 느껴지시나요...? 참 힘드네요. 머리도 띵한것이.
내일 자고 일어나면 싹 가시겠지만요ㅎㅎ.
끝까지 새드엔딩...으로 하려다 이런거 싫어하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그냥 해피엔딩! 해피해피하게 잘 해봐야죠..헤헤
그럼 다들 굿밤. 벌써부터 여기는 공기가 차갑네요. 추워요.
내일 텍파 공유 공지 띄울게요. 잘 자구 내일은 달달하게 다시 봐요^^
이이잉이이이ㅣㅣ쀼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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