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총체적 난국)
"아- 싫어어어-!!!!!!!!!!!"
총체적 난국이다.
대구로 내려가서 살겠다는 부모님과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
그리고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오세훈.
그렇게 2대 2로 나뉘어 가족 간의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게 말이 돼?!
그럼 우리 둘 학교는 어떡하라고!!!"
"자취해, 이 년아!!!
오세훈 넌 전학가면 되잖아!!!"
"헐, 싫어. 전학 안가!!
누나 대학 때문에 전학 온것도 이제 겨우 적응 다 됐는데!!!"
지랄. 전학 첫날부터 적응 다 된거 누가 모를줄 알고?
아 맞다. 지금은 같은 편이지...
"그럼 둘이서 살던가!!!!!!!"
"그게 말이 되냐고- 하..."
"하숙집 들어가면 되잖아!
요즘 다들 자취하거나 하숙한다던데 딸년 대학 때문에 서울까지 올라온 우리가 바보였지. 어휴..."
아... 하숙 싫은데...
그래도 우리 엄마 성격 상 더 이상의 타협은 없을것 같으므로 여기서 끝내...
긴 개뿔, 전쟁이다.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억-!!!!!!!!!!!!!!!!!!!!!"
"나도 싫어. 고딩한테 하숙이 웬 말."
"..."
오호? 엄마가 갑자기 말을 안한다.
오 맙소사, 이것은 분명 우리의 승ㄹ...
"둘 다 나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패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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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래."
빈 손으로 쫓겨나와 갈 곳 없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하숙집 구해서 들어가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하...나 하숙 생활 싫단 말야."
"나도 싫은건 마찬가지거든. 그렇다고 자기 의견 굽힐 엄마도 아니잖아."
"알겠다고 이 단호박같은 새끼야."
-퍽
"악!!!!!! 머린 왜 때려!!!!!!"
"빨리 따라오라고."
"어디가는데-!!!!!!"
"하숙집 구하자며 븅신아."
"아오-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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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때려칠까?..."
"그냥 들어가서 싹싹 빌자..."
그로부터 세 시간 후.
우린 다시 놀이터 그네에 앉아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그 이유인 즉슨, 온 동네의 하숙집을 뒤져봐도 갈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첫번째 하숙집, 더 이상 들어갈 방이 없음.
두번째 하숙집, 빈 방은 많은데 위생 상태가 엿같음.
세번째 하숙집, 깨끗한데 집이 좁아 터짐.
네번째 하숙집, 집은 넓은데 남자들 밖에 없음.
등등... 이 근처에서는 멀쩡한 하숙집을 찾을수가 없었다.
멀리 가기엔 지금 우리가 빈 손이고...
하... 총체적 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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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니!! 내 말을 들어봐-
우리가 요 근처 하숙집을 다 가봤거든? 근데 진짜 멀쩡한데가 하- 나도 없어!!..."
"맞아..."
"뭐?? 니들 하숙집 구하러 갔었어??"
오징어, 오세훈 남매가 '최대한 불쌍한척 고개 끄덕이기' 스킬을 시전하셨습니다.
"왜 그랬어- 엄마 친구 중에 서울에서 하숙집하는 애 있는데-"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문이 턱 막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라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 꼴이 이게 뭐니? 거지들도 아니고..."
하... 쨌든 오세훈과 눈물 젖은 기쁨의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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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다음주 토요일에 짐 싸가지고 갈게!
우리 애들 잘 부탁해-"
"...뭐래?? 거기 어떤데래?? 하숙생들은??"
"거기 엄- 청 넓고 내 친구 성미 걔도 좋은 애니까 걱정하지마."
"그 집 하숙생들은?"
"다들 너랑 같은 학교 다니고 다 착한 애들이래-"
"아니, 그게 아니ㄹ..."
"여보-!!! 방 정리부터 빨리 해요!!!!"
"엄마! 내가 묻고 싶은건..."
"야, 너도 빨리 그 더러운 니 방이나 정리해."
...그 하숙집에 남자 많냐고...
많으면 나 불편해서 못 지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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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 아줌마 말씀 잘 듣고-"
"우리가 무슨 어린 애들이야?"
"어린 애들 반만이라도 닮아보던가."
"...그냥 빨리 가..."
그렇게 엄마와 아빠는 애써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며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탔고
오세훈과 나는 서울에 버려진 고아처럼 이리저리 헤매다 엄마 친구분의 하숙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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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맞지?"
"그런듯."
-띵ㄷ...
"악!!!!!!!!!!아프다ㄱ..."
"...?"
벨이 다 울리기도 전에 버선발로 뛰쳐나와 격하게 우리를 반겨주는 저 사람은...
ㅂ...변...누구더라...
학교에서 몇 번 봤는데...
"변백현...?"
기억 났다, 실용음악과 변백현이랬나...?
"오...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