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한국에서 왔어요. 09
체육대회. (부제 :: 징어의 수난시대.)
오늘은 체육대회였다.
겨울에 하는 체육대회는 생소했다. 보통 5월이나 6월에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루한의 말로는 12월이 축제의 달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체육대회를 중요시 한다고.
그래서인지 출전 선수들을 미리 뽑았다고 했다.
루한도 그 중 한명이였고, 의외인 종대와 백현이도 풋살 선수로 출전한다고 했다.
벌써부터 들떴는지 운동장에 나오자마자 뛰어다니는 종대와 백현이를 보며 혀를 찼다. 지치지도 않나봐.
종대와 백현이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리니, 멀리서 루한이 음료수를 들고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루한이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는데, 나를 살펴보던 루한이 말했다.
"작은 거라도 나가면 좋을텐데."
"나 달리기 진짜 잘하는데. 아쉽다."
"징어, 지루하지?"
"괜찮아. 친구들 응원하는 것도 재밌어."
음료수 뚜껑을 닫으려하자 그걸 본 루한이 잽싸게 가져가 뚜껑을 닫아줬다.
"나도 응원해줄 거지?"
"당연하지."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나를 쳐다보며 루한이 웃었다.
대신 1등해야해, 하고 웃는 루한에게 똑같이 웃어보이자 고개를 끄덕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루한이었다.
"파이팅, 루한!"
배드민턴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루한을 보고 말했다.
경기장으로 뛰어가던 루한이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뒤를 돌아 손을 흔들었다.
루한이 손을 푸는 모습을 보다가 옆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종대와 백현이가 출전할 풋살 경기가 한창이었다. 우리반은 부전승이기 때문에 마지막 결승전을 치룬다고 했다.
"너네 연습은 많이 했어?"
"내가 에이스야. 이 오빠가 허벅지 힘이 좀 쎄거든."
"경기하는 게 니 허벅지랑 무슨 상관인데."
허벅지를 탕탕 두들기는 백현의 모습을 본 종대가, 그런 백현이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오빠만 믿어."
"...부들부들."
종대를 옆으로 밀어버리고선 오빠만 믿어, 라며 윙크하는 백현이였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난 것 같은 종대와 백현이의 모습에 크게 웃었다.
능글거리는 백현이 덕분에 처음으로 차분해진 종대를 볼 수 있었다.
"어쩌라고요. 전 김종대한테 말한 거 아닌데요?
"내 귀가 널 거부해!"
"그러던지 말던...어?"
백현이가 코를 찡긋거리며 종대를 건드리는 모습에 몸을 숙이고 웃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웃다가 무언가에 놀란듯한 백현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미안! 잠시만, 진짜 잠시면 돼."
내 손목을 잡고 무작정 일으키는 남자의 모습에 놀라 뒤를 쳐다보니, 종대가 남자를 아는 건지 형,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물었다.
"나중에 말해줄게!"
종대와 백현이에게 도움을 청할 새도 없이 내 손목을 잡고 달리는 남자였다.
그렇게 손목을 잡혀 영문도 모른 채 운동장 한 가운데까지 뛰었다.
"정답이죠?"
남자가 운동장에 설치된 부스로 달려가, 부스 앞에 서계시는 크리스 선생님에게 종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빙고."
"그럼 제가 1등이죠?"
"오케이, 준면. 너 1등이야."
이름이 준면인가 보다. 아까 종대가 형이라고 부른 걸 보면 우리보다 높은 학년인 것 같던데.
크리스 선생님이 종이와 나를 번갈아 보시더니, 1등이냐는 남자의 물음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여기, 이거 받아가."
"감사합니다!"
크리스 선생님이 남자에게 박스를 건네줬다.
크고 무거워 보이는 게 1등해서 주시는 상품인가, 싶었다.
박스를 들고 나를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에 어쩔 줄 몰라 두리번거리니 남자가 말했다.
"미안. 갑자기 끌고 나와서 놀랬지."
"...네."
멋쩍게 웃어보이자, 머리를 긁적이며 웃던 남자가 자리에 주저앉아 박스를 뒤적거렸다.
"미션 게임이였는데 종이에 적혀진 특징의 사람을 데리고 오는 거였거든."
"아...그렇구나."
"애들 둘러보다가, 그게 딱 너다 싶어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과자 봉지 5개를 건네주는 남자였다.
"고마워서 주는 선물이야. 아까 보니까 종대랑 백현이랑 친한 것 같던데, 같이 나눠먹어!"
남자가 바닥에 내려놓은 박스를 고쳐들고 내게 잘가라며 박스 밑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녕히 가세요, 하고 똑같이 손을 흔들었다.
남자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기가 빠지는 것 같은 기분에,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야, 야, 피해!"
"응?"
"빨리 고개 숙여!"
멀리서 백현이의 목소리가 들려 그 쪽을 쳐다보는데, 종대가 손을 위아래로 휘저으며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로는 이해하지 못한 나를 보며 방방 뛰던 백현이가 고개를 숙이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아!"
왠지는 모르겠지만 긴박함이 느껴지는 종대와 백현이의 외침에 막 고개를 숙이려는데, 둔탁한 무언가가 내 머리를 치고 떨어졌다.
"징어야!"
내 앞까지 다가온 종대가 뒤로 넘어지려는 나를 붙잡았다.
꽤나 세게 맞았는지 얼얼한 뒷통수에 머리를 부여잡으니, 백현이도 달려온 건지 숨을 고르며 내게 말했다.
"괜찮아?"
"..."
"야, 정신 좀 차려봐."
괜찮냐고 물어오는 종대와 백현이의 모습에, 애써 고개를 젓는데 그와 동시에 점점 눈이 감겼다.
"왜그래!"
"어떡해, 어떡하지. 진짜 어떡해."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는 종대와 백현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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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에요. 많이 늦었죠. 저를 마구 치셔도 돼요...(시무룩)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시는 독자님 계셨을텐데, 시간 개념이 없는 바보 작가는 무릎을 꿇을게요.
제가 원래 잠이 없는 편인데, 감기 떨어질 때쯤 되니까 잠이 물밀듯이 밀려오더라구요. 그래서 하루종일 잔 것 같아요. 오죽하면 그 이틀 사이에 별명이 잠순이라고 붙었을 정도로요.
이대로 가다가는 밤낮이 바뀔 것 같기에 얼른 기운을 내서 습관을 고쳐 나가겠어요! 혹시 독자님들 중에서도 수면시간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우리 같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들입시다.
마지막에 징어를 안아든 남정네는 과연 누구일까요? 안알랴줌. ...은 장난이고, 사실은 작가도 몰라요. 아무도 몰라요.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니, 좀 더 고민해보겠어요.
내일 날씨가 전국적으로 따뜻하다고 그러더라구요. 하루쯤 일탈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흐흐.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그럼 우리 다음 편에서 만나요! 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