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형사님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다름아닌 바다였다.
우리가 아는 그 아름다운 바다라고 하기엔 좀 다른, 비릿한 바다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수많은 갈매기들이 지나다니는 항구에 위치한 건물들이 길게 늘어선 곳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탁 트이는 시야와 넓은 바다가 그간의 갑갑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것 같았다.
황형사님은 그런 바다를 지나서 건물들이 늘어선 상가사이로 계속해서 들어가셨다.
“황형사님, 도대체 어디 가시는겁니까?”
끝이없는 상가골목에 지쳐 황형사님에게 물으면, 대답 대신 부드러운 웃음이 돌아왔다. 늘 대답하기 애매하거나, 할말이 없으면 저렇게 잘생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게 황형사님의 습관이었다.
그래도 잘생긴 미소를 봤으니 군말없이 따라가주는거에요. 그렇게 황형사님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면 낡은 상가건물이 나왔고 그 앞에 드디어 황형사님이 멈추셨다.
그리고 뒤를 돌아 나와 눈을 맞춘 황형사님은 양팔로 내 어깨를 잡고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셨다.
“완전 무서운 표정 지어봐.”
“네?”
“빨리.”
뜬금없는 황형사님의 말에 당황하다 이내 눈에 힘을 팍 주고 고개도 약간 숙여 더욱 날카로운 눈빛을 간진 척 했다.
“풉,푸하하”
그러자 점점 올라가던 황형사님의 입꼬리가 결국 웃음으로 터져나왔다. 뭐가 그리 웃긴건지 환하게 웃던 황형사님은 이내 웃음을 정리하고 다시 손으로 턱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고민에 빠지셨다.
“아, 이래도 예뻐서 큰일이네. 작전을 미인계로 바꿔야하나.”
도통 무슨소리인지. 뜬금없이 지어보라는 무서운 표정이나, 작전이라는건 또 무슨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면 혼자만의 고민이 끝이 난듯 내 팔목을 잡고 이끄는 황형사님이셨다.
“아, 이것 때문에 안데려올려고 했는데. 여주야, 이놈들은 이렇게 다뤄야 말을 듣는 놈들이라서 내가 거칠어도 이해좀 해줘.”
황민현이 거칠다니?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에 의문점을 가지면 그런 나보고 보란듯이 다 쓰러져가는 부동산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가는 황형사님이셨다.
그리고 그안에서 홀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남자가 갑작스러운 우리의 등장에 깜짝놀라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도 옆으로 던져버리고 우리에게 달려왔다.
“아, 형님.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앉자.”
그 남자에게는 갈결하면서도 포스있게 앉자라고 이야기하던 황형사님은 어느새 나에게는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며 쇼파에 앉아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팡팡 두드렸다.
그리고 이내 앞을 보는 황형사님의 눈빛은 다시 매섭게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서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남자는 계속 헛기침을 하는게 딱봐도 불안해보였다.
“최근에 밀항신고 들어온거 뭐 없어?”
“에이, 형님. 형님이 찾으시는 놈들이 여기 왔으면 바로 연락을 드렸죠, 제가.”
“그래?”
하지만 그런 남자의 대답이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는듯 황형사님은 들은체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그림들을 감상했다.
여유로움이 가득한 황형사님의 뒷모습과 달리, 머리에 잔뜩 기름칠을 한 남자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랬구나...”
벽에 걸린 몇가지 그림들을 감상하던 황형사님은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어울리지않게 거친 손길로 벽에 걸린 그림액자를 떼어냈다. 그리고 떼어낸 그림액자의 뒷편에서 하얀 봉투를 찾아냈다. 그러자 남자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제법 두툼한 하얀색의 봉투안에는 꽤 많은 양의 돈들이 들어있었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는 황형사님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들었고, 남자의 눈높이에 맞춰 돈봉투를 들고 그대로 그 밑에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하얀봉투가 까만 재로 바뀌어갔다.
“아아, 진짜 몰라요.”
“모르는구나...그럼 어떡하지?”
좌절한 남자의 앞에서 눈을 맞추며 다정한듯 무섭게 그럼 어떡하지?하고 물어오는 황형사님의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 하지만 이 남자도 만만치않은 사람인듯 땀을 저렇게 많이 흘리면서도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진짜 아니면 저 돈들 아까워서 어떡해...
하지만 황형사님은 그 남자의 말을 절대 믿지 않는듯, 이번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부동산 안을 걷다 곱게 자라난 난이 심어진 화분앞에 멈추셨다. 그리고 그 화분을 살짝 들어올리자 화분 밑에서 열쇠꾸러미가 나왔다.
황형사님이 그 열쇠를 주워들고 커다란 금고앞으로 향하자 애써 평온함을 유지하던 남자의 표정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금고앞의 황형사님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황형사님의 다리를 잡으며 매달렸다.
“제가 진짜 죽을죄를 졌습니다, 형님. 다 알려드릴께요, 한번만 봐주세요. 네?”
“마지막이다?”
남자에게 열쇠를 넘겨주며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황형사님의 모습은 제법 소름이 돋을만 했다. 늘 따뜻하던 남자가, 저런 모습도 있다니. 왜 나를 데리고 오려 하지 않았는지 알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차갑게 미소짓는 황형사님의 모습은 섹시하기만 했다.
그 남자가 알려준 정보는 우리가 찾는 사람들과 제법 맞아 떨어졌다. 화요일 세시, 중국으로 밀항할 예정인 남자 7명. 조직원들의 사진을 보여줬을 때, 자신도 직접 만난적이 없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남자라 얼굴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희망이라는게 눈앞에 보였다.
“화요일 새벽 3시, 7번 항구 쪽. 지원팀 요청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찰서에 도착해 지원요청까지. 모든것들이 다 순탄하게 흘러갔다.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눈앞에 보여서 일까? 형사님들은 이제야 웃는다며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형사님들 또한 그제야 한톤 밝아진듯한 표정이었다.
하루 빨리 화요일이 찾아오기를 바랬지만, 그동안의 밤샘 야근과 쌓인 피로가 우리모두 지쳤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결국 팀원들 모두 다같이 세면 도구를 들고 샤워실로 향했다가 각각 숙직실로 들어왔다.
“황형사님, 밀항은 어떻게 생각하신 겁니까?”
“여주, 네가 참고인 조사 때 우진이라는 사람이 중국으로 도망갈 계획이라고 알려줬다며. 이미 출국금지 다 당한 놈들이 할수있는건 딱 하나 뿐이잖아.”
역시, 황형사님 별명이 황갈량인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면 부끄럽다는듯 웃으면서도 황형사님은 “여주, 네 덕이야. 네가 잘 기억하고 말해줘서 가능한거야.” 라며 그 공을 나에게 돌리셨다.
그리고 윤,하,옹 이 세사람이 휴대폰 게임에 빠져 머리를 맞대고 모여있는 사이 나를 침대에 눕히시더니 친절히 이불까지 덮어주셨다. 도대체 언제 그렇게 모질게 대했냐는듯 한없이 부드러웠다.
“여주야, 잘자.”
그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에 언제 잠에 든지도 모를만큼 빠르게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비릿한 바다내음. 어느곳이 바다인지, 땅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운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그 항구 가운데, 크게 세워진 시계탑의 시계가 홀로 바쁘게 움직였다.
커다란 시계바늘이 몸을 움직여 12시를 가르켰고, 그 옆의 전자달력이 빠르게 일요일을 나타내는 SUN 이라는 글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옛 수산시장 건물의 문이 끼이익- 홀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그 소리에 밖에서 조용히 담배를 태우던 남자가 발로 담배를 비비며 불을 껐고, 건물안에서는 7명의 남자가 걸어나왔다. 아니, 걸어나온건 6명. 정확히 한명은 질질 끌려나왔다.
질질 끌려온 남자는 딱봐도 피로 떡이된 모습에 온 얼굴이 팅팅 부어있었다. 부을만큼 부어올라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이었지만, 그 몸을 하고도 아직까지 제대로된 의식이 있다는게 놀라웠다.
“이새끼는 여기서 처리하고 가자.”
그 말을 기다렸다는듯 품에서 날카로운 사시미 칼을 꺼내든 남자가 빠르게 한 남자의 가슴을 칼로 찔렀다. 깊숙히 파고든 칼날과 함께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남자는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 물건만 짭새년한테 안 넘겼어도, 죽이진 않았을텐데.”
피로 얼룩진 칼을 하얀 손수건으로 닦아낸 남자는 이내 자신의 얼굴에 튄 피도 닦아냈다. 하얀 손수건이 어느새 피로 물들어 있었다.
“박우진 이새끼, 결국은 지 부모처럼 똑같이 죽었네.”
“몸은 잘쓰는 놈이라 좋았는데.”
“됐어,이제 필요없어. 우리한텐 굴러들어온 다니엘이 있잖아.”
축 늘어진 우진을 발로 툭툭 차던 남자는 이내 다니엘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가만히 서있던 다니엘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다니엘. 아직 하나도 기억이 안나?”
“....네.”
“됐어, 기억하지마. 그냥 넌 우리 조직에 아주 충성을 다하는 조직원이였어. 그것만 기억해.”
다시한번 다니엘이 간결한 대답과 함께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다니엘의 뒤에 서있던 남자들이 서로 눈빛을 맞추며 그런 다니엘이 웃기기라도 하듯 소리죽여 웃어댔다.
“가자,이제.”
아직은 미약하게나마 호흡을 내뱉고있는 우진을 남자들은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바다에 던져버렸다. 조용한 바닷가에 커다란 풍덩-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에 잠을 자던 새들이 펄럭이며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7명이 된 남자들은 조용한 새벽을 틈타 배로 올라탔다.
번쩍 떠진 눈이 밝은 아침햇살에 적응하지 못하고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밝은 햇살은 이번에도 햇빛을 막아놓은 누군가의 수건 덕분에 직접적으로 내 얼굴에 비쳐오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 수건에 ‘황민현’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보다는 꿈의 내용이 더 중요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손으로 슥슥 닦아냈다.
다니엘이 아직 살아있고, 토요일 아침인 오늘이면 우진도 아직까지 살아있다는것. 하지만 분명 화요일 출국이던 그 남자들이 왜 12시가 되어 일요일에 밀항을 하는지. 앞뒤가 맞지않는 상황에 아침부터 머리를 감싸쥐었다.
찬물에 세수를 하고, 빈속에 냉수를 들이켜 정신을 차려봐도 내 꿈은 또렷하게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껏 틀린적 없었던 내 꿈을 믿으며 황형사님께 그 밀항정보를 알려주는 남자가 거짓말을 할수도 있는거 아니냐고 물으면, 황형사님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는다는 조건하에 불법적인 밀항을 어느정도 허락해주는. 즉, 우리가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거짓말이 들킬경우에 그들의 사업도 그대로 끝이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수도 없다고 친절하게 더 덧붙여주셨다.
그럼 대체 어떤 사실이 맞는걸까. 밀항을 도와주는 그들이 말한 정보인 화요일 새벽3시? 아니면 꿈에서 보여준 일요일 오전 12시?
둘다 너무 정확한 정보라 오전 내내 책상에 앉아 고민을 하고 있으면,
“아, 김여주. 제발 집에가서 옷이라도 좀 갈아입고 와.”
몇일동안 같은 옷을 입는거냐며, 집에 가서 옷이라도 들고오라는 윤형사님의 잔소리에 버티고 버티다 “황형사님은 더러운거 싫어하신다.” 하는 성우의 속삭임에 결국 황금같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으로 향했다.
모든걸 얼려버릴것만 같던 날씨가 어느덧 조금 따뜻해져 있었다. 날이 풀린지도 모르고 몇일 째 이옷만 입으며 경찰서 안에서 보낸 시간들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니 조금 녹아내리는것 같았다.
경찰서에서 가까운곳에 위치한 집이기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 번화가를 조금 지나면 곧바로 성우집과 마주보고 있는 우리집이 나왔다.
“올 때 감자칩 잊지마라.”
편의점을 지나다 하형사님이 시키신 심부름이 생각나 과자코너에 홀로 서서 양념된 감자칩이 좋을까, 그냥 감자칩이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으면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한남자가 들어왔다.
굳이 신경써 보진 않았지만, 이런 따뜻한 햇살에 어울리지 않게 어두운 정장을 맞춰입은 남자가 커피코너에서 서성이다 이내 계산대로 향했다. 나 또한 결국 감자칩을 두개 다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면서도 눈은 뭐가 더 좋을까 고민하느라 감자칩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기요, 혹시 이거 따신것도 있어요?”
이어폰을 끼려던 손이 멈추고, 그 귀에 익숙한 목소리와 사투리가 들려왔다. 따뜻한 커피를 건네주는 점원에게 보내는 특유의 미소까지도 그토록 바라던 다니엘이 맞았다.
너무 그리운 나머지 헛것을 보는걸까, 이렇게 멀쩡하게 있는 네가 모두에게서 사라져있을 이유가 없잖아. 어느새 손에서 떨어져버린 감자칩을 지나 천천히 다니엘에게 다가갔다.
“니엘아.”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이름이, 특이한 이름을 가진 너를 부르는 나만의 방식대로 그리웠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너는 자신의 이름에 반응하듯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고개를 돌려 얼굴을 보인 너는, 조금 야위었지만 그토록 바라던 다니엘이 맞았고 얼굴에 조금의 상처가 남아있었지만 진한 눈썹, 높은 코, 특유의 눈물점 위치까지 그대로였다.
눈이 마주치자 참을 수 없다는듯 눈물이 곧바로 차올랐다. 풀려버릴것만 같은 다리를 겨우 움직여 곧바로 네 품에 안겨들었다. 늘 나를 안아주던 포근한 품도 여전했다.
“미안해. 내가 미안해. 다 알면서도 두고 가는게 아닌데, 내가 너무 미안해, 니엘아.”
멈추지 않는 눈물이 자꾸만 흘러나와 너의 셔츠를 적셨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서 엉엉 우는 어린 아이처럼 다니엘을 꼭 안았다. 다시는 널 혼자 두고 가지않겠다고, 사라지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다니엘의 정장 자켓을 손에 꼬옥 말아쥐었다.
“저기... 누구세요?”
세상의 시간이 멈춘다면 이런 기분일까.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편의점 알바생도, 위잉-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냉장고소리도 모두다 멈춘것 같았다. 심장이 쿵 떨어질것 같은 너의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들면, 다니엘은 정말 당황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듯 방황하고 있는 너의 손이 시간이 멈추지 않았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저를....아세요...?”
“니엘아....강다니엘, 너...”
너무 당황스러운 대답에 내가 할 수 있는건 너의 이름을 부르는것 뿐이었다. 난처한듯한 표정을 짓는 너는 머리를 긁적이며 깊은 고민에 빠진듯한 눈빛을 했다.
다시한번 눈에 가득 고였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그와 동시에 벌컥하고 편의점이 문이 열렸다.
“다니엘! 도망쳐, 빨리!!!”
문을 열고 들어온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는 다니엘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그의 등장에 다니엘은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여 편의점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런 다니엘을 두번은 놓칠 수 없었다.
“니엘아!!!”
빠르게 달려가는 다니엘을 열심히 따라가봤지만 다니엘의 달리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결국 뒤에서 따라 달리며 애타게 다니엘을 불렀다. 제발, 제발 가지마.
내 마음이 통했을까, 저 멀리 뛰어가던 다니엘이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굉장히 혼란스러워 하는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라 달리던 남자가 빨리 도망쳐야한다며 내뱉는 욕설에 다니엘은 다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 앞으로 검은 승합차 한대가 빠르게 길가에 섰고, 곧바로 문이 열렸다. 그 차안에는 언뜻 봐도 익숙한 조직원들의 얼굴이 보였다. 먼저 저 멀리 달려간 다니엘은 곧바로 차에 올라탔고, 내 앞을 달리는 저 조직의 남자는 빠르게 차를 향해 달렸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름 빠르다고 자부했던 나의 달리기지만 남자를 이기기엔 무리였고, 나보다 일찍 차에 다가선 남자는 곧바로 차문을 향해 다가섰다.
하지만 곧바로 그 뒤를 따라 달리던 내가 차안에 올라선 남자와 동시에 차문을 잡았고, 차안으로 들어가려던 남자는 빠르게 몸을 돌려 강한 발차기로 문앞에 서있는 나를 밀어냈다.
피할 수 없는 공격에 그대로 배를 맞아 뒤로 넘어져버렸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괜찮냐며 나에게 다가왔고 빠르게 문을 닫은 차는 미련없이 나에게서 멀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거친 호흡과 까져버린 팔꿈치만이 남아있었다.
***
“진짜 다니엘이었어요.”
“알겠어, 알겠으니까 좀 진정해.”
“검은색 스타렉스, 차 번호 3352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다시 경찰서로 돌아온 내가 눈물범벅인 얼굴을 하고 들어오자 모든 형사님들이 깜짝 놀라 내게 달려왔다. 게다가 까져서 피가 묻어나오는 팔꿈치는 신경도 쓰지않고 다니엘을 봤다고 말하는 내 모습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횡설수설인 내 말을 차분하게 들어준 형사님들 또한 내가 잘못본거 아니냐고 나를 위로하시다 cctv로 다니엘의 모습이 또렷하게 확인되자 이내 진지하게 앉아 화면을 돌려보셨다.
차 종류에 차량번호까지 기억해두었지만 역시나 차는 대포차라 추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오토바이 날치기 사건을 수사할 때 처럼 일일이 CCTV를 돌려 승합차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팀원들이 모두 참여해도 놈들이 도망간 거리에 따라 수사기간이 몇일이나 걸릴게 분명했다. 하지만 꿈속의 밀항 날짜는 당장 오늘 밤이었다. 이렇게 울고있을 시간이 없다는걸 머리는 아는데 몸은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다니엘이 저를 기억 못했어요. 못알아 봤다구요. 그리고 그놈들이랑 함께 도망갔어요.”
형사님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다니엘의 행동에 확실히 이상하다고, 많이 놀라겠다며 나를 위로했다. 다니엘이 어딘가에라도 살아만 있게 해달라도 빌던게 엊그제 같은데, 눈앞에서 놓쳐버린 다니엘의 모습에 어느새 제발 다니엘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번도 기도해본적 없는 신들에게 빌고 또 빌었다.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는 나를 대신해서 다른 형사님들은 빠르게 CCTV를 돌려보는 작업에 들어갔다.
모두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면, 황형사님은 나의 곁에서 나를 진정시켜주셨다.
“그럼 이제 상처 치료좀 할까?”
황형사님이 가리킨 나의 팔꿈치에는 피가 묻어나와 스트라이프 셔츠가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를 보자 그제서야 아프다는 감각이 인식되었다.
소독약으로 상처를 소독하면서 나보다도 아파하는 황형사님의 모습을 바라보면 어느새 소독을 끝내고 조심스럽게 연고를 바르고 있는 황형사님 이셨다.
“그래도 다니엘이 살아있다는거 눈으로 확인했잖아. 이제 금방 찾을 수 있어. 그러니까 조금만 힘내자.”
황형사님 특유의 부드러운 긍정에너지가 어느새 나를 진정시켰다. 눈은 나의 팔에서 떼지를 않으면서도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뚝뚝 묻어났다.
“이 아가씨, 얼굴은 이렇게나 예쁜데 몸은 상처투성이라서 어떡하나.”
“하형사님이 그 소개팅 남자분은 흉터정도는 이해해주실거라고 소개팅 나가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방금전까지도 눈물을 흘리느라 꽉잠긴, 게다가 코맹맹이 소리를 하면서도 끝까지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내 말에 연고를 바르던 황형사님의 손길이 갑자기 멈추었다.
“그 남자는 흉터정도지만 다른 남자는 흉터까지도 좋아해줄텐데?”
“계속 소개팅하다보면 그런 남자도 있겠죠.”
계속 코를 훌쩍이면서도 끝까지 대답을 하는 내 모습에 결국 황형사님이 아프지 않게 내 코을 톡- 하고 때려왔다.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반창고까지 붙여주시고는 자리로 돌아가시자마자 무섭게 컴퓨터를 두드렸다.
황형사님의 말이 맞았다. 이제 거의 다왔다. 다니엘이 살아있음을 확인했고, 다니엘도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테니까.
이제 그 희망의 끝자락이 눈앞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머리속에서는 일요일인지, 화요일인지에 대한 정의의 답을 내어놓지 못했다.
빠르게 들려오는 타자소리와 함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시계바늘도 빠르게만 달려갔다.
----------------------------------------
독쨔님들, 오늘 기대하셨던 만큼 다녜리와 우진이가 무사히 돌아오진 않았지만 다니엘이 살아있다는게 확인되었어요!
물론 우진이의 안타까운 미래를 여주가 봐버렸고 다녜리가 떠나버렸는데, 우리 여주와 강력1팀 형사님들이 그 미래를 바꿔줄 수 있을까요?
다음편에서는 꼭 이번사건 마무리 지어서 우진이와 다녜리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드릴게요 ㅎㅎ
그리고 다시 돌아온 황스윗!
이번 사건 이후에 힘들어할 여주를 위해 다시 스윗남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아직 여주와 강력1팀 사이에는 풀어야할 숙제들이 남아있죠. 그런 감정적인 부분들은 이번 사건이후에 조금씩 풀어갈게요.
사실, 저번에 말씀드린대로 이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하나 고민했는데 독쨔님들이 댓글로 아이디어를 많이 주셔서 한 부분정도 스토리를 구상했어요!
이렇게 도움주시는 독쨔님들께 너무 감사하고 그러니까 댓글로 많이 남겨주세용٩(✿╹◡╹✿)۶
아, 그리고 저번화에 제게 바라는점을 댓글로 남겨달라 했는데 많은 분들이 텍파 메일링을 원하셔서 이 연재가 끝이나게 된다면 암호닉이신 분들께 텍파를 보내드릴게요 ㅎㅎ
마지막으로 오늘 설날을 맞아서 제 글이 오랜 이동시간에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그런 글이나, 편안하게 쉬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설날의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빠르게 들고 와봤는데 독쨔님들께 꼭 좋은 선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뜻산][0118]
[황밍횽][민민][뿡치버섯][듐]
[1010][구르밍][친9][릴라이]
[9094][여름][어도러블][몽구]
[킹제77][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함께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
[우리샘][영휴][복숭아자두][금우]
[황제호빵][포테이토피자][굥뷰죰햬][홈런볼]
[콩너블][코난][포도][퍼플]
[얼음][몰랑몰랑][두부햄찌][우리원부인]
[CR][슈퍼파워황제][뱃살공주][블루황]
[리본][톨비][도리][곱대][머스크]
[1232][홀롤로][황형사의향수][녜리요정]
[황꽃][황배박하][쥬니랍][지망]
[수다링] [전지적여우시점][만두만두][마니]
[짱요][비누냄새][ㅇㅇㅈ][쿱]
[사용불가][줄리][안눙눙][둥둥]
[샤프] [feat.][배배][비회원]
[즈쿠][나나나][다니][너끼돈]
[옹성우][#0809][토마토마조아][박참새짹]
[버드][다니][뷔밀병기][오늘도행복해]
[온새미][초록딸기][촬뤼][밀혜]
[겨울][텍스트황][코코][뿐뿌니가조아요]
[탱자][파랑토끼][황베리][옹황]
[다민][봐봐봐][당근][월이]
[몽쉘][햇님][초코파이][윙팤카]
[더데이][해야][루다][강낭콩]
[윈디][물만두우][요정][오잉오잉]
[린타][오투][포도가시][나만의민현]
[배뽀작][밀키스][0418][종현쩨알져아]
[하우여나리][수망이][연이][옵황]
[꼬질이][마카롱][둥둥이][기요미]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댓글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