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글잡에서 연재할만한 건 아닌데…. 생각보다 많은 편이 나올 것 같아서 이렇게 글잡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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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어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운동부가 2개 있어. 야구부와 태권도부. 그래서 거의 모든 반에는 야구부 혹은 태권도부가 1~2명 정도는 있어. 징어네반은 태권도부 한 명이 있어. 운동부 애들은 훈련계획 때문에 아예 1교시부터 수업 못 들어올 때도 많고, 오전수업만 듣고가는 경우도 많아. 그래서 운동부 애들 중에 활발한 성격이 아닌 이상은 다른 반애들 보다는 친해지는데 시간이 오래걸리지. 징어네반 태권도부 애는 이름이 오세훈인데, 예비소집일 때부터 잘생겼다고 난리가 났었어. 본 사람들마다 너무 잘생겼다고 난리여서 나중에 입학하고 나서는 소위 논다하는 친구들이 세훈아세훈아거리면서 친한척 하고 그랬지. 징어들은 예비소집일 때도 입학식 때도 오세훈을 못보고 그런 소문이 있다는것도 몰랐어. 그냥 어떤애가 맨날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잘생겼다'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지. 사실 운동부 애들 대다수가 노는 여자애들하고 잘 지내는데, 세훈이는 절대 아니야. 그냥 말이 없어. 처음에는 내숭을 떠는건가 싶었거든. 생긴것도 운동부 애들 중에서, 아니 거의 전교에서 제일 잘 생긴 것 같은데 그냥 아예 여자애들 앞에선 말이 없는거야. 근데 또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다른 애들처럼 장난도 치고 가끔 수위가 약하지만 비속어도 쓰고 그러길래 그냥 성격인가보다 싶었지. 근데 징어들 자리가 앞에서 세번째 줄이고, 세훈이는 수업도 많이 못 듣고 그러니까 맨날 뒷자리에 앉는데 수업할 때 가끔 뒤돌아보면 자꾸 세훈이랑 눈이 마주치는거야. 처음에는 그냥 마주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볼 때마다 마주치는거야. 징어들이 너무 이상해서 일부러 계속 뒤돌아본 적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계속 눈이 마주치는거야. 처음에는 눈빛이 무서워서 '내가 뭐 잘못했나?나랑 말 섞은 적 없는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보다보니까 원래 눈빛이 그런 것 같다 싶어서 그냥 놔뒀어. 어차피 말 시켜도 별로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고 징어들도 굳이 피곤하게 말 섞고 싶지 않았거든. 사실 징어네 반에서 모든 남자들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세훈이한테 계속 발랄하게 말 시켰는데도 대답해주지 않는 걸 징어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적이 있어. 그냥 말만 씹었다면 다행인데 무표정으로 "너 시끄러워"라고 말하는 것까지 보고 좀 세훈이가 무서웠지….
그러다가 어느 날은 징어들이 학교에 마이를 놓고 온거야. 징어들이 옛날에는 시험 전날 시험볼 과목 교과서를 놓고온다거나, 문제집을 놓고온다거나 이것저것 학교에 많이 두고 온적이 있었거든. 다행이도 징어네 집이 학교랑 가까워서 징어들이 맨날 걸어다녀. 평소에는 그래도 얼마 안가서 생각났는데 그 날은 집에 진짜 거의 다 왔는데 그 때서야 마이 생각이 나는거야. 게다가 그 날은 정말 처음으로 학교에서 야자 안하고 그냥 집에 보내준 날이였거든. 선생님들 배구대회 하신다고…. 그냥 포기할까 하다가 징어 성격이 또 그렇게 못하고 다음날 선도도 서기 때문에 그냥 다시 부랴부랴 학교로 갔어. 학교에 도착하니까 모든 문이 다 잠겨있고, 중앙현관문만 열려있길래 거기로 들어가서 교실로 다다다다 달려갔지. 근데 아무도 없을거라고 생각한 교실에 어떤 사람이 있는거야. 노을이 질 무렵이라서 잘 보이지 않는데 오랫동안 보고 있으니까 그 사람이 오세훈이라는 걸 깨닫지. 근데 이상한게 세훈이가 어정쩡한 자세로 징어 마이를 들고 징어 자리 근처에 서 있는거야. 징어도 너무 당황해서 뒷문에 멈춰있고…. 그러다가 징어가 먼저 세훈이한테 말하지 "저기….그거 마이 내껀데…" "어?어…여기" 세훈이도 얼음하다가 땡!한것처럼 당황하면서 징어한테 다가와서 마이를 돌려줘. 한 번도 가까이 서본적이 없는데 이렇게 가까이 서보니까 새삼 세훈이가 키가 참 크다는 걸 징어는 그 때 처음으로 느꼈지. 그래서 징어가 이제 가려고 뒤도는데 뒤에서 또 말이 들려오는거야 "넌 뭘 그렇게 놓고다녀" 뭔가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에 징어가 놀라서 뒤돌아보니까 세훈이가 웃으면서 자기 머리를 털고 있어. 아마도 훈련뒤에 샤워하고 잠깐 교실에 들른 모양에 징어랑 딱 마주친 것 같아. 징어는 한 번도 오세훈이 다른 애들한테 먼저 말 거는걸 본적이 없어서 좀 당황하다가 내가 원래 좀…그래.하고 멋쩍게 웃어버리지. 그 말에 세훈이가 이번에는 짧게 소리내서 웃더니 징어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면서 말해
"너 되게 귀여운거 알아?" "어?…고‥고마워!" 징어들은 얼굴이 빨개진 것 같아서 후다닥 그 교실을 뛰쳐나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