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손에 쥐어주었던 길쭉한 풀이 머릿속을 스쳤다. 몸을 민석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팔을 길게 뻗었다. 천천히 숙여 앞으로 걸어가던 민석의 손에 무언가가 만져진다. 혹시 루한이 자신에게 주었던 길쭉한 풀이 아닐까 민석은 활짝 웃으며 그것을 꺾으려 했다. 민석이 잡은 풀을 당기자 뽑히는 힘과함께 민석의 몸이 나뒹굴어진다. 찾았다. 하며 풀을 두 어번 만진 민석이 자신이 넘어진지도 모르고 마냥 웃었다. 민석의 귓가에 거센 시동소리가 들린다. 점점다가오는 소리에 민석이 재빨리 팔을 뻗어 딱딱한 땅을 짚는다. 뒤뜰. 루한과 같이 왔던 뒤뜰이 아니었다. 민석이 넘어져있는 곳은 풀들이 무성하게 핀,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리는 뒤뜰이 아닌 차가운 차들만이 달리는 고아원 앞 도로였다. 며칠째 제대로 먹지도 못한 민석에게 넘어진 몸을 일으킬 힘은 결코 없었다. 민석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품속에 한아름 안고 있던 물망초 꽃이 마구 하늘에 흩뿌려진다. 마치 루한과 함께 후 불었던 민들레 꽃 같이 바람에 물망초가 날려 민석의 볼 위에 앉았다. 민석은 얕게 웃음을 띄었다.
고아원의 상황은 여전히 평소와 같다.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잠깐의 눈물도 흘릴 수 있는데 고아원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다음에 새로 올 친구들에 대한 기대만 컸을뿐. 단지 그 뿐이었다. 루한과 민석이 쓰던 방이 쓸쓸하게 차가운 먼지만 날렸다. 민석과 루한이 자주 가던 뒤뜰에는 더 이상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았던 루한에게도, 눈이 보이지 않았던 민석에게도 의지할 것은 서로 밖에 없었다.
그 이유 때문인지 둘은 서로를 도와주며 그렇게 심장을 천천히 조절했다. 민석이 루한의 숨소리를 듣고, 루한이 민석의 얼굴을 보며 말이다.
*
민석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 루한이 화들짝 놀라며 여인을 쳐다본다. 여인은 가만히 웃음을 보이며 민석을 부른다. 루한이 불안한지 여인의 입술을 쳐다본다. 무엇을 말하는걸까. 루한은 아까 전 부터 민석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뻗뻗한 풀꽃을 만지며 얕게 띠고 있는 미소가 참 예뻣다. 뒤뜰에 오면 민석은 루한의 손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풀꽃들을 어루만졌다. 여인은 아까 전부터 루한의 행동을 묵묵히 지켜봤다. 민석이 웃으면 저도 따라 웃고 민석이 넘어지려고 하면 등을 받쳐준다던가. 풀꽃위로 뛰어오르는 여치를 잡아 멀리 던지는 것 까지. 루한의 행동 하나하나가 오직 민석을 위한 일이었다. 민석이 활짝 웃는다.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린 민석이 더듬 더듬 나의 손을 찾는다. 나는 슬며시 민석의 손을 맞잡고 민석의 두 눈을 보았다. 꼭 늦은 봄 눈이라도 내린듯 하얀 눈이 제 얼굴의 옆을 향하고 있다. 루한은 살짝 몸을 움직여 민석의 흐릿한 초점에 제 눈을 맞춘다.
“민석아, 아까까지 루한이 너를 가만히 보고 있었어.”
민석이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루한의 쥐어준 민들레를 후 분다. 민들레 홀씨가 루한의 얼굴 가득히 뿌려진다. 그래도 얼굴한번 찌푸리지 않는 루한이 손을 뻗어 민석의 볼을 쓰다듬었다. 민석의 볼은 따뜻하게 열이 올라있다.
“민석이가 예쁜가봐.“
*
다시 한번 바람이 크게 일렁였을 때 잔뜩 흔들린 들꽃들이 쏴아- 하는 소리를 낸다. 푹 꺼진 무덤 두 기에는 민들레 홀씨가 살포시 앉았다. 더 이상 손을 뻗어 앞을 더듬 거릴 필요도 없었다. 나란히 있는 무덤은 조용히 정적만 맞이했다. 작고 예쁜 아이들의 죽음에 유일하게 눈물을 흘려준 여인은 작은 집을 마련해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글쎄,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민석과 같은 아이가 한 명 더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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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파일↓
마지막에 민석과 같은 아이가 한 명 생길지도 모르겠다는건 여인도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는거에요.
무덤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푹 꺼져버린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푹 꺼진 무덤 두 기를 보고 순간 떠오른 소재로 쓴 글이라 어영부영할거에요.
처음써보는 진지한 글이라 어색할 수도 있고, 이해가 안 되는 분들도 있을텐데 궁금한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제가 쓰고 싶을 때 썻고 올리고 싶을 때 올렸어요 제가 쓰고 싶어서 썼던거라 포인트도 안 걸었었는데 욕심이 생겨버렸어요.
그래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내버려서 죄송해요
우리 예쁘고 작은 루민이들 행복한것도 못 보여주고 이렇게 끝나버렸네요.
루한이는 복부파열 및 탈장으로 죽었어요. 루한이 바지에 피가 묻어있었던거도 그거 때문이구요.
민석이는 보시다 싶이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중간에 나왔던 루한이 민석이를 쳐다보는건 과거에요. 루한이 민석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웃고,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냥 ... 이글은 이런 사람도 있다, 장애인의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표현하고 싶어서 쓴 글이에요.
수화도 배우고, 점자도 배웠는데 점자는 쓸 곳이 없었네요.
시각이 좋지않으면 다른 감각들이 더욱 더 살아난다고 해요. 그래서 민석이는 귀와 미각, 후각등이 발달했었습니다.
입안에 굴려넣어준 딱딱한 고체, 달콤한 고체는 사탕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봐 주신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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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의 꽃말: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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