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
석진은 그 둘의 모습을 턱을 괸채로 한참 바라보다 저장된 여름이의 번호를 바라보기만 한다.
"그래. 오랜만에 마시고 죽자."
"……."
"나도 이제 슬슬 내 얘기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했어."
오늘은 대학병원에 간다고 했다. 원래 윤기오빠랑 가려고 했다는데 감히 내가 껴도 되냐는 말에 전정국은 또 장난스레 말한다.
"안 된다고 하면 안 따라 올 거야?"
"말을 해도.."
"병원엔 한 번도 안가봤어."
"아.. 근데 이번엔 왜.."
"너 만나고 나서. 나아지고 싶어서."
"……."
"우울증이 나아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노력중이야."
"아 진짜.."
"또 우냐? 울보야. 아주 그냥.."
"나 원래 설레거나 화나면 눈물 나요!.. 아니! 나..!"
"아, 그럼 지금은 화나서 우는 거야?"
"아니!.. 아, 진짜.."
"알았어. 더 놀리면 때리겠다?"
주먹을 꽉 쥔채로 전정국을 올려다봤더니 정국이는 진정하라며 웃으며 옷장을 열어 입을 옷을 고른다.
그런 정국이의 뒤로 가서 끌어안으면 전정국은 얼음처럼 얼어서는 입을 열었다.
"너 은근 부끄러운척 하면서 할 거 다 한다?"
"…얼굴 안 보이니까! 할 수 있는 거..야."
"반말 되게 어색하네."
"아, 싫어? 그럼 하지말까..?"
"아니."
"존댓말이 귀엽다며.."
"생각해 보니까. 이것도 나쁘지 않네."
"…진짜?"
굳어있던 손이 움직여 옷장을 뒤적이기에 그 따라 시선을 같이 옮겼다.
옷 진짜 많다.. 저거 다 팔면 얼마일까.. 구경 하다가 괜히 등에 코를 박았더니 냄새가 너무 좋아서 오오.. 했더니
정국이가 살짝 뒤를 돌아보고선 말했다.
"변태냐? 킁킁 거려."
"아니.. 진짜 냄새가 너무 좋아서.. 뭐 뿌려??"
"아니."
"아, 그냥 살냄새구나.. 아, 나 꿈이 생겼어! 향수 모을 거야."
"상추?"
"아니..! 향수.. 어떻게 하면 상추라고 들리지? 미쳤다고 상추를 모을까.."
"왜. 상추 모을 수도 있지."
"그럼.. 네가 모아봐!"
"야."
"응?"
야- 하고 갑자기 몸을 삥- 돌길래 당황해서 팔을 풀었더니 정국이가 내 등을 떠밀었다.
왜.. 하고 울상을 지으면 정국이가 옷 갈아입게 나가란다. 아.. 그래 그건 인정한다! 중얼거리며 방에서 나와서는
또 기분이 좋아서 발을 동동 굴렸다. 어쩌면 좋아. 나 말도 놨어.. 대단하다 진짜..
윤기오빠가 차를 끌고 오피스텔 앞으로 와주었고, 나는 뒷좌석에 앉고 정국이는 앞좌석에 앉았다.
지하 주차장으로 나오면서 자꾸만 나보고 난쟁이 똥자루라고 놀리길래 주먹으로 콩콩 팔뚝을 쳤더니
그가 내 두 손목을 잡고선 안놔주길래 싸우듯이 투닥거리다 차에 탔더니 윤기오빠가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허허.. 어색하게 웃어보이고선 창밖을 보았더니 병원으로 가면서 뭔 대화를 이렇게 안 하는지
괜히 뒤에 앉아있는 나까지 어색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어색한 공기만 도는 이 차안에선 윤기오빠 목소리가 드디어 울려퍼졌다.
"고마워. 병원 가는 거 싫어하는 녀석이 간다니까 괜히 고맙고 그러네."
"…뭐래."
"뭐래? 형한테?"
"나도 고칠 의지가 있으니까 가는 거지. 형 부탁으로 억지로 가는 거 아니니까.
너무 맘 쓰지마."
"허흡.. 형 눈물 나잖냐.."
"오빠 왜 울어.. 나도 눈물 나려고 하잖아.."
"참…."
오빠랑 나랑 같이 대성통곡 하는 척을 했더니 정신사나운지 정국이가 팔짱을 낀채로 우리를 한 번씩 쳐다보았고
알아서 우리는 정국이 눈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근데 둘이 엄청 친해진 것 같다? 말도 놨어?"
대단하다며 박수를 치다가 곧 엄마- 하고 놀란듯 핸들을 잡기에 뒤에서 푸하하 웃었더니
정국이도 뒤늦게 터져서 웃어보였다. 윤기오빠한테 우리가 만난다고 하면 어떨까?
무슨 반응을 보일지 참..
화영은 외박을 한 여름이 괘씸하다면서도 괜히 혼자 설레서는 계산대를 주먹으로 쾅쾅- 쳤다가
라면을 먹고있는 손님에 화영은 뻘쭘한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해보였다.
괜히 태형이 올까 싶은지 화영은 문쪽을 보았다가 자신의 뺨을 치더니 혼잣말을 했다.
"미쳤냐? 안 오면 어떻고!"
그 행동에 손님이 대놓고 화영을 이상하게 쳐다보자 화영은 또 호호.. 가식적인 웃음을 흘리고선 뒤 돌아
담배를 보는척 하며 자신의 뺨을 한대 더 친다.
사생 애들은 또 언제 따라왔는지 회사 앞에서 몇 번 봤던 애들이 대학병원 앞에 서있는 게 보였다.
아.. 오피스텔 앞에서도 몇 번 본 것 같기도.. 물론 나만 본 거지만..
상담을 받으러 들어간 정국이를 기다리며 1층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는데
우리의 옆자리에 앉은 여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앞에 대포 카메라 들고 서있는 애들 봤어? 전정국 팬이래."
"봤어. 전정국 아직도 팬이 있냐? 그 미친놈. 나는 걔 데뷔 할 때부터 별로였어.
우리 오빠들이랑 활동시기 계속 겹쳐서 우리 오빠들은 1위 한 번도 못 하고...
우리 오빠들이랑 사이도 안 좋대. 전정국이 나이도 어린 게.. 우리 오빠들한테 욕 하면서 뭐라 했다잖아.
대판 싸웠다는데.."
대뜸 미친놈이라며 정국이의 욕을 하는 여자들에 나는 놀란듯 그쪽을 한참 보았고
내 옆에 앉아있는 윤기오빠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납둬. 사랑 못 받아 본 사람들이라 치자. 정국이만 안 들음 됐어."
"정국이가 못 듣는다고 해도.."
"내가 알아서 할게. 여름아. 너무 신경쓰지마."
"……."
그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 윤기오빠는 그 여자들을 팔짱을 낀채로 한참 바라보았다.
저 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냥 모든 일들이 망해버렸음 좋겠다는 말들도 한다.
듣기 거북해서 인상을 쓴채로 그들을 보았다. 도대체 정국이가 그쪽들한테 뭔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욕을 해요?
괜히 분해서.. 이렇게 나의 사람을 욕하는 걸 들으면서도 따질 수도 없다는 게 너무 분하고 슬퍼서
주먹을 꽉 쥐게 되었다. 윤기오빠는 어디 더 욕 해보라는 표정으로 그 여자들을 한참 보았다.
"예전에 누가 이짓 했잖아. 음료수에 본드 넣어서 줘볼까?"
"헐.. 야 조금 무섭긴 한데. 재미는 있겠다. 마실까? 그 새낀 안마실듯?"
"이번에도 우리 오빠랑 활동 겹치던데..
그냥 확 죽어버렸음 좋겠다. 사고라도 나가지고 확.."
그 말을 듣고 윤기오빠가 듣기 힘든지 내 손목을 잡고선 일어났고, 곧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우리의 뒤에서 들려왔다.
"제가."
"……."
"죽었으면 좋겠군요."
그 목소리에 윤기오빠도 나도 놀라서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는 상담을 마치고 왔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여자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놀란듯 서로 눈치를 보며 속닥이기 시작했다.
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를 보는 여자들은 상당히 놀란듯 정국이를 바라보지도 못 했다.
"가자."
또 아무렇지도 않게 표정을 짓고선 우리에게 가자며 뒤 돌아 먼저 카페에서 나가는 그를 따라가기 전에
나는 고개를 돌려 여자들을 보았다.
여자들은 아직도 서로의 눈치를 보기 바빴고, 나는 그 여자들에게 화를 참다 못해 말해버렸다.
"연예인도 사람이에요."
"……."
더 말을 이으려고 하자 윤기오빠는 그만하라며 나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더 말을 할 수 있었다. 그 학생들을 혼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면..
"안 그래도 많이 힘든 사람한테.. 너무하잖아. 죽으라는 말을.. 죽었음 좋겠다는 말을 들었어."
"상황 크게 만들어봤자 정국이만 힘들어져."
"……."
"6년을 저것보다 심한 말을 들으면서 참아왔어. 정국이."
"……."
"정국이도 할말 많은데 참고 나간 거야. 알겠지? 내 말 무슨 뜻인지.."
"……."
딸랑- 소리에 화영이 문쪽을 보았을까.. 드디어 궁금했던 얼굴이 보였다.
태형이 하이- 하고 손을 흔들자 화영이 뭐야.. 하고 인상을 쓰다가도 괜히 반가운지 입꼬리가 움직인다.
태형이 어? 하고 가까이 다가와 소리쳤다.
"맨날 인상만 쓰다가 오늘은 웃어줬다!"
"그쪽 토한 거 생각나서 웃겨서 그런다 왜!"
"그거 다 계획이었는데. 성공이다."
"쪽팔린가보네? 계획 웃기고 자빠졌네."
"나 오늘 완전 한가한데. 여기 있어도 되나?"
"뭐래. 살 거 없으면 나가."
"왜. 가끔 보면 편의점 알바생 옆에 친구 데리고 있던데."
"그쪽이 내 친구야?"
"아, 맞다. 누나지? 화영이 누나."
"아! 좀!"
"아 하긴.. 대놓고 옆에 앉기엔 막 소문 나겠다 그치. 그럼 손님 들어올 때마다 뭐 고르는척 해야겠다."
"……."
"왜 그렇게 쳐다봐?"
"내가 거짓말 했는데도. 모질게 굴었는데도 내가 좋아?"
"좋으니까 또 찾아왔겠지?"
"……."
"나 되게 끈질기거든. 오디션도 백 번 보고 붙었어. 너한테도 백 번은 오디션 보려고."
"재밌네. 어디 한 번 백 번 채워봐."
"어.. 그럼 지금 허락한 거지?"
"뭘."
"이제 꺼지라고 안 할 거지?"
"꺼지라고는 해야지. 내가 그쪽이 좋다기 보다는... 요즘 너무 삶이 지루하고 그래서."
"삶이 지루하니.. 이 김태형님이 대쉬를 해도 된다?"
"뭐 그런.."
곧 손님이 들어오자 태형이 크흠.. 하고 뭔가를 고르는척을 하자 화영이 미친놈.. 하고 껄껄 웃어보였고
태형도 자신의 모습이 웃긴지 풉- 하고 웃어보였다.
윤기가 지하주차장에서 정국과 여름을 내려주었고, 윤기는 정국이 내리는 걸 보다가
그 다음으로 여름이 내리려고 하자 곧 작게 여름이에게 말했다.
"잘 부탁해."
"응?"
"정국이."
"아.."
"너랑 있으면 유독 좋아보여서."
"…치."
"생각보다 정국이는 아무렇지도 않을 거야. 얼른 가."
"응. 조심히 가."
엘레베이터에 타서는 둘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여름이 웬일로 아무말도 않고 조용하자
이상함을 느꼈는지 정국이 고개를 돌려 여름을 보았고, 여름이 고개를 숙인채로 가만히 있자
정국은 괜히 말을 걸어보려다 말을 않았다. 비밀번호를 치고 집에 들어서면서도 여름이 아무말도 않았고.
집에 들어와 외투를 벗어 쇼파 위로 아무렇게나 옷을 던져두어도 여름을 아무 말도 없었다.
계속 참아보려던 정국은 그런 여름이 답답한지 가만히 서서 자신의 발만 내려다보고 있는 여름이의 앞에 다가갔다.
여름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 정국을 보았고, 정국은 여름이의 눈을 똑바로 보고선 입을 열었다.
"왜 그래."
"……."
"누가 괴롭혔어?"
"아니..."
"그럼. 어디 아파?"
"아니."
"내가 너 서운하게 했어?"
"아니."
"그럼 왜 이러는데."
"……"
"응?"
"아까 그 여자애들이 너무 짜증나서.."
"……."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의 속사정은 모르면서 입만 나불 거리는 그 애들이 너무 죽도록 짜증나서.
진짜 가서.. 머리채라도 잡고싶은데.. 못 잡은 게 너무 후회가 돼서."
"……."
"가서.. 웃으면서 욕하는 걔네 얼굴에 침이라도 뱉을 걸.
대신 쌍욕이라도 해줄 걸. 나는 바보인가봐."
"내가 괜찮아."
"안 괜찮잖아."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 그런 애들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
"네가 속상해 하는 거 보니까 더 마음 아파."
"……."
"뽀뽀 해도 돼?"
"어!?!?!?!"
"뽀뽀 해도 되냐고."
갑자기 또 훅 들어오는 정국 덕분에 여름이 놀래서는 뒷걸음질을 치자 정국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여름이에게 말했다.
"안 돼?"
"어.. 어디에!?"
"볼. 왜? 입술에 해줘?"
"허흡.."
"또 울려고 한다."
"너무 감격 스러워서.. 해도 돼.. 뽀뽀.."
"어디."
"아니.. 입술은 너무 부ㄲ.."
"그럼 볼ㅇ.."
"아니! 입술에!"
금새 또 기분이 풀려서 방긋 웃으며 자신의 입술을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여름이
귀여운지 정국이 웃어보이고선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춰주자 여름이 얼굴이 빨개져서는 정국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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