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DDY BEAR
Episode Valentine Day
"어디서 단내나, 찬열아."
"경수가 초콜릿 만들고 있잖아."
"초콜릿?"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던 백현이 코를 찡끗 거리며 벌떡 일어났다. 나도 초콜릿 만들래! 부엌에서 부산스레 움직이는 경수의 발등 위에 백현이 자리 잡고 앉아 그를 올려다본다. 왼쪽 다리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무게감에 경수가 고개를 숙여 백현을 바라보자 제 바짓단을 잡아당기며 재촉한다. 나도 초콜릿 만들래, 경수야. 곰인형인 채로 도와주는 건 사양할게. 경수의 말에 순식간에 백현이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덕에 백현의 엉덩이에 보기 좋게 깔린 발등이 아파 경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무거워! 빨리 일어나!"
"아, 미안미안. 내가 뭐하면 돼?"
자리에서 일어나 해맑게 웃으며 제 옆에 서는 백현을 째려보던 경수가 초콜릿 포장을 뜯어 볼에 담았다. 이걸로 초콜릿 만들거야. 코끝에 닿는 달달한 향에 백현이 입맛을 다셨다. 다크초콜릿, 밀크초콜릿, 화이트초콜릿까지 세 가지의 초콜릿을 볼에 나누어 담은 경수가 백현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초콜릿을 바라보는 눈빛하며, 침을 꼴깍 삼키는 백현에게 초콜릿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기분이었다.
"백현아, 이거…."
"응. 이거 뭐?"
불안해 죽겠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을 반짝이며 제게 대답을 재촉하는 모습에 경수가 한참을 머뭇거리다 백현에게 초콜릿이 담긴 볼을 넘겨주었다. 초콜릿 이거 다 녹여, 할 수 있지?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으로 볼을 옮기는 모습을 확인하곤 경수가 찬장에 있는 초콜릿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초콜릿 몰드, 유산지, 데코용 슈가, 장식용 초코펜에 포장 상자, 리본까지. 초콜렛 레시피가 적힌 꼬깃한 A4 용지를 바지 뒷주머니에서 꺼내 펼치보니 제법 어려운 것도 없었다. 틀에다가 초콜릿만 부어서 굳히면 되네. 뒤를 돌아 백현의 작업 상황을 확인한 경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야, 내가 초콜릿 먹지말랬지!"
놀란 눈을 하고 백현이 고개를 새차게 저으며 부정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랬거늘, 경수가 단숨에 백현의 앞까지 달려와 빵빵해진 볼을 붙잡기 무섭게 꿀꺽, 하고 초콜릿을 삼켜버린 백현이었다. 맛있으라고 비싼 초콜릿으로 샀단 말이야…. 경수가 그대로 식탁 위로 엎어지며 절망했다. 니가 금방 삼킨 게 얼만지 알기나 해? 삿대질하는 경수가 뭇내 미웠는지 백현이 반박했다.
"먹으려고 한 거 아니야. 녹이려고 한거야!"
"아, 그러세요. 녹…뭐? 그걸 왜 입으로 녹여!!"
"입에 물고 있으면 저절로 녹는단말이야, 그리고 니가 나보고 초콜릿 녹이라고 시켰잖아."
아…아…그래, 내가 잘못했어. 내가 대역죄인이다, 백현아-. 경수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초콜릿을 녹이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건 분명 제 잘못이 맞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입으로 녹이고 있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할 말이 없어졌다. 백현은 정말로 심통이 난건지 토라져서 거실에 있는 찬열에게 달려갔다. 곰인형인 채로 신선 마냥 팔로 머리를 괴고 티비를 시청 중이던 찬열은 갑자기 제 몸을 덮치는 백현의 몸에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백현아, 나 죽어!! 다행히 백현의 몸에 깔리기 전에 사람으로 변한 찬열이 백현을 끌어안으며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왜. 너 또 뭐 잘못했지?"
"아니거든. 경수가 자꾸 구박해-."
"백현아, 너 입에서 초콜릿 냄새 나."
제 말에 백현이 입을 꾹 다물자 찬열이 씩 웃으며 입가에 묻은 초콜릿을 손가락으로 살살 훑었다. 초콜릿 먹었어?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백현의 손을 잡고 찬열이 몸을 일으켰다. 왜? 백현의 물음에 그저 짧게 뽀뽀를 하고 찬열이 방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나도 먹어야지, 초콜릿.
"갈거면 빨리 방으로 들어가, 나 우울하니까."
경수가 팔짱을 끼고 식탁에 기대어 선 채로 볼멘소리로 말했다. 대답없이 싱긋 웃으며 방으로 향하는 저 커플이 미칠듯이 얄미워진 경수였다. 왜 내가 사온 초콜릿으로 니네가 연애질인데. 경수가 거실 소파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나, 제 연인은 오늘도 낮잠에 취해 일어날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소파색을 바꾸던가 해야지, 저 까만 게 누워있으니까 잘 안보여. 초콜릿으로 가득했던 볼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경수가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금 찬장 앞으로 향했다.
[브라우니믹스]
어차피 종인이만 주려고 숨겨둔거니까…. 찬열과 백현이 함께 방에 들어갔으니 적어도 한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을게 뻔했다. 백현 덕에 깨끗해진 볼에 브라우니 믹스를 부으며 경수가 능숙하게 반죽을 만들어냈다. 진한 초콜릿 향에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때 쯤 뒤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경수가 화들짝 놀랐다.
"일어났어?"
"응…뭐 만들어?"
제 목에 고개를 묻으며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설레면서도 어린 아이같이 칭얼대는 모습이 귀여워 경수가 손을 들어 종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브라우니 만들거야, 발렌타인데이니까. 반죽을 내열용기에 나눠 담으며 경수가 전자레인지 앞으로 향했다. 경수 뒤에 찰싹 달라붙어 뒤뚱뒤뚱 따라 움직이는 종인을 보고 경수가 소리내어 웃었다. 뭐해, 안불편해?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종인을 겨우 식탁에 앉히곤 경수가 어질러진 부엌과 싱크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발렌타인이 뭐야?"
"좋아하는 사람한테 초콜릿 주면서 고백하는 날이야. 2월 14일."
"왜 나 안줘?"
왜 저 말이 안나오나 했다, 경수가 초콜릿을 담았던 볼을 치우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나 좋아하잖아, 근데 왜 안줘? 집요하게 물어오는 종인에 경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묵묵히 설거지까지 하고 있는 경수의 모습에 삐지려는 찰나 종인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경수에게 말했다.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안주는거야?"
"…응?"
"좋아하는 사람한테 초콜릿 주는 거라며. 난 사랑하는 거니까 초콜릿 안주는 거지?"
전자레인지에서 브라우니를 꺼내오던 경수가 그 자리에 멈춰섰다. 종인아, 넌 정말 영특한 것 같아. 경수가 속으로 몇 번이나 종인의 발상에 박수를 치며 그제야 밝은 미소를 지었다. 맞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초콜릿 주고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브라우니 주는 거야. 브라우니가 초콜릿보다 훨-씬 더 비싸고 훨-씬 더 맛있거든! 경수의 말에 종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브라우니를 먹기 좋게 썰어 그릇에 예쁘게 담은 후 종인의 앞에 앉았다.
"맛있겠지."
"나 먹여줘."
"내가 곰인형을 키우는건지, 아기를 키우는건지 모르겠다니까."
포크로 브라우니 한 조각을 찍어 종인에게 건네자 앙, 하고 입 안에 브라우니를 담고 우물거린다. 맛있어? 경수의 물음에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곤 똑같이 경수에게 브라우니 한 조각을 건넨다. 맛있네. 서로에게 브라우니를 먹여주다 그릇에 바닥이 보일 때 쯤 종인이 경수의 손을 잡고 만지작거렸다. 엄지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부드럽게 닿아오는 종인의 손 감촉에 경수가 간지러운 듯 손을 내빼려하자 깍지까지 끼고 놔주지 않는다. 깍지 낀 손을 종인이 제 코 앞까지 잡아당기곤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왜 그래, 민망하게. 경수의 말에 씩 웃으며 종인이 말했다. 초콜릿 냄새 나.
"초콜릿은 백현이가 다 먹었…야, 하지마-."
종인이 깍지를 풀고 경수의 손을 붙잡은 채로 손가락 하나하나에 짧게 입을 맞추기 시작한다. 열 손가락 모두 입을 맞춘 후에 경수를 바라보자 쑥쓰러운 지 볼이며 귀며 다 발그레한 게 귀엽기 그지없었다. 그런 경수를 놀리기라도 하듯 종인이 웃으며 말했다.
"다 달다, 경수야."
늦었지만 발렌타인데이 선물이에요 여러분..♥ |
발렌타인데이 번외편인데 발렌타인이 지나가버렸네요 |
암호닉 확인! 발렌타인 기념으로 오늘도 암호닉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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