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혼자하는 사랑에 '김도영'을 심어드립니다.
가능하면 새벽감성 가득 찬 시간에 읽으시길 바라는 마음.
1.
사람 좋아하는 네가 나는 늘 걱정이야. 나만 널 걱정할 걸?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해서 상처 받을까봐, 혹시나 그런 널 싫어하는 사람이 네게 모진 말을 할까봐. 혹시나 그런 널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한 말을 주고 받게 될까봐. 근데 알지,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다는 거. 넌 나한테 항상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니까.
"밥 안 먹었어?"
"아, 응. 속이 좀 안 좋아서."
"왜 그러지,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라도 받나?"
늘 웃는 얼굴이잖아 너는. 그렇게 웃는 얼굴로 항상 눈을 맞추려 애쓰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거 다 알아. 다들 널 왜 좋아하는지 나는 알아. 왜냐면 나도 그런 너를 좋아하니까. 남들과 같은 이유로 어쩌면 조금 다른 이유까지 덧붙여서 너를 좋아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치, 어제 시진이도 몸 안 좋다고 그랬거든."
"아 정말?"
"응, 병원 가니까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그랬대."
"그렇구나..."
"다들 안 아파야 될텐데."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면서 턱을 괴는 네가 또 사랑스러워서 나는 입을 다물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좋아해서 사랑을 받는 김도영.
네가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사려깊다는 거 정말이지 나는 다 알겠어.
2.
고등학생 때, 내가 반장 맡아서 늦게까지 남아 일한 날 말이야. 그 때 절대 안 된다고 우겨서라도 집에 갔어야 했어. 왜 흔쾌히 알겠다고 했는지 몰라, 네가 열심히하는 내가 멋있다고 해줘서 으쓱했었나.
그 날 교실에 올라왔을 때 네가 날 기다리고 있어서 솔직히 좀 많이, 정말 많이 기뻐서 일 맡은 게 행복할 정도였어. 네가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서 기다렸어 하는데 싫어할 사람이 세상에 있을리가 없잖아.
"안 갔네?"
"응, 너 도와주려고."
"늦게 끝날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그거 둘이 하면서 웃다 집중하다 또 웃고.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도 기억 안 나. 아니 기억이 난다고 해도 그게 지금까지 즐거운 이야기로 느껴질지 잘 모르겠어.
다 끝냈을 때가 아마 해가 막 넘어갈 때였을 거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 왜냐면 너랑 그 배경이 잘 어울렸거든. 네가 제법 진지한 표정을 해서 나도 덩달아 진지했었는데. 밖은 노을이 내려앉고 있고, 교실엔 너랑 나 둘만 있고 넌 아무 말이 없고.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이럴 때 꼭
"이름아."
"응?"
"너 시진이랑 친해?"
"어? 어..."
근데 영화나 드라마는 그뿐이니까. 어쨌든 처음부터 내 얘기는 아니니까.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 오작교가 다짜고짜 낄 순 없잖아.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알면 너는 또 늘 그랬던 얼굴로 웃었을 거야.
그리고 그 얼굴이 내 목구멍을 틀어막아서 나는 또 한 번 삼켰겠지.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3.
언제든 눈을 돌리면 말이야, 내 시야에 네가 딱 들어와. 굳이 널 막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네가 딱 내 시야 가운데에 앉아있어. 네가 늘 내 시선 끝에 있어.
난 네가 나한테 보여주는 온갖 모습 중에 뒷모습이 가장 익숙해. 많이 보기도 했고, 뒤에서 바라보는게 딱 알맞은 내 자리 같아서. 내가 볼 수 있는 거리는 딱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서 은근히 마음이 놓여.
그래서 아마 내가 너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 건 정말 많은 이유가 있지만 너랑 친구로라도 지내고 싶은 마음 때문 아닐까 싶어. 뒤에서라도 볼 수 있게. 네가 내 마음을 알면 다정한 너는 분명 미안해서라도 날 피할 거고 우리는 인사도 못 할 사이가 될 테니까.
난 너를 앓는 걸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외롭지만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해. 그저 이렇게라도 너를 좋아하면 내가 숨쉬는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어나는 것 같아서 좋아.
"뭐야, 성이름 왜 이렇게 늦었어. 보고 싶을 뻔했잖아. 설마 답지 않게 늦잠?"
알고 있어? 너는 내 하루의 기분을 쥐고 있다는 거.
정작 너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나는 인사 한 번 하고, 눈 한 번 마주치고 하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부여하는 게 버릇이야. 그냥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그래서 나는 늘 정신이 없고.
잊으려면 안 봐야 되는 게 잊는 건데 그게 맞긴 한데 막상 안 보이면 하루 종일 우울할게 뻔해. 넌 모르겠지. 그래 차라리 평생 몰라라.
4.
있지, 난 너한테 묻고 싶은 게 많아. 왜 그런 걸 묻느냐고 해도 나는 몇 번이고 물어보고 싶어.
난 이제 의미부여로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이름아, 너 그렇게 얇게 입고 다니면 감기 걸려."
감기 걸리지 말라고 다정하게 챙겨주던 거.
"시간 늦었으니까 꼭 버스타고 가 알았지? 버스 타서 인증샷 남기기 약속."
늦은 시간이면 항상 버스 타고 가라고 잔소리 했던 거.
"그 사람 진짜 나쁘다. 너 힘들어서 어쩌지."
힘들다고 하면 나보다 우울한 얼굴로 걱정해주던 거.
"주말 내내 성이름 너 못 보니까 심심해서 죽겠더라."
주말 지나고 다시 만나면 보고 싶었다고 해주던 거.
전부 아무 의미 없었어? 덕분에 나는 한숨도 못 자는 밤이 많았는데, 정말 아무 의미 없었을까 넌. 네가 아니었다면 아닌 거지만.
그냥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주는 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걸 몰랐을 때가 마냥 행복했는데. 근데 이제와서 어쩌겠어. 내가 널 좋아하고 보니까 그게 아닌데. 너는 그냥 원래부터 그런 사람일 뿐이었는데.
5.
혼자 하는 사랑은 스스로가 끝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는데, 내가 네 옆에 있으면서 그걸 해낼 수 있을까? 뭐든 말이야 늘 쉽지.
그럼 내가 널 멀리하면, 너한테서 멀어지면 나는 좀 괜찮으려나. 요즘에 왜 그러냐는 네 한마디에 다시 전부 제자리도 돌려놓으려고 혼자 또 애쓰지 않을까.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쩌면 좋아 정말. 너한테 직접 묻고 싶다. 근데 내가 이 마음을 다 접고 접어서 보이지 않는 곳에 박아둘 때까지 네가 대답을 미뤘으면 좋겠어.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네가 알아도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그렇게 행동했으면 좋겠어.
나는 그럴 수 없겠지만 너는 항상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니까 이런 마음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주지 않을까. 네가 그렇게만 해주면 내가 혼자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 성이름 진짜 좋다. 네가 내 친구라서 완전 행복해."
네가 행복하다는데 나 혼자 끝을 낼까 말까 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어. 지금 나는 결국에 또 오늘 밤에 잠 못 자겠다는 생각만 하는데.
가끔 네가 왜 이유 없이 잘해주냐고 물어볼 때 있잖아. 그거 미안해서 그래. 좋아하는게 미안해서.
-사실 엄청 예전에 적었던 글인데 뭔가 오글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마음에 안들어서 버리려다가 그건 또 아까워서 큽. (우유부단 대장)
-짝사랑을 해봤어야 알지...
-시즈니랑 가장 비슷하게 만들고 싶어서 생각해낸 이름이 시진이.
-왜 동영이 아니라 도영인가요? 저는 그 이름이 더 귀여워서 좋아요... 사실 버릇처럼 다 적고 나서 생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