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두화] 무정(heartlessness)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4/7/447f74e67720f8922ea18f49464c6be8.png)
무정(heartlessness) 01 |
무정(heartlessness) written by J.major
“저, 결혼할까? 우리.” “네? 용화씨 그게 무슨..” “주현아, 우리 결혼하자.” “...그 말을 내가 얼마나 고대했는지 몰라, 진짜.” “내가 눈치가 없었네? 미안해, 행복하게 해줄게.” “고마워요.”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평범하지도 않은 반지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을 뱉었다. 3월 초, 봄의 날씨에 걸맞지 않게 쌀쌀한 기온이 둘을 아우르고 있었으나 그녀는 내 말에 반지를 받아들이며 단아하게 웃었다. 피아노를 다루는 직업에 걸맞게 그녀는 수수하고 아름다웠다. 반듯하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같은 음대 출신이였고, 나는 그녀의 2살 연상이였다. 내가 언젠가 그녀에게 결혼하자는 말과 함께 프로포즈를 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분명 그녀와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반듯한 가정을 이루게 되겠지. 퍼즐의 피스 하나 하나가 딱딱 들어맞는 것 처럼, 그녀와 내가..
결혼을.. 한다. 아마 별 장애물 없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여자'였기 때문에.
* * *
“결혼? 정용화 네가?” “못 할 짓 벌인 거 아니잖아, 결혼이 뭐 대수라고.” “참, 10년이라는 시간이 시간은 맞나보다. 천하의 정용화를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만들고.” “비꼬냐?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라.” “뭐 결혼은 그렇다 치고, 걘 다 잊었어?” “누구?” “누구긴 누구야.. 윤두준이지.”
준형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 세 글자에 표정이 급격히 변하였다. 차분했던 동공은 주체할 수 없이 흔들렸고,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자연히 마음 속에서 천천히 묻어가고 있는 사람이였다. 녀석이 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평생 떠올리지도 않고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완연히 그를 잊는 것이란 힘든 일이다. 내 소년기의 일부를 차지했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고등학교 친구들이 하나같이 '윤두준이 N극이라면 나는 S극'이라고 빗대어 표현할 정도였다. 사실 그보다 더 진득한 사이라는 건 절대 비밀이였고, 그저 윤두준과 내가 정말 친한 친구라고만 알았다. 준형은 윤두준과 친하기도 했었다. 통합적으로 말하자면 그와 나의 친구였다.
남다른 사이였다는 것을 색안경을 끼지 않고 담담한 시선으로 봐왔던 유일한 녀석이였다, 용준형은.
“내가 지금껏 웬만하면 잊으란 말은 않았었는데.” “…” “니가 적어도 결혼을 단언한 이상, 마음 속에 담아두라는 말은 못하겠다.”
《… 또 피아노 친다. 나는 너 피아노 치는 모습이 제일 예쁘더라. 뒤에서 안아주고 싶은 욕구가 막 생기거든.》
그의 목소리, 그의 소년기의 모습이 불현듯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동시에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 전 연인을 잊는다는 일은 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 나른하고 다정했던 모습, 열 여덟의 나는 당시 그를 봄 같은 존재라고 칭했었다. 점차 사이가 가까워 질 수록, 따뜻하고 나른한 기운이 감도는, 그런 사람이 윤두준이였다. 잊었다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다. 적어도 '잊었다'면 그 이름 세 글자를 들어도 덤덤해야 하는데, 나는 해를 거듭해도 항상 마음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윤두준, 나 결혼해.. 잘 지내?
* *
“뭐야 갑자기, 어제도 만났으면서 왜?” “결혼 전이라도 자주자주 만나야지, 자식아.” “아주 말은 청산유수지 용준형?” “여기 또 누구 올 거다.” “누구?”
준형에게 누구라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카페 입구 쪽에서 딸랑딸랑, 하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준형이 아는 척을 하길래 오늘 만나자고 한 사람이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피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는데 준형이 내 어깨를 붙잡고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럼 오늘 여기 오기로 한 사람이...윤..두준?
“그래. 오늘 보기로 한 사람이 쟤야. 언제까지 피할 생각인데,” “…” “너 어차피 결혼하잖아, 이젠 관련 없는 친구 사이잖아. 그니까 이제 피하지 마라.” “…” “어 왔냐? 얼굴 좀 비춰라, 자식이 이제 바쁘다고 연락도 안하지? 엉?” “세상이 이 윤두준을 가만두지 않겠다는데, 뭐 어쩌겠냐ㅡ” “서로 알지? 윤두준, 정용화. 너네 친했었잖냐.” “..안녕, 오랜만이다.” “..어, 오랜만.” “...야, 미안해. 사실 내가 오늘 업무상 만나야 할 사람이 생겨서, 이따 연락 할게.”
준형은 휴대폰 벨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약속이 있어서 이만 빠지겠다면서 전화를 받으며 카페를 벗어났다. 마주 앉은 둘의 사이에선 알 수 없는 침묵만이 감돌 뿐이였다. 스트로우로 애꿎은 얼음만 달칵대고 있었는데, 용기내어 시선을 그의 얼굴로 돌렸다. 근 10년 만에 보는 얼굴,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시간이라고 했었는데 그 비유가 무색하게도 그는 외관상으로 변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고등학생의 윤두준을 연상하여 오버랩해보면 흑발이였던 그의 머리색이 조금 부드러운 밝은 갈색 계열로 변했다는 것이다. 나와 비슷했던 키는 한 뼘 더 자랐다.
“결혼, 한다면서? 준형이한테 들었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언제 하는데?” “아직 날짜는 못 정했어. 밟아야 할 수순도 한 두개가 아니고 해서.” “아..” “... 넌 어때? 요즘?”
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말들만을 뱉고 있었다. 내가 지금 사람인지, 로봇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상태였다. 10년 만의 재회, 그 거창한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나는 마음 속에 억누르고 있었던 말들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뱉지 못하였다. 첫 사랑 윤두준, 놓지 못하고ㅡ않고에 더 가까운ㅡ있는 나의 오래된 끈. 너도 지금 나와 같은 상태일까? 여전히 잊지 못하고 주위만 서성이고 있는.. 전 연인에게 아직도 미련이 그득한 전형적인 모습일까? 아니면 나를 완연히 잊었을까?
무엇보다 궁금한 건, 10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였다. 거의 연락을 끊다시피 했으니, 간간히 준형에게 소식을 들은게 전부였기 때문에 네 사생활에 대해 그리 디테일하게 알고 있진 않았다. 그냥 본래 꿈대로 체대에 입학하고 졸업하고, 축구를 그만 두고 고등학교에서 체육 선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내가 알고 있는 윤두준의 전말. 너는 정말 10년 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했었다. 그리고,
네가 어쩌다 나와 멀어지게 되었을까? 일방적인 회피와 소원해짐, 통보 없는 이별...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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핳.핳.핳.핳.핳.핳.
윤두준 퓨전 커플링 중에 정말 의외의 조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준용화로 찾아뵙네요
네 저게 왠 조합인가 싶을 거에요 그래도 저는 89년생 두 남자를 너무 아끼기 때문에.. 에라잇 둘이 이어져라! 하는 심보로 쓰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직 본격 떡밥은 없어요 ㅠㅠ 진짜 동갑이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아나 (멘붕)
어 이게 블로그에서 조용히 노래 듣다가 삘받아서 쓰게 된 글이긴 한데
분량이 아주 애매해서 상중하로 나눠야 할지 1편부터 몇편까지 나눠야 할지 너무 애매해서
상중하로 나눌려다가 조각별로 나누기로 했어요 ^-^; 수정 이해좀ㅎㅎ
(확실한 건 중단편..) 재미 없어도 얘네들 비주얼 봐서라도 이해해주세용.. 스릉흡느드
여하튼 마이너 오브 마이너인 만큼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유훗 :-)
오타나 수정할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세요!
댓..댓글을 감히 구걸해도 될련지 모르겠지만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
그럼 여러분 굿밤! 좋은밤! 불타는 화요일 밤!
p.s) 언젠간 두화가 터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체대훈남X음대훈남) 두화행쇼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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