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두화] 무정(heartlessness) 06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5/6/456c9c7d197e0fb5fe426cfc984885e5.png)
| 무정 06 |
“윤두준, 너 오늘 무슨 좋은 일 있냐?” 준형은 의구심이 가득한 얼굴로 얼굴에 웃음이 만발한 두준에게 물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는, 죽겠다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건만, 무엇이 그를 변하게 한 건지는 몰라도 어떤 말을 해도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심지어 두준이 제일 싫어하는 행동 중 하나인 머리를 툭툭 치기까지 했는데도 준형과 얼굴을 마주하며 흐드러지게 웃었다는 것이다. 설마 정용화랑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겠지, 하고 흘려 보내듯 묻자 두준은 달리 부정하지 않았다. 준형은 설마.. 하며 두준에게 재차 물었다. “설마.” “… 엉? 뭐가. 하하하.” “정용화랑, 다시 합쳤냐?” 혹시나 하고 물어보는 준형에게 두준은 뭐, 그렇게 되나? 라고 의미심장한 답을 뱉었다. 용화의 옥상 고백 이후 두준과 용화의 사이는 교무실 책상 옆 자리 처럼 무척이나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하지만 두준은 용화에게 헤어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두준 자신과 다시 시작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고, 굳이 그렇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같음은 확실하기에. 주현에게 전화가 올 때면 용화가 두준의 눈치를 보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은 두준 자신이니까. 용화가 주현을 만나는 횟수보다 두준과 만나는 횟수가 점점 더 빈번해졌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였다. 아직도 이게 현실의 정용화인지 10년동안 수차례 나타나 설렘만 잔뜩 안고 간 꿈 속의 정용화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열 아홉에서 그친 애정 전선이, 정용화로 인해 다시 자라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 하나만은 확실한 사실. 두준은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오늘 입을 옷을 고민했다. 사실 옷장 안에 있는 옷들은 다 거기서 거기지만 다시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생겨서, 생전 안 뿌리던 향수까지 뿌렸다. 그리 진하지만은 않은 옅은 향. 벨소리로 인해 제 방이 시끌벅적해졌지만 두준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휴대폰 액정에 발신인의 이름이 떴다. '정용화'라는 단 세글자의 이름이 떴음에도 불구하고 두준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누누히 든 생각이지만, 간만에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나의 봄, 정용화. 두준은 다시 한번 또 웃었다. * * 오늘은 용화의 집을 가기로 했다. 혼자 사는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집에서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피아노를 치는 직종이였기 때문에 분명 집 구석구석에 세심함이 배어 있었을 것이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밋밋하지도 않게끔. 10년 전, 용화가 두준에게 써준 편지를 보면 그 세심함이 묻어났다. 그냥 흘려 지나갔던 얘기들을 꼼꼼하게 말하고ㅡ어떻게 생각해 보면 조금 소심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용화는 성격이 소심하지 않았다, 흔한 뒤끝 하나도 없었고ㅡ반듯한 용화의 글씨체로 줄을 꽉꽉 채운 그 편지 두세장에도 밤을 설칠만큼 행복했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1분 1분도 무척이나 소중하다. 행복하다는 말을 하기에도 너무나도 새삼스러운 나날들이다. - 어디쯤 왔어? “거의 다 온 것 같아. 마중 나올래? 나 지금 사거리야.” - 거기서 쭉 올라오면 돼, 지금 나갈게. “알았어.” 전화를 끊고 용화의 말대로 쭉 가니 익숙한 인영(人影)이 보였다. 두준이 온다고 신경 좀 쓴 건지, 귀엽게도 용화는 길거리에 있는 볼록 거울에 제 옷 매무새를 확인하고 있었다. 차를 근처에 주차하고, 조수석에 있는 소박한 꽃다발을 용화에게 건넸다. 그러자 용화는 흐드러지게 웃었다. 왜 웃냐고 두준이 묻자 용화는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답했다. “윤두준, 너 진짜 10년 새에 많이 느끼해진 거 알아?” “이걸 '느끼함'으로 치부하면 섭하지, 화야.” “어우 진짜...!” 두준은 장난스레 용화가 말하는 '느끼함'을 더 가미할 생각으로 '화'라는 애칭까지 붙여 불렀다. 그러자 예상대로 용화는 오글거린다면서 제 팔을 툭툭 쳤다. 저 호칭은 10년 전에 두준이 용화에게 붙인 일종의 애칭이였다. 용화라는 이름이 꽤 묘하다면서 외자로 화야, 라고 부르면 여자애 부르는 것 같다며 농담조로 얘기했었다. 사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낯간지러운 애칭이 아닐 수 없는데,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부정하지 않은 걸 보면 용화 또한 그 애칭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 여하튼 두준이 준 꽃다발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룸메이트 진기는 몇일 간 집을 비웠다. 학교 후배랑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던가, 그래서 3일 간 집에 없었기 때문에 두준을 초대하기 좋은 때라고 할 수 있었다. 진기에게 솔직히 털어놓긴 했다. 진기에게 비밀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숨길 수 없었다. 다시 시작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감정을 숨기지 않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정색하고 만나지 말라고 할 줄 알았던 진기는 예상 외로 우려가 가득한 표정으로 괜찮냐고 물어왔다. 괜찮지 않을 수가 있겠어? 윤두준을 다시 전처럼 더 가까이서 보게 될 수 있는데. 용화-와 진기-의 집은 생각대로 깔끔했다. 정말 두준의 상상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번잡하지도 않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간간히 보이는 용화의 사진을 보고 장난스레 놀렸다 한대 맞고 말았지만. 용화의 방에는 하얀 피아노가 있었다. 역시 정용화에게 피아노는 핵심 키워드였다. 항상 피아노를 치면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애들이 한두명이 있을 정도면, 뭐. 용화는 냉장고를 뒤지더니 찬거리를 사야 할 것 같다며 다녀오겠다고 하자 두준은 그런 용화의 오른쪽 손목을 붙잡았다 이내 손으로 옮겨 깍지를 끼었다. 그리고 나즈막히 말했다. “오늘부터 개인 행동 금지.” “… 응?” “같이 가자,” 이렇게 손 잡고, 같이 가자. 너 손 잡고 걷는 거 좋아했잖아, 두준의 말에 용화는 해사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더 많이 다정하고, 세심한 구석이 있었다. 윤두준은, * * “진짜 무겁다, 너무 많이 샀나?” “줘,” 순식간에 용화가 들고 있는 짐을 뺏어 들어 나란히 걸었다. 용화는 다시 두준에게서 짐을 뺏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였다. 힘 센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더불어 고집까지. 결국 그렇게 같이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후둑, 후두둑.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챙기지 못한 터라 잠시 비를 피하려고 빈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갔다. 갑작스런 비라 그런지 둘 다 옷에 묻은 비를 탈탈 털고 나서야 둘 사이에 간만에 정적이 흘렀다. 한 공간 안에,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도 무척이나 오랜만이라서. 약간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용화는 애써 두준과의 눈빛을 회피하며 시선을 돌려 비가 언제 그칠까, 라고 애써 태연하게 종알거리며 말하고 있는데. “…” “…” 두준의 표정이 진지해짐과 동시에 손으로 용화의 턱 언저리를 짚었다. 그리고 슬몃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입술에 입술이 포개어졌다. 용화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밀어내지 않았다. 밀어낼 이유도 없었고, 워낙 두준의 손이 완고했던 것도 한 몫 했기 때문에. 갑작스레 내린 비 덕분인지 주위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입술과 입술이 붙었다 떼는 소리가 빗소리와 뒤엉켜 들려왔다. 살짝 닿았던 입맞춤은 점점 더 짙어졌다. 용화가 호흡이 버거운 듯 살짝 입술을 벌리자 그 틈을 타고 두준의 혀와 용화의 혀가 맞물렸다. 마치 톱니바퀴 두 개가 딱딱 들어맞는 것처럼. 제 입술의 주인은 비로소 두준이였을까? 용화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다는 감정을 어떠한 비유와 장황한 말로 늘어놓기에도 과분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달큰하고 나른한, 오후 4시의 카페 같다는 걸. 그 때 준형이 두준을 부르지 않았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용화가 두준과 같은 학교로 부임을 받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행복할 수 있었을까? 주현의 생각은 안중에 없어진지 오래였다. 그녀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사실이지만, 두준이 제 곁을 떠나지 않는 이상 조만간 그녀에게 할 말이 부모님께 인사하러 가자, 는 말이 아닌 그만하자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 될 것이다. 사람이라는게 참 간사하다. 상대방의 입장이 어떻게 되든 자기 감정에 치우쳐서 무의식적으로 이기심을 표한다. 그게 어떠한 상황을 치닫게 하던, 사람은 절대 이성적인 인간이 될 수 없다는 말에 몇 번을 공감했다. “다름이 아니라,” “…” “그만하자, 우리.” 진한 키스를 나눈 그 날, 용화는 주현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그 말을 하기까지란 많은 망설임이 공존했으나 이 이상으로 그녀에게 희망고문을 한다는 건 내 양심에도, 그녀에게도 좋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한 끝에 내린 결정이였다. 냉정하게 문자나 전화로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그럴 수 없었다. 6년의 시간, 비참하게도 나는 그녀를 사랑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한편으로 슬프고 미안했다. 이젠 주위의 시선이 두렵다고 윤두준이라는 끈을 놓는 소년의 정용화가 아니였다. 10대의 마지막을 윤두준과, 그리고 20대의 멋진 마지막을 윤두준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주현과 헤어짐을 고한 이후의 지금 마저도 두준을 생각하고 있다. 정용화, 너는 진짜 나쁜 놈이 확실했다. 자기 자신에게 속으로 말하며 곱씹었다. 도심의 밤은 소음과 적막이 동시에 공존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착잡해지는 건 왤까? 윤두준, Buona notte (잘 자) 내일 죽게 되더라도, 내 곁은 오직 너야. |
안녕하세요ㅠㅠ 생각보다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음에 저는 감동+얼떨떨이네요...♡
무성의한 댓글이 아닌 꼼꼼한 댓글도 점차 제 기분을 더 업시켜주는 것 같구요ㅋㅋㅋ헤헤
이번 편은 진짜 아.. 쓰면서 저는 모쏠인데 왜 이런 신을 아무렇지 않게 잘 표현하는 거죠? 네? ㅇㄴ 나도 연애 좀..
항상 말씀드렸다시피 감사드립니다 ㅠㅠ 두화라는 커플링을 제가 팬픽을 통해 전파하는 거지만ㅋㅋㅋㅋㅋㅋㅋ아 뿌듯하다!!!
언젠가 두준이와 용화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되길 바라면서 저는 또 다음 편 구성을 잡으러 가겠습니다
퀄리티가 언제쯤 고퀄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작가의 역량은 여기까진가 봅니다........ㅋ........(씁쓸)
시험 보는 모든 독자분들 시험 잘 치시길 바라고 좋은 결과 있길 또 바라고 바랄게요!
bonne nuit- 좋은 밤 되세요!♥
p.s) 봄은 도대체 언제 왔을까? 한 일주일 왔었나? 바로 덥네요.. (여름 시러.. 꺼졍..)
p.s2) 요즘 넬 앓이 쩌네요ㅠㅠㅠㅠㅠ 그남것 짱이에요ㅠㅠㅠㅠㅠ 한 500번은 들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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