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친구 정재현 지독하게 짝사랑하는 썰 14
재현이 고백 듣고 여주 그날 밤에 잠 못 자는 거지.
‘잘 자, 좋은 꿈꿔.’
예전에 재현한테 이런 메시지 많이 받았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잖아. 혼자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서로 좋아하는 거니까. 재현이가 사귀자, 연애하자 이런 말 안 했고 여주한테 기회를 달라고만 했으니까 둘이 아직 1일은 아닌 걸로. 그래도 여주는 마냥 좋아. 재현이 보낸 메시지 보고 또 보면서 이거 썸이지? 하면서 좋아하는 여주 귀엽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게 있잖아. 여주는 최대한 티 안 내려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 알아. 과 사람들도 몇 주 전과는 다르게 싱글벙글 웃는 여주 보면서 무슨 좋은 일 있어? 하는데 한 집에 사는 영호는 어떻겠어. 밥 먹으면서도 히죽거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 보면서도 웃으니까 대충 눈치채는 거지. 혼자 속으로 뿌듯해하는 영호도 귀엽다.
여주랑 재현은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사이로 함께 일상 보내. 재현은 여주에게 다정한 사람이었으니까 언뜻 보면 이전과 별다를 게 없어 보여. 그래도 여주는 미세한 변화를 느끼는 거야. 여주가 늦어서 데리러 오는 날에는 예전 같았으면 오빠들이 걱정하잖아 하고 잔소리했을 재현인데, 너랑 같이 집 가고 싶어서 왔어 하면서 은근슬쩍 티 내니까 여주가 모를 수가 없지.
말 나온 김에 썰 더 풀어 보자. 재현이랑 여주는 다른 대학교 다니고 있어. 근데 재현이가 여주한테 노력하기로 했으니까 들이대야 하잖아? 그래서 여주한테 말 안 하고 여주 강의 끝날 때쯤 여주 학교 찾아가는 거지. 여주 동기들이랑 얘기하면서 나오다가 강의동 앞에 서있는 재현이 보면서 이거 꿈이야? 하고 허벅지 살짝 꼬집지. 아프긴 아픈데 믿기지 않는 거지. 저 오빠가 도대체 여길 왜... 이러면서 멍 때리고 있으면 재현이가 여주 발견하고 손 흔들면서 성큼 성큼 걸어가. 여주야! 밥 먹으러 가자 하면서 여주 살짝 잡고 이끌면 여주는 웃으면서 따라가. 이제 겨울도 다 돼서 추운데 괜히 봄인 것 같고 그런 거지.
밥 먹으러 가는 길에 추울까봐 여주 손에 핫팩 쥐어 주는 스윗한 재현에 여주는 또 반하고 말지. 예전에는 여주한테 친오빠처럼 행동하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잖아. 여주한테 이미 제 마음 다 고백했고, 용기 내기로 했으니까 늘 생각으로 그쳤던 것들을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거지. 이를테면 밥 먹는 여주 빤히 쳐다보면서 제가 배부르다는 표정 짓는 거. 또 여주가 긴 머리 때문에 밥 먹는 거 불편해 보이면 팔 뻗어서 여주 머리 귀 뒤로 넘겨주면서 예쁘다. 많이 먹어 한 마디 하는 그런 것들. 생각보다 행동파인 재현에 여주 밥 먹다가 얼굴 빨개지고, 재현이 귀는 더 빨개지고. 귀는 언제나 솔직하니까.
잊고 있었는데 재민이는 아직 여주 좋아해. 재현이랑 잘 되어 가는 여주 보면서도 재민이 속상하거나 그러지 않아. 여주는 재민이한테 여지 준 적도 없었고, 오히려 재민이한테 솔직하게 제 마음 털어 놓기도 했잖아. 그래서 재민이는 여주가 밉지도 않고, 마음 접으려고 하지도 않아. 그냥 바람에 제 마음 흘러가게 방치해두는 상태. 더 커지면 터져서 사라지겠거니, 바람에 날리면 흩어지겠거니 하면서 억지로 애쓰지 않는 거지. 영호만큼이나 어른스러운 재민이가 오래도록 여주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아무튼. 처음에 여주는 재현이가 사귀자고 하지 않았어도 마냥 좋았어. 그런데 동기들이 왜 안 사귀냐고 물어볼 때마다, 혹은 재현이가 저를 기다리면서도 여러 사람들에게 눈길을 받는 걸 볼 때마다 은근히 신경 쓰이는 거야. 고백하면서 둘이 껴안고 그랬는데 그 뒤로는 껴안기는커녕 손도 안 잡으니까 여주 안달 나는 거지. 이 오빠 설마 나한테 미안해서 사귀자고 안 하는 건가? 하면서 고민하지.
재현이는 재현이 나름대로 고민을 해. 여주 학교에 가는 횟수가 많아지는 만큼 여주 옆에 있는 재민이를 보는 일도 많아졌거든. 여주가 술에 취해서 재민이 부축받으면서 집 왔던 날 기억해? 재현이가 재민이한테 ‘여주 친구’하면서 잔뜩 경계한 그날.
“여주 그냥 동창 아니에요. 많이 좋아하는 친구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쓸 데 없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계속 친구 강조하는 재현에 어이없기도 하고, 화가 나서 홧김에 했던 재민의 말을 재현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어. 여전한 그 눈빛도.
여주를 향한 재민의 마음을 아니까 뭐 하냐는 제 메시지에 ‘재민이랑 도서관’, ‘재민이랑 학식’, ‘재민이랑 동아리’ 이런 답장 받으면 재현이는 괜히 조바심 나고, 질투심도 생기고 그래. 그놈의 재민이 이러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는 거지.
그런데 사람이 한순간에 바뀌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재현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여주에게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따위의 감정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여주한테 곧장 연애를 하자고 하기에는 여주 마음이나, 제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아서 답답해.
여주 재현이 서로 답답한 마음 뒤로하고 주말에 카페에서 같이 공부해. 재현이 얼굴 보랴, 공부하랴 여주 정신없이 굴다가 앞에 놓인 커피 쏟고 말지. 공부하다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서 여주 봤는데 커피 쏟아서 우왕좌왕. 그런 여주 귀엽기도 하고 얼른 치워줘야겠다 싶어서 여주 옆자리로 가서 같이 테이블 치워줘. 아냐, 내가 할게 하고 여주가 재현이 손잡는 거지. 그러다 둘 다 놀라서 손 떼고 테이블만 보고 있어.
여주는 안 그래도 오빠랑 언제 사귀나, 손은 언제 잡나 고민했는데 저도 모르게 손잡았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어. 재현이는 어색한 분위기 풀려고 칠칠아, 손 씻고 와. 핸드크림 줄게 하면서 웃어. 그 말에 여주가 고개 들고 말하는 거지.
“오빠, 우리 언제 사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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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같은 거 모르고 썸만 타는 여주 재현이 보고 싶어서 얼른 가져왔습니다!!
재현이가 저런 얼굴로 저 기다리고 있으면...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몰라요ㅠㅠㅠㅠㅠ
여러분들이 달달한 거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제가 달달한 거에는 영 소질이 없나봐요...하하
[암호닉]신청받고 있습니다!
저번 글에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 중에 중복닉있어요! 댓글 달아 놨으니까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좋은 저녁 보내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