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거 꼭 먹어야 돼?"
"엄마.. 나 이거 싫어."
"..."
여주는 주말 아침부터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머리에 똑같이 까치집을 짓고 투정을 부리는 윤기와 윤수 때문에. 아, 윤수는 윤기와 여주의 아들 이름이다. 2년의 달달한 연애 끝에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부부가 된 둘은 금세 둘을 똑 닮은 아들을 낳았다.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부스스한 머리에 뚱한 표정을 지은 윤기와 윤수의 모습은 누가봐도 아빠와 아들이었다. 누가 아들 아니랄까봐, 벌써부터 윤기의 투덜거리는 말투를 그대로 닮았다.
"윤수야, 이거 다 먹으면 내일 동물 친구들 보러 갈건데, 그래도 안 먹을거야?"
"우와! 호랑이 보러 가는거야?"
"응. 호랑이도 보고, 코끼리도 보러 가는거야~"
"나 이거 다 먹을거야! 봐봐!"
손 하나 꼼짝하지 않던 윤수는 여주의 제안에 정말 그 나이처럼 기뻐하더니 야무지게 포크를 집어든다. 브로콜리를 입에 가득 넣고 오물거리는 윤수를 다정하게 바라보던 여주가, 맞은 편에 앉아 밥을 깨작거리는 윤기를 불렀다. 의욕 없이 밥을 우물거리던 윤기가 여주의 시선에 사례가 들린 듯 콜록대다 물을 따라 마신다.
"피곤하다고 하도 그러길래 기껏 사왔더니 먹지도 않고."
"..맛이 너무 없어.."
"윤수도 이렇게 잘먹는데! 그치 윤수야?"
"응! 내가 아빠 이겼어!"
"아들. 아빠한테 이러기야?"
윤기는 다시 찾아온 게임 출시 시즌에 자주 밤샘 근무를 하곤 했다. 전과 다른 체력에 더 피곤해했고, 윤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사온 홍삼액을 윤기는 맛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는 챙겨먹지 않았다. 여주의 입장에서는 서운할 만도 했다. 매일 아침마다 반 강제로 윤기 입에 넣느라 바쁘다. 여주가 숟가락 위에 올려주는 양파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윤수가 자신만만하게 윤기를 바라본다. 윤기는 패기 넘치는 아들의 말에 웃으며 윤수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어 먹는다.
"응! 이겼으니까 엄마는 윤수 거야!"
"아들. 예전부터 말했지. 엄마는 아빠 거라고."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윤수는 엄마랑 결혼 못 해."
세상 다정하게 아들을 바라보다가도, 윤수가 엄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 금세 정색하고 일침을 가하는 윤기다. 아들과 잘 놀아주고, 져주는 윤기가 유일하게 단호해지는 순간이었다. 엄마랑 결혼할거야!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윤수는 윤기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일그러진다. 똑 닮은 두 남자의 투닥거림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여주가 서둘러 윤수를 달랜다.
"아니야 윤수, 좀 더 크면 엄마랑 딴따다단 하자!"
"아빠가 안된대.. 진짜로 엄마 나랑 딴따따 아니야?"
"윤수가 엄마아빠 말 더 잘 듣고 씩씩하게 크면 할 수 있지!"
여주가 윤수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으며 어르고 달래자 윤수도 점점 진정하는 듯 했다. 여주는 아까보다는 시무룩한 얼굴로 밥을 오물대는 윤수를 보다, 윤기를 째려봤다. 애한테 그렇게 딱 잘라 말할 일이었냐는 의미가 담긴 시선이었다. 윤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홍삼액을 쪽 한번에 빨아먹는다. 여주에 관련된 일이라면 아주 져주는 법이 없다.
"오빠."
"어, 자기야."
"꼭 그래야돼? 아직 앤데."
다시 잠이 든 윤수를 확인하곤 안방에 들어간 여주가,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 윤기에게 다가가 윤기의 무릎을 아프지 않게 살짝 때렸다. 여주가 잔소리를 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한 윤기가 여주의 팔을 잡아당겨 끌어안는다. 의도치 않게 윤기에게 안겨 누운 여주가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는 윤기의 행동에 가슴팍을 찰싹 때렸다.
"아프다, 여보."
"아프라고 때린거야."
"어, 나도 사랑해."
"으휴."
여주를 더 끌어안으며 아프다, 하며 앓는 소리를 내는 윤기에게 여주가 새침하게 쏘아붙인다. 그러자 나도 사랑해, 하며 여주를 더 끌어안는 윤기다. 으휴, 하는 여주의 소리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윤기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포근한 윤기의 품에 여주도 가만히 몸을 맡겼다. 쿵,쿵 하고 조금 빠르게 들려오는 윤기의 심장 소리가 듣기 좋았다.
"윤수! 엄마가 설탕이 괴롭히지 말랬지!"
"신기해! 털이 계속 나와!"
"야야. 입에 넣지 마 지지야."
윤기와 여주가 결혼을 하며, 설탕이와 슈가도 당연히 함께 살게 되었다. 고양이가 날리는 털은 어마무시하고, 그걸 치우느라 항상 고생하는 윤기와 여주다. 그런데 문제는, 윤수가 설탕이와 슈가의 털을 계속해서 뽑는다는 것이다. 쓰다듬기만 해도 빠지는 털이 대부분이라, 집 안에 항상 날리는 털 때문에 윤수에게 안 좋지 않을까 걱정되어 항상 신경쓰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윤수는 설탕이와 슈가를 너무나도 좋아했다.
"아들, 야야. 안돼 안돼."
"왜애!"
"아들. 아빠가 뭐라고 그랬어."
"털 지지라구.."
"그런데 왜 자꾸 말 안들어. 아빠 무섭게 변할까?"
"아니요.."
윤기는 윤수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바로 윤수의 두 손을 잡아놓고 눈을 보며 훈육하곤 했다. 윤기와 윤수의 그 모습이, 설탕이의 앞발을 붙잡고 혼내는 윤기를 처음 본 날이 생각나 여주는 온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혼내다가도 금세 투닥대는 윤기와 윤수의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될 만큼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아빠는 바보야."
"네가 더."
"윤수는 똑똑하거든!!"
"아들. 너 아빠가 무슨 일 하는지 알어? 아빠 대단한 사람이야."
"그래도 엄마는 윤수 거야!"
"야. 엄마는 어짜피 아빠 거야. 세상 사람들 다 알아."
"..아빠 미워!!"
가끔은 저렇게 다툼이 커질 때도 있지만. 여주에겐 세상 무엇보다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존재였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 아빠에 그 아들#
"아들."
"웅."
"엄마가 왜 좋아?"
"엄마는 예쁘니까!"
"또?"
"음.. 그리고 착해!"
"응. 또."
"윤수한테 뽀뽀 많이 해주니까!"
"많이?"
"응! 진짜진짜로!"
"..얼마나?"
"아빠!"
"응."
"아빠는 엄마랑 왜 딴따따 했어?"
"사랑하니까 했지."
"사랑? 사랑하는게 뭐야?"
"어.. 매일 생각나고, 매일 뽀뽀하고 싶고, 매일 안아주고 싶은 거."
"진짜? 그럼 나두 엄마 사랑해!"
"안돼 인마. 그건 아빠만 할거야."
"왜! 윤수도 엄마 사랑해서 엄마랑 딴따따 할거야!"
"너 엄마랑 결혼하면 경찰 아저씨가 잡으러 온다."
"헉. 왜..?"
"엄마는 아빠 거니까."
"...아빠 미워!!"
"나는 사랑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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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부운...
드디어.. 완결이 났습니다... (왈칵)
아직도 첫 편을 올릴 때의 기분이 생생한데, 벌써 완결이라니..
독자님들 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시원섭섭하네요.
완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전부 독자님들 덕분이에요 !!
항상 댓글 보며 힘내고, 시간 쪼개서 열심히 글 쓸 수 있었어요.
정말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새작도 금방 (정말 빨리!) 들고올게요!
다음 글도 보러 와주실 거죠? ♡
아, 그리고 암호닉 선착 다섯 분만 더 받을게요!
사랑합니다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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