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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전체글ll조회 471

민석은 생각했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건 대학을 잘가는 일밖에 없다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민석은 많은 일을 무보수로 행해야했다. 가볍게는 새 학기 첫날, 성적만 보고 임시반장이 되었다가 결국 1년 내내 학급반장을 3년간 하는 일부터, 시험기간이면 반강제로 필기노트 빌려주기. 선생님이 어려운 문제를 칠판에 적는 순간 반 친구들이 눈빛으로 보내오는 무언의 압박에 자진해서 문제풀기. 정기고사나 모의고사의 쉬는 시간에는 인간답지 취급 받기. 학급 반장도 모자라 담임선생님의 말없는 추천으로 자기도 모르게 학생회장 후보가 되어 학생회장 맡기.  

 

 

그리고 민석은 근 한달동안, 내가 왜 공부를 잘했을까 후회하는 중이다

 

 

". 이거 모르겠어." 

"? 뭔데?" 

 

 

30초전에 끝난 특별세일을 놓친 가정주부마냥 허망한 눈으로 멍하니 앉아있던 민석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책상에 놓여진 문제집을 바라보았다

 

'근의 공식을 이용하여 다음 문제를 해결하시오.' 

 

 

".. 이건 근의 공식을 알아야 풀 수 있는건데, 근의 공식이라는게 있거든? 여기 방정식에서..." 

 

 

민석은 수학을 가르치는 중이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중학교 수준의 문제집을 가지고.  

 

 

세상에 어떤 학생이 고2에게 중학교 수학을 가르쳐주냐고 물어본다면 민석은 당당하고 억울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얘는 오세훈이니까! 펜이라고는 시험지에 이름 쓰고 한줄 찍는데에 쓰는게 전부인 무식하기 짝이 없는 놈이니까!! 

 

 

민석은 한달 전부터 세훈을 상대로 무보수 과외를 하고 있다. 세훈의 성적을 보고 충격받은 세훈의 부모님에게 친히 민석을 추천해준 교장선생님 덕분에. 간절한 목소리로 처음 보는 학생의 두 손을 꼭 부여잡으며 '우리 아들 좀 도와줘, 민석 학생. 저놈 때문에 내가 잠을 못 자.' 하는 부모님께 어찌 거절을 할 수 있을까. 하겠다 대답한 그날부터 민석은 졸지에 과외선생님이 되어야 했다

 

 

 

"...이렇게. 알겠지? 그럼 이거 풀어봐." 

"모르겠는데." 

"야 이 병. . 아니야. 자 다시 봐봐. 근의 공식을 이용하라고 했잖아. 여기 공식 써줬지? 그냥 대입하면 돼." 

"이걸 왜 써." 

"문제에 이용하라고 나와있잖아." 

"이게 뭔데." 

"...근의 공식이라니까." 

"이게 왜 근의 공식인데." 

 

이 천하에 상또라이같은 새끼가. 써있는 공식에 가져다 넣으면 될것을 이해도 못하면서 왜 물어보고 지랄이야, 지랄이

 

"...봐봐. 내가 증명해줄께. 너가 이해할 것 같진 않지만..." 

 

민석은 생각했다. 공부를 잘해서 얻는건 화려한 욕 실력이라고

 

 

 

 

 

 

과외같은 건 애초에 받을 생각이 없었다. 공부할 마음이 없는데 과외를 받아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러나 세훈은 어색하게 굳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민석을 본 순간, 과외를 받기로 했다

 

 

물론 목적은 공부가 아니였다

 

 

세훈은 문제집을 쳐다봤다. 정확히는 그 위에서 문제를 풀고 있는 민석의 손을 쳐다봤다. 남고생의 손이라기엔 작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하얀 피부면서도 손가락 마디마디는 분홍색을 띄었다. 손을 받치고 있는 손목도 남자치고는 얇았다. 그런 손이 샤프를 잡고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다

세훈은 하얀피부에 분홍빛이 도는 여자를 좋아했다

 

 

 

세훈이 아무리 공부를 안하고 펜을 잡은 적이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의 꼴통은 아니다. 근의 공식을 이용하라는 문제 정도는 근의 공식만 알면 풀 수 있다. 그러나 세훈은 민석이 하는 말마다 꼬투리를 잡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짜증이 한껏 섞인 한숨을 쉬며 근의 공식의 증명을 시작하는 민석의 말은 안타깝게도 허공에 흩어지고 있었다. 세훈이 관심있는 건 민석의 얼굴이였으니까

 

적당히 빨간 입술이 오물오물 움직이고 있다. 고양이마냥 치켜올라간 눈꼬리는 내리깔은 눈을 더 섹시하게 만들어 주었다. 곧게 뻗은 콧대에 동글한 끝을 가진 코가 제자리에 위치해 보기 좋았다

세훈은 섹시한 외모의 여자가 좋았다

 

 

 

하얀 피부에 분홍빛이 도는 마디마디, 그리고 고양이 눈매를 가진 민석은 정확히 세훈의 취향이였다

 

물론 민석은 여자가 아닌 남자였지만, 평소에 개방적이고 프리한 마인드를 가진걸 자랑스러워 하는 세훈에게는 별 문제가 되진 않았다. 남자면 뭐 어때. 남자라고 못할 것도 없는데

 

 

 

 

"김민석." 

"a를 대입하면 b가 나오, ?" 

"이해안돼." 

"...설명 듣기는 했어?" 

"이 문제 꼭 이해하고 싶은데 내가 지금 교복이 좀 불편하네." 

"갑자기 교복은 무슨..." 

"그래서 말인데 너." 

"?" 

"나랑 우리 집 좀 가자."

 

 

[EXO/세민and컾링X] 사진 보고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본 조각글들 | 인스티즈

 

 

 

 

 

 

 

 

 

***************************************************************

 

 

 

"마무리 한번 거지같이 했네."

 

 

죽는다, 진짜.

 

 

십분에 한번 꼴로 이죽거리는 루한에게 이를 가는 크리스를 보며 민석은 쇼파에 기댄 몸을 더욱 파묻었다. 시원한 물을 가득채운 물침대에 푹 빠져든듯한 기분 좋은 압박감이 몸을 감싸왔다. - 나른한 감탄사를 흘린 민석이 잠에 들기 전 모습으로 눈을 게슴츠레 떴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이대로 잠이 들 것같았다.

 

 

 

"이젠 다 끝난거 제대로 처리도 못하세요? 존나 내가 같이 가줘야겠네."

"니가 중간에 놓쳤잖아, 씨발."

"그럼 병신아. 존나 밟고 있는데 내가 그 새끼 기어나가는걸 어떻게 알아채. 그리고 놓친거 잡아 족치는게 니 일이거든요."

"놓친게 자랑이다. 그리고 나한테 남은 것들 좀 족쳐달라고 불러낸게 너거든요."

 

 

분명 민석이 직접 중국까지 가서 데려온 중국인임에도 어느 한국인 못지않게 화려한 욕이 난무하는 루한과 크리스의 대화에 혹시 내가 데려온게 중국에 살고있던 한국인이 아니였을까 하는 의문이 민석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럼 곤란한데. 중국놈들 족칠땐 중국어로 족쳐야 제맛인데. 이제 한국은 질렸어. 고작 배 좀 갈라보겠다는말에 새파래지는 면상 구경하는것도 재밌지만 말야. 못알아듣고 까불어야 더 재밌단말이지. 중국가는 표나 끊어놓으라고 해야겠다. 아아 준면이가 난리칠텐데. 뭐 어때.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는게 비서가 하는일인데. , 그러고보니 미국놈이 한명 들어왔다던데. 누구랬더라. 종대 밑이였나, 백현이 밑이였나. 미국도 좋지. 중국말고 미국이나 갈까. 미국에 있는 쇼파가 푹신하던데. 한국에 있는건 좀 별로야. 근데 이 쇼파 맘에 든다. 준면이한테 이것도 들고가라고 해야겠다. 아아 푹신해. 자고싶다. 열세시간쯤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닥쳐. 일만 벌여놓는 버러지들아."

 

일어나기 싫은데.

 

"존나 몸밖에 못쓰지. 머리를 쓰라고. 오죽하면 내가 비서를 하고있냐."

 

일어나야 되잖아.

 

"번거롭게 진짜. 니네들 거기 써있는대로 말 안하면 내가 죽여버린다."

 

씨이발.

 

"보스. 일어나요. 자지마. 나가야돼."

 

오랜만에 맘에 드는 쇼파를 찾았는데 말이야.

 

"보스도 여기 써준대로만 말해요. 그대로 안하면 미국에 쇼파 치워버릴꺼야."

 

존나 맘에 안드네.

 

 

 

한껏 쇼파에 늘어져 눕듯이 앉아있던 민석이 몸을 일으켰다. 살벌하게 말싸움하던 루한과 크리스도 입을 다물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마저 서류를 정리한 준면이 민석의 왼쪽에 섰다. 루한이 민석의 오른쪽에 서고, 자연스레 크리스가 비어있는 민석의 뒤로 갔다. 그대로 민석이 문을 열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던 카메라 셔터 소리가 한순간 터져나왔다. 팡팡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눈을 바로 뜬 민석이 정면에 놓인 카메라를 바라보며 슬쩍 미소지었다.

 

 

 

존나. 맘에 안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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