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 봉봉&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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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말이야. 언젠가 잊어질 사람이 아니야. 영원할거다. 내 심장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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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억도 없다. 그냥 태어날때부터 줄곧 길거리에서 자란 것 같다. 분명 누군가 키워주고 도와준 사람이 있을 것이지만, 내 머릿속은 순간순간 모든 것을 지웠다. 그렇다하여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억상실증같은 것은 더욱이 아니었을거다.
필요없고 쓸데없으니 내 머릿속이 자동적으로 지운 것 뿐이다.
입고 먹고 자는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죽으면 죽는거고 살면 사는거지 괜히 머리를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 유년기는 없다. 뿌옇게 번진 싸구려 펜의 잉크처럼. 아마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억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지 않는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고 누구도 물어오지 않았으니까.
감정과 기억이란건, 어린날의 내가 깨닫기에는 심히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 애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이라도 해줄 수 있었을텐데.
죽을거라 생각했다. 드디어 이 질긴 목숨이 끊어질거라 생각했다.
5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굶은지 3일째 되던 날, 이름모를 행인이 준 생수 한 병 빼고는 아무것도. 세상은 점점 급박하게 돌아갔다. 역에 달려있는 TV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에 대해 지껄여댔다. 사회악이라 불리는 종족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나레이션을 외울정도로 지겹게 방영되었다.
모두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국내 최초의 M이 탄생되었다는 뉴스는 역 주위에 널려있던 노숙자들을 일으켜세웠다.
「대한민국에서도 드디어 M이 탄생했습니다. 이틀전, KIST M연구센터에서 완성된 한국 최초의 M 1호와 2호는...」
그 무지한 노숙자들과 피래미들 사이에서 M의 탄생은 단연 이슈가 되었다. 물론 그 무리 사이에 나란 존재는 없었다.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니까. 머리에 무언가를 저장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귀찮고 쓸모없는 일이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물론.
먼지가 쌓인채 시끄럽게 윙윙대는 TV소리가 시끄러웠다.
죽을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평생 한번도 보지 못한 부모님을 사랑하고 동경하던 소년의 끝은 이렇구나- 헛웃음이 나왔다.
사실 사람들의 손길이 그리웠다. 가끔씩 건내오던 사람들의 선량한 손의 온기가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표현할 수 없었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몰랐으니까. 어떻게 고마움을 나타내야하는지 몰랐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유리성에 가둔 채 인생의 끝맺음을 지을 생각을 하니 허탈했다. 여제껏 내가 보았던 사람들을 떠올려보았지만 그저 흐릿한 형상만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눈물이났다.
눈 앞에 반질하게 닦인 구두코가 보였다. 떨려오는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갈색 스웨터에 목도리를 감은 한 남자가 서있었다. 뿔테안경을 쓴 꽤 선량해 보이는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
「역 안은 따뜻하네. 목도리 하고있으니까 덥다. 너도 겨울내내 춥지는 않았겠다, 그치?」
의심 반, 기대 반의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다. 혹시 나를 살려줄 수 있지 않을까. TV에서는 M을 탄생시킨 '유박사'라는 인물을 초청하여 시끄럽게 떠들어대고있었다. 녹화방송이라 이미 여러번 보고 또 봤던 인터뷰다.
「어린애가 왜 이러고있어. 부모님은? 아, 혹시 전쟁이라도 나가신거니?」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이렇게 묻곤 한다. 부모님은? 전쟁에 나가셔서 전사하셨니? 이 미친 세상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다. 너무 흔하고 뻔한 일이니까.
「...아뇨」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입을 열었다. 목 구석구석에 거미줄이 낀 듯 탁한 목소리였다. 저절로 기침이 나왔다. 사람들이랑 대화를 해 본적이 없어서 말이 안나올 것 같았지만 왠일로 술술 잘도 나왔다.
「아이고... 몸상태가 영 아니네. 얼마나 굶은거야- 사내대장부가 삐쩍 마른거 하고는... 나랑 같이 가자.」
흐려져가는 정신을 다잡고 다시한번 남자를 올려다봤다.
아- 그사람이다. TV에서 지껄여대던 그 천재박사. 이름이 유한수였나.
「...괜찮습니다」
「나 어린애 데려가서 장기매매나 하는 나쁜 아저씨 아니야. 그리고 너가 마음에 들어서 그래. 따라와, 응?」
훗날 알게되었지만, 박사는 나의 눈빛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 말에 난, 무슨 킬러조직의 보스가 신입을 고르는 것만 같다고 놀려댔지만. 박사는 내 눈동자에서 깊은 슬픔과 그리움, 아픔을 보았다고 한다. 그걸 보듬어주고 싶어서 나를 데려왔다고- 그렇게 말했다.
수명이 다해가던 역의 낡은 형광등 대신, 너무도 강한 밝은 빛이 내 눈을 찔러왔다. 눈을 질끈 감았다.
낯선사람이다. 아니다- 목소리가 낯익다.
「긴장 좀 풀어. 어린게 벌써부터 애늙은이처럼 말이야... 의심만 가득해서!」
다시 눈을 떴다. 사람좋게 웃고있는 박사가 눈에 들어온다. 밝은 빛에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보였는지 박사가 빙긋 웃었다. 팔을 슬며시 움직여봤다. 뭔가 걸리적거리는 느낌에 옆을 돌아보니 거대한 주사바늘이 고무관에 연결된 채 팔에 꽃혀있었다.
「심각한 영양실조더라고. 대체 얼마나 방치됐으면... 포도당 주사니까 걱정마. 정 의심되면 몸에 장기들이 다 붙어있는지 확인하고.」
하하- 박사가 호탕하게 웃었다. 똑똑 떨어지는 비닐봉지속의 액체가 왠지 껄끄러워 박사에게 주사를 빼달라고 말하려던 차, 탁자 위에 놓여진 따뜻한 우유와 빵에 눈이 돌아갔다.
「배고프지? 먹어. 아 급하게 먹지는 말고. 속이 많이 비어있어서 혹시나 모르니까.」
빵을 덥썩 집어들었다. 우유와 함께 게걸스럽게 집어삼켰다. 반대편에 매달린 거울을 보자 정말로 추해보였다. 빵을 다시 뱉을까 생각해봤지만 그러기엔 배가 너무 고팠다.
빵을 삼키고 얼마 지나지않아, 음식물이 없이 텅 비어있던 위는 갑작스런 음식물의 출입에 한껏 뒤틀려왔다. 결국은 빵을 다시 게워냈다.
「으이그... 내가 말했잖아. 천천히 뜯어먹으라고... 꼭 일을 만들어 일을!」
신 위액과 빵의 잔해물이 남아있는 이불을 거두는 박사의 입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말은 그렇게해도 전혀 귀찮아하는 기색은 없었다.
「...빵 더주시면 안돼요?」
피식거리며 웃음을 참던 박사가 또 한번 박장대소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맘껏줄테니까 배불리 먹어. 또 토하면 확 뺏어버린다?」
박사는 다시한번, 그릇 가득 빵을 담아왔다. 천천히 먹었다. 배가 든든하게 채워지는 느낌이 생소했다.
「너. 왜 몸을 그렇게 혹사시켰어. 어짜피 죽지도 못할거면서.」
박사를 쳐다봤다. 짐짓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마 나와 같이 지내던 노숙자들에게 물었을것이다.
「...그러게요.」 「너가 원한다면 부모님, 힘 닿는데 까지 찾아볼게. 그러니까 너 살아. 제발 스스로 목숨 끊을 생각 하지말고.」
그냥 웃었다.
부모님... 그립고 보고싶은 부모님.
「괜찮아요.」
그러나 만나고 싶지 않았다. 만날 수 없었다. 오래전 자신의 손으로 버렸던 아들이 다시 찾아온다면 그들의 심장은 얼마나 상처를 입겠는가.
이후로 박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사는 사람을 끌리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설득하는 모습이 꽤 멋있었다. 명수는 존경의 눈빛으로 박사를 올려다보았다.
「박사.」 「응?」 「나 제자로 삼아주면 안돼요?」
「배고프고 추워서 말하는 핑계따위 아니에요. 박사는 엄청 멋있어. 나 열심히 할 수 있어. 나름 똑똑해. 나 사실 이렇게 대화해보는거 처음이야. 근데 말 잘하잖아. 나 한다면 해.」
명수는 생애 처음으로 바램이란 것을 가져봤다.
박사처럼 되고싶다. 사람들이 동경하고 우러러보는 사람. 이 어지러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
박사는 빤히 명수를 쳐다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박사가 명수의 보슬한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천천히 쓰다듬었다.
「...안돼요?」 「그럴리가.」
명수는 환하게 웃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KIST에서 지낸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미친듯이 공부에 집중했다. 이제껏 살면서 배우지 못했던 많은 학문들은 머릿속을 자극해왔다. 무언가를 알게되고 깨우치게 되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재밌는지 왜 여태 몰랐을까.
박사는 항상 나를 격려하고 응원해줬다. 이제 그는 나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문을 열어준, 나의 날개가 되어준 고마운 사람. 그는 아는 것이 매우 많았다. 여러 분야에서든 빛날 것 같은- 내 인생의 롤 모델이었다.
신기하게도 M은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저 볼록하게 솟은 배를 가지고 있었을 뿐, 정말 눈 코 입 팔 다리 모두 사람과 일치했다. 나는 박사를 향해 또 한번 찬사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완벽한 피사체를 창조할 수도 있는 놀라운 사람이다.
항간에서는 둘이 '사랑'을 하고있다고 떠들어댔다. 그 말을 의심치 않았다. 둘의 모습은 확실히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있는듯 보였으니까. 나름 부럽기도했다. 그모습이. 난생 처음보는 아름다운 사랑이 경이로웠다.
「명수야!」
그날따라 기분이 좋았다.
그날따라 왜 그렇게 좋았을까. 모든 세상이 부드럽게 돌아갔다.
「아- 창민이형! 성규형은요?」 「날이 좋아서 오전 내내 산책하다가 지금은 재워놓고 나왔어. 아, 그게 문제가 아니고!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요?」 「박사님이 만든 두번째 M. 너한테 맡긴다고 하시더라. 너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대. 박사님이 돌보자니 요즘 너무 바쁘신거 너도 알잖아.」
두근- 심장이 뛰었다.
옆에서는 창민이 주구절절 내가 맡을 M에 대해 설명했다. 얼굴이 귀염상이다, 착하고 순수하다, 사람나이로는 너보다 형이다 등등의 기본적인 인적사항. 그러나 그 말들이 귓속에 들어올 리 없었다. 도저히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항상 평정을 유지해왔지만, 그날만큼은 미친듯이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수줍은 소년이 된 것 같았다. 아주 먼 옛날 소나기라는 소설 속의 소년같은 설렘과 순수함이 밀려와 온몸을 덮쳤다.
그 아이가 있다는 연구실로 향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마법의 주문같은 노랫소리에 완전히 홀려버렸다. 그 옅고 가는- 그러나 곱고 보드라운 목소리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노래에는 가사가 없었다. 가벼운 허밍이었다. 그러나 그 힘은 실로 강했다. 연구실 앞에 다다랐을때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달콤해서. 그 허밍이 너무 달콤해서.
「음- 으음...」
연구실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도저히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축축한 손에 땀이 잔뜩 묻어나왔다. 1년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나의 모습에 살짝 웃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으으음... 응?」
허밍의 선율이 끊겼다. 아마 인기척을 느낀 모양이다. 이때다 싶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무작정 들어가긴 했는데 이미 새하얘진 머릿속은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했다. 멍하게 서있었다. 표정이 무척이나 우스웠을거다. 바보같이 벙 찐 표정.
그리고 아이는 바보같이 히죽 웃었다. 까아만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하얀 피부에 이질감을 일으키는 빨간 입술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지나가듯 들은 창민의 말들이 모두 맞았다. 아이는 참 예뻤다. 말하기도 힘들고 바라보기도 눈부실만큼.
충동적으로 빨간 입술을 덮어버렸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미친듯이 파고들었다.
마구 분출되는 엔도르핀에 정신이 짜릿해졌다.
아이는 봤을지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 그 순간은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래서 아주 행복하게 웃었는데. 아이는 봤을지 모르겠다. 포근하게 아이를 감쌌다. 아이의 입에서 다시 허밍이 흘러나왔다.
정말. 정말.
열여덟 소년은 싱그럽고 풋풋한 첫사랑을 만났다. 아니-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유일한 나만의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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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봉봉입니다!^^*
지금 몰컴중이라서 긴 코멘트를 남길 수 없을 것 같아요ㅠ_ㅠ* 죄송합니다!
시험기간이라 너무너무 바쁘네요... 이제 이 10편이후로는 연재 텀이 조금 길어질 예정이에요!
바른 모범생 봉봉이와 천월이의 기말고사가 끝나고나면 연재텀은 다시 이틀주기로 돌아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드디어 명수번외가 뙇! 나왔네요! 어떤가요 *:)
대부분 새벽에 급하게 쓰는거라 문체도 엉망이고 좀 그렇지만.. 잘 봐주셨으면 해요ㅠ_ㅜ* 나름 열심히 적었으니까요!
항상 읽어주시는 고마운 독자분들! 스릉스릉스릉합니다♡
(+)앜... 브금이 왜이러지... 곧 수정하겠습니다^^*
수능끝난 고3 독자분들! 정말 수고하셨어요^^*
※ 메시아는 프롤로그부터 차례차례 읽어주셔야 이해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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