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 봉봉&천월
11 여기를 누르세요 - - 한참을 바다와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는 호원의 뒤를 쫄랑쫄랑 따라가는 동우의 눈엔 어느새 졸음이라고는 없었다. 어느새 근처 야트막한 야산을 올라가기 시작한 호원에 동우는 당황해서 더듬거리며 말을 붙였다. - "어? 부대장님! 이병 이호원! 1년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11 (BGM : 이루마 - Nocturn(달,그림자,나무..그들의 키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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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장동우. 일어나봐."
"......"
"동우야."
"......"
"장동우!"
"...끄응?"
웬만해선 잠에서 잘 깨지 않는 동우의 귓가에 입을 갖다대고 이름을 부르며 동우의 어깨를 이리저리 흔들던 호원이 미동도 없는 동우의 등짝을 짝 내리쳤다. 그제야 꿈틀거리는 동우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며 호원은 동우를 잡아끌어 일으켰다.
"빨리 일어나."
"몇시야...깜깜해..."
"열두시. 얼른 일어나."
"우...왜...왜 지금 일어나...으..."
낮 열두시도 아니고 밤 열두시에 저를 깨우는 호원의 행동에 잠든지 두시간밖에 안된 동우는 미간을 찌뿌렸다.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딜가, 이시간에!"
"쉿! 조용히 말해! 다 자잖아."
"넌 안자고 말이지."
동우는 자꾸 자신을 끌어당기는 호원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키면서도 한마디도 지지않고 바락바락 대들었다. 결국 동우는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있던 잠옷 차림 그대로 호원의 손에 이끌려 집을 나오고 말았다.
마을 골목은 고요했다. 아마 이 세상에서 제일 공기가 깨끗할 부산의 밤하늘에는 달이 잘 보였다. 동우는 엉성하게 포장된 경사진 골목길을 어기적어기적 걸어내려오면서 쉴새없이 투덜댔다.
"아, 추어라...나 감기 거리면 채김지꺼냐."
잠긴 목소리에 발음까지 안되는 동우에게 들고나온 담요를 냅다 던져주며 호원이 대꾸했다.
"별로 안춥거든?"
"끄래...너 씨씨캐서 조켓다, 임마."
어눌한 동우의 발음에 피식 웃으며 호원은 발을 재게 놀렸다.
"야! 어디 가냐그어!"
투덜대는 동우 목소리에 맞춰서.
"모...머냐? 왜..왜...산이야!"
동우가 다급히 쫓아가 호원의 등짝을 팡팡 때렸지만 호원은 그저 휘영청한 달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산이 익숙한듯 호원은 성큼성큼 나무를 헤치며 나아갔지만 익숙하기는 커녕 산을 타본적도 없는 동우는 휘청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에..헤...헥...힘들..다...호워나...같이가..."
앞서가던 호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뒤로 돌아 동우에게로 다시 내려왔다.
"조금만 올라가면 돼."
나즈막한 말과 동시에 동우의 손을 휘감아오는 따뜻한 체온에 동우가 흠칫, 몸을 떨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호원이 자신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고 있었다. 칠칠맞기는- 툴툴거리는듯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옷을 툭툭 털어주는 호원의 행동에 동우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손잡는거, 그거 별거아니었는데도- 가슴이 자꾸 콩닥콩닥 뛰었다. 걸어가는 내내 호원은 손을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차가운 밤공기 가운데 유일하게 따뜻하게 달아오른 손 두개에 땀이 찼지만 무슨 이유인지 빼고 싶지 않아, 동우는 그저 손가락만 작게 꿈틀거릴 뿐이었다.
목적지에 도달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산중턱쯤 위치한 낮은 절벽이었다. 그리 높지 않은 절벽 아래에는 바다에서 흘러들어온 검푸른 물이 고여있었다. 그 해수호(海水湖)가 왠지 꼭 잡은 손 두개를 집어삼킬 것만 같아, 동우는 조용히 고개를 움츠렸다. 밤이슬에 젖어가기 시작하는 땅에 나란히 앉았을때, 호원이 옆에서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부산오면 너 꼭 데리고 오려고 했었어."
"......"
"여긴 내가, 외로울때마다 와서 앉아있던 곳이야."
"......"
"내가 아주 어렸을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 아빠 얼굴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왜 그런거 있잖아. 모자간에는 느낄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사이의 유대감같은거."
"......"
"그런거 느껴보고 싶을때면, 항상 여기 왔어."
"......"
"여기 아빠를 뿌렸다고, 그랬는데. 아직 한번도 아빠를 만난적 없네."
"......"
"꿈속에서조차도. 항상 먼저 말을 걸었는데 대답은 없고. 그렇지 않아요, 아버지?"
작은 돌을 집어 호수로 던지며 호원이 중얼거렸다.
"동우야, 있잖아, 이 전쟁이 끝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
"......"
"아버지 돌아가시고 평생 불편한 다리로 우리 형제 키워주신 엄마, 예쁜 세상 한번만...구경시켜드리고 싶어."
"......"
"그런 세상이 올까, 동우야."
호원의 목소리가 잠겨가는건 지금이 한밤중이라서 그런것만은 아닐 것이다. 분위기가 호수의 깊은 수렁보다도 우울해졌다. 그런 세상, 그런 세상. 모든게 밝아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세상. 피비린내 나지 않고, 죄없는 누군가가 죄없는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없는 세상. 피와 눈물이 섞여 인생이 저물어가는 일같은건 없는 세상. 문득 피에 젖은 민들레 한 송이가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한번도 말해보지 못했던 일. 동우는 말없이 풀만 뜯다가 조용히 이야기를 꺼냈다. 별빛이 시릴듯이 파랬다.
"난 피가 무서워."
애꿎은 돌만 집어던지던 호원이 고개를 돌려 동우를 쳐다보았다. 동우는 심호흡을 했다. 갑자기 속에서 미친듯이 끓어오르는 이 감정은. 쏟아내야할것만 같다. 동우는 뒤로 벌러덩 드러누워 드문드문 별이 박힌 하늘을 응시했다.
"넘치지는 않았지만 절대 부족하지도 않았었어."
"......"
"누나 둘이 있었고, 자상한 부모님까지. 남부럽지않게 너무 행복했었는데."
"......"
"지금 생각해보면 난 어렸으니까, 그랬으니까 마냥 좋았던거겠지."
"......"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이해가 잘 안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눈을 내리깔고 느릿느릿한 동우의 말을 듣고 있던 호원도 동우를 따라 뒤로 누웠다. 몇 보이지 않는 별이 너무 밝아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전쟁이 시작됐을때, 난 철없는 열여섯살이었어. 남들에겐 반항기, 사춘기 뭐 그런 거창한 이름이 붙을 나이였지만, 그냥 철없고 순진했던 것뿐이네, 돌이켜보면."
"......"
"심각성을 잘 모르잖아, 보통. 우리 가족도 그랬던걸까, 아니면 나만 그랬던걸까. 아직도 모르겠어, 호원아."
두서없이 내뱉는 동우의 말이 의아할법도 했건만 호원은 그저 듣고있을 뿐이었다.
"우리 엄마는 너무 예뻤어. 엄마는 민들레를 좋아했어. 나도 좋아했고. 엄마는 우습게도 열여섯먹은 아들 데리고 늘 민들레를 가지고 놀고는 했었는데. 그날도 마당에서 엄마는 민들레로 꽃반지를 만들고 계셨던것 같아."
동우의 말이 빨라졌다. 목소리도 떨려오기 시작했다. 호원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별이 너무 밝아 눈이 부셨던건 비단 저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 그때도 여느날처럼 조용한 아침이었는데... 갑자기 마을에 찢어질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어. 손쓸틈도 없이 우리 집에 군인들이... 들어왔어. 그리고... 모든게 달라졌어."
호원은 머리를 받치고 있던 팔을 내려 동우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까보다 훨씬 따뜻하게, 훨씬 다정히. 그제야 동우의 축축히 젖은 목소리가 한층 누그러졌다.
"잘... 잘, 기억이 안나, 호원아. 그냥... 엄청 시끄러웠어. 아빠가 열심히 꾸며놓은 집안이 마구 부서졌어... 총소리가 고막을 뚫을듯이 들려왔어. 호원아, 그리고 아빠는 날 옷장에 숨겼어. 아빠는, 아빠는... 그래서는 안됐는데..."
"......"
"...군인들은 다 알고 있었어. 우린 무슨 수를 써도 그자들의 무서운 눈을, 속일 수 없었어, 호원아. 옷장 안에 있었기 때문인가? 잘 모르겠다. 아니, 옷장 안에 있어서 더 뼈아프게 느꼈나? 모르겠어..."
"...동우야, 힘들면..."
"그 군인이 뭐라고 했더라? 다 알고 있다고 했었나? 그래, 숨겨봤자 소용없다고... 마구 욕짓거리를 했어... 태어나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거라서 너무 무서웠어."
호원은 동우의 왼손을 잡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축축히 젖어있던 동우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건조해져갔다.
"호원아, 아빠 목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 제발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어린앱니다... 저는 죽이셔도 좋으니 제발 저 어린 것만은 살려주세요."
"......"
"그런데 그 뒤에 군인이 한 말은 더 생생하게 기억나. 말투, 억양 하나도 안 빼놓고. 그래? 그럼 우리 재밌는거 해볼까. 비열하게, 아주 비열하게."
"...동우야."
"이 집 다른 어딘가에 숨어있는 니 아내를 죽여. 니 손으로 직접. 그럼 니 소중한 애새끼는 살려주지."
".....!"
"한참을 낄낄대던 군인들이 총을 던졌어. 그리고 발소리가 들렸어. 그건 엄마였어. 안 보여도 알 수 있었어. 눈물나게 너무 잘, 알 수 있었어."
"......"
"눈을 감고 귀도 막았는데 소용이 없더라.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몸이 굳어 움직이지도 못했어. 아빠가 운 것 같아, 호원아. 그리고 총소리가 들렸어. 너무 크더라. 내 가슴을 무너뜨릴만큼 큰 소리였어."
호원은 동우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걸 느꼈다. 별빛이 쏟아질듯 눈부셨다. 울지 않으면 실명될 것 같아.
"군인들은 진짜 그럴줄은 몰랐다는듯이 웃으며 떠났어. 아니, 그냥 떠나지는 않았어. 아빠의 심장 옆에 총탄 하나를 박고 갔지. 끔찍하게, 죽지도 못하게."
지금 풀잎들을 촉촉히 적셔가는건 밤이슬인가 눈물인가.
"조용해지더라. 방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모를만큼 온 세상이 고요해졌어. 온 몸에 힘이 탁 풀려서 옷장밖으로 그대로 밀려나와 쓰러졌어. 엄마를, 누나들을 차마 보지 못했어."
"......"
"눈 앞에 아빠가 쓰러져 있었거든. 나와 반대방향으로 누워있던 아빠의 얼굴이 바로 내 얼굴 앞에 있었어. 아빠가 그렇게 약해진 모습은 처음이었어. 우는 아빠는 처음 봤거든."
"......"
"아빠가 피에 젖은 입술로 나한테 사과했어. 미안하다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동우야. 아빠가 미안해, 라고. 어떡해, 호원아. 까무룩 정신을 놓는 와중에도 그 모습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히 기억나서 미칠 것 같아."
눈앞이 자꾸만 뿌얘져왔다. 눈을 몇번이고 깜박였다. 눈꺼풀이 감겼다 올라갈때마다 이슬방울이 떨어졌다.
"옆에 군인들이 놓고간 권총을 아빠가 잡았어. 아빠는 부르르 떨리는 팔을 올려 딱딱한 총구를 관자놀이에 갖다대셨어."
동우의 목소리가 목이 칼칼해질 정도로 건조해졌다. 일부러 담담한 척하는걸까, 아니면 목이 메일 정도로 화가 나는걸까. 둘 다인건가.
"그걸 마지막으로 내 세상이 끝났어. 눈 앞에 새빨간 피가 한가득 튀었어."
「서로가 서로를 겨누고 서로가 서로를 쏘고 결국 서로가 서로의 눈앞에서 쓰러지는 모습에서 번지는 검붉은 자욱들. 그 속에서 퍼져나오는 찢어질듯한 비명과 코를 찌르는 비린내.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방아쇠를 당겼던 손가락은 갈 곳을 잃고, 그 앞에 서있던 여린 한사람은 답지않게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내 눈앞은 온통 새빨개지고. 눈에서 흘러내리는 피눈물은 흐르는 눈물에 피가 섞인것인가, 흐르는 피에 눈물이 섞인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내 몸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화염이 그대로 쏟아지는것인가. 분명 몇초전까지는 새까맸던 세상이 붉게 뒤덮이고 내 눈에선 또다시 피눈물이 흐르는구나. 눈 밑을 아무리 훔쳐봐도 피는 묻어나오지 않고, 세상을 덮었던 붉음이 내 머릿속까지 뒤덮어오기 시작하면 그만 난 정신을 잃고 만다.」
"내 생각에 난, 울고 있었던 것 같아. 피가 눈물에 섞여 묽어질때까지 쉴새없이."
-
동틀때까지 그렇게 두 사람은 누워있었다. 서로의 손을 꼭 부여잡고. 실명시킬듯 밝던 별이 그 빛을 잃어 스러져갈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우는 깨달았다.
「사랑? 사랑이 뭐에요?」
「동우야, 그건 되게 어려운거야.」
「그래두우! 그래두! 사랑이 뭐에요?」
「흠...사랑은 말이야,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릿아릿하고 두근두근한거. 그런게 사랑이야.」
「아릿아릿이 뭐에요? 두근두근은 또 뭔데여?」
「글쎄... 자꾸 생각나고, 생각날 때마다 기분이 좋고, 또 그만큼 복잡해지고. 그래도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리면서 미소짓고, 아픈 가슴 잡고도 행복하게 웃는...그런게 사랑이야.」
노오란 민들레꽃. 엄마, 있잖아. 지금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픈데 웃음이 나와. 아마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어서 그런가봐. 이런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말이야. 엄마, 이제 알 것 같아요.
이게, 사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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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떠날 때가 되었다. 다리가 불편하신 호원의 어머니는 아침내내 방안에서 호원과 동우를 부여잡고 우시다가 정오가 되어서야 둘을 놔주셨다. 어머니 못지않게 펑펑 울어제낀 동우도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어머니께 인사했다. 둘이서 밤을 샌 그날 이후로 벌써 며칠이 지났다. 둘 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대로 웃으며 그렇게 지냈다. 바닷가에서 서로를 물에 빠뜨리고, 저녁엔 모여앉아 담소도 나누고. 어쩌면 그 밤은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호원에게는.
그래, 호원에게만. 동우는 호원의 눈을 마주볼때마다, 손을 잡을때마다, 살짝살짝 스쳐갈때마다 쿵쿵쿵 뛰어오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부던히도 노력해야했다. 그동안 있어서는 안될, 그래서 묻어두려 했던 감정이 한번 삐져나오자 걷잡을 수 없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고, 목소리만 들어도 좋고. 그렇지만 호원이는 나와 같은 감정이 아닐테니까. 평소엔 숨겨지지도 않던 감정이 잘만 가려졌다. 이 사이를 깨고 싶진 않아.
택시를 타고 오면서 동우는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이대로 지내야지. 그러면, 이 당황스러운 감정도 줄어들거야. 사실 호원이한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온 몸이 간질거리지만... 참다보면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그러나 동우는 몰랐다. 자신이 이 순간 고백하지 않은것이 나중에 얼마나 큰 후회가 되어 자신을 덮쳐올지.
-
"다 왔다."
"너네 군부대 베이스캠프 안 옮겼네?"
"이번에 1년 휴가 맞아서 놀러간 애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일부러 안 옮겼을걸?"
"응, 그래. 그런가보지. 내 가방 줘."
호원에게서 가방을 받은 동우는 택시가 떠난 뒤에도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뭐해, 안 가?"
"응, 응? 어디 가지?"
"그러게. 갑자기 돌아오니까 적응이 안된다. 나 복귀 신고하러 갈건데. 기다릴 수 있지?"
"...그래."
군인들이 무섭기는 했지만. 동우는 꼭 잡고 있던 호원의 손을 놓았다. 오늘따라 더욱 더 놓기가 싫었던건 왜일까.
"여기서 좀만 기다려. 금방 갔다올께."
"응, 빨리 와."
동우는 손에 남아있는 호원의 온기를 새삼스레 다시 느끼며 멀어져가는 호원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따스한 온기를 놓치기 싫어서.
"어라, 호이병이네? 휴가는 잘 갔다왔나?"
"네, 안그래도 찾아뵈려 했는데. 그런데 어디 다녀오십니까?"
천막으로 가는 길에 온갖 장비를 짊어진 부대장을 만난 호원이 의아한듯이 물었다.
"아, 이번에 소에족 몇명이 잠입했다는 얘기가 있어서 말이지. 좀 소탕하고 온다고 말이야."
"이병들 많이 없었을텐데, 고생하셨습니다!"
"허허, 별거 아니야."
호원은 사람좋게 웃어보이는 부대장의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손바닥만한 기계를 발견했다.
"엇, 부대장님, 그건?"
"아 이거? 이번에 우리 부대에도 소에족 탐지기가 보급됐네."
"그럼 이게 그겁니까?"
"그렇지, 이번 소탕작전에 아주 유용하더라고. 그 사회악 새끼들은 매장당해도 충분해, 쯧."
소에족탐지기는 전쟁이 시작되면서 상부에서 제작한 기계였다. 인간과 거의 일치하는 소에족의 미세한 특징을 잡아내어 전방 1km 내에 있는 소에족의 수와 위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주는 소에족탐지기는 초고가의 가격을 자랑했고, 덕분에 말단 중 말단에 속하는 호원의 부대는 다른 부대들보다 조금 늦게 배급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전, 복귀신고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오늘 애들 오면 베이스 옮길거니까 정리 잘하고."
호원이 다시 몸을 돌려 중앙 천막을 향해 한걸음 내딛은 순간이었다.
삐이이---삐이이---삐이이---
고막을 찢을듯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호원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부대장에 허리춤에서 탐지기를 꺼내들었다.
"뭐...뭡니까?"
"쉿, 근처에 소에족이 있는 모양이네."
호원은 가방을 내리고 총을 집어들어 장전했다.
"어딥니까? 지금 당장 출동..."
호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대장은 한 방향을 가리켰다.
"매우 가까이 있네. 300m 근방이야. 여기 숨을데가 어디있다고... 이 근처 소에족은 다 죽인줄 알았는데 떨거지가 남아있었던 모양이군."
호원은 부대장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300m 근방에는 수풀은 커녕 몸을 숨길 돌담같은 것도 없었다. 도대체 어디있... 어?
그대로 숨이 멎는듯했다. 설마... 커다래진 호원의 눈을 보고 부대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세히 묻지는 않겠네. 자네가 데리고 온 짐인 것 같은데, 어떤가."
여전히 한 지점을 가리키는 부대장의 손가락을 따라 옮긴 시선의 끝에는, 그 자리에 절대 있어서는 안될 한 사람이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겁나 슬프네요
저 천월인데요
오늘 죽을뻔했어요
교통사고남
14시간동안 밖에서
교복입고 미치는줄
근데 메시아 올리네요
힘들어요
온 몸이 부서지는 기분
(+) 모바일이신 분들 브금끄기 힘드시다길래 크게 했어요
※ 메시아는 프롤로그부터 차례차례 읽어주셔야 이해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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