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는 학교가는 버스안에서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그를 보곤했다. 노래 가사 배껴쓴거 아니냐고? 맞아. 그날은 날도 적당히 풀린 9월 초, 내 생일날 이었다. 언제 부터 였는지 모르겠으나 생일마다 재수가 더럽게없는 나는 생일 당일에는 약속하나 잡지않고 곧 바로 집에 돌아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유난히도 학교를 나서던 아침부터 재수가 없었다. 쓰기 시작한지 4년이 넘어가는 휴대폰은 내가 쿨쿨 자고있을때 맛이 가버렸는지 꺼져있었고, 그 덕에 집에서 나서야하는 시간 15분 전에 눈을떠 물만 찍어 바르다 시피 씻고 머리만 대충 쓸어 넘긴채 학교에 가야했으며, 눈앞에서 버스를 놓쳐 결국 지각을 해벼렸다. 그게 다였으면 좋았을까 점심에 학식을 먹으러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투닥 거리며 장난을 치던 학생에게 어깨빵을 당하고 겨우 자리를 잡고 밥을 먹으려 수저를 들었더니 느닷없이 손바닥만한 나방이 내 밥위에 떨어지질 않나 마지막 강의를 듣고 학교를 나서는 내 옆을 오토바이가 스치듯 지나가 놀라 자빠져 손바닥이 까지고 자취방에 돌아와 짐을 풀어 놓는데 학교에 전공책을 놓고 온 것이다. 한마디로 드럽게 재수가없다 못해 집에가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였다는거다. 과제 제출이 내일모래이니 책이 없으면 답도없다 생각했고 꾸역꾸역 학교로 다시 돌아가려 버스정류장에 섰다. 그때였다. 그사람을 처음 본 것이 옆에 사람이 서기에 아무생각 없이 눈을 돌렸는데, 이게 사람인가 싶은 얼굴이 보였다.
살짝 부는 바람에 머리가 살랑 흔들리는 그 사소한 것 조차 마치 이사람의 미모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기 위한 것 같아 보일 정도로 라잌 천상계의 인간을 본 것이다. 정말 역대 생일중 가장 운이 좋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쓰고있는 동그란 안경조차 뚫어버릴 것 같은 그 미모를 보고는 ‘허’ 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내뱉은 순간 놀라서 고개를 돌렸지만) 버스에 올라 항상 앉는 뒷문 바로 앞 2인석 자리에 앉아 흘끔거리며 그 사람이 어디에 앉는가를 보는데 바로 맞음편 2인석 창가 자리에 풀썩 앉는 것 이다. 횡제했다. 앉자마자 창문을 살짝 열어 노래를 듣는건지 고개를 가끔 끄덕이는 저 요정의 옆태를 마음껏 감상했다. 뭐 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우연인지 인연인지 같은 정류장에 내려 속으로 ‘ 굿바이.. 마이엔젤..’ 하며 뒤를돌아 걸었다. 학교로 걸어가는 내내 미련이남아 혼자 청승을 떨며 마치 뮤직비디오의 여주인공 처럼 아련한 몸짓으로 뒤를 돌았는데, 아니 미친 마이엔제루가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게 아닌가! 근처에 사람이 없어 그런지, 뭔지, 언제부터 나를 보고있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건 그와 눈이 마주쳤다는 것 이었다. 괜히 찔리고, 방금 지랄맞게 돌아선 내 모습이 생각나 후다닥 학교로 뛰었다. 맞다. 도망갔다. 개쪽팔렸거든 아무튼 그날 이후 앞서 말했듯 매일 아침 학교가는 버스 안에서 그때 그 자리에 앉아있는 그(내남좌)를 보았다. 그렇게 몇일을 마주치니(일방적으로 본 것 이지만) 아침이 매일 기다려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오늘도 마이 엔젤 내남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정류장에 서서 두리번 거리는데 저 멀리서 걸어오는 그가 보였다. 오늘도 존나 잘생겼다. 별 생각없이 몰래 흘끔거리며 얼굴을 감상하던중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 빈 자리를 확인하는데, 이게 시발 왠걸 내남자가 매일 앉는 2인석 자리만이 비어있는 것이다. 먼저 올라탄 그는 휘적휘적 걸어 자리에 앉았고, 심장이 벌렁거리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그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 기분은 마치 몇년동안 덕질하던 아이돌을 우연치 않게 마주쳐 흥분상태가 맥스로 올랐지만, 그분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한마디로 할 수 있는건 없는데, 기분은 존나 날아갈 것 같다는거다. 오늘따라 버스가 KTX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금새 학교앞 정류장에 도착했고 한껏 시무룩해진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떨군채 버스에서 내렸다. 지금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였을까 바닥만 처다보며 흐물흐물 걸어서 였을까 뒤에서 울리는 자동차 클락션소리에 깜짝놀라 본능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는데 근처에 있던 사람과 부딪치기 직전인 것이다. 안그래도 놀란상태에 한번 더 놀라 찍소리도 못하고 하다하다 몸통 박치기를 하는구나 하며 인생의 주마등을 보고있는데 누군가가 팔을 확 잡아당겨 쪽팔린 상황을 면하게 해주었다. 우선 부딪힐 뻔 한 분에게 사과를하고 감사인사를 하려 당겨진 쪽을 보는데... 이게 시발 뭔 빅 이벤트인지 천상계 외모의 요정 마이엔젤 내남자 이름모를 그분이 서 계셨다. 더블 놀람을 거쳐 트리플 놀람 상태가 되니 눈이 핑핑 돌았다. 번개맞은 기분이랄까 돌아봄과 동시에 휘청거리니 괜찮냐며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데, 하.. 진짜 다른의미로 욕나올뻔 했다. 무슨소리야.. 너 때문에 내 심장이 박살나기 직전인데.. 서둘러 자세를 고쳐잡고 서너번 즈음 사과와 감사인사를 반복하니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그만 하라고 말하는데, 매일 보던 무표정과는 분위기가 백팔십도 다른것이다. 진심 진짜 구라안치고 과장없이 요정 엔제루 강림을 눈앞에서 보는 듯 했다. 웃는 얼굴을 본 순간 입을 막을새도 없이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 와.. 요정.. 진짜예쁘다.” 따위의 말이 튀어나왔고 잠시 놀란 토끼눈을 하던 남자는 난데없이 내 팔을 주먹으로 통통 치며 “ 아이~ 왜 부끄럽게 그런말을 하세요오..” 하는 것이다.
잠깐 꿈 인줄 알았다. 너무 행복해서 시발 아무튼 그런 대화를 나눴는데, 갑자기 쌩까고 가는 것도 웃기니 함께 등굣길을 걸어 올라갔다. 이름은 이동혁에, 나이는 20세(나랑동갑*존나중요*) 실용음악과 라고 했다. 요정 발언 이후로 더이상 쪽팔린게 없어진 나는 사실 요새 아침마다 버스에서 봤다며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독보적인 얼굴에 덕질을 시작했다 말했고 버스에서 봐 왔던 무표정 냉미남 이미지와는 다르게 말투 목소리 행동 하나하나에 미친씹덕 포인트가 덕지덕지 뭍어나오는 성격의 이동혁은 “ 아이 지짜.. 그런말하면 부끄럽따니까~..” 하며 팔을 찰싹 치며 몸을 꼬았다. 널 사랑해. 앞으로 평생... 진심이다. 시각디자인과인 나와 멀지안은 곳에 위치한 실용음악과인 이동혁은 왜 이제껏 학교에서 본적이 없지? 싶을 정도로 자주 마주쳤다. 번호도 교환하고 함께 등하교에 밥도 같이먹으며 툭하면 함께 카페에 가곤했다.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은 덤이었다. (나에겐 아주 좋다못해 날아갈 정도의 덤) 학교에 다니며 별로 친한 사람이 없던 나와 이동혁은 껌딱지 처럼 붙어다니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얼마 가지않아 같은과와 실용음악과의 사람들이 둘이 사귀는 것 이냐며 물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기분은 좋지만 킹갓 동혁쓰가 하찮은 나 따위와 사귈리 없다 생각한 나는 항상 ‘ 어우, 아니 집가깝고 친구없어서 같이다니는거야.’ 라며 손사례를 쳤고 이동혁은 옆에서 그저 씨익 웃을 뿐 이었다. 그렇게 몇일이 흘렀을까 이동혁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문이 들렸다. 아무리 킹갓동혁이 날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지만 그런거 있잖아, 덕질하던 아이돌이 열애설 기사났을때 심란하면서 울적한데 그래 쟤도 사람이고 연애 할수도있지 근데 존나빡쳐 하는거 말이다. 그래 존나 빡치고 우울했다. 내가 이동혁의 뭐라도 되는 사람도 아닌데 그 날은 아무렇지 안은척 이동혁과 집에가는 버스를타고 내린후에 ‘빠이’ 따위의 난 그냥 저스트 친구 컨셉을 유지했으나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이동혁에게 카톡도 없으며, 심지어는 마주치지도 않는 것 이다. 우울의 심화과정을 거쳐 내 안의 흑염룡이 깨어난 것 처럼 이동혁 여친 누군지 존나팬다 하는 생각으로 부들거리는 한주를 보냈다. 그리고 또 다음주 월요일 오랜만에 버스정류장 앞에서 이동혁을 마주쳤다. 이동혁은 처음 대화하던 날 처럼 민망한듯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 안냥.. ㅎㅎ...” “ 어이구, 포켓몬고 잠만보보다 보기 힘들다는 히든 이동혁 아니십니까?” “ 아이 왜그래애..” “ 아주 여친 생겼다고 친구도 버리고 막 그래?” “ 아 그거? 헤헿헤 다 들어서 다행이다.” “ 그래 이새끼야, 친구라는 놈 소식을 소문으로 들어야겠냐?” “ 지는.. 친구라는놈이 그 소문을 듣고 암말도안하냐?” “ 니가 먼저 말할줄 알고 기다렸지!” “ 됐어, 나에대한 관심이 그정도였던거지? 나 덕질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더니.. 변했어.” “ 이게 미쳤나, 아무리 본인이어도 그 발언은 못참는다. 내 이동혁 덕질은 뒤져도 변치않을거야 ㅈ도 모르면서 왜 나대 새끼야!” “ 근데 왜 연락 안했어?..” “ 기다렸다니까?” “ 눈치를 그냥 밥말아먹었지? 그치?” “ ??????5아니..., 내가 너 기분 눈치채서 먼저 질문해야 됐었던 거야?” “ 뭐래.. 맨날 끼부려도 안넘어오니까 수 쓴거 아니야..” “ ...?뭐? 야, 나 오해할 법한 말 하지마라.” “ 좀 해라 진짜... 친구없고 집 가까워서 같이다녀? 진짜 어이가 없다.” “ 야.. 잠깐만.. 잠만? 동혁이 조용히 해ㅂ” “ 뭘 잠깐만이야? 너 좋다고. 이렇게 어필하는데, 왜 모르는척 해?” “ 아니.. 아니, 그게아니고 상황이 이해가 안가자너 너 여자친구 있다며?” “ 어! 그거 내가소문낸거다! 친구한테 말했더니 눈치없는 너한테는 이 방법밖에 없다더라, 진짜.. 이렇게까지 말해야되냐?” “ 어.. 어... 아..? 아니 잠만.. 그래 나 너 엄청 사랑하는데 갑자기 무슨 전개야 이게?” “ 후... 갑자기는... 내가 왜 다른사람 안만나고 너랑만 붙어다닌건지 생각좀 해봐라..” “ 동혁아 잠깐만.. 정리할 시간좀 줘라.. 지금 약간 어지럽다.?” “ 됐어.. 꺼져 임마! 너랑 말 안해!” “ 갓동혁... 내가 너에게서 꺼지라니.. 뒤져도 할 수 없는 일이야...” “ 그런 말 쉽게 하지마, 난 너가 평생 내 덕질한다는 말 오해해서 여태 나랑 같은 마음인줄 알았어.” “ 같은마ㅇ..???? 뭔... 니 마음이 뭔데 같은 마음이래?” “ 내가 오해한 부분이면 미안해, 근데 난 내가 너 좋아하는 먼큼 너도 나 좋아하는 줄 알았어.” “ 너랑 나랑은 같은 마음이 될 수가 없어.” 엥 스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어나더 레벨의 아이돌이 날 좋아해? 징난? 꿈? 이게 상상인가 싶었다. 심지어는 자기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 만큼 나도 같은 마음인 줄 알았단다. 개소리야.. 존나 다르지 같은 마음이 될 수 없다는 말을 하자마자 이동혁은 충격받은 얼굴을 하고는 ‘내가 너무 자만했구나’ 했다. 그 말을 듣고는 안그래도 어이가 털린 내 멘탈은 상상을 초월하게 탈탈 털려버렸고, 평소에는 속으로만 생각 해왔던 씹덕후 발언들을 속사포로 씨부리기 시작했다. “ 너의 자만 정도로는, 내 덕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해. 그거 알아? 나는 처음 본 순간부터 너를 생각할 때 마다 마이엔젤, 요정, 내남자 같은 타이틀을 몇백, 몇천개를 붙여왔고.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에 처음 들었던 날 부터, 친구로 라도 남고싶어서 얼마나 표정관리를 했는데. 같은마음? 니가 자만을해? 하려면 우주정복 그 이상의 자만을 했어야해. 이미 4차원의 장벽을 넘어서 나의 인생을 잠식한 이동혁 덕질을, 네 맘대로 같은 마음이라고 단정짓지마. 자존심 상해.” 숨도 안 쉬고 나오는 대로 내뱉은 말들이 정확히 어떤 뜻을 가졌고, 어떤 뉘앙스 였는지는 알 바가 아니었다. 사실 막 뱉어 버려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났고 한숨을 쉬며 자만했다 말하던 이동혁은 내 말이 시작한 순간부터 입을 살짝 벌리고는 놀란눈으로 어벙하게 서 있더니, 내 말이 끝나니 급하게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 야 성이름. 그냥 덕질상대로 나 보는거야?” “ .......?” “ 아니면 나같이, 자빠뜨리고 이것 저것 하고싶은거야..” “ .....ㅇ..어....?” 이동혁이 가까이 다가오며 나를 압박했다.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당황한 나는 말을 더듬으며 나를 바라보는 뜨거운 눈빛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걸 금새 눈치채고는 내 턱 즈음을 한 손으로 감싸오며 이동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넌 내가 그냥 친구야? 덕질상대, 친구.. 뭐 그정도로 보는거야?” “ ....ㅇ..아..어..나는...ㅇ..” “ 난 아냐, 처음 너 잡아줬던 순간부터. 친구인적 없어.” “ .....!...????” “ 툭 하면 사귈 수 있는게 친군데.. 왜 너만보고, 너만!신경쓰고, 너만 기다리는지.. 너만.. 몰라..” “ ...ㅇ..아니..어..나느..ㄴ” “ 나 너 좋아해. 모르는 사람이 봐도 티난다더라.” “ ....아..” “ 남이 알던말던.. 나는 신경도 안쓰여.. 너나 좀 알아줘라, 모르는 사람이 봐도 티나는데. 왜 너만몰라.” “ ....으..ㅇ..” “ 내 얼굴만 좋아하지 말고, 내 전부를 좀 좋아해봐.” 오랜만에 이동혁 때문에 심정지까지 올 뻔한 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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