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ta
신부(神父)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신부ㅡ
01
세훈의 모친(母親)은 신앙이 깊은 기독교 신자였다. 열렬한 신자의 외아들인 세훈은 언제 어디서나 저의 모친과 함께 기도를 해야 했음에 세훈은 그녀가 종교를 믿는 자라는 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보이지도 않는 형상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제 어미의 모습은 심히 경건하고 아름다웠으나 하늘의 어떠한 존재도 믿지 않았던 세훈에게는 큰 와 닿음이 없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느 일요일, 학업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터라 그리 바쁘지 않은 평일을 보냈음에도 세훈은 일어날 생각이 없는 듯 새근새근 달콤한 잠에 취해 있었다. 그러나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저를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깨우는 모친에 잔뜩 인상을 구기던 세훈이 결국 잠을 포기한 채 아무 옷이나 걸치고선 빙긋 미소를 짓고 있는 모친을 따라나왔다. 두 모자가 손을 꼭 잡고 아침부터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성당이었다. 동네의 성당이라 하기엔 꽤 큰 규모에 저도 모르게 멍청히 벌어진 입을 채 닫지 못하고 물었다. 엄마, 나는 신을 믿지 않아.
“그분은 너의 아버지란다.”
“내 아버지는 엄마 남편인데.”
퉁명스럽게 입을 비죽이며 대답하는 세훈에 그의 모친은 말없이 세훈의 손을 놓칠세라 꽉 잡은 채 성당 내부로 이끌었다. 이미 아침미사가 시작된 성당 내부는 막 들어서는 신자들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에 미소 지은 얼굴로 묵례하며 미사실로 조용히 들어선 세훈의 어미가 꽉 찬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마침 비어있는 앞줄, 그러니까 단상 앞에 바른 자세로 서 나지막이 설교(說敎)를 하고 있는 신부의 바로 앞자리로 찬찬히 발걸음을 옮겼다. 제 아들의 귓가에 소란을 피워선 안 된다며 조용히 속삭인 어미가 반짝이는 눈빛을 신부에게로 고정시켰다. 발음 좋은 목소리로 유창하게 말을 전하는 신부에 세훈이 고개를 살짝 치켜들어 설교 말씀을 전하고 있는 그를 바라봤다.
“인간은 사랑을 감정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변화가 많습니다. 반면 하느님의 사랑은 감정적이 아니라 의지적입니다. 이것은…”
…아아. 세훈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채 여러 신자의 앞에서 설교를 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세훈은 가만히 생각했다. 설령 신이 존재할지라도 그보다 아름다웠을까. 작은 제스처를 사용해가며 신자 하나하나와 눈을 맞춰 얘기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씩 잔상이 되어 세훈의 머릿속을 물들여갔다. 옆에 앉아 아름다운 신부의 말에 경청하고 있는 어미의 손을 세훈이 놓칠세라 꽈악 잡았다. 떨리고 있었다, 세훈의 손이.
“안녕하세요, 신부님.”
“오랜만에 마주하네요, 자매님.”
저의 어미에게 꾸벅 묵례하며 미소 짓는 신부의 형상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세훈의 적나라한 시선에 흘끗 시선을 내린 신부가 하이얀 저의 손을 내밀어 세훈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었다. 작은 움직임으로 일렁이는 신부의 손길이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이 아이는 자매님의 아이인가요?”
“네. 하나뿐인 외아들이에요. 이상하게 오늘따라 얌전하네요.”
“닮았어요, 자매님과.”
여전히 애정 어린 손길로 세훈을 쓰다듬던 신부가 무릎을 굽혀 세훈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살짝 눈을 접은 채 웃음을 보이던 준면이 작게 물었다. 너는 주님을 믿니? 기대에 찬 표정도, 덤덤한 표정도 아닌 중간의 경계에 선 표정을 내비치며 묻는 신부에 세훈의 어미가 살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아이는 안타깝게도 종교를 믿지 않아요.
“…믿어요.”
“뭐?”
“엄마, 내일부터 나랑 같이 다녀.”
예상치 못한 아들의 대답에 그의 어미가 놀란 표정을 금치 못한 채 세훈을 가만히 바라봤다. 굳건하기까지 한 세훈의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신부가 재밌다는 듯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준면의 손이 또다시 세훈의 동글동글한 머리통을 향해 얹어졌다. 신부가 세훈에게 물었다. 나는 김준면 신부님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네 이름은 뭐니?
“오세훈이요.”
“내일 미사에서 널 볼 수 있을까?”
“매일 올게요. 엄마 없이 혼자라도.”
하느님의 사랑에 드디어 눈을 떴구나. 세훈을 향해 기쁜 표정을 짓던 준면이 머리를 쓸던 손을 내려 세훈의 볼을 작게 쓸어내렸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세훈을 지그시 바라보던 준면이 말했다. 정말 주님을 믿니? 맑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준면의 투명한 눈빛이 꼭 파란 하늘을 닮아 있었다. 그의 영롱한 눈빛을 최초로 마주한,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기 시작한 세훈의 당시 나이는 열여섯 살이었다. 준면의 부드러운 손길을 가만히 느끼던 세훈이 찬찬히 입을 열었다.
“믿어요.”
하늘보다 아름다운,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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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인 블로그와 인티 글잡에서 동시 연재되는 글입니다.
* 이번 편은 브금이 없습니다. (ㅠㅠ)
신부와 목사의 차이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신부님은 결혼을 할 수 없지만 목사님은 결혼이나 사랑 따위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목사는 직업인이며 신부는 주님을 따르는 자라고 하네요!
사실 며칠 전부터 끙끙대며 싸이코 연중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미리 이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싸이코나 컴퍼니 피플 둘 중 하나를 끝내고 쓰겠다 다짐했는데 싸이코를 연중 하기로 결정했으니 그냥 전에 써둔 1편 올려요
예고편 올리는 건... 어디 부분을 잘라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
이번 주말에 컴퍼니 피플 올린 직후에 바로 암호닉 물갈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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