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이는 내가 첫 여자친군가? 사실 아직도 그건 서로 모르고 있어. 종인이도 나한테 남자친구있었던 적 있냐고 묻지 않았었고 나도 딱히 종인이의 전 여자친구가 궁금한 적은 없었거든. 종인이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고등학교 때도 남자친구가 있었고 사관학교 입교하고 나서도 1학년과 2학년에 걸쳐서 연애를 했었어. 솔직히 지금도 그렇고 생도시절때도 그랬고 민간인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었기 때문에 육사다니던 2살연상이랑 연애를 했었는데.. 잠깐 얘기해보자면, 내가 생도때 육군사관학교 탐방을 갔었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이었어. 1학년 때 였으니까 풋풋하기도 풋풋했지. 게다가 내 워너비였던 육사제복을 입은 남정네들이 학교안에 한가득이고, 내 동기 붙잡고 와, 멋있다.. 이러고 있었는데 "1학년~?" "충성! 1학년생도 ㅇㅇㅇ!" "아구 그랬어?" 밥먹고 산책하는 우리 앞에 육사제복 쫙 차려입은 남자 2명이 섰어. 진짜 뭐짘ㅋ..싶을정도로 오구오구하는 내 앞의 3학년모습에 표정이 점점 썩어가는데 자기 휴대폰을 턱하니 내미는거야. "연락처 줄래?" "어..어, 사관생도 ㅇㅇㅇ, 아직 휴대폰 소지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아.. 그래? 몇 중대야?" "4중대 소속입니다!" 내 대답에 살짝 고개 끄덕이더니 내 명찰을 다시 확인하는거야. 그러곤 옆에 동기한테 가자, 이러더니 훅 가버렸어. 나때문에 같이 쫄아있던 내 동기들도 멍하니 있다가 순식간에 난리가 났어. "야, 뭐야 뭐야?" "그러게 진짜 뭐야, 너!" "연락처 줄래? 와..대박이다 진짜.." "1학년~?이것도 대박.." "나는 그랬어? 여기서 심장 폭발할 뻔!!" 정작 나는 멍하니 있는데 자기들끼리 신나서 발 동동 구르고 그러는거야, 동기들은 다 그 사람 말투에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내가 콩닥콩닥 심장 폭발했던 건 의외로 단순했어. 내가 키가 되게 작았는데 그 사람이 내 키에 살짝 무릎 굽히고 눈마주치면서 얘기를 했었거든. 난 그게 정말 좋았었어. 그렇게 중대를 털리고 생도대로 돌아왔는데 며칠 뒤에 내 앞으로 편지가 날아왔어. 가족들한테는 내가 공중전화로 전화하고 이메일도 보내곤 하니까 딱히 편지 올 일이 없는데, 의아하게 받아든 편지에는 정말 정갈한 글씨로 [발송인:육군 사관학교 김민석] 이렇게 적혀있는거야. 김민석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지만 보낼 사람은 한명밖에 없었기에 보자마자 알아챘지. 주머니에 꾸깃꾸깃 넣어두었다가 호실 돌아와서 조심조심 뜯어봤더니 진짜 예쁜 글씨체로 간단하다면 간단한? 내용이 적혀있었어. 1학년 생도, 갑작스러운 편지에 당황했어요? 휴대폰도 아직 없는 햇병아리한테 괜한 수작부리는 것 같은데..내 연락처 적어둘게. 연락해요. 정말 아무 무늬도 없는 백색 에이포 용지에 백색봉투에, 상군인이다 싶었어. 밑에 또박또박 적혀있는 연락처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전화를 걸러 공중전화로 향했어. 내 소중한 전화카드를 넣고, 신호음이 몇번 울리자 금방 전화를 받는거야. "3학년생도 김민석, 전화 받았습니다." "어.." "어, 1학년?" "사관생도 ㅇㅇㅇ, 전화하라고 하셔서 전화 드렸습니다.." 내 우물쭈물한 말에 김민석이 푸흐흐 웃어. "전화하라고 해서 전화했어요?" "예, 그렇습니다." "밥은 먹었어요?" "예,그렇습니다." "에이..다른 말 듣고싶은데. 그럼 오늘 어땠어요?" "어.." "오늘 뭐했어요?" "오늘, 수업듣고..지금은 정비시간입니다." "그랬구나. 나는 3일내내 너 연락만 기다렸어요." 아..? 급 당황해서 내가 우물거리니까 또 혼자 웃는거야. "또 전화해요, 1학년인데 자기 정비 열심히 해야 안혼나죠." "아.." "내일 또 전화해요." 결국 알겠다고 하는 대답을 듣고서야 김민석은 전화를 끊었어. 그렇게 우리 인연은 시작됐었고, 내가 휴대폰 반입을 하고서부터는 매일같이 연락이 오고 연락을 했었지. 아무것도 모르던 풋내기 고등학교때 연애와는 또 다른 느낌이 김민석에게는 있었어. 아무래도 나보다 2살이나 많으니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었고 김민석은 눈치가 빨라서 내가 조금만 힘들어해도 주말에 우리학교 앞으로 날 데리러와서 외출하며 기분을 풀어주곤 했었거든. 또 김민석은 나한테는 한없이 부드럽게 굴다가도 자기 일이나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정말 칼같아지는 결단력도 있었어. 뭔가 여자들은 자기 일에 열중하는 남자를 좋아하잖아, 김민석이 딱 그 표본이었거든. 그렇게 일년 남짓한 연애를 하면서 사복입고 만날 때는 내가 김민석한테 말도 까고, 김민석은 내가 어떤 짓을 해도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게 쳐다봤었어. 아무래도 여자들이 연상을 선호하는 이유를 김민석은 죄다 가지고 있었지. 오빠가~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카페에서 마주보고 앉아 내가 종알종알 떠들면 그랬어?라면서 맞받아쳐주는 것도. 연애기간 내내 심장떨리게 하는 재주가 있었거든. 또 나를 좋아해주는 걸 숨기지 않고 전부 표현해주는 것도. 그렇게 김민석이랑 불타는 연애를 하고, 결국 헤어졌지만 종인이를 사귀기 전까지 김민석때문에 연애는 연상이랑하겠다는 다짐을 했었어. 그런 김민석을 내가 다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지. 학교에 3학년 훈육관으로 새로운 장교가 들어왔다는 소리를 듣고, 점심을 같이하자는 통보를 받았어. 의례적으로 새로운사람이 들어오면 밥같이먹으면서 안면트곤 했으니까 그날도 아무렇지 않게 나갔지. "충성, 간호장..," 식당에 도착해서 모자 벗고 고개 들며 인사하는데, 거기에 김민석이 앉아있는거야. 김민석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있었던 건지 그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있었어. "아, 여기 근무하시는 간호장교시구나?" "네, 처음 뵙겠습니다." 김민석한테 마치 나는 예전처럼 어린 생도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는 듯이 최대한 태연하게 의자를 끌어내 앉았는데, 김민석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면서 다른 분들 안볼땐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어. 결국 불편함에 못이겨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먹는지도 모를정도로 입에 쑤셔넣기만했지. 그 탓에 체해버린건지 명치끝이 답답해져올 즈음 식사가 끝났어.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의무실로 향하는데, 뒤돌아보지 않아도 김민석이 나를 쫓아오는구나. 느낄 수 있었어. "김소위, 잘 지냈어요?" "예, 그렇습니다." "몇 년만에 보는 건데 얼굴도 안쳐다봐주나?" "..." "아까 밥 먹은거, 체했지?" 김민석은 종인이보다도 나에대한 건 잘 알았기때문에 내가 밥을 급하게 먹으면 쉽게 체한다는 사실도 알고있었어. 한마디라도 해야겠다 싶어 걸음을 멈추고 뒤를 홱 돌아봤는데 김민석이 내 손을 끌어다 천천히 엄지검지사이를 누르는거야. "체했나.." "아," "체했네요." 연애할 때도 김민석이 체했나..하며 내 손 잡아다 꾸욱 눌러보고 내가 아파하면 체했구나. 했었는데, 그게 데자뷰처럼 똑같이 일어났어. 정말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김민석만 죽일듯이 째려봤는데, 김민석은 그래도 끝까지 입가에 웃음을 잃지 않아. "손 따야겠다. 그치?" "..아닙니다." "아직도 손 따는거 무서워해?" 예전에도 손 따는거 미친듯이 싫어해서 김민석이 거의 끌어안다시피 안고서 겨우 따주곤 했는데, 그걸 생각나게 만들어버리는거야. 그렇게 내 의사와는 관계 없이 김민석은 의무실까지 따라왔어. 의무실을 너무 오래 비워서 혹시 왔다간 생도가 있나, 일지확인부터 해야겠다 싶어 문을 달칵 열었는데 종인이가 의무실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어. "충성." "응, 3학년이네?" "예, 그렇습니다." "그래, 어디 아픈가보다." 앉아있던 종인이가 벌떡 일어나서 김민석한테 경례를 했는데 김민석은 종인이 견장 살짝 확인하더니 의무실 트레이를 뒤적거려. "아니, 이 생도는 제가.." "쟤 말고 너요." "..예?" "체했잖아요, 안 따면 안내려가요 넌." 당황한 내 손을 잡아채는 김민석의 손에 깜짝 놀라서 손을 내뺐어. "제가..제가, 해도 됩니다. 일단 생도 먼저 봐주고.." 내 말에 김민석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까딱이고 한쪽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어. 그제서야 우리 종인이를 쳐다봤는데, 딱 봐도 표정이 굳어있는거야. 근데 내가 지금 종인이를 풀어줄 상황이 아니니까.. "종인이 많이 기다렸어?" "아닙니다." "어디가 아파?" 내 말에 종인이가 살짝 뜸을 들였어. 아픈 곳은 아마 없었을거야. 여느때처럼 내얼굴 보러왔는데 내가 김민석이랑 들어오는 바람에 당황했겠지. "..그냥, 속이 조금 안좋습니다." "메스꺼운거야? 약 줄테니까 가서 먹어보고, 안 나아지면 다시 와. 알았지?" 내 말에 표정을 잔뜩 굳힌 종인이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김민석한테 작게 경례하고 나가버렸어.
ㅡ 오늘은 민석이가 여러분을 콩닥콩닥하게 해주길 빌며..★ 다음편에서 민석vs종인 배틀 시키고 싶지만ㅋㅋㅋㅋㅋㅋㅋ종인이는 아직 장교님께 감히 대들..짬이...! 암호닉 정리할게용'ㅅ' 원래 암호닉 있으셨던 분들은 확인 한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여.. ㅠ3ㅠ..원래 의사썰암호닉 있으셨던 분들은 자기 있다구 손한번만 번쩍!! 그리구 새로 신청도 받을게요! 다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