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아침에 밥을 먹어야지, 사람이."
"이런씨.. 쌀이 다 떨어졌길래 내 돈으로 빵 사와서 기껏 계란까지 곁들여서 토스트를 차려줬더니 뭔 불만이 그리 많아요? 먹기 싫음 굶어요."
"아, 내놔! 먹을꺼야! 막노동뛰러가는 사람한테 뭔 추태야!"
추태가 거기서 왜 쳐나와!하고 뒤받아치는 징어의 말에 찬열은 얼씨구, 이꼬맹이 많이컸네라면서 입술을 씰룩여. 그에 다시 한번 너징어가 입술씰룩이면 어쩔껀데, 뭐. 뭐뭐뭐!하며 대들자 찬열은 자신의 바람처럼 무서워하는 기색은 커녕 자신을 같이 노려보는 징어의 모습에 찬열은 그냥 허하고 한 번 헛웃음을 치고는 토스트를 꾸역꾸역 입으로 집어넣어. 그런 찬열을 보며 너징어는 다시 한 번 속으로 꿍시렁거려보지.
그래, 잔말말고 먹고 나가서 돈이나 벌어와라.하고말이야
"다녀온다."
"갔다와요."
"넌 몇시에 나가는데."
"오후 3시쯤? 집에 오는건 아마 8시정도일껄요."
"난 아홉시정도에 끝나니깐 집으로 오지말고 나 일하는데로 와. 오늘 나 월급이니깐 외식하자, 삼겹살 콜?"
"좋긴한데.. 걍 집에서 먹는게 더 싸잖아요. 왜 외식해요. 그러니깐 매달 후반부에는 내 알바비로 식비대지.."
외식한다는 소리에 사실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면서도 아직은 벅찬 너희 두사람의 생활에 징어가 살짝 앓는 소리를 내자 찬열은 그냥 픽 하고 웃더니 뒷처리 귀찮다고 대답해. 어짜피 뒷처리를 하는 건 징어너일텐데 하고 징어는 살짝 인상을 찌풀려고 곧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여. 저 귀찮다는 필시 찬열이 자신을 겨냥한 말이 아닌 징어 너를 겨냥해서 하는 말이었으니깐 말이야. 우리 아저씨, 요새 배려가 늘었어 우쭈쭈하고 장난치는 징어의 말에 찬열은 그냥 시끄러꼬맹아하며 집을 나서지.
징어는 찬열을 먼저 일터로 보내곤 집에서 조금 더 밍기적거려보다가 알바시간에 맞춰 편의점으로 나왔어. 그 날, 징어가 찬열에게 납치당한지 하루도 아니 채 몇시간도 지나지않아서 몸값을 요구했던 찬열이 원장에게 매몰차게 무시 당했던 그 날. 그 이후로 갈곳없어진 징어가 자신을 놔주겠다고 한 찬열을 붙잡았던 그 날. 찬열은 몇 번이나 징어에게 너 알아서 하라고를 외쳐댔지만 징어가 계속 애원하자 결국 자신의 원룸으로 찬열을 데려왔어. 대충 며칠만 자라고 했던 찬열이었지만 끈질기게 붙어있는 징어의 모습에 찬열은 두 손 두발 다 들고말았지.
징어는 나중에서야 듣게 된 이야기지만 찬열은 하루하루 막노동이나 알바를 하며 대충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어. 손 벌릴 부모도 가족도, 일가 친척 하나도 없었기에 그냥 한 번 될대로 되잔 식으로 크게 한 탕 벌이겠단 객기로 징어를 납치한 거였지. 비록 그 결과는 객식구하나추가라는 어이없는 결과를 낳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징어는 나름대로 알바도 해가며 생활비를 보탰고 인스턴트로만 끼니를 떼울려는 찬열의 식사도 꼬박꼬박 챙겨주었어. 그래야지 내가 너무 염치없나싶은 자책감을 덜어낼수있을거같았거든.
"3800원입니다."
"어...어.여기요."
"네, 5000원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1200원입니다."
"...아,네."
"안녕히가세요, 또 오세요!"
근데 오늘 징어는 알바를 하는 내내 찝찝함을 좀처럼 떨칠 수가 없어. 물건을 고를 때, 계산을 할 때, 그리고 거스름 돈을 줄 때도 모잘라서 이제는 징어가 건네는 인사를 받으면서 가게를 나서는 순간까지 손님이 징어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봤거든. 남자 손님하나가 그랬다면 어머, 내가 오늘은 좀 화장발이 잘 먹혔었나하고 속으로 깔깔거리며 자뻑이라도 느낄 일이었지만 남자손님뿐만이 아니라 여자손님들까지 계속 그런 행동을 보였지. 한 두명이 아닌 다수가 계속 징어를 쳐다보는 일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어. 징어는 처음엔 얼굴에 뭐가 묻었나싶어 폰을 셀카모드로 맞춰두곤 얼굴 여기저기를 보고 이빨까지 확인해봤으나 아무것도 이상할 점은 없었어.
"설마 지금 그나이먹고 학교는 안가고 알바나 뛰니하고 깔보는 거야?"
자기멋대로 판단 내린 징어가 살짝 짜증을 부릴려했을때 '카톡'하곤 짧은 알림음이울려. 찬열이 연락이 안되면 걱정될수도 있다며 자신의 명의로 만들곤 징어에게 내준 폰이기에 카톡이던 문자던 전화던 보낼 사람은 찬열 하나밖에 없기에 징어는 후다닥 패턴을 풀고 카톡을 확인해봐.
/걍 삼겹살이랑 상추랑 야채들 집으로 내가 사갈게. 쌈장 만들어놓고. 집에서 대기해, 꼼짝말고/
아오 그새 마음 바꼈어. 뒷처리 귀찮으니깐 양해해주는거같더니 징어를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손으로는 ㅇㅇ넹이라며 간결하게 카톡을 쳐냈어. 징어가 보낸 카톡의 옆에 달린 1은 금방 사라져 찬열이 카톡을 확인했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나 찬열은 답톡을 보내진않았어. 이 망할 시크한 아저씨. 하고 징어는 생각해.
"어..누나, 교체요."
"응, 먼저 가볼게. 수고해!"
"....네."
평소라면 누나 잘가요!라며 징어에게 더 활발하게 들러붙었어야 할 징어 다음의 파트알바생인데 오늘따라 계속 징어의 눈치를 보며 멈칫거려. 설마 오늘은 온 세상 사람들이 내 눈치를 봐야하는 날인가하고 징어가 쓸데없는 망상까지 하게 될 정도로 오늘 하루는 이상한 날이야. 징어는 점차 불안해져오는 마음을 달래기위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저녁에 하게 될 찬열과의 고기파티를 생각해. 그래, 불안한게 있다면 아저씨가 내 몫도 제대로 안 챙겨주고 자기가 막 흡입할까봐가 걱정일꺼야! 징어는 기분을 가볍게 해보려 노력하지.
"나 왔다."
"왔어요? 상 다 준비해놨어요. 상추주세요, 씻어서 올테니깐 아저씬 고기 불판에 올려놔요."
"너 뉴스는 못봤어?"
징어는 오랜만에 고기를 먹을 생각에 들떠서 고기 주울 준비니 쌈장이니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찬열은 일찍 들어왔어. 그에 찬열이 반가워서.. 아니 정확히는 찬열의 손에 들린 고기가 반가워서 징어가 현관으로 달려나가 찬열을 마중하며 말하자 그런 징어를 흘끗 내려다본 찬열은 징어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해. 그에 너징어가 뉴스요? 뭔 뉴스? 이 근처에 살인사건났어요?하고 되묻자 찬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곧 뉴스하겠네라며 빨리 상추나 씻어오라고 검은 봉지를 건네. 그에 징어는 뭔가싶어서 흐르는 물에 대충 상추를 흔들어 씻고는 물기제거를 한답시고 탁탁 털곤 접시에 담아 후다닥 찬열이 앉아있는 티비 앞 밥상으로 걸어가. 이미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고 뉴스도 틀어놓은 찬열이 저것 보라는 듯 티비를 향해 턱짓을 한 번해.
"뭐길래그래요? ....아."
"알바나가지마라, 이제. 그냥 집 안에서 꼼짝말고 내조나 하고있어, 너는."
징어가 시선을 돌려 바라본 티비 속에 나오는 것은 징어의 눈에 익숙한 한 사람의 인터뷰장면이야. 그 화면에, 그 소리에 잠시 징어가 멍해져있자 찬열은 아무렇지 않게 상추를 입에 넣으며 시덥잖은 소리를 해. 뭔데요, 저거. 저거 무슨 개소리냐고하고 징어가 혼자 악을 쓰듯 으르릉거려도 찬열은 별다른 동요없이 어깨를 으쓱할 뿐이야.
/돈은 이미 한 차례보냈으나 그 뒤로 소식이 끊겼습니다. 저희 고아원은 징어의 안전을 위해 이제껏 입을 다물고있었으나 학교측의 설득을 듣곤 마음을 바꿨습니다. 우리 징어를 찾아야만 하겠다고..그리말이지요./
티비 속 화면에 나와서 징어의 이름을 다정스레 부르는 사람. 징어가 몹시 걱정된다며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생사라도 알고싶다며 이제와서 이러는 자신의 행동이 너무 늦었진 않길 빈다며 하지만 그것도 전부 그 아일 위해서라며 서럽게 울음을 토해내는 그 사람.
원장이었어.
징어를 살리고 싶으면 돈을 보내라던 찬열의 요구에 징어같은 애는 모른다고 답했던.
| 이거 다음편은 |
두 편으로 나뉠 계획입니다. 下-1편, 下-2편. 요렇게요.. 생각보다 길어져서 분량이 폭발해져서 끊을 수 밖에 없었음.. 양해바래요. 이제 찬열과의 도주생활을 스타트!해야하니깐요. 下-2편을 모르겠지만 下-1편으로 오늘내로 다시찾아뵐게요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충격주의) 현재 난리난 "차면 부러지겠다” 대참사..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