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요..사실 내가 많이 미안해...사랑해요, 다들. |
찬열과의 급작스러운 키스라고보기도 뭐한 갑작스런 입맞춤 이후로도 사실상 징어와 찬열사이는 변한 것은 없었어. 다만 잠을 청할때에 찬열이 전에 없이 손을 꼭 잡고 있어준다던가, 징어가 화장실에라도 가야할 때면 차에서 기다리던 찬열이 건물 앞까지는 쫓아간다는 것 정도만 변한 사실이지.
그래도 징어는 찬열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샤르르 녹아들어. 아무런 말 없이도 서로에 대한 직접적인 마음의 확인없이는 두 사람은 연인이라는 틀 안으로 다가서고있었어. 도주생활을 시작한지로 쭈욱 그저 그냥 평온했던 옜날로 돌아가기만을 소원했던 징어지만 이제 너징어는 그저 이런 생활이 계속되도 좋으니 쭈욱-, 쭈욱- 찬열과 있을수 있길바래. 옆에서 둘이 손을 잡고 애기하고 웃어보고 ..그냥 그런 생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꺼라 생각해.
그리고 그건 찬열 역시도 마찬가지야.
"아저씨, 어떻해요!!"
/앞에가는 검은색 모닝 하0408차 세우세요! 반복합니다, 차 세우세요!/
확성기를 통해 외쳐오는 경찰의 외침, 드라마에서나 보던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는 모두 너징어와 찬열을 향해, 아니 정확히는 '용의자'인 찬열 하나만을 위해 일어난 일이고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찬열은 '자신'이 아닌 '징어 너'를 구하기위해 도저히 차를 세울 수 없어. 세상사람들이 다 자신을 욕하더라도 찬열은 끝까지 징어를 지키겠다 마음 먹었으니깐 멈출 수가 없어.
"아저씨..." "징어야."
시끄러운, 받아들일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징어는 찬열을 보며 터진 울음을 멈추지못하고 그런 징어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이를 악 물고 운전에만 열중하던 찬열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여. 그리고 찬열은 이내 나지막히 징어의 이름을 불러봐. 찬열의 부름에 곧장 네하고 대답하는 징어의 목소리에 찬열은 차마 잘 떨어지지않는 입술을 덜덜 떨며 열어봐, 한글자씩 천천히.
"미안해. 내가 미안했어. 너 처음 납치해서 그래도 니가 편안히 누리던 생활을 망가트려서, 네가 데려가달라고 손을 내밀었을때 놓치지못하고 그 손을 잡은건 내 선택이면서도 너를 제대로 거두어주지 못해서. 그런 와중에도 너한테 이런 감정을 품어서. ..마지막까지 지켜주지도 못할꺼면서말이야."
잊고있었던 찬열과의 첫만남부터의 생각을 처음으로 말해오는 찬열에게 징어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어. 징어의 생각엔 찬열은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모든 일의 시초는, 그래 애초에 시초는 찬열의 잘못된 한방욕심이었다하더라도 그후에 계속 잘못을 이어가길 주장한건 징어 자신이야. 징어는 찬열에게 미안하고 찬열은 징어에게 미안해. 그리고 서로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워.
"징어야.." "네..' "우리 그만 떠날까."
두명이 타고있는 자동차는 차도를 이탈해 가드레일로 돌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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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1인용 병실. 징어는 학교와 알바를 병행하다가 쓰러졌을 때도 늘 그냥 닝겔 한 번 맞고 퇴원했었기때문에 처음 겪는 곳이야. 처음 보는 곳, 그리고 익숙하지만 낯선 사람. 그래, 징어는 살아서 '어떤 사람'과 함께 이곳에 있어. '원장'과 말이야.
징어와 찬열이 스스로의 결정에 가드레일에 박고 사고를 일으킨 그 때. 찬열은 그때마저도 본능적으로 징어를 감싸안았어. 결국 크게 다친 건 찬열 하나. 찬열은 아직도 혼수상태에서 정신을 못차리고있고 징어만이 찬열의 보호로인해 며칠간 사경을 헤메다 깨어났지. 옆을 지키고있던 간호사가 놀라서 달려나가며 의사에게 징어가 깨어남을 알리고 곧이어 찾아온 원장이 징어를 붙잡고 엉엉울며 다행이라고 수없이 되뇌이는 것. 그리고 낯선 기자들이 카메라세례. 모든 것이 징어에게는 소름끼쳤어. 하지만 진짜 지옥은 그때부터였지. 징어는 원장에게 철저히 이용당했어. 원장은 기자가 물러가자마자 징어는 한번 흘긋 보고는 혀를 차며 비웃었지. 살아났네? 안깨어났어도 좋았을텐데말야.
원장은 징어를 찾을 생각이 전혀없다고 스스로 말하며 징어를 내려다봤어. 원장은 징어가 다신 나타나진 않길 바랬어. 그냥 찬열이 징어를 죽였길. 그래야 징어가 지니고 있던 돈을 아무렇지 않게 본인이 사용할수있었거든. 하지만 예상치못한 일이 발생했지. 징어의 학교담임쌤이었어. 모범생이던 징어가 학교에 계속 나오지않자 담임쌤은 끈질기게 징어의 고아원에 연락을 했고 원장은 징어가 괴한에게 납치당했는데 협박때문에 못알리고있었다라고 둘러댄거지. 그 말을 들은 담임쌤의 신고에 의해 경찰이 고아원으로 출두했고 원장은 돈은 내주었으나 납치범이 징어를 돌려보내주지않고있다. 혹여나 신고를 하면 징어가 해를 당할까봐 두려웠다고 말을 지어냈다고. 근데 네가 그남자와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길래 좋아했는데 왜 깨어났냐며 짜증을 부렸지.
세상은 찬열이 자신의 잡힐 위기에 처하자 인질을 붙잡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도됬고, 징어가 흔히들 말하는 스톡홀름 신드롬에 걸렸다고 주장했어. 피해자가 범인에게 동화된다는 현상말이야. 그래서 징어는 범인을 보호하기위해 입을 열지않고 있고 그 피해자가 있던 고아원의 원장은 그런 피해자의 곁을 계속 지키는 천사처럼 비추어지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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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왜 나를 감쌌어요..같이 떠나자고했잖아. 왜 그순간까지도 무의식적으로 나를 감쌌어.. 내가 미안해요, 아저씨랑 같이 행복해지고싶은데.. 난 너무 약하기만 해서 그럴만한 힘이 없어.."
징어가 두 손으로 꼭 붙잡은 찬열의 손에 징어의 눈물이 툭툭 끊어져. 서럽게 울면서도 징어는 말을 멈추지않고 계속이어가. 정말 드라마에서처럼 찬열이 손가락을 움직여 자신의 생사를 표현해주었으면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않아. 이건 징어에게 닥쳐진 현실이니깐.
"아저씨..난 너무 약해서 이 세상에서 아저씨랑 행복해지는 방법을 몰라요. 그러니깐..내가 한번 더 '그 일'을 시도할게. 난 사후세계같은 것도 안 믿었어. 이 세상에서 아둥바둥 살아왔으니깐 그쪽 세계를 가서도 그렇게 살까봐 두려웠어. ..근데 아저씨, 내가 그거 믿을테니깐. 하느님이던 부처님이던 다 믿을테니깐 그 세계 꼭 있길바래요."
그래서 꼭 어떤 세계에서라도 다시 만나자, 우리. 꼭 행복해져보자.
징어는 붙잡았던 찬열의 손을 스르륵 풀어. 지금 자신이 할려는 짓이 죄일지도 몰라. 징어는 알고있어. 이건 엄연히 '살아있는 생명을 거두어들이는 짓'이니깐 하지만 징어는 이 세계에서 찬열과 있고싶지 않아. 멋대로 자신들을 오해하고 찬열을 욕하는 이 세상따윈 스스로 버려버리겠다고 이미 찬열과 징어는 '사고가 날때'마음을 먹었으니깐.
징어는 어두운 밤탓에, 눈물 탓에 잘 보이지않는 찬열의 얼굴로 손을 뻗어 찬열의 숨을 이어가주고 있는 산소호흡기를 분리해. 찬열의 몸에 이어진 기계가 급한 박자로 뛰었다가 이내 삐익하는 소리가 들리고 일자로 움직이자 이미 눈물로 퉁퉁 부은 징어에 눈에서 더욱 더 눈물이 쏟아져내려.
그리고 징어는 눈을 감고 있는 찬열의 입에 스르륵 자신의 입술을 대보았다가 이내 일어서, 그리고 병원의 옥상으로 향해. 복도를 걷고 계단을 걷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 옥상의 문을 열고 아무도 없이 적막한 옥상에서 바람을 느끼며 살짝 눈을 감았던 징어는 찬열의 입에 닿았던 입술을 매만져보았다가 이내 허공으로 발을 내밀어.
아저씨, 아저씨.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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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내로 올리고싶었는데 실패했어요..쓰다보니 자꾸 길어져.
해피엔딩을 원하시던 그대들.. 보고있나여..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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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