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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스트레스 좀 풀어보자며 이곳을 찾았다. 분위기는 여전했고, 전보다 사람이 꽉 차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테이블을 잡아 간만에 친구들끼리 그동안 쌓였던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 나가서 놀까?” 툭 던진 한마디에 다들 동의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스테이지로 향했다. 그 뒷모습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다 마지못해 일어섰고, 몇 걸음 움직이다 그냥 다시 돌아갈까 하는 마음에 제자리에 멈춰 섰지만 이내 친구에게 붙들려 사람들 틈에 끼여 버렸다. 적당히 취기가 올라 쭈뼛거린 것도 잠시, 살짝 몸을 흔들며 즐기기 바빴다. 이게 내 나름의 힐링 방법이라며 한껏 달아올랐을까, 뒤에서 슬며시 허릴 감싸는 손길에 이건 또 무슨 진드기냐며 고갤 돌렸다. “안녕, 아가야.” 그대로 몸이 굳었다. 솔직히 첫 만남 이후 그를 떠올리긴 했었지만 오늘은 전혀 잊고 있었다. 그렇게 놀고 있었는데. 그 특유의 웃음으로 능숙하게 감싸 스테이지 밖으로 날 이끌었다.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짜 진심 이었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멍한 날 보며 웃던 그가 테이블로 데려가 마주보며 앉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 그렇게 말이 없냔 물음에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을 뿐, 얼굴 하나하나 살피기 바빴다. 저번엔 정신이 없어 제대로 못 봤는데, 꽤 날카로운 인상이었지만 웃을 땐 또 순해 보이는 게 신기했다. “자, 받아. 너랑 마시고 싶은데.” 대답이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 빈 잔을 채워주는 그를 보며 기가 차 웃었다. 이런 내 표정과는 다르게 잔을 받아들었고, 한 번에 비워버렸다. 술을 잘 못 할 줄 알았다는 말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평균은 가.” “아아, 드디어 목소리 듣네. 나 여기 매일 왔었다?” “그래서?” “너 보려고. 드디어 만났네.” 그 말을 끝으로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가만히 마주치는 시선에 그가 조심히 일어나 내 옆자리에 앉았고, 전보다 더 가까워진 거리에 자연스레 몸을 뒤로 뺐다. 옆머릴 귀 뒤로 넘겨주는 손길부터 어깨를 감싸는 것까지 서투른 게 하나도 없었다. 진즉에 눈치 채고 있는 거 다 안다며 언제 넘어 올지 궁금하단 그의 말에 괜스레 두근거렸다. 아직은 어떤 사람인지 경계하고 있는 게 맞지만, 딱히 밀어내지 않았다. 이런 애매한 상태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벗어날까 고민하고 있는 거겠지. “뭐 하려고 옆에 앉아?” “목소리 듣고 싶은데 잘 안 들리잖아.” 유독 귓가에 속삭일 때 제일 두근거렸다.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그의 목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설레게 만들었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뭐라 대답하지 못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술만 들이켰다. “그러다 누가 너 데려가.” 제지하는 손에 아쉬운 듯 입맛 다시다 잔을 내려놓았다. 아직은 더 마셔도 괜찮을 것 같은데.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다 문득 떠오른 의아함에 고개 돌려 그를 쳐다봤다. 언제부터 날 보고 있었는지 내 눈을 마주하자마자 그가 싱긋 웃었다. 틈을 주지 않고 다가오는 그의 행동들에 순간 정신을 뺏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 “저번에 전화 거는 척 하면서 번호 알아가지 않았나? 친구 폰이 아니라 그 쪽 폰으로.” “왜. 내 연락 기다렸어?”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어느 것 하나 물러서지 않고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그에 할 말이 없어져 그저 쳐다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하나하나 말려드는 기분이야. 입을 삐죽이며 다시 잔을 채워 또다시 한 번에 마셔버렸다. 그냥 딱히 할 말이 없어 한 행동이었지만. 옆에서 떠날 줄 모르는 그의 시선이 자꾸 술을 찾게 했고, 가만히 지켜보던 그가 다시 제지시킬 때까지 잔을 비우고 채우는 행동은 끝나지 않았다. “자꾸 그렇게 마시면 확 잡아먹는다?” “뭐? 하여튼 말만 잘해.” 어느덧 살짝 취했는지 말이 유해져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행동도 잘하지만. 그 후로도 그는 전과 달라진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장난을 쳤고, 시간이 흐를수록 흐릿해지는 앞에 턱을 괴고 있다 눈이 슬슬 감겼다. “취했어? 나갈래?” 아이 같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금세 걱정스런 얼굴로 물어오는 그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부축하는 손길에 그대로 그의 몸에 기대다시피 밖으로 나왔고 시원해지는 기분이 좋아 혼자 실실 웃었다. 이런 내가 안 되겠다고 판단한 걸까, 큰길로 데려와 택시를 부르려던 그가 작게 한숨을 쉬고 버스 정류장 의자에 날 앉혔다. 늦은 밤이라 길가는 조용했고, 시원한 바람 소리만 들릴 뿐 클럽과는 다르게 너무나 한산했다. “집 어디야. 오늘 너 좀 꼬셔보려 했더니.” “집? 택시타면 10분밖에 안 걸릴텐데?” “나 거기서 자고 가도 돼?” “밤새도록 놀까?” 웃으며 자연스레 어깨에 머릴 기댔다. 그에 자동으로 어깰 감싸는 그가 이런 내 행동이 싫진 않았는지 가만히 머릴 빗어주었다. 그러다 어린 애가 뭐 이렇게 겁이 없냐며 혼자 투덜거리더니 택시를 세워 날 일으켜 조심히 뒷좌석에 태웠다. 어영부영 주소를 말하는 내 입을 가만히 보던 그가 머릴 아프지 않게 콩 쥐어박고 다시 어깨를 감쌌다. 이상하게 그의 품이 좋았다. 남자답게 벌어진 어깨 때문인지, 그가 정말 좋아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있다 집 앞에 와서야 시원한 바람에 정신이 살짝 들었다. “나 진짜 자고 간다?” “더 놀자니까?” “집에서 놀까? 침대 위면 더 좋고.” “뭐라는 거야.” 그 말의 뜻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 맨 정신이 아니란 게 문제지. 날 놀리는 게 재미있어 보이는 그를 어떻게 골려줄까 고민하다 뒤돌아섰다. 들어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할 그였고, 지금 돌아간다 해도 다음에 어떻게 해서든 먼저 연락할게 분명했다. 엘리베이터에 내려 도어락을 푸는 동안 그는 뒤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비밀번호를 누르다 살짝 뒤돌아보자 문 안 열고 뭐 하냐는 그의 표정에 어이가 없어 웃었다. “여기 살아? 별로 안 머네, 우리 집이랑.” 문이 열리자마자 제 집인 마냥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꼴이 그저 웃겼다. 현관 옆 신발장에 기대 가만히 서 있자 다시 가까이 다가온 그가 어깰 잡아 이끌었다. 여기가 내 방인 건 어떻게 알았는지 침대에 조심스레 앉혀 외투를 벗겼다. “응? 뭐해.” “뭐하긴. 옷 벗고 자야지 이대로 자게?” “아, 아니..” 이상하게 어색해진 분위기에 괜히 헛기침하며 일어서려했지만 다시 그에게 붙잡혔다. 전과 안 어울리게 진지한 얼굴로 점점 다가오는 게 머릿속에선 위험하다며 사이렌이 울렸지만 술기운 탓인지 그대로 그를 마주했다. 꽤 오랫동안 이어지는 입맞춤에 지칠 때 쯤, 그가 다시 안으로 파고들었고 이번엔 배려를 해주는 듯 잠깐 떨어졌다 다시 입 맞추는 걸 반복했다. 결국 그의 목에 팔을 감는 것으로 허락한 꼴이 되어버려 그 뒤로도 입맞춤이 길게 이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입에 쪽 하고 떨어지는 그가 귀여웠다. “다음엔 제정신일 때 하자. 그 땐 끝을 볼 수도 있고. 잘자, 아가야.” 조심히 침대에 눕혀주는 손길도 좋았다. 가만히 머릴 정리해주는 그를 보다 나긋하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눈이 감겼다. 꿈속에서도 그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좋아 이불을 꼭 쥐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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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는 그냥 애 재워놓고 갔어요..
저번에 독자분이 주신 움짤 사용! 이번에 쓴 거 고칠 부분도 많고
좀 맘에 안 들지만.. 뭐라도 올리고 싶어서 그냥 올려요 ㅠㅡㅠ
다음엔 정성을 다해서....
라됴 듣고 왔더니 벌써 시간이 늦었네여 굿밤!
암호닉♥
도끼, SZ
고마워요 ^~^
매번 댓글 남겨주시는 텐더님도!
+저번에 한 독자분이 뒷 얘기 궁금하다해서 한번 써본 거니 가볍게 가볍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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