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 - O.M.G
(+콩알탄썰에서 썼던 브금인데 너무 잘 어울려서.. 콩알들 생각난다..)
안녕하세요. 저는 뜰의 막내..였으나 지금은 저보다 더 막내인 직원을 둔.
그러니까 세미 막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학연입니다.
저보다 늦게 들어온 육성재가 있어서 잡일은 좀 덜었지만 왜 아직 막내처럼 부려먹는지 모르겠어요.
원래 신입이 들어오면 기존에 있던 막내는 조금 더 기를 펴고 다니지 않나요?
저는 왜 매번 막내의 먹잇감이 되어.. 아, 아니에요.
저는 그래도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걸요.
우리 사장님을 처음 봤을 때는 사랑 따위는 모르고 살 것 마냥 차가운 인상이었는데 그래도 연애를 하기는 합니다.
근처에 슈퍼도 없는데 일하고 있던 절 잡아 애인을 위한 매실차를 사오라고 했을 때는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그때는 심지어 둘이 사귀고 있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둘이 사귀기까지 중간에서 직원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만약 저 바퀴벌레커플이 헤어진다면 뜰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물론 저를 포함해서요.
“뭉치, 이리와.”
이럴 거면 왜 카운터를 보라고 시켰는지.
한시도 누나와 저희가 붙어있는 모습을 못 봐요.
당연히 카운터를 맡기면 카운터 직원들과 교류를 해야 하는데. 안 그러면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고요.
그걸 다 알면서도 사장님은 저렇게 누나를 억지로 억지로 저희와 떼어둡니다.
저희는 카운터 담당이 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성재가 누나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좀 덜했을까요?
“쳐다도 보지 마.”
“손님한테 인사는 해야 할 거 아니,”
“내거잖아 너.”
전혀 아닐 것 같습니다.
(지켜보고있다)
나는 사장님이 무서워요.
오늘은 조금 역사적인 날입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지는 않지만 뜰의 앞날에 있어서 조금 큰 이벤트가 될 것 같거든요.
오늘이 무사히 지나야 뜰도 무리 없이 평화롭게 운영될 수 있겠죠?
사장님도 날이 잔뜩 서있고.
덩달아 직원들도 모두 잔뜩 긴장을 한 상태입니다. 이 이벤트의 당사자만 모르고 있어요.
곧 10시가 되면 뜰의 문을 닫고 직원들은 집에 갈 채비를 하겠죠?
그럼 평소처럼 바퀴벌레 한쌍이 사장실로 향하며 깨소금을 뿌려대겠죠.
그때 모든 직원들이 활약하게 돼요. 마당에 테이블을 옮겨두고,
사장님이 준비한 풍선들을 전시하고.
누나 생일 때에 이런 이벤트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다들 자신만만한 상태입니다.
사장님은 조금은 신경이 쓰이시는지 자꾸 시계만 쳐다봐요.
그러면서도 누나가 우리와 함께 있는 건 못 보구요.
꿀꺽꿀꺽 물을 삼키는 사장님의 목 언저리에 땀방울이 가득 맺혀있어요. 떨리세요, 사장님?
조금 놀려주고 싶은데 그랬다간 제 목이 날아갈 것 같아요. 그만둬야겠어요.
드디어 10시,
가짜 마감을 하고 누나는 익숙한 듯 사장실로 향해요.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하니 사장님은 나와 있구요.
저흰 빠르게 테이블을 옮기는데 소리를 내지 않으려니 아주 죽을 맛이에요.
땅에다가 끌 수도 없고. 그랬다간 타일 긁힌다고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듣겠지만.
사장님은 미리 써둔 편지를 읽으려고 한참이나 편지지를 노려보고(?) 있어요.
저러다가 불이 나거나 뚫릴 것 같은데 괜한 간섭은 하지 않기로 해요.
오늘은 정말이지 중요한 날이니까요.
“사장님 반지는요?”
“반지....”
“어디 있어요?”
“어?”
세상에.
반지가 사장실 안에 있다는 사실을 들은 우리들은 절망했어요.
상의에 상의를 거듭한 끝에 제가 출동하기로 했죠.
이렇게 거대한 임무를 맡은 것은 처음이라 너무 떨려요.
“너 왜 여기 있어?”
반지 찾으러 왔어요.
“별 일이다 니가 이 시간까지 집에 안 가고. 칼퇴근의 대명사가?”
지금 퇴근한 직원 아무도 없는데.
스포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저는 최대한 말을 끌어봐요.
제가 최대한 말을 끌 동안, 성재가 사장실에서 반지 케이스를 가져오고 마당까지 뛰어가는 저희의 계획은 나름 성공적이었어요.
중간에 누나가 사장님께 전화를 거는 대참사가 한 번 있었지만 선견지명이 뛰어난 사장님이 핸드폰을 사장실에 놓고 가서.
아무튼,
“뭉치. 두 번은 말 안한다.”
사장님의 편지 낭독 시간이 되었어요.
누나는 너무 놀라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마당 문을 잡고 겨우 섰어요.
누군가 잡아주려고 일어섰는데 사장님이 누나 만지면 죽여 버린다고 해서.
그냥 다들 마음만 전했죠 뭐.
편지 내용은 너무 사장님스러웠어요.
무뚝뚝함이 잔뜩 묻어나는 말투에 오글거리는 내용은 1프로도 없는.
근데 그마저도 오글거린 지.
“아오. 못해먹겠다.” 하고 편지를 내려놓더라구요.
“내가 예쁘게 말하랬죠!” 비밀인데 사장님은 누나한테 잡혀 살아요.
다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해주고.
“남들처럼 오글거리게 해보고 싶었는데 못하겠어.”
“그래서요! 뭐 어쩌라구요!”
“결혼하자.”
이제부터 뜰 식구들이 활약할 시간입니다.
나무에 둘러놨던 조명을 켜고, 사장님이 직접 베이킹한 케이크에 불도 붙이고.
그리고 장미꽃 한 송이씩을 들고 우리는 나란히 서요.
공개적인 프러포즈를 받고 싶다고, 노래 노래를 불렀던 누나가 아니었으면 사장님은 이런 간지러운 이벤트를 준비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누나는 이 프러포즈가 흡족한지 마당 문에서부터 사장님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와요.
거의 뛰어왔다고 봐도 무방해요.
“싫은데.”
누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좀 의외였어요.
당황한 사장님이 되묻자, 누나는 확실한 대답이라는 듯 싫다고 다시 말해요.
이게 뭔 일이람. 나는 사장님의 앞날을 걱정하기보단 당장 내일 뜰의 존폐여부가 걱정되기 시작해요.
“어딜 도망가려고.”
사장님은 반지를 빼서 누나의 손에 재빠르게 끼워요.
누나가 간지럽다고 발버둥 쳐도 소용도 없어요.
장미꽃을 든 식구들만 뻘쭘한 상황이 되었어요.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하면 이런 걸까요?
나중에 치킨 사준다고 했으니까 우리는 조금만 더 꾹 참기로 해요.
“너 나한테 제대로 코 꿰였어.”
“내가 해준다! 진짜!”
좀 보기가 싫어요.
“하자, 결혼.”
"안들린다."
“안들려?”
누나가 사장님의 목을 끌어안더니 뽀뽀를 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좀 보기가 싫어요.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 있는가.
“하던가.”
누나의 말에 사장님이 조금 더 진하게 뽀뽀를 해요.
정말, 정말로. 저는 지금 진지하게 사표를 낼까 생각중이에요.
다른 식구들도 일단 박수를 치고 있기는 한데 다 저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하긴 누나가 사장님 한명 꼬시겠다고 얼마나 힘겹게 애써왔는지 뜰 식구들은 다 아니까.
그래서 이 장면이 흐뭇하게 느껴지기는 할거에요.
그래도 보기 싫은 건 어쩔 수가 없어요.
둘은 결혼을 하겠죠. 뜰은 평소처럼 평화로울 거구요.
2호점이 생길 것 같은데 그럼 2호점의 운영은 누나가 맡게 될까요?
아직 벌어질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이건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여러분은 저와 함께 합시다. 나 쓸만해요.
( + )
갑자기 쓰고싶어서.. 이런 번외를 쪄와봤씁니당 후후
아마 소장본에서는 오라이 시리즈의 멤버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소장본에 들어갈 번외를 쓰다 보니 결혼은 시켜야 번외가 매끄러워질 것 같아서 허헣
오랜만에 루사장님 보니까 너무 반갑네여 학연이도 그렇구 우리 성재는 잘 있으려나
부주방장님이랑 다들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ㅎㅎ
가끔 이렇게 서프라이즈 번외도 괜.괜.ㄴ.괜찮죠?
오늘도 너무 고마워요! 연휴가이제 끝나는데...연휴 선물이라고 합시다! ㅎ헤헤헤
사랑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