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찬열] 사신밀담 10
(부제 : 뜻밖의 진전)
배 안은 삭막한 벌판이다.
끼니마다 배당되는 식단을 제외하면 객실에 일체 오지 않는 사람들, 철통같이 갖힌 신세의 자신을 바라봐주지도 않는 빌어먹을 룸메이트, 그리고…
이 빌어먹을 기분의 결정적 이유인 뱃멀미!
찬열은 끝도 없는 괴로운 뱃멀미를 느끼며 특실 안에 널부러져 있어야 했다.
며칠째 여기에 있었던 걸까, 근 이틀이었다. 용궁이 하도 밑에 있어서 그러했다. 며칠간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새로 나온 더킹투하츠도 못 보고, 적도의 남자도 못 보고 옥탑방 왕세자도 못보고 아무것도 못 보고 와이파이도 잘 안터져서 며칠간은 쭉 누워만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이 마냥 고달프고 야속하다. 대학 친구들은 친구가 갑자기 사라져도 연락도 안 온다. 워낙 호구 취급을 받아서 그렇나, 찬열은 어쩔 수 없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김종인 이 자식은 절대 나오지 말라는 말만 남긴 채 자기 혼자 몇 시간 째 훌쩍 사라진 지 오래다. 찬열은 너무나도 지루해 울상을 지으며 침대를 발로 쾅쾅 차며 굴렀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궁시렁대며 훌쩍거리던 찬열이 이내 랩을 하기 시작했다. 늑대처럼 울부짖어 워, 전초의 필름 온 몸에는 전율이 흘러, 막 찌릿찌릿!
" 오늘은 두개의 달이 두 두 개 두 개의 달이 오늘은 두 개의 달이 다 달이… "
" 뭐 하냐? 존나 구리네. "
노크는 하고 들어와!
종인이 들어오고 폭풍디스를 하자 찬열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기가 먼저 문을 열어놓은 주제에 소리를 버럭 지르는 찬열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종인이 문을 닫으려 하자 찬열이 즉시 저지하며 만약 문을 닫을 거면 창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존나 원하는 것도 많네, 종인의 표정이 썩어가자 찬열이 창문을 열면서 이제 문을 닫아도 좋다고 말했다. 왜 저래, 허 참이라는 얼굴로 찬열을 보는 종인이 말을 이었다.
" 그것도 랩이라고 하냐? "
" 너는 힙합도 모르냐? 찌질한 자식.. "
" 힙합을 모르는 게 아니라, 힙찔이 수준으로 랩을 하니까 그러는 거지. "
뭐? 힙찔이?! 나름 랩 실력으로 어디서 힙찔이 소리는 안 듣는다고 자부하던 찬열이 발끈했다. 니가 빈지노를 아냐? 알지, 다듀는 알아?! 알지. 참 어이없는 만담을 펼치던 둘이서 오늘도 티격태격하다 찬열이 그럼 넌 뭐 잘하는 거라도 있냐고 되물었다. 종인이 자신있게 음악 아무 거나 틀어보라고 하자 찬열이 휴대폰에 있던 [흰자부자]의 [내 여자]를 틀었다 퉁퉁, 그녀는 나의 여자~ 뭔가 태산에 있는 까마귀를 닮은 흰자부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종인이 자신있게 자세를 잡았다. 헐, 뭐야 쟤..
- 새하얀 그 손끝 예이에~
유려한 춤선,
- 녹아버린 쇼콜라떼-
뭔가 멋져보이는 표정까지.
아주 춤신춤왕..나타나네.. 솔직히 종인은 잘 췄다. 것도 아주 수준급이었다. 아니 이런 춤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왜 아이돌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찬열은 무엇보다 그것이 궁금해졌다. 돈비 어프레에에에에라는 찰진 영어로 노래가 끝이 나자 종인의 춤도 끝이 났다. 비트, 리듬 소울.. 어느 한 구석 빠지는 곳이 없었다. 찬열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마치 넋 나간 사람같이 말이다. 춤 좋아했기에 난 박수를 친다. 넋 나간 사람처럼 웃고 박수를 친다. 씁..하.
" 이 정도는 해야 사람이지, 넌 그게 뭐냐? "
" 얼씨구, 나도 잘하는 거거든? 내가 한때 홍대에서 얼마나… "
날렸는데,
사실 홍대에선 마시고 춤추고 놀기만 했지만 찬열은 종인에게 밀리기 싫어서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쭉 내민 입술이 확연히 불만을 나타내고 있었다. 째려보는 두 눈이 다시 커다랗게 떠지며 찬열은 이내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늘씬하게 쭉 뻗은 몸 위에는 군살이 없었지만, 적당히 잡힌 살집으로 인해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종인이 그 화상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얼굴만 보면 영 이상해 보이지는 않다. 오히려 그 호구짓에 아까운 얼굴이랄까.
" 야 김종인,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한다. 왜 밖에도 못 나가게 하는데? "
" 그냥 나가지 마. "
" 왜!!?!!?!? 이유는 좀 듣고 뭘 하든 말든 해야 내가 수긍을 하지! "
" 아, 어쨌건 나가지 말라고 했어. "
나가면 망망대해에 버리고 간다고 엄포를 놓는 종인의 표정이 거짓말이 아닌 것을 느낀 찬열은 결국 몸을 사렸다. 씨근덕거리는 얼굴이 웃기고 나쁘지 않네요. 비웃는 종인의 표정이 가소롭다. 내가 진짜 비폭력주의자만 아니었으면 저 자식을 그냥! 욕질을 해대는 찬열의 입술이 결국 삐죽 튀어나왔다. 무슨 오리 같고 좋네요. 종인이 계속 찬열을 무표정인 그대로 비웃다가 방을 빠져나왔다. 어디 가! 씻으러. 찬열이 툴툴대며 묻자 종인이 짤막하게 대답하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방금 씻었던 찬열은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았다. 진이 빠지니까 잠이 쉽게 온다. 하여간, 여기서 느는 건 잠밖에 없는 것 같다.
찬열은 눈을 떠서 시계를 보았다. 시각은 이제 막 여섯시 반을 나타내고 있었다. 인기척이 없는 것을 보니 종인이 없는 모양이다. 이제 더는 심심해서 참을 수가 없다. 쓸데없이 넓은 이 곳에는 컴퓨터도 있었지만, 사람이 어떻게 컴퓨터만 하고 살겠는가. 하다못해 배 안이면 바다도 구경하고 배도 좀 구경하고 뷔페도 좀 가보고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겠는가. 찬열은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종인이 자고 있는지 아니면 방에 없는지를 확인하러 갔다. 만약 종인이 없다면 자신이 나갈지 염두한 종인이 체크아웃용 키를 두개 다 들고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샤워실은 일단 없고, 종인이 있는 옆방을 들어간 찬열이었다.
" 자네.. "
자는 얼굴을 보니까 비로소 좀 94같다. 평소에는 뚱한 얼굴 때문에 항상 재수없게만 보였는데, 그냥 자는 얼굴만 봐서는 좀 순해보인다. 좀 소문이 안좋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룸메에 형 입장에서 항상 좋게 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뭐, 자는 얼굴만 봐서는 조금 귀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나한테 잘 하라며 메롱을 날린 찬열이 안 깨겠지 하는 생각으로 가벼운 마음을 한 채 유유히 객실을 나섰다. 몰래 가면 괜찮겠지 뭐, 설마 무슨 일이야 일어나겠어? 찬열이 마지막 아량으로 체크아웃 키를 한개 남겨두었다. 유유히 사라지는 발걸음이 한없이 가벼웠다.
머지 않아, 종인이 눈을 떴다.
일어나 보니 조용하다. 자나? 의아한 얼굴을 하던 종인이 제 얼굴에 붙은 이상한 것을 떼어내니 포스트잇이었다. 이게 뭐야? 볼에 붙은 포스트잇을 떼어 내려다보던 종인이 보고 곧바로 종이를 구겼다. [나갈래] 세 글자, 아 씨발 이걸 진짜.. 이를 빠득 간 종인이 서둘러 방을 나섰다. 나가지 말라고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 안에 있는 빌어먹을 천계인들이 언제 함부로 입을 놀릴지 모르는데. 종인이 다급하게 옆에 놓여진 체크키를 들고 객실을 뛰쳐나갔다.
그쪽이 주작이라면서?
찬열의 혈색이 새하얘졌다. 낯선 인물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영 아니꼬왔다. 천계인 소리만 들으면 다들 정색을 하더니 그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흝는 시선은 적나라하게 무슨 평가라도 하듯이 기분 나쁘다. 그렇다고 대놓고 무어라 하면 어르신들에게 피해가 갈 텐데. 어떡하나 싶어 발만 동동 구르는 찬열에게 그들이 내뱉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가관이었다. 찬열의 몸이 떨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 들을걸.
" 저기.. 죄송하지만 왜 이러시는지..- "
- 천한 인간 세계에서 몸을 담았다니 이거 원 믿을 수야 있겠나.
- 뭐 그 청룡과 다를 것도 없구만! 웃기는 일일세.
- 미치광이 청룡과 천한 태생의 주작이 우리를 지킨다, 나 원 참..
여러 명이서 제 주변을 둘러싸서 자신의 용모가 어떤지, 천한 태생부터 고아라는 말까지 오고 가며 평가를 하듯 말을 하는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찬열에게는 큰 상처였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왈가왈부할 줄은 몰랐다. 애초에 이런 말을 들을 거였으면 주작 요청 같은 거,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거다. 울상인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조롱하듯 내뱉는 말들이 가슴 안을 아프게 찔러왔다.
- 듣자 하지 그쪽의 아비가 죄를 지어 상에게 벌을 받았다던데.
- 그 대신 저이를 주작으로 인정해 주었다는구만, 죄인의 가문에서 감사한 줄 알아야지.
- 부모를 죽이고 얻은 주작 자리가 참으로 좋으셨겠소, 주작?
몸이 벌벌 떨렸다.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들과 동반된 비아냥을 듣자 정신에서부터 서서히 붕괴되어갔다. 도무지 견딜 수 있는 힘이 나질 않았다. 큰 충격에 못 이겨 결국 찬열의 몸이 휘청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제 부끄러움을 안다며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제발 그만 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뒷걸음질치자 어떤 이가 찬열의 어깨를 손으로 부여잡았다. 놓아달라 말하려 하는데,
-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 하신 모양인데.
네가 주작이 된 탓에, 네 부모님이 목숨을 잃은 거라고.
이죽거리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 찬열은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방금 들은 그 말이 말도 안 된다고 부정해야 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해야 하는데. 괴로움이라는 존재에 침식당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벌벌 떨리는 입술,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눈물이 아롱져 눈가에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숨이 턱턱 막혀왔다.
- 말해 보라니까, 우리가 뭐 틀린 말 했어? 감히 천한 게…
" 아주 지랄을 해라. "
그러다 그쪽이 사신할 기세네?
두려움에 말을 하지 못하고 있던 찬열을 더욱 윽박지르며 괴롭히던 천계인들 사이에서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는, 다름아닌 종인이었다.
- 아, 오셨네. 광룡狂龍 청룡께서 어쩐 일이신가, 이 누추한 곳에는?
" 너희들이 입 놀리는 건 이제 겪을 만큼 겪어봐서 별로 놀랍지도 않다. 본론이나 말하시지. "
- 저, 저 자식이!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 존나 말 함부로 하시네. 어, 그래. 그쪽이 좀 대단한 집안이라고 쳐. 하다못해 지금은 쳐 자는 상한테 존나 중요한 존재였던 따까리였다고 쳐. "
그래서, 네가 천계 지켜주냐?
제대로 정곡을 찌른 종인의 한 마디에 한동안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종인은 한심한 얼굴로 패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오늘도 쓸데없이 지랄들이다. 이래서 찬열에게 밖에 나오지 말라고 한 거였는데, 나오면 이런 일이 생길 줄 뻔히 알고 있었으니까.
" 너네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인간들도 너네처럼은 안 살아. "
적어도, 오르지 못할 나무 올려다보면서 쓸데없는 자격지심, 귀족 의식 같은 거 느끼면서 지랄맞게 살지는 않거든.
짧게 대꾸한 종인이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예상대로, 허를 찔린 듯 기가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종인은 이내 찬열을 보았다. 야, 불러도 말을 못 한다. 아직 한참이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얼굴이었다. 저 병신이 진짜, 한숨을 내쉬던 종인이 찬열을 그대로 들쳐업었다. 무겁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새털만큼 가볍지도 않았다. 그래도, 뭐 가볍긴 했다.
객실로 돌아온 뒤 찬열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종인은 미자인 주제에 찬열의 앞에서 담배를 태웠다. 넋이 빠진 찬열을 자극하려 일부러 한 짓이었지만 그럼에도 찬열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그야말로 패닉에 빠진 얼굴이었다. 보다못한 종인이 찬열을 부르려 고개를 돌렸지만 곧 눈이 커지고 말았다. 찬열이 떨리는 두 팔로 제 얼굴을 감쌌다.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흰 뺨가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말을 들었기에 저러는 건지, 종인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설마 그 새끼들 말을 믿는 거면- "
" 사실이야? "
" 뭐? "
" 나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거, 사실이냐고. "
종인은 당황했다. 무어라 말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종인은 호불호가 명확했지만 지금 이 상황은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찬열은 여전히 파랗게 질린 얼굴이었다. 혈색이 마냥 창백하고 핏기가 없었다. 피가 날 듯 깨문 입술에서 분노와 괴로움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찬열이 고개를 들자 종인의 눈과 마주쳤다. 커다란 두 눈 안에, 혼란과 괴로움이 섞인 감정들이 주체를 못하며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종인은 맺고 끊는 데에는 명확했지만 이런 부류의 대처에는 그다지 유연하지 못했다. 씨발, 짧은 욕설을 뱉은 종인이 결국 한 마디로 대답을 일축했다.
" … 그냥 잊어버려. "
" 어떻게 잊는데? 내가 어떻게 잊어? "
" 지금 이지랄 해봤자 아까 그 새끼들만 더 좋아할 뿐이라고. "
" 부모님이 나 때문에 돌아가셨다는데! "
잊으면 그게 사람이야? 내가 그걸 어떻게 잊어?
찬열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다시 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잊으면 그게 사람이야? 본의 아니게 전후 사정을 모르고 내뱉은 찬열의 한 마디가 제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어 종인이 인상을 찡그렸지만 종인답게 곧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종인은 감정 표현에 서툴었다. 우는 사람을 잘 보지 못했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는 더욱이나 그랬다. 아, 씨발.. 욕지기를 연신 내뱉은 종인이 찬열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찬열이 내뱉은 한 마디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 차라리 죽는 게 나았어. "
" … 뭐? "
" 죽는 게 나았다고. "
" 씨발 지금 그게 너네 부모님한테 할 소리냐? "
" 왜, 따지고 보면 다 맞는 말이네. 부모님한테 죄 짓게 한 것도 다 나 때문이니까 천한 애고, 그렇게 만든 것도 나니까 죄인이고, 죽게까지 만들었으니까 영락없는 패륜아다. 그치. "
" 야, 박찬열. "
" 나 진작에 죽어버릴걸 왜 살았나 모르겠다. 내가 죽었으면 우리 부모님 훨씬 오래 사셨을 텐데. "
" 그만 하라고. "
" 내가 어떻게 그만 해, 내가 어떻게 제정신으로 숨을 쉬고 살아! "
발악도 못 하고 가슴을 치는 찬열의 모습을 종인이 말없이 쳐다보았다. 종인은 찬열이 이러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부모님과의 추억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 제대로 인지를 하지 못하는 건지 울부짖다시피 하는 찬열의 모습은 종인에게 생소할 뿐이다. 그러나, 제 가슴을 치며 눈물도 제대로 흘리지 못하는 찬열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아무렇지 않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한 기분이었다. 종인이 찬열에게로 다가갔다. 상실감에 젖은 얼굴이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 정신 차려. "
"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
" 나까지 이상해지니까 그만 좀 하라고. "
" 효도도 제대로 못 해드렸어, 나 여덟 살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한 번 접어서 카드랑 드린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해드린 거 없다? "
" 그래서, 지금 살아있다는 게 저주스럽기라도 하다고? "
" 어, 저주스러워서 미치겠어.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죽었지. 상이라는 그 사람이 원망스러워서 미치겠어. "
" 그래서? "
" 제대로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진짜 제대로 해드린 게 하나도 없는데! "
" 살아 있잖아. "
" ……. "
" 너 살아달라고 돌아가셨잖아. "
종인의 말에 찬열이 팔로 다시 제 얼굴을 감쌌다. 미약하게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찬열이 물었다.
" 울어도 돼? "
종인이 말했다.
" 알아서 해. "
찬열이 말없이 종인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종인은 잠깐 움찔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둘은 한동안 평소처럼 서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다지 말할 상황도 아니었고, 그렇게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다른 때와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종인의 어깨에 찬열이 고개를 묻었다는 것, 그리고 몇 번의 끅끅거리는 찬열의 울음소리와 함께 조금씩 눈물이 잦아들어갔다는 것 정도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결국 종인의 어깨에서 찬열이 잠들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그에 따른 별다른 대처를 취하지 않은 종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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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봨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재미없다..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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