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형이 그리웠던 것은 사실이다. 오 년 전 집을 나왔을 때도 그랬다. 형이 더이상 그리워지지 않았을 때, 그는 차를 만지기 시작했다. 카센터 옆 골방이 그의 숙소였다. 그 방 안에는 스포츠카 람보르니기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려 있었다. 낮이면 남의 차 오일이나 갈아주느라 온몸이 기름때로 절어버릴지언정 밤만큼은 꿈에 젖어 살았다. 카센터마다 무료로 배부되는 자동차 잡지를 그는 읽고 또 읽었다. 벤츠 컨버터블500 시승기는 거의 외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낮에 만지는 손님들의 차를 그는 경멸했딘. 기껏해야 최고 시속 백팔십이 고작인 차를 끌고 와서 별것도 아닌 고장에 호들갑을 떠는 이들을 보면 가소로웠다. 언젠가 일하던 가게에서 포르셰를 본 적이 있었다. 그 차에서 내린 남자는 가게로 천천히 걸어들어와 부동액을 사서는 금세 사라졌다. 삼십대 초반쯤 되었을까. 어떻게 포르셰를 운전하면서 저렇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K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남자가 부동액을 트렁크에 싣고 시동을 걸 때 들려오던 소리는 그가 들어왔던 어떤 차의 엔진음과도 달랐다. 육중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힘찬 그 음색을 그는 잊지 못했다. 그때 처음 그는 살인을 하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충동이 스스로 놀라워서 그날 밤 그는 골방 벽에 걸려 있던 람보르기니의 브로마이드를 찢으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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