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개의 횃불이 꺼지던 날 밤에
우리는 열두개의 촛불을 켰어
국화꽃 한 다발 사다가
촛불 그림자 비추던 그곳에 살포시 놓아두고
두 손 고이 모아 기도드렸어
열두개의 횃불이 재만 남겨둔 채 사그러들던 그 날이면
나는 눈을 감고 성냥을 들어
탁한 연기가 코끝을 건들면
나는 눈을 뜨고 촛불을 켜
차가운 공기속에 은은한 불이 따뜻한 그 밤이면
나는 두 손 고이 모아 기도드려
바람이 잠시 사그라들기를
마음속의 습기가 가라앉기를
떨어지려는 눈물이 언젠간 촛농처럼 굳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