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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ylle Baier - Forget About 


*노파심에 한 번 더 언급하자면 본 시리즈에는 글쓴이의 날조 설정이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you made me forget about 

너는 내가 잊을 수 있게 만들어 

 

have, want, exert 

내가 가진 것, 원하는 것, 노력해온 것을


 


 


/





어, 뭐야.

 

안녕.

 

여기서 뭐해, 집 가? 

 

응, 이제... 그냥. 그러려고. 

 

음... 그렇구나. 

 

배구부 가? 


응, 근데 잠깐 시간 남아서 매점 갔다 오는 길. 너도 이거 하나 먹을래? 자. 


고마워. 

 

...뭔 일 있어? 오늘 뭐, 성적 받아보니까 마킹 실수했다거나.... 

 

아냐, 그건 아니고, 그냥. 

 

뭐... 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아 맞아, 이거도 있어. 콜라맛 새로 나왔길래 사봤는데 맛있을라나 모르겠네. 이거도 한 번 먹어봐. 

 

...고마워. 

 

...괜찮아? 

 

.... 

 

뭔데, 뭐 때문에 그러는데. 

 

쿠로오. 

 

응.




나 집 가기 싫은데 어떡하지? 





/



"맛있네."

 

"그러게." 

 

이것도 더 먹어, 켄마는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으면서도 코타츠의 옆면에 앉은 쿠로오 쪽으로 다른 막과자들이 잔뜩 담긴 커다란 비닐을 밀어주었다. 켄마는 그냥 그중에서 몇 개 마음에 드는 거 골라서 집어먹으라는 뜻이었겠지만 쿠로오는 그게 어린이 동화에나 나오는 소중한 도토리 보따리를 선뜻 열어 보이는 다람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어버렸다. 

 

"왜." 

 

"아니, 그냥 뭔가 묘해서." 


"뭐가?" 

 

쿠로오는 탁자 위로 떨어진 우마이봉 부스러기들을 다 먹은 봉지 안으로 주워 넣으며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별것 아닌 것처럼 말을 꺼냈다. 

 

"그냥, 신경 쓰이게 만드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빨리 이겨내야 하는데, 라는 말은 정말 만에 하나 죽은 이를 탓하는 말처럼 들릴 것만 같아서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것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켄마는 쿠로오의 말이 떠나간 공간을 채우려는 듯이 원하는 맛을 찾아 젤리 봉지 안을 부스럭거리며 뒤적였다. 그러다가 봉지 구석에 있던 보라색의 포도맛 젤리를 집어 섬세하게 포장을 벗기면서 말했다. 


"미안하면 나 다음 주 젤다 같이 줄 서줘." 

 

"내가 사는 졸업 선물인데 당연히 같이 가야지." 

 

"참고로 새벽에 나갈 거니까." 


"언제는 안 그랬니?" 

 

알면 됐고, 라고 말하는 켄마에 쿠로오는 바람 빠지게 웃으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잘 담은 우마이봉 봉지를 바르게 손가락으로 눌러 핀 다음 쪽지 접듯이 접기 시작했다. 그걸 흘끗 쳐다보던 켄마 역시 사탕을 먹고 남은 작은 정사각형의 투명 비닐을 반으로 쭉 펴지도록 매만지면서 말했다. 

 

"고마워." 

 

제법 마음에 드는 모양으로 가지런하게 비닐을 접은 쿠로오는 소꿉친구의 무심해 보이지만 진심이 담긴 말에 본인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우면 먹고 나서 배구 하자. 하천 가서." 

 

켄마는 자기 눈을 안 쳐다본 채로 얘기하는 쿠로오에 역시 쿠로오를 쳐다보지도 않고 쿨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래." 

 

그 십 년이 넘어가도록 함께 한 공놀이가 지니는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켄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깐 막대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는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는 작은 사이즈의 종이나 비닐봉지를 한 데 모으기 시작했다. 쿠로오도 자기 주변에 떨어진 것들을 줍고 비닐을 접어서 올려두기 시작하며 두 사람은 말은 않았지만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그렇게 간식거리를 정리하는 소리만이 거실을 채우고 있을 때쯤 쿠로오는 언제부터 켄마와는 이렇게 말없이 각자 할 일을 해도 별 불편함이 없는 사이가 되었나 잠시 곱씹어보았다. 하지만 꽤 신중하게 돌이켜봐도 켄마와는 특별히 대단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어서 갑작스럽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게 된 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자신보다 한 살 어리다고 해서 막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뭔갈 강력하게 요구하거나 명령한다고 켄마가 순순히 따라줄 성격도 아니었다. 그냥 생활공간이 많이 겹치니까, 학교도 같이 가고, 배구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매일매일의 중요한 순간부터 버려진다고 생각되는 자투리 시간까지 함께 보냈기 때문에 가까워졌던 게 아닐까 싶었다. 거기에 약간의 운이 첨가되어 성격 상성이 나쁘지 않았던 결과 이제는 나름 망설임 없이 서로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걸지도 모른다. 

 

쿠로오는 그렇게 머릿속에 점멸하는 '친구'라는 단어의 사이로 그녀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와의 관계는 켄마와의 우정과는 분명하게 달랐다. 가장 큰 차이점은 그녀와 나름 '친구'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만한 관계로 발전한 시점이 명확했다는 점이었다. 그는 그날의 일을, 기말고사 성적표가 나온 날 방과 후 운동장 스탠드에 기대어 서서 그녀의 얘기를 들어주고는 어쩌다 자신의 얘기도 하게 되어서 배구부 연습에 늦었던 날의 일을 생각보다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you made me forget about 

너는 내가 잊을 수 있게 만들어 


past and pain 

과거와 고통을

 

time, you washed out 

시간을, 너는 씻어내주었지 

 

like a soft, sudden, summer rain 

부드럽고 갑작스러운 여름날의 소나기와 같이 








...그래도 어쩌다가 한 번, 진짜 각잡고 공부해보자고 마음 먹으면, 엄마가 괜히 막 와서 건드려. 잘 하는 짓이다, 그럴 거면 학원은 왜 보내달라고 했냐, 가뜩이나 자기는 바쁜데 네 일에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겠니? 막 이러면서.... 근데 엄마라면 자식한테 좀 신경 쓸 수 있는 거 아냐? 난 그냥...그냥 사실은 다른 거 딱히 필요 없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 잘 하면 되지, 라고 딸한테, 그냥 그렇게 한 마디만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내가 너무 많은 걸 원하는 건가? 

 

음...그건 아닌 거 같아. 


그치? 내가 이상한 게 아니지? 그리고 우리 엄만...아니야. 어쨌든, 그래서 집에 가기 싫어. ...특히 우리 집은 아빠랑 엄마 이혼했는데, 그러고 나서 더...더 그래서. 더 싫어. 

 

그랬구나. 

 

...미안. 너무 나 힘든 얘기만 했지. 미안해, 시간 뺏고. 

 

에이, 아냐, 사람이 살다보면 남한테 힘든 거도 털어놓고 사는 거지 뭐. 충분히 스트레스겠네. 

 

...고마워. 

 

나도, 

 

응? 

 

나도 그래. 우리 집도. 

 

그래? 뭔가 너는 알아서 다 잘하는 느낌이니까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아아, 아니 아니, 그거 말고. 

 

아니야? 

 

우리 집도 엄마랑 아빠 헤어졌거든. 

 

아.... 

 

그래서... 뭐라하지? 그런 류의 집안 분위기 같은 게 좀 더, 이렇게, 잘 그려지는 느낌? 

 

그렇구나. 

 

뭐... 우리 아버지가 성적에 대한 기대나 잔소리가 아예 없냐하면 그것도 아니긴 한데, 그래도. 더 힘들었겠다, 너는. 혼자 버티기 쉽지 않은데. 

 

사실 남동생이 있긴 하거든. 근데 중2라.... 

 

아아, 중2는 인정할 수밖에 없네, 그렇지. 한창 때지. 

 

하하하, 아무래도 그렇지. 너는? 외동이야? 

 

으음, 어때 보여? 

 

음... 동생? 동생이 있을 거 같은데. 

 

그래? 

 

응. 뭔가 형... 은 아닐 것 같고 오빠일 것 같아. 

 

오오오~ 

 

맞아? 


아니, 위로 누나 하나만 있어. 

 

아 진짜? 

 

다들 나보고 첫째 아니냐고 하더라? 누나랑 따로 산지 꽤 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 켄마 때문에 그런가.... 

 

그렇구나. 쿠로오의 누나... 뭔가 신기하다. 의외인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니까 또 알 것 같아. 

 

궁금해? 그냥 대학생이야. 좀 열심히 살긴 하지. 

 

멋지네. 나도 대학생 되고 싶다. 

 

하하, 사실 나도 그래. ...잠깐, 미친, 시간이.... 나 연습 늦어서 가봐야 될 것 같아. 뭐... 아, 여기다가 네 전화번호 찍어주라. 

 

전화번호? 

 

응. 연결 갔어? 봐봐. 어어, 내 번호 맞네. 뭐 심심하면 문자나 날려. 나 지금 쫌 위험해서 먼저 가본다? 

 

어, 잘 가! 고마워! 

 





 

정작 배구 얘기를 꺼낸 본인이 운동에는 적합하지 않은 낡아 헤진 슬리퍼를 신고 왔었기 때문에 본인 집으로 돌아가서 현관 한쪽에 놓여있던 배구화로 갈아신던 쿠로오는 그날 연습에 들어가며 배구화 끈을 묶던 자신의 들뜬 손놀림을 떠올렸다. 그때는 늦은 걸로 좀 깨지긴 했지만 당시의 쿠로오는 별로 짜증이 나거나 개의치 않았다. 그만큼의 연습 시간을 희생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이 가치 있었다고 생각한 덕분이었다. 

 

좀 더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번호도 교환했던 덕이었을까, 쿠로오는 그날 이후로 그녀와 좀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전 같았더라면 뭐라고 말 한 번 붙여볼까 말까 망설였던 시답잖은 주제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속으로만 삼켰던 말장난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어쩌면 서로 모르고 넘어갔을 법한 생일도 어떻게 어떻게 알게 되어 조촐하게나마 챙겨주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란 각자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준비하거나 학생으로서 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해를 불태우느라 바쁠 학년이었기에 더 이상 새로운 인간관계가 시작될 거라는 큰 기대 없이 새로운 학년을 맞이했었지만, 그는 그녀와는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마 그런 생각과 함께 지겨운 여름 장마가 북쪽으로 사라졌던 것 같다. 이만큼 비가 질리도록 내렸으니 올여름은 예년보다는 좀 덜 덥지 않을까 착각하게 만들었던 그 해 7월의 눅눅한 감정들을 현관문을 열고 나서던 쿠로오는 이상하게도 봄이 아닌 눈이 올 것만 같이 포근해지는 3월의 공기에서 느꼈다. 







you do me good 

너는 내게 잘해줬어 


you do me 

너는 내게 

 

so good, you made me forget about 

잘해줬어, 너는 내가 잊을 수 있게 만들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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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센세.... 눈 오길래 혹시나 하고 들어왔는데 역시나 있었네요ㅠㅠㅠㅠ너무 늦어 죄송해요 흑 둘이 처음으로 나누는 속사정, 번호 교환 ㅠㅠ 켄마와 쿠로오의 관계...이번 편은 긴 영화에서 소소한 힐링 부분이 나오는 씬 같아요! 이번에도 잘 읽었습니다. 센세 나중에 센세가 쓰신 글 다 묶음 소장본 내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센세 글은 저에게 정말 많은 힘이 돼요..감사합니다🥲
3년 전
독자3
센세 저... 기다리고 있어요... 그냥... 센세 글을 사랑하는 팬으로... 여기 영원히 남아있으니 천천히라도 와주신다고 전 믿어요..... 올 때 소장본도(?)
3년 전
독자4
센세..그거 아세요..? 전 언제나..센세를
기다리고 있어요..오늘 같이 추운 날에
센세의 mp3글과 샄사 다시 만나는 글 정주행 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센세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응원해요❤️ 2023년도 수고하셨습니다~~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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