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호 - 네가 좋아
청춘의 결말 04-A
(그 남자의 시점)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운 없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술에 미쳐버린 아빠는 매일 밤 엄마와 나를 괴롭혔고 엄마와 나는 하루하루를 억지로 살아갔다.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나만 바라보고 나를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엄마가 있었으니까.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내 전부였던 엄마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무서웠고 두려웠다.
엄마가 내 세상을 떠난 그날, 나의 세상은 무너졌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병을 앓고 계셨다.
병원에서는 완치할 확률이 아주 희박하다고 했지만 엄마는 기적적으로 병을 이겨냈고 경과도 꽤 좋았다.
그러나 그 불행 중 다행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내가 14살 때 엄마는 내 곁을 떠났다.
엄마는 본인이 곧 생을 마감할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 아빠와 이혼을 했고 나를 위해 모아둔 돈이 담긴 통장을 내 서랍 맨 마지막 칸에 넣어두셨다.
엄마는 내가 더 이상 아빠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이혼을 하신 것이다.
아빠와 이혼하기 위해 엄마가 들었을 모진 말들과 아픔이 떠올라 참을 수 없었다.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난 아빠와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고 아빠의 모난 행동들이 우리 가족의 삶을 망가트렸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강해져야만 했고 눈물 따위를 흘릴 시간도 아까웠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나를 후원해준다는 분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꽤 유명한 셰프님이신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 참가한 요리 대회를 보시고는 큰 감동을 받으셨다고 했다.
내 사정을 아시고는 내게 경제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나의 스승이 되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셰프님이 직접 아빠를 설득해주셨고 덕분에 나는 셰프님 집에 함께 살면서 셰프님께 요리를 배울 수 있었고 학교도 전학 갈 수 있었다.
나의 남은 삶들은 날 어디선가 바라보고 있을 우리 엄마와 셰프님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꼭 셰프로서 성공하겠다고 내 자신과 약속했다.
이 학교에 처음 전학을 왔을 때 너무 두려웠다.
언젠가부터 나는 미소를 잃었고 웃는 방법을 잊은 사람처럼 살았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 말하는 걸 꺼리게 됐다.
역시 나에게는 아무도 다가와주지 않았고 나는 교실 맨 구석에 앉아 묵묵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그게 바로 성우였다.
“안녕. 난 옹성우야.”
“...”
아주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얼굴은 조각같이 생겨서 세상 말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와 정반대였다.
“아.. 너도 낯 많이 가리는구나? 난 참고로 홍성우 아니고 옹성우고 공성우 아니고 옹성우야.”
옹...? 우리나라에 옹씨가 있었나..? 말하는 것도 웃기다.
아마 쟤는 나중에 국내 최초 옹씨 연예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 안녕. 황민현이라고 해.”
“이름 예쁘다. 앞으로 뭐 물어볼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응.”
“아 우리 점심시간에 축구하러 나갈 건데 같이 갈래? 마침 수비수 한 명이 비는데.”
“응.”
성우 덕분에 나는 생각보다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 지금처럼 모든 게 순탄하게 흘러가길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어느 날, 유리를 처음 만났다.
성우를 따라 밑 층에 있는 반에 잠깐 갔던 날이었는데 성우가 쉬는시간이 다 끝나가는데도 안 나와서 결국 혼자 교실로 가려던 참이었다.
긴 머리를 위로 질끈 묶고 여기저기 급하게 뛰어다니는 네가 보였다.
너는 친구에게 체육복을 빌려서 기분이 좋았는지 작게 웃으며 뛰어왔다.
하얗고 잡티 없는 너의 얼굴에 어울리는 예쁜 미소였다.
귀신에게 쫓기 듯 급히 뛰어오는 너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네가 나에게로 와 부딪히고 말았다.
일으켜줘야 하나, 사과해야 하나....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빛에 머릿 속이 띵해졌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무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황에 나는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나의 청춘도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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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이번주 내내 일들이 하나 둘씩 생기다 보니 글 쓸 시간이 없었네요ㅠㅠ 이번 04편은 민현시점으로 쓴 글이에요! 사실 A편 B편 같이 올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용ㅎㅎㅎ 새벽이 다 가기 전에 B편도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여러분과 민현이가 처음 만났던 날의 민현이의 감정들과 민현이의 성장과정? 들이 밝혀졌습니다 오늘! 설레는 것들을 쓰기 전에 먼저 써야 할 것 같아서.... 민현이의 슬픈 표정의 의미가 담겨있죠... 감정이입이 돼서 너무 슬펐어요 흑.. 얼른 꽁냥꽁냥 설레는 글도 데리고 올게요ㅜㅜㅜ 신알신 20분 넘게 신청해주셔서 감사해용..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