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나는, 멍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꼭두새벽부터 소리를 버럭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를 꼽자면 첫째, 내 옆에서 씨익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때문에.
둘째, 내 옆에서 씨익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처음 보는 사내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셋째, 마지막으로 내 옆에서 씨익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이 사내아이가 내 머리를 콩-소리가 나도록 쥐어박았기 때문에.
이 남자는 또 누구야.
"꼬맹이, 이제 일어나?"
김민석 (18)
황국(黃國) 태위(太尉) 김민준의 막내아들
황국(黃國)의 승상(丞相) 김준후의 여식의 죽마고우(竹馬古友)
"꼬맹이, 까불지 마라."
[EXO/민석준면찬열경수세훈] 인연(因緣) 8
[명사]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이어지는 글입니다. 1편부터 보고 와주세요 제! 발!-
고양이를 쏙 빼닮은듯한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머리 속엔 여잔가-남잔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입고 있는 복색이 노란 빛깔의 화려한 색깔이긴 했지만,
나처럼 쓸데없이 길고 펄럭거리는 치마를 입고 있지 않은 걸 보아 남자일 것이다, 판단을 내렸다.
"누구.."
작게 내뱉어진 내말에 작고 하얀얼굴을 힘껏 구긴 남자아이가 어이가 없다는듯 입을 벙긋거리더니 주먹을 쥐고 내 이마를 쥐어박는다.
"악-!"
벌어진 내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세훈이가 장난삼아 내 머리를 통통 치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얼굴은 허여멀건해서 백면서생(白面書生) 처럼 생긴 얼굴을 하고서는 힘이 어찌나 센지 순간적으로 정말, 진심으로 머리통이 부서지기라도 하는줄 알았다.
남자는 내 비명소리에 덩달아 놀랐는지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더니이내 장난기가 잔뜩 서린 얼굴을 만들어 보이며 웃는다.
와, 눈 정말 크구나. 쌍커풀도 없는데, 부럽다.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자 손을 뻗어 자신이 때린 내 이마를 손으로 슬슬 문질러준다.
투박한듯 하지만 꽤 다정한 손길에 이마를 맡기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많이 아프냐?"
"누구..야..?"
"아프다길래 왔더니, 진짜 아프기라도 한거야?
너무하네, 친구를 잊어버리고,"
"자,장난이야, 장난. 장난이지 그럼."
"형님한테 장난도 치고 다 컸네, 꼬맹이가."
씨익 웃더니 손을 뻗어 머리 위에 올려놓더니 손으로 내 머리를 마구 헤집는다. 아, 자고 일어났는데. 머리 안감았는데. 지저분하게 뭐하는 짓이야!
인상을 구기자 또 주먹을 쥐더니 머리를 콩 쥐어박는다. 힘이 정말 세구나, 진짜 아프다,우씨.
아릿아릿한 머리에 눈가를 찌푸리면 또 킥킥대며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 실실 웃어댄다. 참, 예쁘게 생긴 친구네. 친구면 동갑일텐데.
"형님은 무슨-"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건가?"
"내가 무얼, 원래 정상이었는걸."
"조잘조잘 말이 많은 걸 보니 아프기는 커녕 건강하기만 하네."
그렇게 말을 툭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고는 나에게 손을 내민다.
하얗고, 고운, 예쁜 손이다. 말갛고 뽀얀, 고양이와 닮은 얼굴과 퍽 잘 어울리는 그런 손이었다.
그런데 뭘 어쩌라는 거지.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려 바라보면 이내 손을 거두며 피식 웃어보인다.
자연스럽게 웃음을 짓는 얼굴이 참,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구나 싶었다.
세훈이나 오라버니가 지어보이는 그런 웃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색하고 딱딱한 느낌이 다분한 찬열이라는 사람이 지어보이는 웃음과도 다른 느낌이었다.
정말, 아무런 별달리 숨기는 감정도 없이 그저 웃고 싶기 때문에 웃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듯이
피식-자연스럽게 입꼬리 끝을 끌어올리며 입술 가운데가 툭 벌어지는 그런 웃음이었다. 아-정말 사랑스러운 아이구나. 예쁘다, 정말로.
"뭘 멍하니 보고 서있어?"
"손은 왜?"
"진짜 이상하네, 평소에는 손 내밀면 바로 덥석-잡더니.
이제 컸다고 형님한테 반항하는거야?"
"아니야, 손 잡아 잡아."
의구심을 가득 품은 목소리에 다급하게 내 앞에 내밀어진 그 하얀 손 위에 내 손을 얹으니 손에 힘을 주고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비쩍 말라서는 비리비리하니 말라보이기만 하더니 꽤나 힘은 있는건지 나를 일으켜 세우는 손길에 망설임이 없다.
깔끔하게 나를 일으켜 세우고도 뭐가 불만인지 고운 미간을 찌그러트린다.
"꼬맹이 말 안듣지."
"뭐가?"
"살 좀 찌우라니까, 몸이 덜렁 들리면 어떡해."
"아니야, 나 살 많이 쪘...는..데...음.."
친구라는 아이의 손길에 훌러덩 걷혀 올라간 소매 탓에 내 손목이 훤히 드러났다.
아, 이 세상의 나와 원래의 나의 또 다른 차이점을 찾아냈다.
첫번째 차이점은. 슬슬 깨달아가고 있는. 원래의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지만 이곳의 나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
두번째 차이점은, 그래. 이곳의 나는 정말, 정말 말랐다는 점.
거의 손목의 뼈가 툭 불거져 나온것처럼 비쩍 말라있는 내 팔뚝에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이마를 콩 때리는 가벼운 손길에 정신을 차리고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자꾸 날 앞에 두고 그렇게 정신 못차리면 곤란해."
"뭐가?"
"그렇지 않아도 지체높으신 황국(黃國) 태위(太尉) 김민준의 막내아들 김민석이라는 사람이 인물이 출중하다는 소문이 여기저기 떠돌아 피곤한데,
꼬맹이 너까지 그렇게 나한테 빠진 얼굴을 하고 있으면 곤란하지."
뭐지. 뭐지 이 아이는. 태위(太尉)라는 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 스펙 비슷한 것을 죽 읊더니 마지막은 제 자랑으로 끝내는 모양새를 보야
김민석이라는 이 아이는, 그래, 아마 심각한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 듯 싶었다.
물론 자기애가 강해도 상관이 없을 정도의 외모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제 입으로 제 아버지의 직책까지 읊는 것을 보면 세훈이가 그렇게 말하는 어사대부(御史大夫)라는 그 직책과 버금가게 높은 직책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정말 예쁘게 생긴 얼굴이긴 하지만, 그치만, 솔직히 말해서.
"키도 작은게."
"너보다 크니 그걸로 됬어, 꼬맹아.
까물면 혼난다-"
"웃겨-진짜."
"웃기긴 뭐가, 빨리 일어나기나 하시지."
"왜? 나가려구?"
"얼굴 본 것도 오랜만인데 벌써 쫓아내려고 하면 형님 섭섭하다."
씨익 웃어보이더니 제 한쪽 손을 잡은 내 손을 내려놓더니 제 팔 한쪽을 내게 스윽 내민다.
또 뭘 어쩌라는건가 싶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민석이의 얼굴을 올려다보면 다시금, 재차 씨익 웃어보이더니 내 손을 덥석 잡는다.
깜짝 놀라 손을 움찔하며 몸을 뒤로 빼면 반대쪽 팔로 내 허리를 빙 둘러 감싸더니 허리춤에 손을 얹어놓는다.
"오랜만에, 산책이나 하시죠. 예쁜 꼬맹이 아가씨."
"아가씨는 무슨,"
"그래 아가씨는 무슨, 아직 꼬맹이지."
그러고는 슬쩍 이를 드러내어 보이며 가볍게 웃고는 내 이마 위로 입술을 맞춘다. 아, 세수 안했는데.
아니지,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지금 무슨 상황이야, 이게 무슨?
세훈이랑 서로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 정혼자는 또 박찬열이라며. 나는 무슨, 이렇게 남자관계가 복잡한거지. 대체 뭐하는 여자였던거지.
"넋나간 얼굴 하고 있으면 호랑이가 물어가요, 꼬맹아."
"말도 안되는 소릴.."
콧잔등을 툭 치는 손길에 어버버-하면 손수 내 턱을 붙잡고 입을 닫아주기까지 한다.
나랑 키 차이도 그렇게, 많이 안나면서. 그래, 많이 안나. 흥. 그러면서 왜 어린애 취급이야.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면 빠르게 손이 다가오더니 또 입술을 쿡 찌른다.
"빨리 나가자니까, 볕도 좋아."
"알겠어, 뭐가 그리 급해."
"첫째 형님이랑 둘째 형님한테 혼나고 싶진 않으니까 빨리 나와."
"알겠어."
형님이 둘이나 있구나. 막내라더니, 그래서 사랑받고 자란건가. 그런 대단한 집안의 막내 아들이라면, 그래. 엄청난 사랑을 바라고 자랐을 것 같다.
게다가 저렇게 잘난 얼굴을 하고 쾌할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괜히 말갛고 고운 그 얼굴이 내심 부러워졌다.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은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걸까.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나라는 사람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세상 그 누구보다 추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두려운 마음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찰나,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있던 손이 내 손에서 떨어져 나가더니 내 이마를 가볍게 덮어온다.
이마에 닿아오는 따뜻한 감촉에 눈을 뜨고 아이를 올려다보면 그렇지 않아도 큰 그 눈을 크게 치켜뜨며 나를 바라본다.
너는, 손도 정말이지 따뜻하구나.
오라버니와 세훈이의 손과는 다른 기분에 괜히 눈가가 벌개질 것 같았다. 다정하기만 했던 오라버니의 손길과 차갑고 투박한 세훈이의 손길과는 달랐다.
그리고, 또 한사람. 계속해서 내가 기억에서 흐릿해지려는 그 사람. 정혼자, 박찬열.
내 몸에 자신의 손이 닿으면 꽤나 당당한 척을 하면서도 그 끝이 덜덜 떨리던 그 손과는 더더욱 달랐다.
민석이라는 아이의 손은, 정말이지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와 내 이마를 따뜻하게 감싼다.
포근한 기분에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그 느낌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는지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륵 흘러내린다. 어라-왜, 왜 울지. 나 왜 우냐.
"꼬맹이, 울어?"
"아,아니.."
"진짜 아파? 왜 울어, 괜찮아? 응?"
내 양 볼을 부여잡고 다급히 말을 이어나가는 민석이라는 아이의 얼굴이 더욱 눈에 크게 들어찼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아이의 따뜻함이 가득 느껴지는 얼굴에 멈춰야 하는데-하는 내 의지를 배반한 눈물이 더더욱 볼을 타고 죽죽 흘러내린다.
아닌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멍청이. 진짜로, 왜 울어 울기를.
하지만, 내 볼을 감싼 그 따뜻한 온기에 주체할 수도 없이 눈물이 죽죽 흘러내린다. 아, 안돼는데, 그만 울어야 하는데.
걱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눈을 마주치려 애쓰는 아이의 당황한 얼굴이, 미안하지만 정말 반가워서, 정말로 고마워서,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때려서 그래? 아니면 놀려서? 아, 미안해. 진짜로. 울지마, 꼬맹아."
"흐,아니,야..아,으,"
"꼬맹이라고 안할게, 아가씨. 아니다, 예쁜아, 왜 울어. 어?"
"민석,민석이..민석아.."
"나 여기 있어, 왜, 어디 안가, 왜 울어, 응?"
"흐윽-미안,한데, 안 멈,춰,끅,"
바보같이 띠엄띠엄 내뱉어지는 내 말을 한마디 한마디 귀담아 듣더니 포옥-한숨을 내쉰다.
너도 이런 내가 그렇게나 빨리 질려버린거니. 그래서 그렇게 깊게 한숨을 내쉬는 거니, 아이야. 그러지 말아. 날, 미워하지 말아.
네가 받았던 그 사랑을, 나에게 나누어 줄수는 없겠니, 아이야. 작은 마음 한조각을 날 위해 내어줄 수는 없겠니.
"꼬맹이, 울지마."
"으..."
"울기나 울고, 꼬맹이 맞잖아."
또 한번 바보같은 생각을 하며 눈물을 쏟아내던 찰나, 강하게 내 몸을 끌어안더니 내 정수리 위로 얼굴을 파묻더니 입술을 떨어뜨린다.
얇은 미성인듯, 아닌듯 허스키한, 그 아이의 이쁜 얼굴과 어울리는 그런 목소리가 한껏 낮아지더니 내 머리 위를 맴돈다. 그리고 내 몸을 감싼다.
김민석 (18)
황국(黃國) 태위(太尉) 김민준의 막내아들
황국(黃國)의 승상(丞相) 김준후의 여식의 죽마고우(竹馬古友)
"그렇게 외간 남자 앞에서 울기나 울고, 울보 꼬맹이네."
-암호닉-
아이디 고니 준면맘 꽯뚧쌟랣 카르텔꺼 시나몬 시카고걸 모라
권지용 밝으리 열찬박 오징어땅콩 용마 메리미
장미 알콩 꽃잎 모카 매력넘치는 까꿍이 구금 뭉뭉 노트북 라임
허니 하나둘 이웃집여자 세니 카레맛 준멘님이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