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
W. 덜보이
"오른쪽 눈의 상태가 악화되어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더이상 눈을 사용하질 못한다. 어렸을때부터 좋지 않았던 눈은 커갈수록 더 상황이 좋지않아졌고 낳아질 기미조차 보이지않았다. 그러다 왼쪽눈은 이미 실명이 되었고 저번주부터 갑자기 흐릿해진 오른쪽눈에 설마해 김진환과 병원을 찾아갔는데 역시나 상황이 좋지 않다. 의사는 두쪽 눈을 되돌릴려면 기증해주실분을 찾아야한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필요없다고 했다.
의사와의 상담 내내 손을 꼭 잡아 주던 김진환은 이내 고개를 떨구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나에게 웃음을 보여준다. 병원에서 나와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음료를 시켜 앉았지만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김진환은 당사자인 나보다 더 울상이였고 눈을 톡 건들이면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일부로 난 괜찮다는듯이 음료를 쪽쪽 빨며 웃어보였고 내 웃는 모습에 김진환도 따라 웃는다.
"야, 나 아직 눈 잘보여. 너 완전 잘보이니까 걱정마."
"여행가자."
한참을 생각하던 김진환의 말에는 뜬금없이 여행이라는 단어가 나왔고 나는 적잖게 놀랐다. 7년 넘게 연애하는중인 우리는 그 흔한 여행 한번 다녀오지 못했다. 물론, 내 눈 때문인것도 있지만 자기 말로는 멀리가는게 귀찮다고한다. 그냥 우리끼리 소소하게 연애하는게 좋아 여행을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커플들에게도 질투조차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행이라니 … 내가 놀랄것을 예상했던지 김진환은 방금전과 다르게 웃으며 진짠데? 라고 확인을 다시 시켜준다.
"요번주 주말, 1박 2일. 어디갈래?"
"너 여행가는거 귀찮아 하잖아."
"갑자기 바다 보고 싶어졌어. 설마, 너 진짜 나랑 여행 안갈려고 했어?"
갑자기 바다가 보고싶다는 김진환에 어이가없다는듯이 웃어버렸고 자기도 어이가 없었는지 민망해 애꿎은 음료안에 있는 빨대만 만지작 거렸다. 나는 둘이 여행도 가본적 없고 가면 재밌을꺼같아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고 김진환은 콜, 이라며 휴대폰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턱을 괴며 김진환이 뭘 검색하나 바라만 보고 있다 지금은 아예 둘이 머리를 맞대고 큭큭거리며 온갖 검색하는 중이다.
서로의 휴대폰 메모장에 챙겨가야할것, 사가지고 가야할것을 적은뒤 뿌듯한 표정으로 진짜 우리 여행 가는거라고 새끼손가락까지 걸었다. 아까 전 까지의 일은 생각도 못할만큼.
"아, 컵라면 사야된다고! 니 진짜 내말 안들으면 후회한다."
"후회는 개뿔, 내려놔라. 니 컵라면 사면 저녁 안해줌."
몇일 뒤, 우리는 내일 가는 여행을 위해 마트에서 필요한 음식을 사기로했다. 사기로 했는데 … 괜히 같이 나온느낌이 … 여행 갈때는 컵라면이 최고라면서 두명이서 가는 여행인데도 컵라면 한박스를 사서 넣지를 않나 과자는 다 싹 쓸어오지는 않나 진짜 명치 한대만 때리고싶다. 자꾸 찡얼거리길래 여행 저녁에 밥 안해준다니까 조용히 컵라면을 내려놓는다.
"아이고, 신혼인가? 좋을때야 … "
고기를 사러 갔는데 마트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고 신혼이냐고, 좋아보인다고 웃으며 말씀하시길래 어색해져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김진환이 내 손을 잡아버리며 아주머니께 맞다고, 결혼한지 1년도 안됬다고 말해버렸다. 아주머니는 김진환의 말을 듣자 웃으며 서비스라고 고기를 더 얹어주셨고 내가 어이없게 쳐다보니 김진환은 잘못한거 하나도 없다는듯이 웃으며 '나 잘했지?' 라고 물어본다. 솔직히 김진환이 밉지않았지만 아프지않게 옆구리를 꾹 꼬집었고 아프지도 않으면서 찡얼거린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해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도 내일 당장 김진환과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았다.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 바다냄새! 근데 좀 춥다, 옷 잘 껴입어."
몇 시간을 기차를 타고 도착한 바다를 보자마자 우리는 짐을 풀 생각도 하지 않고 땅에다가 그냥 내려놓은뒤 바다로 와! 하며 달려갔다. 바다로 달려가자마자 보이는 바닷물에 발을 담궈 보기도하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며 서로를 보고 웃었고 얼른 짐 풀고 나오자며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가자마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케리어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나왔고 우리는 손을 꼭 잡으며 바다로 걸어갔다.
숙소와 가까운 바다에 들어가 우리는 서로에게 물 장난을 쳤고 물 밖으로 나와 어린아이처럼 모래 장난도 쳐 보기도 했다. 바다에서 몇시간을 논뒤 우리는 지쳐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서로를 껴 안았고 껴 안은채로 모래사장을 걸었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우리는 다른 커플들과 같게 쪽쪽거리기도하고 장난도 치고 갑자기 분위기를 잡는 김진환에 맞춰 입을 맞추기도 했다.
"씻고 밥먹자, 배고프다."
모래사장을 다 걷고 우리가 놀았던 자리를 뒷정리 한뒤에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찝찝한 몸에 각자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나왔다. 먼저 씻고 나온 김진환은 내 머리를 말려주겠다며 난리를 치길래 하라고, 맘대로 하라고 하자마자 내 케리어 안에서 드라이기를 찾아와 자기 앞자리를 툭툭치며 앉으라고 했다. 김진환의 행동에 웃으며 앞자리에 앉자 드라이기를 작동시키며 젖은 내 머리를 살살 털어주며 누가봐도 조심스럽게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XX병원입니다. 안구기증자를 찾아 연락드립니다. 오후 07 : 48
머리를 말리는 중에 앞에 있던 휴대폰에 문자메세지 알람이 떠 확인했는데 안구기증자를 찾았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부터 나는 안구기증을 받을 생각이없어 병원의 문자를 무시하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데 김진환이 금세 메세지를 본것인지 드라이기 작동을 멈추고는 '안구기증 받자.' 라고 말한다. 그에 나는 싫다고, 불편하지 않다고 말하자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란다. 서로 좋고 내 얼굴도 또렷히 볼수있는 기회인데도 놓쳐버릴꺼냐고 묻는 김진환에 대답하지못하고 한숨만 쉬었다. 한참을 생각하다 메세지로 이번주에 찾아간다고 병원으로 보네놓고는 김진환에게 보여주었다. 메세지를 보여주자 환하게 웃으며 꼭 안아준다. 고맙다고.
"미안해, 수술날에 같이 있어줘야 하는데 … "
"니가 왜 울어 둔팅아, 잘하고 바로 연락할께."
수술 하루전, 김진환은 수술날에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같이 못있어준다고 말했다. 솔직히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수술끝나면 또렷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괜찮다고, 혼자 잘 하고 나올테니까 연락하겠다고 했다. 김진환은 미안한 마음에 끝내 눈물을 보였고 두 팔을 벌려 나를 꼭 안아 주었다. 잘하고 예쁘게 살라고. 울먹이는 김진환을 토닥여주고는 내일 보자고, 잘자고 내일 보자고 말을 했다.
수술날짜가 되고 옆에 없는 김진환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꾹 참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OOO씨, 내가 누군지 보입니까?"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선명한 의사선생님의 얼굴에 놀랐고 지금 상황에 놀라 내 눈앞에 손가락을 폈다 구부렸다 해보았는데도 선명하게 모든것이 보였다. 의사선생님은 지금 내가 2일째 잠만 자고 있다가 일어난거라고 말씀하셨다. 2일이 지났으니 지금 김진환은 와있을까 해 의사선생님께 김진환은 어디있냐고 물었고 의사선생님은 내말을 못들은것인지 인사만 하고 나가셨다.
김진환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서랍장을 보았는데 서랍장 위에는 편지 한 통과 CD로 보이는 것이 올려져있었고 처음에는 내것이 아닌가 싶어 휴대폰을 찾으려다 편지지의 앞면에 'OO이에게' 라고 써져 있는 것을 보고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설마하고 재생시켰던 CD의 동영상에는 김진환의 얼굴이 보였고 목소리마저 김진환이였다.
그리고 처음이였던 단둘의 여행은 마지막이되었고 동영상을 끝으로 더이상 김진환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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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분량도 많이 짧고 너무 뻔한내용이라 … 항상 부족한 마음 뿐 …
소재주신 독자분 감사드립니다. 항상 댓글 전부 다 읽고있어요ㅎㅎㅎㅎ 독자분들 댓글에 저는 심쿵 ㅎ
원하시는 글이나 소재를 말씀 해주시면 참고해서 쓰고있습니다.
오늘도 글 봐주신분들께 감사해요 ㅎㅎ
암호닉 : 진환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