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하숙 조각
경수야!! 좋은아침!!!! 눈을 비비며 이층에서 내려오는 경수를 베란다 창문을 통해서 본 찬열이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저 형은 아침부터 힘들지도 않나, 쯧 마당에서 열심히 줄넘기 중인 찬열을 보며 경수는 혀를 찼다.
경수야? 일어났어? 내가 어제 저녁에 먹은 반찬 전자레인지에 다 데워놨어! 밥도 풀까?
나 잘했지? 예뻐해달라는 강아지마냥 꼬리를 흔들며 왕왕 거리는 백현에 고개를 끄덕거린 경수는 난장판이 된 부엌에 입을 떡 벌렸다.
....요리했어? 아..아니나는... 된장찌개 끓일려고 했는데..헤헤 경수같은 맛이 안나더라 역시 경수는 요리왕이야!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는 백현을 보던 경수가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이따 설거지해. 알았어!
아- 그리고 종인이 좀 깨워줘. 걔 어제 대회라 오늘 학교쉰대! ..그럼말고. 어제 대회였는데 오늘 학교는 왜 쉬는거야? 잠시 멈칫한 경수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가
이내 학교 갈 준비를 하러 제 방으로 올라갔다.
경수는 해피 하숙의 아들이자 실질적 관리인이였다. 경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모 댁에서 얻어살다가
부모님이 해오던 해피 하숙이 제 학교 앞이며 자신은 이제 고삼이라 등하교 시간조차도 아깝다는 핑계를 대고 불편했던 그 집을 탈출했다.
조금 넓은 이층에 혼자 살기로 한 경수는, 이제 제가 이 집을 관리하기로 했다.
해피하숙에는 경수와 세명의 하숙생 (이라쓰고 경수 빠돌이라고 읽는다) 이 살았다.
이 집에 고등학생 때 부터 살았다는 찬열은, 현재 나이를 스무개 하고도 하나를 더 먹어놓고 기타하나 달랑 들고 나가서
하루종일 뭐하다 들어오는지, 자신의 말로는 뮤즈를 찾는 뮤지션이라는데 경수는 그냥 노는 백수라고 생각했다.
찬열과 고등학생 때 부터 친구였다던 백현은, 스무살이 되고 이 집에 들어왔다.
찬열과 달리 대학을 진학하고, 태권도학과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성실한 대학생은 아닌 모양인지 맨날 빨빨대면서
도복입고 돌아다니기나 하고, 학교보다 도장에서 사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늦게 들어온 종인은 저의 학교에서 유명인사였다.
발레천재 라나 뭐라나, 대회준비기간에는 학교를 나가지도 않아서, 학교에선 얼굴보기 꽤나 힘든 놈이여서
처음엔 경수도 살짝 쫄았지만, 둔하고 멍청하고 생각보다 별게 없어서 그저 하찮은 존재3 이 되었다.
경수는 밥도 못하고 빨래도 못하는 이 인간들을 위해 알아서 식모를 자청하고 있었다.
제가 집으로 들어가서 이틀동안 안왔던 적이 있었는데, 아침에 해장국 점심에 치킨 저녁에 피자 를 시켜먹었다며
집밥먹고 싶다고 엉엉우는 백현과 찬열, 그리고 귀찮아서 그냥 굶었다는 종인까지.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이 인간들이 너무 불쌍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오 하느님, 저는 천국가야해요. 아시죠? 경수는 저가 마더 테레사, 자칭 마더 경수라고 생각했다.
이 하숙생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도경수 빠돌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만의 리그지만 도경수 쟁탈전은 나름 치열했다.
뭐 경수는 그저 인간들이 밥을 얻어먹기위해, 하숙비 인상을 막기위해 저에게 꼬리를 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달그락 달그락, 오랜만에 다같이 모여서 하는 저녁식사였다. 저녁을 준비할 때부터 식탁에 앉아서 왈왈 짖는 백현과 찬열을 개무시하고
밥먹어! 라고 소리지르니 쾅 방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종인이 비적비적 걸어나왔다.
도경수 오늘 국물 짱인데? 종인의 한마디에 경수가 으쓱했다.
"아 맞아 공지사항있어"
"?!"
드디어 그날이 온 것인가. 하숙비를 올리겠다는 말이 나올까봐 셋은 움찔했다.
왠만하면 반응 없는 곰같은 종인도 밥을 먹다가 터질 것 같은 볼을 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좀있으면 겨울이니까 관리비가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경수야 나 사정알지? 경수야? 온갖 불쌍한 척을 떨며 아양을 부리는 찬열과 백현을 씹은 경수는 말했다.
"이층 보일러를 끌생각이야"
뭐? 안돼! 그냥 우리가 돈 더 낼게 경수야 너 얼어죽어. 뭐래 나 일층 살거라고
응?!
"그러니까 셋 중에 하나랑 나랑 같은 방 써야된다고"
가위바위보에서 진사람으로 하던지- 알아서 정해. 대신 하숙비 내년 봄까지는 안올릴게.
셋은 눈을 마주치면서 같은 생각했다. 이건 가위바위보 이긴사람으로 해야겠는데?
* 언제 또 나올지 모릅니당
* 여기서 암호닉은 안받습니다만, 다른 픽에서 암호닉으로 아는척 해주시면 심하게 반가워합니다 ㅎ0ㅎ
피드백 조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