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B/삐잉] Team B 전멤버 김삐잉 썰 ; 27
이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도전.
한가, 하지는 않지만 나름 평온한 오후에 있었던 얘기를 꺼내보려합니다.
어쩌면 슬픈 얘기겠네요.
쟤네 오늘도 연습벌레에요.
맨날 연습벌레(한숨) 아니 쉬는 날이 없어 정말
특히 WIN 배틀 시작하니까 애들이 쉬지를 못하더라고요(한숨) 어쩌냐 진짜.
뭐 오늘도 되게 일상적이죠
삐잉이 개인연습 할 동안 애들 보컬레슨 받고 뭐 이러는 사이에
시간은 금방 흘러서 퍼포먼스 연습타임=마지막 연습 타임이 왔죠.
이때가, 애들 Winnin 준비할 시기니까, 그 퍼포먼스 준비하느라 바밨어요. 많이.
물론, 삐잉이 전화 안 왔으면 더 바빴을 거에요. 아무것도 모르고 연습만 하는 애들이니까.
그때, 삐잉이 핸드폰이 울렸죠.
오늘따라 무음으로 안 해놨는지, 경쾌하게 울리더라고요. 결코 경쾌한 소식이 아닌데.
전화를 받았죠.
그리고 핸드폰을 떨어뜨렸죠.
순간 윤형이가 놀라서, 애 허리 다시 도진거 아닌가 하고 달려갔는데.
울고 있더라고요.
펑펑, 진짜 펑펑.
그래서 진환이가 떨어뜨린 핸드폰으로 마저 전화를 이었어요.
전화는, 보육원 원장님 전화였죠.
원장님 말에 따르면,
보육원 아기 중에 유달리 아픈 아이가 있었대요.
3살밖에 안됬는데, 백혈병에 걸려서 병원에서 거의 사는.
원래는 보육원 아이였는데, 병이 발견되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해요.
그리고, 그 보육원이 부모님께서 후원하는 보육원이래요.
그래서 삐잉이가 거기를 다니게 된 거인가봐요.
삐잉이가 수시로 병원을 가고, 아이를 많이 보살폈대요.
어쩌면 유달리 삐잉이가 아끼고, 또 유달리 삐잉이를 잘 따르는 아이였을거래요.
이름은 김모해래요. 모퉁이를 비추는 해.
삐잉이가 지어준 이름이고, 성도 본인의 성을 따다가 지어준 이름이래요.
근데, 그 아이가 죽어버렸대요. 오늘.
그걸 듣고, 진환이는 가까스로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죠.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꽤나 슬픈 이야긴데, 당사자가 들으면 오죽했을까요.
진환이가 전화를 조용히 끊고는, 얼른 실장님에게로 전화했어요.
오늘 연습은 여기서 끝내야겠다고. 정말로.
안 그러면 삐잉이 쓰러질지도 모르겠다고.
곧바로, 애들은 들은 장례식장으로 이동했어요.
실장님이 내려오셔서,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하셔서 빨리 갈 수 있었죠.
삐잉이는 계속 울고 있고, 옆에서 지원이랑 동혁이가 계속 달랬어요.
근데 멈추질 않네요, 눈물이. 정말로.
이 아이가 오죽 아끼던 사람이었으면 이럴까요.
" 모해야.......모해야....... "
" 진정해, 그만 울고. "
" 너도 봤잖아 동혁아, 그치? 예뻤지? "
" 응, 예뻤어. 많이. "
삐잉이 눈이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텅 비었네요.
이런 삐잉이를 보면서, 윤형이도 살짝 눈물을 훔쳐요.
이 아이가, 투표 결과가 나왔을때도, 혹평을 들었을 때도, 이런 적은 없었거든요.
곧, 장례식장에 도착했어요.
고아인데다가, 아직 아이라 그런지 장례식장이 썰렁하네요.
보육원 원장님, 아이들, 이정도밖에 없어요.
삐잉이는 서둘러 들어가, 얼른 절을 하고
아이의 사진을 바라봐요.
모해의 사진을, 예뻤던 아이인데, 너무나도 빨리 져버린 아이를요.
나머지 아이들은 원장님께 인사드리기도 하고, 삐잉이를 부축하기도 해요.
몇년을 지내왔던 아이도, 짧은 기간 동안 알아왔던 아이도, 삐잉이의 기분을 알거에요.
얼마나 참담한지를.
삐잉이가 이러나려다 휘청이니까, 서둘러 한빈이가 다가가서 삐잉이를 부축해요.
현재 몸 상태도 많이 좋지 않은 삐잉이인데, 일까지 겹쳐서 정말 힘들어보여요.
삐잉이가 다른 한켠을 바라보자, 보육원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고있어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그냥 방긋 웃고있네요.
그 중 한 아이가 삐잉이를 발견했는지 벌떡 일어나서 삐잉이에게 다가와요.
" 언니. "
" 네, 하연아. "
" 모해, 어디갔어요? "
" ... 응, 멀리 갔어. 멀리. 저-멀리. "
하면서 하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삐잉이의 손이 점점 흔들려요.
그 손을 다가가서 진환이가 잡아줘요.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속삭이는거죠.
괜찮아, 정말 괜찮아. 다 괜찮아.
그 말에 삐잉이는 더욱 더 눈물을 흘려요.
첫번째 이별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에게 첫번째 이별이라 어쩜 더 큰 슬픔일지도 모르겠네요.
삐잉이는 원장님께서 건내주시는 무언가를 받고, 장례식장을 빠져나가요.
아이들도 그 뒤를 따르죠.
천천히, 방해되지 않도록.
삐잉이는 일기를 받았어요. 모해의.
그 안에는 사소한 얘기들이 다 들어있었어요.
근데 이상하게 항상 수신자는 삐잉이였어요. 언제나 시작은, 삐잉누나.
아프다는 얘기, 슬프다는 얘기, 맛있는 걸 먹었다는 얘기.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인데, 오늘따라 그녀의 심금을 더욱 더 울리네요.
어쩌면 다시 못 볼 아이의 일기라 그런지.
" 한빈ㅇ, 아니 준회야. "
" 어. "
" 왜 나는! "
" 쉿. "
" 나 좀 안아줘. 나 힘들어. "
삐잉이가 이렇게 도움요청을 한 것은 처음일지도 모르겠네요.
준회는 천천히 다가가, 작은 아이를 품에 안아요.
그 아이는, 결국 오열하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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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였어요, 아이들은.
오늘따라 일찍 끝난 탓에 지금 시각의 숙소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 어색함은 전혀 보이지 않아요.
그저, 삐잉이를 걱정하는 6명의 아이들이 보일 뿐이네요.
삐잉이가 피곤한듯 소파에 눕자, 애들은 하나 둘 베개와 이불을 들고 나와요.
그리고 삐잉이의 이불도 들고 나와요.
지원이는 천천히 삐잉이를 안아올려 이불 위에 눕혀요.
그리고 그 옆에 누워 얘기하죠.
" 오늘은 우리가 있어야 할 것 같지? "
" 응... "
" 매년 가자, 모해가 보고싶어할거야. "
" 그러자, 우리... "
삐잉이가 천천히 잠들기 시작해요.
지원이는 누워서,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삐잉이가 잠드는 모습을 바라봐요.
한껏 부은 얼굴에, 눈물자국이 아직도 남아 흉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예쁜 것 같네요.
삐잉이가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자.
아이들도 그 옆에 하나 둘 눕기 시작해요.
혹시나 외로울 아이를 위해, 옆에 누워요.
그리고 속으로 생각하죠.
저들은 항상 곁에 있어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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