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김남길 온앤오프 엑소
글쓰는미대생 전체글ll조회 1000l

[iKON/구준회] 돌밭 (얼룩 後) | 인스티즈 

  

 

 

 

 

 

 

돌밭

 

 

 

 

 

 

 

W. 글쓰는미대생

 

 

 

 

 

 

 

 

 

 

 

 

 

 

 

 

구판서댁에서 보낸 가마에 앉아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갈때도 나는 옥가락지를 몇번이나 손가락에 끼었다 빼내었다 하였다.

태워버린 서찰을 생각하며 옥가락지를 빼놓았다 치마 끝자락에 밴 얼룩을 보니 다시 옥가락지를 밀어넣었고 가마를 돌려 아궁이에서 다 타고 재밖에 남지 않은 서찰을 쓸어 담고 싶어졌다.

그렇게 갈팡질팡하다 어느새 도착하였는지 흔들리던 가마가 조심스럽게 내려않았다.

 


-아씨. 

 


가마 옆에 서서 여기까지 함께 걸어왔는지 월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곧 가마의 문이 열렸다. 

나는 어중간히 손가락에 걸쳐있던 옥가락지를 다시 밀어넣었고 내 앞에 내밀어진 월이의 조그만 손을 잡고 일어났다.

조금 멀리까지 나왔다 생각했는데 바다내음이 밀려오는게 동쪽 바닷가 근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판서댁 자제와 혼례이야기가 오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저 기껏해봐야 옆마을이겠거니했다.

대문 앞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으로 멀지않게 넘실대는 바다가 보이는 것이 한양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구나 싶었다.

 


뭐라고 안쪽을 향해 고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대문이 열렸다. 

몇몇 아랫사람들과 함께 마당으로 들어서자 한 사납게 생긴 사내가 짙은색의 두루마기를 두르곤 뒷짐을 진 채 서있었다.

나는 저자가 구판서댁 자제 구준회 도련님이구나하는 생각보다 계속 코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바다내음에 도련님이 떠올랐다.

 

멍하니 저를 보고 서있는 내게 다가온 준회 도련님은 그저 피곤하다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며 인사치레를 하였다.

 


-먼길 오시느라 고단하진 않으셨는지요. 

 


나는 아무말없이 그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올려다 보았고 옆에 서있던 월이가 눈치를 보더니 내 치마자락을 살짝 잡아 끌었다. 

 


-괜찮습니다. 

 


옷 밑으로 가지런히 모아졌던 손은 손가락에 밀어넣어진 옥가락지를 만지작거렸다. 

 

 

 

 

 

 

 

 

우리는 수랑으로 들어와 이집 몸종 아이가 내온 작은 소반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문을 꼭 닫았음에도 연하게 들어오는 바다내음에 자꾸만 옥가락지에 손이 갔다.

그러다 문득 바닷가 부근이라 바람이 더 찬지 코가 빨개져 있던 월이의 얼굴이 떠올라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 월이가 걱정되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차를 들어 한모금 마신 준회 도련님은 좀전 인사치레를 할때와 별반 다를바 없는 얼굴로 물었다. 

 


-아버님께서 혼인을 약조하셨다는 언질은 들으셨겠지요.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또 한동안 말이없었다. 

차가웠던 옥가락지가 쓰다듬는 내 손길에 뜨끈해졌을 무렵 도련님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정인으로 품었던 분께서 큰일을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연신 옥가락지를 쓰다듬던 손이 일순간 멈췄다. 

옅게 퍼져있던 바다내음과 함께 도련님을 칭하는 이야기가 귀에 꽂혀들어오자 가슴께가 저릿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고 진작부터 내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건지 다시한번 차를 한모금 들이킨 준회 도련님은 말했다.

 


-재촉하진 않겠습니다. 예정된 혼례날 전까지는 반쯤은 제 자리를 비워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정된 혼례날이라면 열흘하고도 이틀 후였다. 

 


-부부의 연을 맺게 될 사람입니다. 그저 양친의 등쌀에 못이겨 서두르는 혼인일지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셨으면 합니다. 

 


그저 귀찮은 일을 해치워버릴 심산으로 말하는 듯한 얼굴을 보고서 나는 옥가락지를 다시 힘주어 쓰다듬었다. 

그새 익숙해져버린 바다내음때문인지 역해지는 기분에 고개를 숙였다.

제 할말이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몸짓에 고개를 따라 올렸고 자연스레 뒷짐을 진 도련님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뭍에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또 다시 마주 볼지 모르는 일 조금 머물다 떠나시지요. 

 

나는 그 손을 잡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허공에 내밀어졌던 손을 다시 거둔 도련님은 먼저 문을 열고 나갔다.

이곳은 남쪽이 아닌 동쪽일지라도 도련님께서 내 웃음소리를 들을 적 같다던 파도소리를 내 귀로 듣고 내 눈으로 보고싶었다.

 

 

 


마을에서 조금 걸어나가니 탁트인 듯한 바다가 보였다. 

난 뒤로 바다를 눈에 담은 것이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지만 신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바닷가 근처로 걸어오면서 내 옆에는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맞춰 걸어오는 준회 도련님과 처음보는 바다에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는 월이가 있었다. 

그리고 내 손가락 위에는 이젠 저쪽 하늘 쯤에서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진환 도련님이 내려앉아 있었다.

 

마른땅에서 조금 축축히 젖어있는 모래밭에 발을 들여놓자 뒤로 따라붙어있는 이쪽 몸종들과 월이는 걸음을 멈추었고 나와 준회 도련님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파도 가까이 다가갔을때까지 우리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 옆에 서있는 사내가 진환 도련님이 아니라는 것에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나를 따라 천천히 옮기던 발걸음도 멈춰섰고 얼룩이 배어있던 치마끝자락은 전보다 더 더럽게 얼룩져있었다. 

얼룩덜룩 얼룩진 치마자락을 한번 내려보고 긴 저고리 밑에 숨겨두고 있던 옥가락지가 끼워진 손을 꺼내어 내려보았다.

코끝으로 계속 덮쳐오는 바다내음까지 맡고 나니 자연스레 이제 외워버려 태워도 소용이 없어진듯한 서찰에 적혀진 글씨들이 떠올랐고 곧이어 조금 너덜한 하얀 옷을 입고 바닷바람을 맡으며 서계셨을 진환 도련님이 그려졌다.


어느새 눈안에 가득찬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고 한번 떨어지기가 무섭게 후두둑 후두둑 연이어 떨어져 나왔다. 

내가 이제 품어야할 정인이 지금 내옆에 발을 붙이고 서있다는 것조차 생각하기가 싫었다.


눈물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하였다. 


이제 소리를 안으로 먹어들일수도 없을 정도로 벅차올랐고 나는 윽윽 소리를 내다 입밖으로 내뱉었다. 

 


-도련님. 

 


나만 들리겠금 작게 울부짖었던 것이 한번 입이 트이자 더 큰소리로 쏟아져 나왔다. 

 


-도련님. 

 


-예. 

 


정수리께에서 대답소리가 들렸고 내 부름의 주인의 것이 아닌 다른이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것에 더 설움이 복받쳤는지 나는 이제 발음이 뭉개져 알 수 없게 부르짖었다.

 


-도련님, 도련님, 도련님 … 

 


어찌 제가 다른이를 품을 수 있겠습니까 

이생에서의 인연이 여기까지라고 단정 지으신다면 저 역시 제 이생은 여기까지라고 단정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뱉지 못한 말을 안으로 삭혔다. 

두번 세번 도련님이라며 부르짖자 대답소리는 처음을 끝으로 들리지 않았고 발악하는 목소리가 되어 갈 쯤 시야가 깜깜해졌다.

뒷통수와 이마께에 닿는 부시럭거리는 비단천의 감촉에 숨을 훅 들이켰다.

눈 앞에 보이는 가슴팍에 우는 소리는 먹혀들어갔지만 떨어지는 아니 쏟아져내린다는 표현이 더 걸맞는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내가 맞대고 있던 가슴팍은 눈물로 인해 진하게 얼룩져갔다.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등을 토닥거리던 손길은 내 울음소리가 잦아질 때 쯤 멈췄다. 

더이상 빼낼 눈물이 없을 만큼 한동안 울어재꼈던 나는 울음을 미약하게 남겨두며 멈췄고 조심스레 제 품에서 나를 떼어낸 준회 도련님은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었고 숨을 고를 때마다 훅 끼쳐 들어오는 바다내음에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앞으로 그대가 바다라는 것 근처에 얼씬도 못하도록 제가 유념하여야할것입니다. 

 


눈물이 차올라 흐릿한 눈으로 올려다 보니 귀찮은 듯하던 표정을 지우고 어느새 내것의 눈물을 나눠가진듯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이리 낙루하시니 가슴이 저미듯 합니다. 

 

도련님의 애닳은 표정에 입술을 깨문채 눈물을 집어 삼키자 눈물로 번진 얼룩자국이 놓인 가슴께에 손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제가 그대를 품었을 때 이 얼룩자국이 남지 않을 때 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 얼룩자국을 보고있자니 치마끝자락에 자리잡은 얼룩자국을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제 돌아갈 쯤이 된 것인지 저쪽에서 뭐라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은 옥가락지가 끼워진 내손을 조심스럽게 잡아쥐더니 내가 병적으로 쓰다듬었던 것과는 반대로 소중한것을 다루듯 부서질까 살살 어루만지고선 말했다.

 

 

-보채지도 역정을 내지도 않겠습니다. 그저 반쪽 정도만 내어 주셨으면 합니다.

 


항상 내손을 그러쥐던 조금 작은 손이 아닌 한마디는 더 큰 듯한 손에 갇혀 저쪽에 서있는 월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도련님 생각에 자꾸 뒤가 돌아 보일 때마다 옆으로 보이는 또 다른 도련님의 왼쪽 가슴께에 진 얼룩이 눈에 걸렸다.

 

 

 

 


요란스럽지도 않게 담담하게 배웅한 도련님은 가만히 대문 근처에 서 있었다. 

나는 월이의 손을 잡고 가마 안으로 몸을 숨겼고 더 이상 넘실대는 바다도 짙은색의 두루마기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잠시 기우뚱하며 가마가 들어올려졌고 나는 계속 매만지던 옥가락지를 조금 빼내어 손가락 마디에 걸쳐놓았다. 

조금 컴컴해지는 하늘 저쪽 어디쯤 어떠한 이도 이렇게 걸려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기가 찼음에도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 설레며 고대하는 것도 아니였고 싫어 질색팔색하는 것도 아니였다.

어버지께서는 혼인을 약조하여 돌아오셨고 나는 그 통보에 싫은기색을 내비치지도 좋은기색을 내비치지도 않았다.

그저 누구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 한번 엎어진 혼인에 대해 접해 들었을 때도 골치가 아프겠거니 생각했다.

남들을 따라 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하던 길이 조금 다른 돌밭길이겠구나 했다.

 


항상 들려오던 파도소리와 이제는 코에 배일 법도한 바다내음이 그날 따라 불편했다. 

가만히 방에 앉아 책을 뒤적거리다 곧 도착하실 것이라는 몸종의 외침에 몇줄 더 읽고는 책을 덮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가 마당에 서있자니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거슬렸다.

곧 왁자지껄하며 부산을 떨더니 대문이 열리고 한 조그마한 여인이 모습을 내비쳤다.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문채 올려다보는 얼굴에 돌밭길을 걷기 전 걷기싫어 늦장을 부리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먼길 오시느라 고단하진 않으셨는지요.

 


여전히 꾹 다문 입술은 열릴 생각이 없어보였고 그 옆에 조금 더 작은 몸종아이가 애가 탔는지 치마자락을 잡아끄는게 보였다. 

 


-괜찮습니다. 

 

잡아끄는 손길에 마지못해 입을 여는 듯한 모습에 자갈밭일 것이라 생각했던 돌밭길이 군데군데 큰 장돌이 박혀있는 것 같다 생각했다.

저고리 밑으로 가려진 손이 꼼지락대는 것을 보자니 저 안에 큰 돌이 숨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마주보고 앉아있자니 꾹 다물었던 입술이 아예 쇠줄을 빙빙 두른듯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김이 피어나는 찻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아직도 옅게 남아있는 익숙해야할 바다내음이 기분나쁘게 섞여 뭔지도 모를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아버님께서 혼인을 약조하셨다는 언질은 들으셨겠지요.

 


내가 먼저 입을 열었고 계속해서 저고리 밑에 숨긴 제 손을 꼼지락거리며 작은 머리통을 끄덕였다. 

세번을 밖으로 내려다 안으로 삼켰던 말을 내뱉었다.

 


-정인으로 품었던 분께서 큰일을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꼼지락대던 손이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과 함께 멈췄다. 

옅게 퍼져있던 바다내음이 뒷목께를 스쳐지나는 것 같았다.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나는 내 걸을 돌밭길 군데군데 박혀있는 장돌을 피해 이끌어달라고 귀뜸하듯 말했다.

 

 

-재촉하진 않겠습니다. 예정된 혼례날 전까지는 반쯤은 제 자리를 비워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정된 혼례날이라면 열흘하고도 이틀이 남아있었다. 

짧다고 치부할 수 있는 시간 동안 그 큰 돌을 피할 길을 찾아달라는 것도 참으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연을 맺게 될 사람입니다. 그저 양친의 등쌀에 못이겨 서두르는 혼인일지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애초에 그리 간절하지 않았고 내게 짐을 챙겨주며 떠라나고 신까지 신켜주신 탓에 그저 내가 걷던 중 이길을 다시 되돌아 다시 시작하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게 해달라는 일종의 부탁이었다. 

길을 걷겠다고 모든 채비를 마치고서 걸음을 떼려다 발목이 붙잡혀 다른 길로 돌아온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해는 하는 마음이었지만 그에 맞춰 팔을 잡아 끌어 등에 업혀서라도 데려가겠다는 생각은 그리 썩 들지 않았다.

대답없이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인 작은 머리통을 보다 문득 최소한의 도리는 하겠다는 생각으로 일어섰다.

 


-뭍에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또 다시 마주 볼지 모르는 일 조금 머물다 떠나시지요. 

 


지금부터 손정이라도 태워놓으면 습관이 되 손을 찾아 잡고 길을 비켜갈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손을 내밀었다. 

그런 부탁을 단칼에 잘라내는 듯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바닥을 집고 일어났다.

 

 

 

 

 

 

한마디도 나누지 아니하였고 입밖에 소리를 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점점더 코 끝을 찌르는 바다내음이 이상하리만큼 오늘은 맡기가 싫었다.

 


옆에 붙어있던 몸종들을 떼어놓고 부서지는 파도 앞으로 가 서니 옆눈으로 축축하게 볼을 적시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것인지 새하얗게 질린 입술을 깨문 모양새가 어쩐지 찌르했다.


조그마한 몸은 조금씩 떨렸고 이내 작은 목소리가 울음과 함께 터져나왔다. 

 


-도련님. 

 


그것이 나를 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가만히 넘실대는 바다끝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울음에 먹혀 부서질까 아슬아슬한 목소리로 조금 더 큰 소리가 났다.

 


-도련님. 

 


-예. 

 


이번에도 나를 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답하고 싶었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질때부터 찌르했던 가슴이 더 뻐근해져왔다.

울음을 멈추고 싶었다.

 


-도련님, 도련님, 도련님 … 

 


울음에 먹혀들어가 버렸는지 뭉개지는 발음으로 울부짖었다. 

울음을 멈추고 싶어 대답한 일이 울음을 더 끌어낸 꼴이 되자 인상이 살풋 찡그려졌다.

그 찡그려짐은 성가심에 짜증이 난 것이 아님은 확실했다.

그저 떨어지는 눈물이 큰 돌이 되어 내가 가는 길목마다 떨어지는 듯했다.


계속해서 부르짖는 소리에 행여 목소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들거리며 위태롭게 지탱하고 섰는 조그만 몸뚱이를 품에 안았다.

내가슴께에서 먹혀들어가는 눈물과 울음소리는 가슴께에 얼룩을 남기는 것 같았다.

그 조그만 팔을 잡아 끌어 등에 업어 내 발로 박혀있는 돌을 밀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릴적 제 어미가 그랬던 것처럼 등을 토닥거려주자 조금씩 울음이 사그라 들었다. 

둘렀던 팔을 내려 아직 울음이 서려있는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눈물을 매단 얼굴을 보자니 돌팔매질을 한듯 가슴께가 다시 아파왔다.

계속 주위를 맴도는 바다내음이 내 속을 파내는 것 같았다.

 


-앞으로 그대가 바다라는 것 근처에 얼씬도 못하도록 제가 유념하여야할것입니다. 

 


불안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조막만한 얼굴을 내려보며 말하자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이리 낙루하시니 가슴이 저미듯 합니다. 

 


곧 다시 눈물을 떨어트릴 듯 그렁그렁한 눈을 쳐다보고선 말했다. 

손을 더듬어 그 아픈 눈물로 번진 얼룩자국이 놓인 가슴께에 손 조심스레 올렸다.

 


-제가 그대를 품었을 때 이 얼룩자국이 남지 않을 때 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 자그마한 몸뚱이가 남겨놓은 아픈 얼룩을 보여주자 다시 고개를 내려 제 더럽혀진 치마끝을 내려다본다. 

시간이 다 되었다며 손짓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어느새 저고리에서 꺼내어 놓은 손을 보자 숨기고 있던 장돌이 보였다.

몸뚱이 만큼이나 조그마한 손에는 푸른 옥가락지가 끼워져있었다.

이 큰 장돌을 지금 당장 치워달라고 채근하고 싶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손을 뻗어 큰 장돌을 얹어 둔 작은 손을 잡았다.

그리고선 달래듯 조심히 쓰다듬었다.

 


-보채지도 역정을 내지도 않겠습니다. 그저 반쪽 정도만 내어 주셨으면 합니다. 

 

 

 

 

 

 

 

 

 

대문 앞에 서서는 다시 가마에 오르려는 조그만 몸뚱이를 쳐다보았다.

아직 옅게 남아있는 왼쪽 가슴께의 얼룩이 시리다.

곧 가마안으로 모습을 감췄고 답답하게 느껴지던 바다내음이 차츰 편해졌다.

가마꾼들에 의해 가마가 들어 올려졌고 내게 고개를 주억거린 몸종들은 그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점점 편하게 코 속으로 들어오는 바다내음과 더이상 거슬리지 않는 파도소리에 나는 그 작은 손을 쥐고 그 앞에 내 등판을 들이밀면 그 작은 손이 살짝 목을 그러쥐고 붙어 오는 앞날을 그려보았다.

 

 

 

 

 

 

 

 

 

 

 

 

 

 

 

다시 또 빙의글이네요!

얼룩 다음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소근소근) 사실 뭐라고 표현해야될지 몰라서 제목에 저렇게 끄적인 건 비밀 (소근소근)

픽이든 빙의글이든 제 필력이 문젠가 봅니다..!

새벽이라서 정신도 오락가락...

저는 언제쯤 사극의 여파에서 벗어날까요..?

아마도 오랜기간 머루를 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ㅠㅠ

이것도 빙의글이니까 픽에서 받은 암호닉은 적지 않을께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힝ㅠㅜㅠㅠㅠ주네야ㅠㅠㅠㅠ마음아퍼ㅠㅠㅠㅠㅠㅜㅠ작가님잘보고가요!!
9년 전
글쓰는미대생
새벽중에 올린글이었는데ㅠㅠ 잘보고 가신 다니 다행입니다! 부족한 글이라 부끄럽네요ㅠㅠ 읽어주시고 피드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월 마지막날 후회없게 보내시길 바랄께요! 사랑합니다 ♡
9년 전
독자2
아ㅠㅠㅠ 진환이가 보고싶은마음이 진짜 막 느껴지는거같아요 마음이 아퓨ㅠㅠㅠㅠㅠ그래도 둘이 잘 살았답니다 할것같아서 다행이에요 사이좋게 잘살았으면 좋겠다ㅠㅠㅠㅠ 이런 배려심깊은 주네도령이랑 사는데 무슨 마음이 안열리겠어요ㅠㅠㅠㅜ...
9년 전
글쓰는미대생
저한테 찌통하면 지난이죠..! 또 나중이야기는 언제 가져올지 모르겠지만... 가져오긴 하겠죠? 주네도령이라면 저는 그저 더럽..the love..♡ 미흡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1월 마지막날 후회없게 보내시구요 옷 챙겨입고 다니세요 사랑해용 ♡
9년 전
독자4
네!!!그리고 전 메리링이에요ㅋㅋㅋ저는 그사이에 따뜻한곳으로 와서 챙겨입을게 별로 없네요ㅠㅠ 작가님도 오늘 하루 잘보내세요!!!
9년 전
독자3
암호닉을 써야할지 쓰지말아야할지....고민하다가 그냥 씁니다....ㅠ.ㅠ 탄산수에여.....어디 갔다오느라 인티에 못들어왔었는데 빙의글이라니.....글쓰는미대생님 글이라니.....ㅠㅠㅠㅠㅠㅠ사랑스럽네여....♡♡ 이번글은 뭔가 지나니가 생각나서 슬프기도하고 주네에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글이였어요ㅠㅠ퓨ㅠㅠㅠㅠㅠ이렇게 재밌는글 써주시면 오예입니다 작가님......♡ 항상 감사해요! 늘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9년 전
글쓰는미대생
탄산수님 ♥ 고민하실 필요없어요! 그냥 막 제게 다가오세요! 저는 언제든 기다립니다 ♡ 미흡한 글이지만 재밌게 봐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 지나니하면 찌통이죠.. 제게는 그런 공식이...준회는 구데레지만!ㅋㅋㅋㅋ 그렇게 오예하시면 저는 야호..! 1월 마지막날인 오늘 알차게 보내시구요 옷 챙겨입고 다니시구요! 곧 글 들고 올께요. 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아시죠? ♡
9년 전
독자5
단무지입미다ㅜㅜㅜㅜㅜ하 가슴이너무아프네여ㅜㅜㅜㅜ여주랑같이운 ㅜㅜㅜㅜ주네 완전관심없어보였는데 아니었어ㅜㅜ그래너가 위로좀해줘ㅜㅜ으앙 너무슬프네야ㅜㅜㅜ지나나ㅜㅜㅜ흡..
9년 전
글쓰는미대생
단무지님 ♥ 조금 구데레같은 주네랄까요? 지나니를 잊고 주네한테 가는게 맞는 걸까요? 이 글이 끝일지 더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마지막으로 한번더 !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아시죠? ♡
9년 전
독자6
동그란안경이에요ㅠㅠㅠㅠ주네가 생각보다 다정해서 괜히 더 맘이 아프네요ㅠㅠㅠ 진환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 둘은 저대로 혼례를 치르게 되겠죠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요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정호석] 6 탄소발자국 01.30 18:27
엑소 [EXO/도경수] 유치원 교사 도경수 032 찬밥 01.30 17:58
비정상회담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 가락가락 01.30 16:47
아이콘 [iKON/여주] 너네가 그 YG 연습생? 08 뿌욜 01.30 16:40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3 겨울동화 01.30 16:28
엑소 [EXO/변백현] 어느 날 나에게 천사가 왔다. 003 자스민 01.30 15:45
아이콘 흔한 아파트의 하모니.txt 김걸 01.30 15:27
엑소 [EXO/김종인] 아포가토(Affogato : 달달하게 때론 씁쓸하게) 029 안홍 01.30 15:26
아이콘 [iKON] 극한직업: 교직의 극한을 구하시오 023 인상파 거위 01.30 14:06
엑소 [EXO/도경수] 충성, 이병 도!경!수! 117 말년병장 01.30 13:55
엑소 [EXO/변백현] 여주 시점으로 보는 남사친 변백현 설리야 01.30 13:55
아이콘 [iKON/구준회] 귀신이 보이는 나, 비정상인가요? 018 01.30 13:29
블락비 [블락비/우지호] 유명 프로듀서 겸 아이돌 우지호랑 썸타는 썰 ep.14 김냥 01.30 13:21
빅스 [VIXX/켄홍엔] Unavoidable destiny (ㄱㅇ주의)1 JHJH 01.30 12:4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박지민] 다사다난한 연애 4년차 탄소네 커플 썰.ㅌㅌ40 지민이형 01.30 12:14
비정상회담 억울하게 죽었습니다.01 2 느드 01.30 11:23
엑소 [EXO/종인] 츤데레 남사친과 능구렁이 남친 사이 : 01 (어느 봄 날)197 대왕꿈틀이 01.30 09:52
엑소 [EXO/백현] 복도에서 익명이란 01.30 08:12
아이콘 [iKON/구준회] 돌밭 (얼룩 後)10 글쓰는미대생 01.30 05:08
엑소 [EXO/백현] 백현이 시점으로 보는 여사친 2 설리야 01.30 04:56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정국/V] (그 꿈을 꾸지 않은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몽환의 꿈042 이삐이삐 01.30 04:55
아이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8 잘 찾아 왔나... 01.30 04:49
엑소 [Exo/징어] 아기로 변해서 얼떨결에 엑소랑 사는썰3342 아긩아긩 01.30 01:47
엑소 [EXO/징어] 부랄친구 변백현 썰 0923 01.30 01:12
엑소 [EXO/시우민] 물리쌤 김민석이랑 연애하는 썰 3470 육오삼 01.30 01:0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뷔] 재벌4세 김태형이랑 결혼하는 썰 2033 뷔너스 01.30 00:5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어디서나 흔한 갱상도 여자와 흔한 남자들 썰 @초딩동창썰.066 사람친구 01.30 00:53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