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3 mov
(BGM-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ost)
W. 두번째손가락
19.
진환의 코에 다른이의 숨결이 닿았다.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사람에게는 날숨과 들숨이 있다고 배웠다.
들숨은 들이쉬는 것이고, 날숨은 내쉬는 것이니 코에 느껴지는 이것은 분명 누군가의 '날숨'일 것이다. 그 날숨에서 희미한 알코올의 향이 났다.
진환은 왠지 눈을 뜨기가 두려웠다. 여긴 어디지. 묘하게 느껴지는 데자뷰에 진환의 오감이 몸을 보호하려 몸을 뒤척였다.
머리 맡에 놓어진 누군가의 팔, (아마도) 코 앞에 있는 것 같은 누군가의 얼굴, 술 냄새, 이불의 감촉.. 진환은 실눈으로 제 상황을 확인했다.
" ...... "
구마이갓. 코 앞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준회였다. 좋아해. 그렇게 속삭이던 입술이 작게 벌어져있었다.
다 잊어버리고 싶어서 마신 술인데 정신이 맑아질수록 하나하나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뽀뽀.. 해도 상관없는.. 그런 사이를 말하는거야..?'
미쳤어, 김진환. 단단히 돌았어. 준회가 뒤척이자 진환은 재빨리 눈을 감았다. 으음.. 하는 소리와 함께 준회가 일어난듯 몸을 일으키는게 느껴졌다.
그보다.. 여기 또 준회 방이니? 진환은 지원에게 술을 얻어 먹고, 준회와 몇 마디 떠든 후의 기억을 찾아보려 했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나는 기억 또한 준회의 얼굴이었다.
" 안자는거 다 알아. "
" ...... "
귀신같아. 진환이 슬쩍 눈을 뜨자 침대에 걸터 앉은 준회가 보였다. 역시 준회 방이구나. 이유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또 같은 침대를 썼다는 말이 되었다.
어제와 달리 평소의 모습으로(머리가 까치집이 되었다는 것 빼고) 완벽하게 돌아온 준회는 누워있는 진환을 내려다보았다.
오늘은 옷 입고 잤네. 그의 말에 진환은 어제와 같은 제 옷을 확인했다. 불편한지도 모르고 이렇게 잘도 잤네. 그러는 준회의 옷도 어제와 같았다.
" ... 있잖아. "
" 어. "
" 어제.. 기억해? "
니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했는데. 진환은 마지막을 침과 동시에 삼켜냈다.
조금 애매한 질문이였나. 그래도.. 뭘 묻는진 알겠지? 준회의 표정은 덤덤했다가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
" 아니. "
" ...... "
그럼 그렇지.. 역시 취해서 그런거였구나. 진환이 씁쓸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조금 아팠다. 머리를 정리하려 올린 손은 저보다 훨씬 큰 손에 의해 제지 당했다.
손의 주인은 진환의 손을 제 손바닥 위에 두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손을 잡았다. 진환의 손등을 완전히 덮을 수 있는 손이었다.
" 기억안나. 하나도. "
" ...... "
" 네가 기억나게 해줘. "
아아. 이제 보는 그의 표정은 덤덤하지 않았다. 뻔뻔해. 진환은 당했다는 느낌에 손을 빼려 했지만 이미 꽉 묶인 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당황한 진환이 준회를 보았지만, 그를 한번 쳐다볼수록 점점 다가오는 얼굴에 시선을 피했다.
기억 안난다니까. 그는 거짓말이 즐거운 것 같았다. 진환이 입술을 달싹이다 말했다.
" ... 좋.. 아해.. "
" 뭐? 안들려. "
" 윽.. 좋.. 아해! "
" ...... "
" 네가 말했어.. 네가... 어제.. "
진환은 '네가' 라는 말을 강조하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라고 되묻는 준회는 상상이상으로 뻔뻔했다. 피식. 하고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 그럼 너는? "
" ......? "
" 내가 그랬을 때, 넌 뭐라했는데. "
내가.. 뭐라했더라. 진환은 어젯밤을 떠올렸다. 그렇게 말하고 준회가 바로 어깨에 기대오는 바람에 뭐라 반응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 대답을 지금 바라는걸까. 준회가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는 손등이 간지러웠다. 진환은 맞잡은 두 손을 보았다. 네가 나를 좋아하는구나. 정말로.
민망함이 클 줄 알았던 마음은 오히려 다른 무언가로 차올랐다. 벅차오른다.
그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 그걸 말하고, 함께 잠들고 난 다음날 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것이.
" 나도 좋아해.. "
" ...... "
" 내가.. 그렇게 말했어. "
지금도, 내일도, 앞으로도 그렇게 대답할거야. 준회가 씩 웃었다. 술에 취해 환하게 웃었던 바로 그 미소였다.
어제가 가장 밝은 모습인 줄 알았는데, 준회는 어제보다 두 배는 더 밝아보였다. 진환이 마주보며 함께 웃었다. 신기하다.
" 근데 우리 지각이야. 김한빈한테 엄청 깨질걸. 난 레슨도 못 갔어. "
" 어어..? 나도 레슨..! "
성이 난 한빈과 교수의 얼굴이 진환의 머릿 속에 둥실둥실 떠올랐다. 둘 다 화나면 엄청 무서운데..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나갈 준비를 하던 진환과 달리 준회는 느긋하게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 이미 늦은걸 그냥 천천히 가.
옷장에서 옷을 꺼낸 그가 멍하게 자신을 보는 진환을 흘끗 보고 말했다.
" 이제 내 방에 오는건 앞으로 삼가하지 그래. "
" 어..? "
" 키스해도 상관없는 사인데, 좀 위험하지 않아? "
" ...... "
" 자제해. "
비스듬히 웃으며 입고 있던 상의를 벗는 준회를 보고 진환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았다. 거봐, 다 기억하면서!
새빨개진 진환은 곧 옷을 다입고 다가온 준회의 손에 이끌려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로 가는동안 두 사람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맞잡은 두 손은 조금이라도 떨어질까 꽉 붙든 채 한참동안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
" 11월 월말평가가 다가온다. 바쁜 시기라는건 알겠지만, 행여라도 연습 때문에 공결을 낸다거나, 나한테 따로 양해를 구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도록 해라.
다른 교수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 시간엔 얄짤없다. 레포트도 날짜 맞춰서 다 받을거다. "
양교수의 말에 학생들이 탄식했다. 미친거 아니야? 월말이랑 레포트를 어떻게 같이해! 불만 가득한 목소리들을 뒤로한 채 양교수가 유유히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월말평가. 벌써 그렇게 됐나. 진환은 손을 꼼지락거렸다.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괜찮겠지. 소음에도 익숙해졌으니까.
축 처진 진환의 어깨에 지원이 웃으며 팔을 걸쳤다. 옆에서 준회가 미친듯이 그 팔을 노려봤지만 지원이 눈치 챌 리가 없었다.
" 야, 김지ㅇ.. "
" 아가.. 난 처음하는 월말인데 잘하려나~ "
" 너 잘하잖아. 교수들도 매번 칭찬한다며. "
" 김지원, 네 팔 ㅈ.. "
" 그렇긴한데, 난 시험은 뭐던간에 질색이라서. "
부들부들.. 준회는 저한테서 완전히 고개를 돌리고 지원과 이야기하는 진환이 야속했다. 작고 동그란 뒷통수에 턱이라도 올려 놓고 다니면 다들 안건들이려나.
월말평가고 나발이고. 준회가 작은 뒷통수를 콕콕 찔렀다. 야. 무시하냐.
" 근데 이번 주제는 뭘까. 항상 연말에 특이한걸 바라셔서.. "
" 그래? "
" 응. 아.. 걱정돼.. "
진환이 흐느적거리며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덕분에 완벽하게 무시당한 준회는 애꿎은 지원을 노려 보았다. 니 새끼 때문이야.
지원은 사신같은 얼굴로 저를 쳐다보는 준회에 어리둥절해서 볼을 긁적였다. 지원이 진환의 어깨에서 살짝 손을 떼고 말했다.
" 주제가 뭐던 이번엔 잘 할거잖아?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김진환씨. "
" 그래야하는데.. "
솔직히 좀 무서운걸. 진환은 저만치 떨어져 앉아 있는 윤형의 뒤통수를 쳐다보았다. 월말평가 수석은 항상 송윤형이였지.
경합이 잘 마무리되어 오케스트라에 편성된 건 진환이지만, 이번 월말을 통해 다시 제 실수가 도질까 두려웠다.
경합 때 이후로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았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윤형은 강승윤의 오케스트라에 들어간 모양이다.
이로써 또 다시 윤형과 대결구도가 성립되었다는건 진환에게 꽤나 난감한 일이었다. 경쟁을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게 아닌데..
이미 주위에서는 김진환이 속한 김한빈 오케와 송윤형이 속한 강승윤 오케의 대결을 기대하는 눈치이다.
진환이 눈을 찡그리는 순간, 시선을 느꼈는지 윤형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표정은 전보다 훨씬 딱딱해져 있었다.
그 전에 진환을 보는 눈이 비웃음이였다면, 지금 그의 눈은 독기를 품고 있었다. 마주친 시선을 먼저 피한 것은 윤형이었다.
그가 몸을 일으켜 강의실을 나서려하자 진환이 벌떡 일어섰다.
" 어.. 잠깐..! "
" 아가, 어디가? 좀 있음 월말 주제 공지되는데. "
" 먼저들 보고 있어. 다시 올게! "
강의실을 빠져 나오자 윤형이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진환은 그 뒤를 열심히 쫓아 마침내 그의 팔을 잡아 돌려 세웠다.
" ... 뭐야. "
" 헥.. 헥.. "
" 놔. "
" 자.. 잠깐만..! "
팔을 뿌리치려는 윤형을 붙들고 진환은 숨을 골랐다. 윤형은 다시 감겨오는 진환의 손을 뿌리치고 인상을 구겼다.
" 강승윤.. 오케스트라에 들어갔다며. 축하해. "
" ... 비꼬러 온건가? 그게 내가 너한테 축하 받아야 할 일이야? "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각자.. 각자의 오케스트라를 찾았으니까.. 앞으로 얼굴 붉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
" ...... "
" 난 너랑.. 음악으로 경쟁하고 싶지 않아. 음악이 순위가 매겨지는 것도, 이긴다 진다 하는 것도 이상해. 예전엔 날 무시하는 네가 그냥 밉고.. 이기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냐.
너도 그저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큰거라 생각해. "
윤형의 얼굴이 묘하게 구겨졌다. 김진환은 확실히 변했다. 그의 작은 입술에선 그리 작지 않은 크기의 생각들이 일렁이며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왔다.
" 너랑 다시 잘 지내고 싶어, 윤형아. 이 경합은.. 경쟁이 아니라 생각해. "
진환이 손을 내밀었다. 희고 작은 손이 허공에서 맞잡힐 다른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형은 그가 내민 손을 빤히 쳐다보다 머뭇거리며 손을 움찔거렸다.
음악은 경쟁이 아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정말 그럴까. 그럼 그 동안 내가 치열하게 보냈던 시간들은 뭐가 되지..? 그것은 경쟁심이란 마음으로 해왔던 것이 아닌가.
윤형의 손이 서서히 작은 손을 향해 다가갔다. 이 손을 잡으면, 조금은 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 야!! 월말평가 주제 나왔대!! "
" ......! "
긴 복도를 가로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윤형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맞닿으려던 두 손은 맥 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멍하니 제 손을 바라보던 윤형이 헛웃음을 지었다.
" ... 그건 순전히 네 생각이지. "
" 윤형아.. "
" 너처럼 조금만 노력해도 인정받는 재능있는 애들이나 할 수 있는 소리라고. 알아들어? 아니, 평생 모르겠지. 넌 아마 평생 모를거야. "
" ...... "
" 음악을 즐겨? 각자의 개성을 인정해? 웃기지마. 그래봤자 살아 남는건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음악이고, 경쟁에서 이긴 아티스트야. "
" 그렇지 않아.. "
" 그게, 그들에게 '잘하는' 음악인거야. "
윤형은 냉소를 지으며 뒤를 돌았다. 찬우의 말이 맞았다. 적어도 승윤의 팀은 현실을 아는 단원들이 모여 있는 오케스트라였다.
어떻게 해야 잘 보여지는지,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그 분야에 누구보다 치열한 사람들의 모임.
" 네 말대로 각자의 오케스트라는 찾은 것 같네. 축하는 감사히 받을게. "
" ...... "
" 근데 너랑 내 가치관은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
가치는 이겨서 생기는 것만이 아니야.. 진환이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끝으로 윤형은 복도 끝으로 점점 멀어져갔다.
이제 잘 지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벽이 생긴 것 같은 느낌에 진환은 한숨을 지었다. 그나저나 월말평가 주제.. 진환은 강의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흐느적거리며 강의실로 돌아온 진환은 저를 기다리던 두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월말 주제가 뭐야? 진환의 물음에 준회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 협연이야. "
" 협..연? "
준회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끄덕거리는 모습이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은데.. 아닌가.. 그보다 협연이라니.
함께 할 친구가 없는 진환에게 청천벽력같은 주제였다. 충격과 공포에 빠진 진환의 뒤로 준회가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그 협연..
" 나랑 할래? "
" ...... 어? "
" 둘이.. 연주하자고. "
동혁은 코 끝에 스치는 냉랭한 공기에 차게 식은 손으로 코를 문지르려다 관뒀다. 요즘 아침공기는 부쩍 차가워졌다.
기숙사는 난방이 잘되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서인지 자꾸만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에 동혁은 몸을 떨었다. 눈 뜨기도, 일어나기도 싫다.
개학을 3일정도 남긴 고등학생처럼 요즘 맞이하는 아침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월말평가가 가까워지는데도 이상하게 의욕은 점점 잘게 부숴졌다.
동혁은 뒤척여 옆에 놓인 텅 빈 침대를 바라보았다. 단정히 정돈 된 침대는 사람이 자는 곳 같지도 않았다. 동혁은 일어서서 단정한 이불을 마구 흩어 놓았다.
그래도 텅 비어버린 침대는 어색하게 흉내만낼 뿐 여전히 사람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동혁은 침대에 걸터 앉았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깨워줘야했던 진환인데, 뭐가 그리 바쁘고 열심힌지 방에도 잘 들어오질 않는다.
진환의 외박은 확실히 잦았다. 카톡을 하지 않는 진환에겐 방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문자가 자주 왔다. 심지어 어젠 그 연락조차 없었지만.
" 형 정말 머네요.. "
내가 왜 이러죠. 꼭 친구를 잃어버린 기분이야. 친구를.. 잃어버린.. 친구를 잃은게 맞는걸까요. 동혁은 옷을 갈아입고 클라리넷을 쥐었다.
진환에게 챙겨주던 소보루빵을 입에 물고 기숙사를 나섰다. 이거 더럽게 맛 없구나. 진환이 형은 잘만 먹던데. 모래를 씹는 느낌이다.
" 어, 고집쟁이씨네. "
" ? "
기숙사 로비에서 문으로 향하자 누군가 동혁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 넌.. "
" 아직도 우리 팀에 들어올 생각이 없어? "
정찬우라 했었나. 꼼짝없이 그와 함께 등교하게 생겼다. 건물까지 같으니.. 동혁은 그를 무시하고 문을 나섰다.
" 김한빈네 말야, 길거리 공연 했다더라? 지금 완전 페북스타야! 봤어? "
" 나 그런거 안 해. "
" 봤겠지. 넌 김진환 빠돌이잖아. "
" 너 말야. "
동혁이 발걸음을 멈추고 찬우를 올려다보았다. 생글생글 웃는 그는 방금 제가 한 말이 칭찬급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웃는 얼굴에 침 뱉고 싶다. 동혁이 그를 조금 밀어냈다.
" 네가 계속 옆에서 뭐라 주절거리던 난 이미 거절했어. 말걸지 않아줬음 좋겠는데. "
" 그래? 알았어. "
.... 응?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고 긴 다리를 휘저어 앞서가는 찬우는 손톱만큼의 미련도 없어보였다. 나름 패기 있게 말한건데.. 뭐지? 속을 알 수가 없는 놈이다.
좀 이따 봐. 하고 가버린 그의 말을 동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너랑은 이제 볼 일 없어. 동혁은 성큼성큼 걸어 찬우를 제치고 강의동으로 들어섰다.
강의실에 도착하자 C클래스 아이들이 탄식하며 불평 가득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동혁이 들어오자, 한 아이가 우는 시늉을 하며 그에게 징징거렸다.
" 동혁아, 우리 다 망했어.. "
" 뭐? 왜 그래? "
" 이번 월말평가 협연이래.. 이건 뭐 끼리끼리 모여서 망칠게 뻔하잖아. "
" ...... "
" 혼자 연주하는 것도 벅찬데 누구랑 어떻게 짝을 지어서 하냐고.. B클래스 이상되는 애들이 우리랑 해줄리도 없고.. 동혁아? 야, 어디가! 김동혁! "
월말평가. 매번 목숨처럼 매달렸던 시험. 동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강의실을 뛰쳐 나왔다. 안돼. 학기말 평가를 망칠 수는 없다.
클래스가 올라갈 수 있는 기회인데.. 진환이 형. 진환이 형이 필요해. 진환이 형한테 부탁해야 해. 어쩌면 형이랑은 잘 해낼지도 몰라.
형은 이제 잘하니까. 내가 도와줬었으니까 이번엔..
" ...... "
동혁의 달리던 바링 서서히 느려졌다. 내가 도와줬으니까 이번엔... 뭐? 그게 어쨌다는거지? 도와줬다는거에 보상을 바라고 있는거야?
동혁은 눈 앞의 피아노 건물을 보았다. 진환이 형이 나랑 연주해준다는 보장이 있어?
경합전에는 아무도 찾지 않았던 진환이지만, 주제가 협연이라 발표된 이 시점에서 진환을 파트너로 노리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을 것이다.
그 수 많은 사람들 중 진환이 저를 선택할 확률이 몇이나 될까. 의리로 가능한 연주가 아니라는건 동혁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동혁은 발걸음을 돌렸다. 강의실로 돌아가는 길은 고요하기만 했다.
" 엇.. 동혁아. 아깐 뭐야? 화장실이라도 급했어? "
" 아니, 그냥.. "
" 암튼 너는 그나마 낫겠다, 야. 우리 중엔 제일 잘하잖아. 운이 좋으면 B클래스 애들이랑 연주할지도 모르지. "
동기의 말에 동혁이 멍하니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해야하지. 이번 승급은 어려운걸까. 2학년이 되기전까지 꼭 B클래스에 들어가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공교롭게도 진환 외에는 실력 있는 A,B클래스 학생들과 친분이 없다. 말단 오케스트라라도 들어둘걸 그랬나.. 시간 낭비라 생각했는데..
" ... 오케스트라? "
" 응? 뭐라고? "
" 아.. 아니야. 아무것도. "
거짓말처럼 찬우의 얼굴이 동혁의 머릿속에 스쳤다. 강승윤의 오케스트라엔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가득하다. 그 곳에서라면 혹시..
동혁의 손이 떨려왔다. 내 음악을, 진환이 형을 배신하는 일인걸까. 아니면 내 음악을 지키는 일인걸까.
교수가 들어와 강의를 시작했지만 동혁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치만 이대로라면, 올라설 수 없어.
불안감에 다리를 덜덜 떨었다. 평소같지 않은 그의 산만한 행동이었지만, 그보다 더 산만한 C클래스 아이들의 수업 태도에 그의 모습을 묻혀갔다. 이대로 있을 순 없어.
동혁은 시계를 확인했다. 수업은 1시간이 조금 넘게 남아있었다.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동혁은 눈을 감고 수업이 한 시라도 더 빨리 끝나기를 바랬다.
두번째손가락/암호닉 |
네. 1월 33일이 밝았네요. 그래서 아이콘 데뷔 언제한다고요? 안하잖아 아이콘 데뷔. 양사장님 방에 달력 조공 들어갑시다.
[암호닉] : 암호닉분들이 20명이 넘었어요....!(두근두근) 한분한분 모두 외운답니다ㅠㅠ 엉엉.. 사랑스러운분들 제 핥을 받아주세여! 여러분들 핥이라고 부르고 싶네요ㅠㅠ제 핥들ㅠㅠㅠㅠㅠ
김지원, 텐션, 휴지, obsession, 보나, 짜잔, 잔디, 레모나, 아이린, 맨날밥이야, 주비, 곰탱, 무쿠노리, 수면바지, 풀잎, 콘콘, 구코콘, 구구콘, 가디언, 콘수니친구(실친프리패스. 근데 넌 우선 읽기나 햌ㅋㅋㅋㅋㅋ) 주난, 구만세, 월요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