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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손가락 전체글ll조회 2062l 1

 

Piano Concerto

No.4 mov

 

 

 

 

 

 

 

(BGM- 316-다시, 첫눈)

 

 

W. 두번째손가락

 

 

 

 

 

[iKON/준환/바비아이] 피아노 협주곡 4번 1악장-29 | 인스티즈

 

 

29.

 

 

경연 준비 연습이 한창인 제1연습실은 며칠 사이에 만족스러웠던 얼굴들이 점차 불만으로 바뀌었다.

그중 유일하게 경연에 매달리지 않는 찬우만이 싱글거리며 왜 그래? 하곤 단원들을 약 올렸다. 저거 또 알면서 저래. 방금 전까지 제2연습실을 어슬렁대다 왔으면서.

찬우는 고개를 갸웃하곤 자리에 앉았다. 물론 그는 단원들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를 알고 있다. 김한빈 오케스트라가 다시 활력을 찾고 있는 것.

찬우가 듣기에도 그들은 다시 제법 연주 다운 음들을 뽑아내고 있었다. 다 된 밥이라 여겼던 경연에 또다시 불안감이 다가왔다.

찬우는 불안에 떠는 단원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이고 윤형을 찾았다. 아마 지금 가장 불안에 떨고 있을 사람.

예상대로 윤형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아무렇지 않은 척 악보를 보고 있었다. 찬우는 그 모습이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다른 단원들의 안달 난 표정은 그렇게도 웃겼는데. 어째 요즘은 윤형의 심기가 불편할수록 자신도 불편해졌다.

민호가 다가와 제2연습실의 상황이 어땠냐고 물었지만, 찬우는 여전히 윤형을 응시하며 답지 않은 퉁명스러운 대답을 뱉었다. 궁금하면 직접 듣고 와요.

승윤이 들어올 때까지 악보에서 서선을 떼지 않던 윤형은 언제나 그랬듯 연습시간 내내 찬우 쪽으론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하긴. 지금 저 기분에 나랑 마주쳐서 놀림까지 당하면 최악이긴 하겠지.

 

" 얘들아. 신경 쓰이는 건 알겠는데 집중 좀 하자. 우리 잘해왔잖아. "

 

연주 도중 승윤이 지휘봉을 탁탁 치며 중단시켰다. 그러는 그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음은 착각일까.

찬우는 승윤이 자신을 쳐다보며 하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5분만 쉬었다 하자. 하는 승윤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짓했다.

피곤한 사람. 크게 잘못 걸렸다는 생각에 찬우는 터덜터덜 그에게 다가갔다. 얘기 좀 할까?

승윤은 연습실 문을 열고 강의동 근처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았다. 잠자코 그의 뒤를 따르던 찬우는 그의 행동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자기 커피 마시는데 말동무나 하려고 부른 건 아닐 테고.

 

" 찬우야. "

" 네. "

" 형이 웬만하면 너한테 쓴소리 안 하잖아. 그치? "

 

그러니까 난 지금부터 너한테 쓴소리를 할 거야. 이건가. 잔뜩 비꼬아져서 들리는 승윤의 대사는 그러했다.

쓴 커피를 마셔서 일까. 승윤의 혀끝에 달라붙은 저 쓴 맛이 제게 어떤식으로 돌아올지 조금은 흥미로운 찬우였다.

뻔하지 않은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승윤이 또 한 번 찬우야. 하고 불렀다. 찬우는 이번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숨 섞인 목소리였다.

 

" 요즘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

" 뭐가요? "

 

자동적으로 튀어나간 대답이었다. 찬우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누군가를 놀리거나 비꼬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하게.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

 

" 네 연주. 날이 갈수록 이상해져. 너도 느끼니? "

" ...... "

" 난 처음엔 뭐가 문제인지 모르다가 플룻 쪽에서 이상하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 그러다 오늘 네 표정을 보니까 정확해지더라. "

 

네가 문제야. 승윤의 말에 찬우는 큰 눈을 깜빡였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 뻔한 이야기다. 찬우의 표정이 호기심에서 지루함으로 바뀌었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내 연주에 대해 뭐라 하는군.

 

" 형. 지금 저한테 화풀이하시는 거예요? "

" 뭐? "

" 그렇잖아요. 김한빈 오케는 다시 잘 돼가고 있고, 김한빈 유학은 이사장이 직접 해결해주니까 열받아서 이러는 거 아닌가? "

"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네 연주에 대해 말하고 있잖아. "

" 내 연주는 항상 똑같았어요. "

 

항상 재미없고, 최고도 최악도 아닌, 나쁘지 않은, 들어줄 만한, 그저 그런 연주. 그 타이틀이 싫진 않다고 찬우는 늘 생각했다.

그리고 변함 또한 없다고. 타고난 재능과 어렸을 때의 기초 실력만으로 연주 해왔지만 발전도, 그렇다고 몰락하는 일 또한 없었다.

내 연주는 변하는 게 없어. 그러니까 지금 문제는 형의 기분이라고요.

 

" 지금 내 기분 때문에 네 연주에 태클 거는 거라 생각해? "

" 아니라고 말하실 수 있어요? "

" 내 기분이 더러운 건 인정해. 그렇다고 귀까지 더러워지진 않았어. 게다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건 꽤 오래전부터야. "

 

승윤은 찬우의 어깨를 짚었다. 위로인지 무엇인지는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찬우는 당장에라도 그 손을 밀치고 싶었지만 잠자코 그의 말을 기다렸다.

 

" 개인 연습도 안 한다고 들었어. 이정도 되면 오케스트라의 문제만이 아니라 네 개인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형은. "

 

그 말에 찬우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휘어졌다. 하, 미치겠네. 어이없다는 듯 웃는 찬우에 승윤이 얼굴을 찌푸렸다.

 

" 누가 그래요. 송윤형이 그래요? "

" 그런 건 중요하지 않잖아. "

" 그 형이 그런 것까지 일러바쳐요? "

 

왜? 내가 방해 될까 봐? 찬우의 표정을 본 승윤이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말이 안 통해.

승윤이 홀로 연습실에 들어가더니 곧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단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5분만 쉬자더니 그대로 해산시킨 건가.

찬우가 단원들이 나오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얼마 있지 않아 그 사이로 윤형이 섞여 나오자 찬우는 제자리에서 그를 가만히 노려 보았다.

윤형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옆에서는 승윤이 윤형에게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내 얘기일까.

찬우가 서 있는 자리까지 다가와 그를 스칠 때까지 윤형은 시선을 내리깔며 걸었다. 끝까지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멀어져 가는 윤형의 뒷모습에 찬우가 또 다시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향하는 곳은 뻔하다.

 

" 오늘은 안 갈래요. "

 

하늘에선 어설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진환은 연습실을 열자마자 팀파니 앞에 앉아 있는 지원을 발견하고 한 걸음에 그를 향해 달려갔다. 지원아! 하고 반갑게 달려오는 진환에 지원이 씩 웃었다.

예전과는 여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였지만, 오케스트라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진환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다른 단원들에게도 지원이 돌아왔다는 사실은 걱정과 동시에 안도감을 가져왔다. 진환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 지원에 준회가 못생긴 표정으로 잘 왔다. 고 말했다.

언행불일치. 진환이 안절부절하며 지원의 눈치를 봤지만 준회의 반응이 익숙한지 지원은 마냥 웃었다.

 

" 다 모였으면 제 자리로 가서 연습 준비해. "

 

마침내 한빈까지 연습실로 들어오자 오랜만에 꽉 찬 오케스트라에 진환이 감격했다. 진환의 감격과는 다르게 엄한 얼굴의 한빈이 준비하라며 타박을 주었다.

한빈은 지원의 출석을 확인하고 고개만 까딱하곤 지휘봉을 들었다. 방금 제1연습실 상황 보고 왔어. 우린 연습 못 한 만큼 따라잡아야 해.

전보다 날이 선 한빈의 모습에 단원들이 바짝 긴장하며 악기를 쥐었다. 진환 또한 땀이 찬 손을 바지에 닦느라 바빴다.

긴장한 그가 준회를 쳐다보자 그는 그저 무심한 눈으로 한빈을 보고 있었다. 준회는 긴장 같은 걸 안 하는 걸까. 한빈이가 저렇게 무서운데..

틀리면 죽어. 라는 눈빛으로 단원들을 훑은 한빈이 지휘봉을 움직였다. 호흡까지 맞춰야 할 지경이다.

연주가 시작되고 단원들 모두 자신의 파트를 기다리던 중 음악 사이로 이질적인 소리가 파고들었다. 쿵. 분명 악기 소리는 아니었다.

소리가 남과 동시에 모두 연주를 멈추었다. 쿵. 하는 소리. 연습실은 숨 막힐 듯 조용해졌다.

단원들의 시선이 둘로 나뉘었다. 한빈을 쳐다보는 이들과, 소리 근원지를 보는 이들. 진환은 후자였다.

누가 시작하자마자.. 조금의 원망이 섞인 그의 시선 끝에는 멍한 얼굴의 지원이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팀파니를 두드리고 있어야 할 스틱이 구르고 있었다.

진환은 숨을 들이켜고 한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상이상의 싸늘함이었다.

 

" 누가 연주 멈추라 했어. "

" ...... "

" 악기 들어. "

 

험난한 연습의 시작이었다.

 

 

 

 

 

" 김지원. 죽고 싶어? 몇 번째야, 이게!! "

 

급기야 한빈이 지휘봉을 던졌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떨어진 지휘봉은 나무로 된 바닥에 길게 상처를 내곤 연습실 구석으로 처박혔다.

지원은 그 후로도 몇 번씩 스틱을 떨어뜨리거나 박자를 날려먹는 실수를 연달아냈다. 덕분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한빈이 소리를 지르자 지원은 묵묵히 스틱을 쥐었다.

한빈이 제 분에 못 이겨 지원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가 쥐고 있던 스틱을 빼앗아 지휘봉이 있는 구석으로 함께 던져 버렸다.

작게 진환이 놀라 히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인상을 쓴 지원이 한빈에게 말했다. 김한빈. 지나치다, 이건.

 

" 지나쳐? 지금 지나친 게 누군데. 뭐 하는 거야? 뭐가 문제냐고! "

" ... 미안한데 스틱까지 던질 필요는 없잖아. 단원들 다 보는데. "

" 꼴에 창피한 건 알아? 그럼 틀리지를 말았어야지. 어? 완곡 한 번을 못 하고 가게 생겼잖아. "

 

어느 틈에 준회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온 진환이 그의 팔을 잡았다. 한빈이 무서워..

준회는 그런 진환을 보고 토닥여 준 뒤 고개를 저었다. 준회 너는 안 무서워? 응.

 

" 말을 해보라고!!! "

 

또다시 버럭 소리 지르는 한빈에 진환이 움찔거렸다. 지원은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헤집고 고개를 돌렸다.

한빈에게 시위하는 지원이라니. 이 모든 모습이 낯설어 진환은 입을 벌렸다. 심지어 한빈은 지원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다가 지금은 연달아 반말로 역정을 내고 있다.

 

" 야. 말 못 하냐고. 어? "

" ... 그만하자. "

" 그만하긴. 내가 미쳤다고 저런 걸 오케에 넣어서는.. "

" 김한빈. "

" 뭐. 내가 틀려? "

 

기어코 지원이 일어섰다. 당장에라도 주먹이 오고 갈 것 같은 분위기에 덩달아 준회와 진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이 처먹고 뭐 하는 거냐. 준회의 말에 지원이 한숨을 쉬고 연습실 문으로 향했다. 어디 가! 소리치는 한빈의 말에 지원은 말없이 문 밖으로 나섰다.

한빈이 그를 따라가자 함께 쫓으려던 진환의 목덜미를 준회가 붙들었다. 그의 손에 뒷목을 붙잡힌 진환이 버둥거렸다. 둘이 싸우면 어떡해!

 

" 내버려 둬. "

" 그래도.. "

" 형. 나랑 붕어빵 먹으러 갈래? "

 

뭐어? 지금 그런 말이 나와? 태평한 준회의 말에 진환이 입을 떡 벌렸다. 준회는 씩 웃으며 문까지 활짝 열고 나가 지원을 쫓는 한빈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 야!! 김지원! "

 

강의동 복도를 달리는 한빈의 뒷모습은 화가 난 듯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멀어져 가는 지원을 달려서 겨우 쫓은 한빈은 그를 붙잡고 돌려세웠다. 지원은 표정이 없었다. 그에 하마터면 미안하다고 말할 뻔했다.

정작 사과해야 하는 사람은 지원이 맞는데도. 지원은 숨을 고르는 한빈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그 덕에 지원을 붙잡고 있던 한빈의 손이 자연스레 떨어졌다.

그와 맞닿았다가 분리되는 감각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 왜 따라와? "

" 장난해? 사과 안 해? "

" 나는 계속 사과했어. 듣는 척도 안 한 건 너고. "

" 그래서 잘 했다는 거야, 지금? "

" 누군 열 안 받아? 언제까지 빌빌 거려주길 바라는 건데? "

 

한빈은 말 문이 막혔다. 빌빌거려? 말을 왜 그렇게 해. 한빈이 입술을 꾹 깨물자 지원이 고개를 돌렸다.

잠시 창밖을 쳐다보던 지원이 눈을 감고 미간을 잡았다. 금방 그런 식으로 표정 바꿀 거면서. 나만 나쁜 새끼고, 병신이지.

근데 그게 맞아. 나만 나쁜 새끼고, 병신이야. 지원이 중얼거리다 뒤를 돌았다.

 

" 따라나오지 마. "

" ...... "

" 춥다. "

 

한빈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는 그 자리에 발이 묶인 듯 더 이상 지원을 쫓을 수 없었다.

하얀 무언가가 살랑이며 창틀에 쌓이고 있었다.

 

 

 

 

 

 

 

 

 

 

" 어? 준회야, 눈! "

 

한빈과 지원이 멋대로 뛰쳐나간 후 연습실은 흐지부지 정리가 되고 해산했다.

목도리를 칭칭 감고 강의동 밖으로 나온 진환이 이미 바닥에 쌓인 눈을 보고 준회를 당겼다.

다행히 그치지 않은 눈에 진환이 아이같이 웃으며 쭈그려앉아 눈을 만졌다.

손가락으로 한 움큼 눈을 퍼서 준회 코에 묻힌 진환은 꺄륵거리며 몸을 웅크렸다.

그에 준회가 똑같이 눈을 묻히려 눈송이를 집어 들다 몸을 웅크리는 진환의 모습에 이내 손을 털었다.

 

" 진짜 붕어빵 먹으러 가? "

" 싫어? "

" 아니, 사실 좋아. "

 

뭐야 그게. 푸스스 웃는 준회의 웃음은 푸근했다. 두 손으로 붕어빵을 들고 호호 불어먹을 진환을 생각하니 웃음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

준회는 눈을 만져 잔뜩 물기 묻은 진환의 손을 제 손으로 닦았다. 차가워졌잖아. 타박 아닌 타박에 진환이 마냥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준회가 따라 웃으며 차게 식은 손을 잡아 제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겨울이 오면 이렇게 해보고 싶었다. 진환이 손을 꼼지락거리다 답했다. 나도.

 

" 근데 그 둘은 괜찮을까.. 되게 심각해 보였는데. "

" 신경 쓰지 마. 한두 번 그랬던 거 아니니까. "

 

준횐의 말에 진환이 엥. 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빨개진 코를 킁킁거리자 준회가 그 코를 꾹 잡아 눌렀다. 코맹맹이 소리가 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둘이 싸우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어!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조잘거리는 진환을 보며 준회가 큭큭 웃었다.

 

" 형 지금 바보 같아. "

" 무슨 소리냐니까.. "

" 걔네 중학생 때는 맨날 싸웠어. 고등학교 올라가고 김지원 유학 간다 하니까 좀 바뀐 거고. "

" 어? 진짜? "

" 툭하면 김한빈이 잔소리하고, 김지원은 무시하다가 서로 심기 불편해져서 싸우고 그랬지. "

 

그 꼴을 또 보게 될 줄은. 지겹다. 준회는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라는 말 알지? 걔네가 그래. 맨날 싸우면서 맨날 붙어 다녀.

준회가 코를 놓아주자 진환이 조금 따뜻해진 코를 매만졌다. 하긴. 그 둘은 진심으로 싸울 것 같진 않다. 특히 김지원이 김한빈에게 막말을 할 리가.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 지원의 모습에 진환도 덩달아 고개를 흔들었다. 네 말처럼 괜한 걱정일 듯해.

 

" 그보다 소감은 어때? "

" 무슨 소감? "

" B 클래스가 돼서 강의 듣는 소감. "

 

B 클래스라는 말에 진환이 얼굴을 붉히며 언제 적 얘긴데.. 하고 말 끝을 흐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D에서 B까지 건너 진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진환도 의외의 결과에 놀라기도 하고, 감격했지만 그 사이에 기뻐할 여유가 마땅치 않아 이차 저차 넘어가던 참이었다.

그동안의 오케스트라 분위기를 생각하면 대놓고 자랑하고 다니기도 뭐 한 일이었다. 게다가 다들 A 클래스인데 뭐가 그렇게 대단해 보이겠어.

실제로 A 클래스였던 진환이 D 클래스와 B 클래스의 강의 자체를 본다면 큰 차이는 없었다. 학생들의 실력 차이라면 확연히 느껴지지만 글쎄..

그냥 더 열심히 해야지. 진환의 말에 준회가 눈을 가늘게 뜨곤 그를 쳐다보았다.

 

" 솔직히 아직도 형이랑 수준 안 맞는다고 생각하지? "

" 뭐? 아.. 아니! 그런 말 안 했어.. "

" B 클래스도 낮다 이거지. 하긴. 절대음감이시니까. "

" 아니래도! "

 

남은 한쪽 팔로 휘적거리는 진환의 공격을 준회가 모두 가볍게 피해냈다. 그래, 그럴 수 있어. 나 같아도 그럴 거야.

 

" 그만 놀려.. "

" 진심인데? 수준에 맞는 강의를 듣는다는 건 중요한 거야. "

" 그건.. 그렇지만.. "

" 그니까 빨리 돌아와. 그때의 김진환으로. "

 

그리고 그 이상을 연주해줘. 준회가 천천히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진환의 손을 빼내 입가로 가져갔다. 입술이 닿을 듯 말듯한 느낌은 간지러웠다.

진환이 팔을 비틀자 준회가 가만히 입술을 대고 눈을 감았다. 눈을 만졌던 감촉과는 정반대다. 따뜻하고, 부드러워. 거짓말처럼 차게 식었던 손에 다시 붉은 핏기가 돌았다.

마법 같은 일이다. 마냥 차갑고 춥다고만 생각했던 겨울도, 누군가의 숨결이 닿았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따뜻해지다니.

홧홧 해진 얼굴에 진환이 눈을 굴리다 그의 행동을 따라 했다. 준회의 손은 제 입술보다 따뜻했다. 으.. 나도 따뜻하게 해주려 했는데..

진환이 삐죽이자 낮은 소리의 웃음이 터진다. 너 오늘 되게 자주 웃는다? 비웃는 거 아니지?

 

" 따뜻해. "

" 거짓말.. "

" 진짜. 따뜻해. 형 입술. "

" ...... "

" 왜 그렇게 봐? "

 

진환이 말똥말똥 준회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형이라고 잘 부르네. 신기해.

 

" 그럼 계속 김진환이라고 부를까? "

" 아니! 형이 좋아..! "

" 알았어, 알았어. 가자, 진환이 형. "

 

맞잡은 손이 다시 준회의 코트 주머니 속으로 숨었다. 겨울을 피해 숨어든 손들이 따뜻한 옷감 사이로 장난을 치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길게 이어진 새하얀 거리. 발자국 하나 없는 고요한 그 거리에 두 사람이 지나가며 눈 위를 소복소복 걸었다.

 

 

 

 

 

 

 

 

 

 

 

 

 

 

 


 

두번째손가락/암호닉

저 사진 미친 것 같지 않나요? 너무 좋은......ㅠ 앞으로 사진 좀 쓰려고요. 너무 좋다 진짜...미친...

준환 짤 있으시면 던져 주고 가세요.. 앞으로 두고두고 제가 쓰겠다는ㅠㅠㅠㅠㅠㅠㅠ

아. 하나하나 답변 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ㅠㅠ.. 글만 싸고 가기에도 시간이킄ㅋㅋ......이해해주세요! 댓글은 모두 감사히 읽고 있어요!

 

[암호닉]

 

김지원, 텐션, 휴지, obsession, 보나, 짜잔, 잔디, 레모나, 아이린, 맨날밥이야,

주비, 곰탱, 무쿠노리, 수면바지, 풀잎, 콘콘, 구코콘, 구구콘, 가디언, 콘수니친구

주난, 구만세, 월요병, 땡땡이양말, 향, 공물, 김밥빈, 설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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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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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두번째손가락
큽.. 긴 댓글..ㅠㅠ 제가 이런 댓글 보면 너무 힘이 납니다.. 실은 꽤나 장편인 픽이라 지루해지진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는..ㅋㅋㅋㅋ큐ㅠㅠ 인기도 별로 없는데 댓글 하나둘 읽으면 정말 완결까지 꼭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당:D!
8년 전
독자2
수면바지에요♡♡알람 울리자마자 들어왔는데 와 소름..!준회가 진환이 보고 형이라 부르니까 뭔가 이상해요..괜히 제가 더 설레는 것 같은 기분ㅠㅠ?준회랑 진환이는 꽁냥거리면서 둘 만의 첫 눈을 맞고있는데 지원이랑 한빈이는..중학교때부터 저랬다지만...정말로 뭔 일이 크게 더 터질 것 같아요ㅠ아 피아노 협주곡을 나오자마자 로 보다니...제 자신에게 감사하고 두번째 손가락님에게는 사랑을..
8년 전
독자3
아그리고 사진 더 큰거 있는데 가져요!흥!(츤츤)
8년 전
두번째손가락
헠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사진 너무 좋잖아옄ㅋ큐ㅠㅠㅠㅠ손 붙잡고 있는 거 봐...ㅇ/-( 쥬금... 저도 수면바지님에게 사랑을...!!!! 진짜 제가 긴 댓글 너무 사랑하잖아요ㅠㅠㅠㅠㅠㅠ고맙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8년 전
독자5
주네랑 지난이는 알콩달콩하네요~❤️ 지원이랑 한빈이도 빨리 알콩달콩해지는거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6
헐 작가님 ㅜㅜ 제가 맨날 눈팅하다 드디어 댓글 달아보네요ㅜㅜㅜ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화이팅 해주세요 싸랑합니다ㅜㅜㅜㅠ♡♡♡♡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보고 또 보게 된다는 점은 안비밀~♡~♡
8년 전
독자7
안녕하세요작가님 이 작품을 오늘에서야 알았다니 진짜 주거마땅해요. 제가 본 픽 중에 가장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주행을 했는데도 지루하지않고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봤어요. 드라마작품을 보는것처럼 한편한편 넘어갈때마다 너무 궁금하고 계속 보고싶었어요. 캐릭터들의 성격 모습 이런게 진짜 매치가 너무 잘되고 너무좋아서 토할거같아요 비속어나올만큼 너무좋은 작품이에요 진짜 이런작품을 이제서라도 알게된게 정말 다행입니다 제 인생픽이 될거같아요 다음편궁금해서쥬글거같아요 진짜이렇게 재밌어서 눈물날거같은건 오랜만이에요 1화부터 여기까지오면서 작가님의 필력에 눈물도 흘리고 몰입도 엄청 잘해서 봤어요 계속 글써주세요 정말 부탁이에요ㅠ.ㅠ 글써주셔서 정말감사합니다 너무재밌어서 글이 길어졌네요 제가뭐라썼는지도 모르겠어요 정말감사하다는거만 알아주세요 잘보고갑니다 다음편기다릴게요^~^!
8년 전
독자8
아그리고가능하다면 암호닉신청되나요? 된다면 블라썸으로 해주세요!
8년 전
독자9
아이고 우리예쁜 준환이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이런 좋은글 써주셔섳 감사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 인생에 활력소랍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보고가여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1
작가님 언제오세요 ㅠㅠ 보고시ㅠ어요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해요ㅠㅠㅠ♡♡♡
8년 전
독자12
작가님 글 사실 연재 시작하셨을 때부터 읽었었는데 그 때는 비회원이었어요! 가입하고 나서 한동안 글잡담에 잘 안 오게 되다보니 오랜만에 보러 왔어요! 죄송해요ㅠㅠㅠㅠㅠ 마지막 봤던 기억을 떠올려 보니까.....지원이 한빈일 피하기 시작했던 시점쯤이었던 것 같은데... 저 안본지 좀 오래된 거 맞죠....?...ㅠㅠㅠ 그래도 이제 글보러 바로바로 오겠습니다!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 오랜만에 작가님이 골라주신 노래 틀어놓고 읽으니까 감성이 풍부해지는 기분이랄까요...아 저 항상 작가님이 고르시는 노래 좋아서 메모해두기도 해요! 그리고...어서 빨리 지원이..한빈이...화해했으면...ㅎㅎㅎ 유난히 이번에 크게 일이 터진 것 같은데.... 둘의 관계를 아직 사실 모르겠어요... 서로가 분명 좋아하는데 애증과 집착을 가진 사이 같기도 하면서....어려워요....ㅠㅠㅠㅠㅠ 진환준회..는....ㅎㅎㅎㅎ 이제 진환이 형이라고 부르네요! 좋다!!!좋아!!!! 뭔가 둘만의 간질간질함... 그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ㅠㅠㅠㅠㅠ작가님ㅠㅠㅠㅠ
벌써 다음화가 기대돼요...! 과연 한빈지원이 갈등이 풀릴지...! 저...그리고...작가님... 저도...암호닉이라는 걸 신청해도 될까요?... 너그럽게 받아주신 다면 [라임]으로 부탁드릴게요!...ㅠㅠㅠㅠ
P.S. 작가님! 사랑해요!!!♡ 작가님 글 너무 좋아요!♡♡

8년 전
비회원111.4
재밌을거같아서 일편부터 보려구 하는데요ㅎ
이거 수위있나요??? 커플링은 두개가 다 인가요??

8년 전
독자13
작가님ㅠㅠ언제오시나요ㅠㅠㅠㅠ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정주행하구 오는길이에요 ㅠㅠ한참 현업때메 바빠서 못챙겨보다가 진짜 오랜만에 다시 정주행하니까 진짜 넘나 재밌네요 굿굿 ㅠ다음편 기다릴게요
8년 전
독자14
작까님ㅜㅜㅜㅜ계속 재탕하면서 기다리고 있서요ㅜ 항상 응원해요!! 언제 오셔도 환영입니다ㅎㅎㅎㅎㅎ 우리 독자들은 언제나 작가님을 기다려욯ㅎㅎㅎ 이런 명작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15
작가님 너무 보고 싶어요 ㅠㅠㅠㅠㅠ 언제 오시나요... 얼른 돌아와주세요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176.196
헉.. 에피소드만 남겨두고 사라지셨네요.. 남은 한빈이랑 지원이 얘기 더 알고싶어요ㅜㅠㅠ 동혁이, 찬우, 윤형이 얘기도요ㅜㅜㅜ 혹시라도 이 댓글 보신다면 다시 돌아와 주세요.. 분명 여럿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이 작품 읽으며 작가님 덕에 오랜만에 감성에 젖었었네요.. 돌아오시길 바라며 작가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있을게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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