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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이들이 오기 전 교실을 청소하고 있던 와중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열린 교실 문 앞에는 민준이와 그 손을 잡고 있는 민혁이 형이 있었다. 순간 정리하던 장난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근데 왜 유치원 버스 안타시구..." 

 

 

갑자기 존댓말을 쓰는 형에 뭔가 싶어 손을 쥐었다 폈다하는데 그걸 봤는지 형이 푸흐흐 웃었다. 

 

 

"이런거 보려구요." 

"네?" 

"선생님 그러시는 거 보려고요." 

"..." 

"민준아 인사해야지." 

 

 

민준이가 꾸벅 인사를 했다. 민준이의 눈높이에 맞게 쪼그려 앉아서 오늘은 멋진 옷 입고 왔네~,하니 부끄러운지 형의 다리 뒤로 숨어서 빼꼼 눈만 내밀었다. 어떻게 눈이 형을 꼭 닮았을까. 뒤에 숨어서도 자꾸 이리저리 내 눈을 피하려고 하는 민준이의 모습에 씁쓸해질 때쯤에 유치원 입구에서 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권아!!!" 

"아이, 좀 조용히 하시라니까." 

"쌤부터 좀 조용히 해요." 

"에? 아니 지금 소리지른게 누군데." 

 

 

오늘은 좀 조용히 들어올 줄 알았는데... 이미 익숙해져버린 부름과 그 뒤를 잇는 투닥거림에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몸을 일으키고 교실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역시나 지호와 사슴반 선생님이 말도 안되는 걸로 다투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많이 봐왔다는 듯 혼자서 신발을 벗고 있는 다영이가 있었다. 

 

 

"내 목소리 내가 쓰지도 못해요?" 

"아니 누가 쓰지 말랬어요? ...그냥 조용히 하라고 했지." 

"삼촌, 삼촌. 선생님 저기있어."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둔 다영이가 지호의 옷을 잡아끌며 다른 손으로는 나를 가리켰다. 그제야 지호가 나를 보고는 다영이를 안아들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사슴반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가는 지호를 어이없다는 듯 보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요 김유권 선생님."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너 어제 온 민주니 맞지! 삼촌 나 내려줘." 

 

 

다영이는 품에서 내려오자마자 민준이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민준이는 아직 나보다는 또래인 다영이가 더 편한지 표정을 풀고 같이 교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지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려다가 내 뒤에 서있는 형을 보고는 의아한 듯이 나에게 물었다. 

 

 

"누구셔?" 

"어제 온 민준이 아버지." 

"아아, 너무 동안이셔서 아는 형인줄 알았네." 

"아는 형 맞아요." 

 

 

예상치못한 대답에 서로 다른이유로 놀란 지호와 내가 형을 바라보니,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아는 형 이상일 수도 있고." 

"..."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기회되면 봐요." 

 

 

형이 지금 가버리면 이 분위기는 어떡해야 하는 걸까. 웬일로 존댓말을 쓰나 했더니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사람을 놀리고 가버리는 형이 정말 야속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아는 사이였어?" 

"...예전에 조금." 

"근데 아는 형 이상이라니, 무슨 말이야?" 

"그냥 뭐, 어..." 

 

 

솔직하게 말해줄 수도 없고 지금 상황에 말을 할 분위기도 아니어서 이리저리 눈만 굴리는데 때마침 사슴반 선생님이 나타났다.  

 

 

"쌤 애들와요! 얼른 나와." 

 

 

나이스 타이밍. 지호 눈치를 슬쩍보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했다. 그러다 지호의 눈이 교실 안쪽을 향했을 때 나중에 가르쳐줄게!하고 도망치듯 밖으로 나와버렸다. 혹시라도 지호가 나가는 길에 마주칠까 유치원 버스 안으로 쏙 들어가서 아이들을 내려줬다.  

 

 

지호는 나름대로 생각이 많았다. 나중에 가르쳐줄게!하고 도망가버릴 때는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귀여워할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는 형이랑 이상한 사람이 연관돼 있는 걸까? 모르겠다. 

 

항상 만나오면서 생각해온거지만 유권은 자신 주변에 벽을 하나 쳐놓은 것 같았다. 그 벽 때문에 지호는 불안했다. 잘 지내오다가도 이렇게 뭔가를 숨기려드는 날이면 그 벽에 부딪힌 것만 같았다. 그리고 떠나버릴 것만 같았다.  

 

 

"내가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닌데." 

 

 

바빠야 하는데 집에서 한가롭게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고. 불안감 뒤에는 언제나 자책감이 몰려온다. 지호는 불안감보다는 차라리 자책감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여유로운 하교시간. 아이들을 버스에 태워보내고 나면 다영이만 남아있는데 오늘은 민준이도 같이 남아있다. 서로 잘맞는듯 이런거 저런거하면서 잘 노는 모습을 보며 곧 있으면 올 지호를 기다렸다. 아침에 있었던 일은 잊은건지 모르는 척 하는건지 지호의 카톡이 평소와 다름없어 조금 안심되었다. 타이밍 잘못맞으면 지호랑 형이랑 또 마주칠텐데.  

 

 

"뭐해요. 나 왔는데." 

 

 

갑자기 들이미는 얼굴에 깜짝놀라 뒤로 넘어갈뻔 했다. 책상에 멍하니 앉아있어서 인기척도 못느꼈나보다. 급하게 표정을 관리한다고 하는데 형은 그게 또 웃긴가보다. 어째 계속 지는 기분이다. 

 

 

"다음부턴 이러지마시고 그냥 불러주세요." 

"멍때리고 있으면 불러도 모르면서." 

"...얼른 민준이 데리고 가주세요. 유치원 문 닫아야하거든요." 

"유치원이 식당이야? 문을 닫고 말고 하게? 여전해 하여튼." 

"존댓말은 왜 하다가 마시는데요." 

"내 맘이지." 

 

 

한 마디를 안 지네 한 마디를. 예전에도 이런식으로 많이 약올렸었는데. 그러면 결국에 나는 화내고 형은 달래주고, 그러면 또 풀리고. 재밌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에 서서히 젖어들어갔다. 

 

 

"무슨 생각해." 

 

 

얘기하다가 갑자기 생각에 잠겨버린 내 모습을 본 형이 조용히 물었다. 형도 알고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들어 가만히 눈을 마주봤다. 몇 년 전하고 똑같은데, 많이 다르다. 먼저 눈을 피해버렸다.  

 

 

"아빠 얼른 가자아아." 

 

 

어느새 형 옆에와 서있는 민준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속이 이리저리 뒤엉켜버린다.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형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고개를 들지않았다. 심장이 또 쿵쾅거린다. 갈게. 한마디를 교실에 두고 형은 가버렸다. 

 

엉켜버린 감정을 정리할 틈도 없이 지호가 들어왔다. 지호를 멍하게 쳐다보니 자다 일어났냐며 정신 차리라고 내 볼을 잡고 흔들었다. 내가 손을 붙잡으니 그제야 멈춘다.  

 

 

"왔어?" 

"온지가 언젠데 이제 인사야." 

 

 

손을 붙잡은 채로 인사를 건네자 지호가 장난스럽게 볼을 꼬집었다.  

 

 

"오는데 아침에 봤던 분 봤어." 

"민준이 아버지?" 

"어, 민준인가 하는 애도 버스 안타나봐?" 

"잘모르겠는데 안탈 것 같애." 

"왜?" 

"그거는... 잘 모르지." 

 

 

지호가 또 무슨 질문이라도 할까,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원래 해야되는 일이라는 듯 책상을 정리했다. 주섬주섬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하니 지호가 더 묻지 않고 다영이에게 가서 같이 놀아주었다. 딱히 정리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혹시라도 지호가 의심할까 걱정돼서 괜히 더 시간을 끌었다.  

 

 

 

 

"안녕하세요." 

 

 

이제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될 것만 같은데, 아침마다 보는 형은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그 옆의 민준이도. 일부러 건성으로 대답하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려는데 민혁이 형이 나를 불러세웠다. 돌아보면 또 여유롭게 웃고있는 형이 있겠지. 항상 나만 이런식이다. 다시 마주친 날부터 혼자 걱정하고 설레고 후회하고 짜증내고. 한숨을 폭 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뒤돌았다. 

 

 

"왜부르세요, 민준이 아버님?" 

"대답이 너무 건방진거 아니에요? 선물주려고했는데." 

"네?" 

 

 

형은 민준이를 교실로 들여보내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고보니 손에 뭔가 들고있었다. 아침부터 어디서 사온건지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는데도 형은 딸기 스무디를 사왔다. 그리고 그걸 아무 말 없이 보고있는 내 손에 쥐어주었다. 차가운 기운이 순간 몸으로 들어오는 듯 했다. 

 

 

"아직도 좋아해요?" 

"..." 

"난 좋아하는데." 

 

 

난 좋아하는데,라는 말이 쿵하고 내 안으로 떨어진다.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눈을 마주보니 응?하며 되묻는다. 좋다고 대답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난감하다. 이것도 나 혼자서만 착각하고 있는 걸까. 손에 들린 딸기 스무디를 쳐다봤다. 예전에 늘 먹었었고, 요즘에도 즐겨먹고 있지만... 

 

 

"안좋아해요." 

 

 

지금은 너무 차가워서 싫다. 

 

 

 

설연휴도 끝이네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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