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안가면 안돼?"
"블레어가 말했던 약속 잊었어요?"
"약속은 깨라고 있는거래, 정상"
안돼요. 단호한 정상이의 말에 블레어가 아랫입술을 비쭉 내민 채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정상이는 눈 하나 깜빡 안 한채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상 도망 가는게 맞는 것이지만, 정상이는 그저 블레어의 속을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자신보다 어린데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해맑은 웃음만 샐샐 지으면서 뜬금없는 소리만 하는데, 솔직히 블레어가 이러는 이유는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어도 바로 알 수 있었다. 막말로 정상이 마음만 열어준다면 나름 로또 터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몇 안됐다. 일단 남자로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고, 무서웠다. 아무리 어리고 애같이 굴어도 나름 큰 조직의 보스라고 했다. 그런 자리에 오를 만한 무언가가 있기에 그곳에 있을테고 자신과는 맞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이에게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더욱 마음을 열어줄 수 없었다.
"가지마"
"안돼ㅇ.."
"안돼요만 하지말고-."
"....."
"내가 왜 이러는지 알면서 자꾸 모른 척, 정상이 자꾸 그러면 나 너무 힘들어.."
난 짝사랑은 처음이란 말이야.. 그게 정상이라는 건 너무 좋지만.. 풀이 죽은 강아지마냥 정상이의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꽉 잡은 채 떼쓰는 블레어 탓에 정상이는 넓은 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대여섯 걸음만 뛰듯이 걸으면 바로 나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껌처럼 붙어있는 블레어 때문에 망부석마냥 아무것도 못했다. 계속 차가운 얼굴만 지은 채 블레어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정상을 블레어가 결국 참지 못하고 정상이의 팔을 확 잡아당겨 억지로 침대 위에 앉아있는 저와 시선을 맞추었다. 갑작스런 눈맞춤에 놀란 정상이 시선을 돌리려고 하자 블레어가 급하게 말했다.
"정상"
"..갈래요."
"좋아해"
"그만.."
"사랑ㅎ.."
"블레어"
난 안돼요, 안된다구요. 단호한 정상이의 말에 블레어 역시 표정이 굳어졌다. 왜, 왜 안돼..? 정상이의 꽉 잡은 두 손이 간절함을 표현해주듯 잘게 떨었다. 정상이는 그 모습을 봤지만 못 본 척 그의 손을 조심스레 실크로 되있는 남색이불 위로 내려놨다. 나 결혼했어요. 겨우 말했던 말이었다. 이제 정말로 끝났다는 생각에 정상이는 속 시원하면서도 무언가 공허했다.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어깨 위에 가방 끈을 제대로 메고는 정상이는 말했다. 이제 그만 갈게요, 더 좋은 여자 만나요. 블레어.
"나 궁금한 거 있어."
"..뭔데요?"
"그 남자는 어딨어?"
"...좀 멀리있어요."
"어디? 한국?"
"..아뇨."
"모르는거야?"
"알아요."
"근데 왜 제대로 말 안해줘?"
"ㅍ, 프랑스에.. 있어요."
"거짓말"
죽었잖아, 내가 그것도 모를까봐?
블레어의 말에 정상이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해맑은 얼굴로 방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정상이는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 들은 게 혹시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하던 순간 블레어가 침대 맡에 올려진 책표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가 뭣도 모르고 정상이한테 고백한거 아냐, 난 진짜 정상 좋아한단 말이야.. 정상이 그 남자 내가 알아서 안올까봐 일부러 모른척도 했는데...
"내가 그 남자 대신이어도 안돼..?""
"...ㅂ,블레어"
"그 마저도 안돼면 계속 이 일 해줘.."
"....."
"나 아직 안잤어."
"자, 나 잘 때까지 계속 읽어줘요,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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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버전도 써달라는 정들이 있어서 가져와봤어! 마음에 안들면 짜질게...ㅎ
어린애같은 블레어를 쓰고싶었으나 실패^^! 반응 괜찮으면 썰 져올게..★ 나보다 더 금손인 정이 주워가줬으면..ㅎ
(근데 그거 알아? 이 썰이 삼각이래)(소곤)(속닥)
(삼각인듯_삼각아닌_삼각같은_관계)(는 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