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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는 자신의 대자보를 응시했다. 우스꽝스럽고 재치 있게 그려진 제 캐리커처를 보며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친구 놈들의 솜씨에 그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찾아도 안 보이던 정상의 대자보가 그의 바로 옆에 붙어 있다는 것에 그는 기분이 순간 좋았다. 그리고 알베르토는, 곧 졸업식의 진짜 이벤트를 떠올리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저거를, 읽으라고? 

 

짝사랑하는 여자 옆에서? 

 

 

알베르토는 졸업 전, 친구들을 긁어모아 여러 번 식사를 대접하며 거듭 부탁했다. 절대로 그 사실만은 쓰지 않기로 맹세하고 맹세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매번 까다롭고 유난스럽다며 알베르토를 타박했지만 마지막에는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졸업식 당일 거하게 배신당했다. 

 

알베르토는 대략적으로 대자보의 내용을 빠르게 읽었다. 대체적으로 ‘그녀’라고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글들을 보니 더욱 창백하게 질렸다. 여기저기 그려진 나비 모양이며 요정모양에 그는 울고 싶어졌다. 

 

알베르토 몬디, 24세.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 청년. 

 

오늘 베네치아 모든 시민들 앞에서 짝사랑을 공개 당하다. 

 

 

알베르토는 저 멀찍이서 친구들을 대동하며 다가오는 정상을 모르는 척 하려고 애썼다. 그의 바로 옆에 붙어있는 정상의 대자보를 대충 훑어본 그는 울고 싶어졌다. 가장 은밀하고, 어쩌면 대중적인 비밀이 적나라하게 써있는 두 대자보는 얼핏 보아도 놀랄만큼 비슷했다. 

 

“안녕!” 

 

알베르토는 친구 놈들 손에 의해 박스 테이프로 얼기설기 코스프레 한 자신의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얼마나 형편없이 보일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성기 보호대라며 박스테이프를 덧대던 친구 놈의 머리통을 후려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가슴 가리개를 만든 놈의 목을 조르지 않은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안녕.” 

 

알베르토는 빠르게 그녀에게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야릇한 미소를 짓는 정상의 친구들을 노려보았지만 그들은 어깨를 으쓱이며 모르는 척 했다. 알베르토는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건네받아지는 와인 잔에 알베르토는 정말,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시작은 가볍게 전 여자 친구들의 나열이었다. 자극적인 요소로, 대부분 알베르토가 차인 여자 친구들의 이야기가 전부였다. 무덤까지 끌고 가겠다는 첫 경험 이야기에 알베르토는 술기운을 빌리기로 했다. 호기롭게 와인을 목에 넘기며 그는 반쯤 울었다. 

 

그의 옆자리인 정상의 비밀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사투리를 이해 못했다던 지, 교수님의 지적에 몰래 울었다던 지. 주말이면 혼자 베네치아의 곤돌라를 탄다던가 하는 내용이었다. 유학을 온지 한참이 지나서도 덤터기를 썻다는 내용이었다. 

 

첫줄부터 강렬한 전 여친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돌림노래를 부른 알베르토와는 달랐다. 

 

 

 

드디어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다다랐다. 알베르토는 기어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에 봉착했음에 힐끔 정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상은 벌써 몇 번이고 말을 더듬어 거푸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알베르토는 차라리 정상이 알아듣기 전에 이것을 끝내버리고자 마음먹었다. 알베르토는 부러 정상이 어려워하는 억양으로 말을 이어갔다. 

 

“첫만남에 그녀에게 반하다!” 

빌어먹을.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건데. 

 

“자신이 그의 휴대폰에 예쁜이로 저장 돼 있는 것을 지금 알다.” 

 

옆자리 정상의 말에 알베르토는 울고 싶었다. 그녀의 대자보의 ‘그’는 자신이었다. 

 

 

 

알베르토는 몰려든 베네치아 시민들을 밀쳐내고 저 멀리 곤돌라로 도망가고 싶었다. 저 강물에 뛰어들면 어느 성격 급한 곤돌라 뱃사공이 저를 칠 것이다. 그리고 정상은 놀란 눈으로 시민들 틈에서 자신을 응시할 것이다..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거절당한 지 백 회를 넘기다. 그 후에는 수를 세지 않다.” 

 

알베르토는 이것을 적은 놈의 멱살을 낚아채고 싶었다. 

 

“그놈의 스터디를 핑계 대며 그의 데이트를 자꾸 거절하다. 그리고 정말 주말에 공부만 하다.” 

 

순진하게도 아직도 그 대자보를 읽고 있는 정상을 보며 알베르토는 양손에 얼굴을 묻었다, 

 

 

 

알베르토는 자꾸만 부추기는 시민들 때문에 마지못해 와인을 다시 원샷하고 마저 읽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그녀를 요정으로 착각하다.” 

 

알베르토는 혀를 깨물고 싶었다.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던 배신자들을 처단할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그는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날의 명대사, ‘그녀는 요정이야, 공주라고, 너무 예쁘잖아.’” 

 

알베르토는 당장 저 벽으로 머리를 밖아 버릴 것을 고민했다. 그의 등 뒤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제 어린 동생이 있었다. 가장 크게 웃고 있는 아버지가 있었고, 어머니가 계셨다. 

 

 

“오랜만에 간 술집에서 그의 합석 제안마저 거절하다.” 

 

알베르토는 알차게 자신을 뒤따르는 정상의 목소리에 결국 웃어버렸다. 

 

 

 

친구를 따랐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럴 때 입어야 한다는 친구들의 주장에 나는 결국 팅커벨 의상을 입었다. 날개까지 달려있어서 무척 부끄러웠지만 거리의 졸업생들 중에는 더한 차림도 많았다. 나는 친구들의 손에 따라 내 대자보 앞에 섰다. 

 

처음 알베르토를 보았을 때 나는 웃음이 터졌지만, 내 차림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간신히 억눌렀다. 평소 재치 있던 대로 파격적이지만 즐거운 의상이었다. 조금 민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방금 거리에서 본 반쯤 벌거숭이 남자를 보니 이 정도는 신사적인 것이었다. 

 

내 대자보에는 나와 닮은 캐리커쳐가 중앙에 그려져 있었다. 이게 나를 그린 거냐는 물음에 친구들은 대꾸하지 않고 나의 양손에 와인 잔과 와인을 쥐어주었다. 틀리거나, 말을 더듬으면 한잔씩 마셔야 한다고 했다. 어후, 자신 없다. 푸르르르, 입을 푸니 본격적이라며 그들은 깔깔 거렸다. 

 

 

 

알베르토는 평소와 달리 말을 더듬었다. 하도 말을 더듬으니 덩달아 나도 긴장해버렸다. 쏟아지는 시선이 부끄러웠다. 치마가 너무 짧고, 가슴이 너무 파였다. 그 와중에 술도 몇 잔이나 들어가니 점점 취해갔다. 와인의 도수가 낮다지만 이렇게 급하게 마시니 취기가 점점 올랐다. 이제는 뜻도 모르고 말을 이어가는 지경이었다. 

 

취한다, 취해. 

 

 

 

나는 친구가 새 와인 병을 따는 것을 기다리며 알베르토를 바라봤다. 알베르토는 어느새 다 읽어가는 모양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거의 마지막을 짚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사람은 전부, 내 옆의 여자다.” 

 

알베르토가 고개를 돌린 탓에 나는 시선을 잠깐 마주했다. 나는 알베르토 바로 옆의 제시를 보며 그 둘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친구가 건네주는 술을 다시 받아 들였다. 나는 벌써 와인만 두병 째였다. 이러다가 술에 취해 죽을지도 몰랐다. 

 

 

 

“내가 그녀를 짝사랑한 직후부터 나는 시인이 되었다.” 

 

알베르토는 수치스러운 감정이 치솟았다. 목이 자꾸만 메여왔다. 순진하게 드문드문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내가 반쯤 덮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칼을 나는 밤하늘에 비유했다. 그녀의 손이 스칠 때 나는 잠 못 이루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나는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다. 그녀를 모욕하면 내 주먹이 날아갔다. 그녀의 뒤를 스토킹 한 적도 있다. 술집에서 그녀에게 치근거리는 놈들과 싸워 경찰서에도 갔다.” 

 

“그때 인가봐!” 

 

등 뒤의 동생의 신난 목소리에 알베르토는 돌아서 그를 노려보았다. 동생은 모르는 척 휘파람을 불었지만 부모님의 표정을 좋지 않았다. 여자 때문에 경찰서를 들락거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뭐랄까 배신감에 찬 표정이었다. 

 

“내게 그녀는 장미꽃이었다. 태초부터 고칠 것이 없듯 그녀는 완벽하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알베르토는 스스로의 혀를 멈출 방법을 애타게 찾았다. 

 

“사실 이거는 비밀이지만 그녀와의 미래를 꿈꾸느라 여러 날 밤을 지샜다.” 

 

이 비밀을 말한 친구놈도 배신 할 줄은 몰랐다. 알베르토는 양손에 얼굴을 묻고 욕했다. 가차없이 따라지는 와인을 한입에 털어넣으며 그는 버럭 소리질렀다. 

 

“진짜 죽여 버린다!” 

 

소리높여 비웃는 친구놈들을 욕하며 알베르토는 발을 굴렀다. 가차없이 와인을 건네는 제시를 노려보았다. 

 

 

 

수치스러운 비밀들이 까발려지며 알베르토는 이제 거의 마지막 문단을 짚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사람은 전부, 내 옆의 여자다.” 

 

반쯤 포기한 채 중얼 거렸다. 고개를 돌린 알베르토는 짧게나마 스친 정상의 시선에 기이한 열망을 느꼈다. 그래, 졸업 후에 한국에 간다고 했지. 

 

 

“나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의 데이트를 거절할 것 같다!" 

 

알베르토는 아예 주저앉아버렸다. 이 미친 친구 놈들의 장난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었다. 

 

 

 

눈새여주 보고 싶었어요 ㅎㅎ 

 

...ㅎ...그런데 이미 남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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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재밌다!!!!!! 재밌다!!!!!! 너무 재밌다아~~~~~!!!!!!!!!!
9년 전
독자2
올...... 불쌍한 알베르토 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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