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센빠이 06
부제 : 너였었나 봐. 내 목숨까지 걸어 볼 사람.
by.얄리얄라
길을 걷고 있었다.
알바에 늦었거나 아니면 데이트에 늦었거나 무튼, 난 늦었고 그래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 : 에그머니나!
크로스진 : 여어~
나 : 뭐지, 저 백의 전사들은?
어? 저 사람은.............저번에 내 장독대를 짓밟고 있던 개새끼........
크로스진 : 여어~
나 : 비켜주시죠? 감히 숙녀의 경로를 방해하지 말아달란 말이에요!
나는 백의 전사들을 피해 돌아갔다.
그들은 똥내나는 은행나무 밑에서 터진 은행들을 잔뜩 밟고 서서 개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처음보는 자들이었지만 난 그들이 선택받은 용사들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뭔가 범상치는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람......병원에 있던 날, 내게 자신이 기억나지 않냐고 애타게 바라보던 그 눈빛.
그 눈빛이 여전히 잊혀지지 않았다.
밥을 먹을때도 그가 그 눈빛으로 나를 아련히 보고 있을 것만 같고, 공부를 할 때도 그가 나를 애달피 보고 있을 것만 같고, 목욕을 할 때도 그가 나를 빤히 보고 있을 것만 같아서 일주일 째, 목욕도 하지 않았다.
자꾸만 그 눈빛이 떠오를 때마다 왠지 내 심장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심장이 이리저리 제멋대로.......
나 : 커흑-!
그의 눈빛을 떠올리자마자 갑자기 심장이 아파와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크로스진 : 내 손을 잡아, 아가씨.
나 : .............으윽.......은행 똥.....내.............(깰꼬닥)
나 : 꺄아아악!!!!!! 허억....허억.....
꿈이었나.....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다행이다.....꿈이라니...............
살면서 그렇게 심한 똥내는 맡아보지 못했어. 정말 다행이야, 꿈이라.............아냐.....아냐 아냐! 이건 꿈이 아니야!!!!
아직도 똥내가 나고 있어.....뭐지? 백의 전사들이 우리 집에?
나는 똥내의 근원을 찾아 미친 듯이 두리번거렸고............
기절해버렸다.
나 : (깰꼬닥)
내 암내였다.
일주일 동안 목욕을 하지 않아서 겨드랑이에서 똥내가 나버렸다.
딸랑-
나 : 어서오세요~
지난 밤 꿈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들은 누구일까. 어째서 내 꿈에 나타난거지.
그들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아.........
손님 : 이거 얼마죠?
나 : 8000원 입니다.
손님 : 계산해주세요.
나 : 네, 알겠습니다.
마이레이레 눈빛이 만날때에~
나 : ....뭐지....저 노래...어디서 들어봤나?
저기 손님 지금 듣고 계시는 노래가 뭐예요?
손님 : 이거요? 크로스진의 어메이징이라는 노래예요. 슬퍼지고 싶을 때마다 들어요.
나 : 크로....스진......?
손님이 나가자마자 나는 인터넷을 켰다.
크로스진....크.......로....스진............크로스진!!!!!!!
그래! 기억났어! 나의 전남자친구 반휘혈을 죽인 그 범인!
나는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범인의 이름을 검색창에 켰다.
얼굴을 봐야했다. 그놈의 얼굴을!
이미지 카테고리를 누르자 사진들이 쏟아져나왔다.
한 명이 아닌가? 그래 그럴만도 하지. 엄지발가락 하나로 17명을 단번에 쓰러트린 반휘혈을 단 한명이 이겨낼 순 없지.
어.....근데.....이 사람들............어젯밤 내 꿈에 찾아왔던 백의 전사들........??
나 : 뭐야, 이게...............
정말 남사스러워서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른 이름으로 사진 저장.
범인들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 : 부숴버리겠어..............
나는 복수심에 불타올랐다.
반드시 전남자친구의 한을 풀어주리라.
웃기게도 어떻게 알았는지 범인측에서 먼저 만나자는 연락을 취해왔다.
나 : 결투장소로 카페를 선택하다니. 훗, 역시 선택받은자들 다운 발상이군.
카페로 향하던 나는 한 사내에 의해 길이 가로막혔다.
나 : .......장탄씨? 여긴 어쩐일로........
장탄 : 어딜 가는거야? 요새 연락도 잘 안 되고 말이야.
나 : 아.....미안해요....좀 바빠서.
장탄 : 마침 눈 앞에 카페 하나가 있네? 심심한데 같이 가서 차라도 한 잔 할까?
나 : 저...전 바쁜데.
나는 그의 고집대로 그의 손에 이끌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크로스진 : 여어~ 어서 와.
나 : .........이번엔 흑의 전사라니. 흑마법을 쓰겠다 이 말인가? 역시 만만치 않아.
장탄 : 이 바둑판들은 뭐야? 비켜.
크로스진 : (마치 처음 봤다는 듯이) 여어~왔어?
나 : .............데자뷰?
장탄 : 후.........
크로스진 : 돌하르방이 움직이고 있다! 아들 낳게 코 만지게 해달라 그래!
장탄 : 아놔, 이것들이 진짜......
나 : 신경쓰지 마세요.
나는 장탄의 손을 이끌고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타쿠야 : 와줬네?
나 : (무시)
타쿠야 : 왜 내 눈을 피하는 거지? 혹시 내 눈빛에 흔들릴까봐 그래?
나 : (뜨끔)
장탄 : 야, 너 뭐야? 합석은 거부한다.
타쿠야 : 후훗, 귀엽네. 내가 이래서 너한테 반했지.
나 : (둑흔)
아...안돼.........심장아 나대지 마............
흔들리려는 심장년을 붙잡고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했다.
안 된다. 저 놈의 수작에 넘어가서는 안 돼. 지금 흑마법을 쓰려드는 거야!
장탄 : 하놔....내 말 안 들려? 당장 꺼져.
타쿠야 : 우리는 시부야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지. 난 우연히 네가 급식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바로 사랑에 빠져버렸어.
넌 그 자리에서 밥을 다섯 그릇이나 먹어치웠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는 저 여자겠구나.......생각이 들었어.
나 : .................
타쿠야 : 그 뒤로 너의 행적을 쫓기 시작했지.
넌 수업시간 마다 침을 흘리면서 자고 있었고, 쉬는 시간에는 매점에 가서 빵들을 모조리 먹어치웠어.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할 때마다 보이는 너의 목젖이......그 선홍빛 목젖이 너무 사랑스러웠어...........
나 : ..................
타쿠야 : 넌 모르겠지. 내가 널 얼마나 오랫동안 지켜봐왔는지 말이야.
장탄 : 무슨 개소리야?
나, 타쿠야 : (개무시)
장탄 : (상처)
뭐지, 이 사람.................
혹시 기억을 잃기 전에 알았던 사람인 걸까?
내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자 타쿠야는 착잡한 미소를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탄 : 드디어 내 말이 들리는가보군.
타쿠야 : 잠깐만 기다려. 너에게 보여줄게 있어.
그가 뒤돌아 갔고 난 점점 혼란에 휩싸였다.
그래, 기억을 잃기전에 알았던 사이일수도 있어.
하지만 언제, 어디서......?
시부야 고등학교라고? 그는 대체 누구지? 나와 무슨 사이었던 거야?
장탄 : 진작에 내 말을 들을 것이지. 그래, 이제 우리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볼까?
나 : 조용히 좀 하세요, 돌하르방씨.
장탄 : ..............(삐침)
잠시 후, 카페에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 : 어.....이 노래는............
타쿠야 : 신비로웠어 내가 널 봤을 때, 뭔가 짜릿해지는 열기가
나 : 허억.......심장이 또.....윽.............
타쿠야와 눈이 마주치자 또다시 심장이 아파왔다.
거기다가 노래를 들으니 머리가 아파왔다.
찌르는 듯한 고통에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타쿠야 : 뒤 돌아갈 길은 내가 다 막겠어. 사랑이 유일한 딸출꾸
나 : 그만....그만!!!!!!!!! 으윽....머리가 너무....윽....아파!
타쿠야 : 마이레이레 눈빛이 만날 때에~
타쿠야가 골반을 돌렸고, 그 골반놀림을 보자마자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이 눈 앞이 번쩍했다.
나 : 끄아아앙아아악~!!!!!!
노래를 부르던 타쿠야가 마이크를 집어던지고 내게로 달려왔다.
타쿠야 : 괜찮아?
나 : 하아.....하아..........
시부야......센빠이..............
타쿠야 : 기억이.......돌아온거야? 내가........기억이 난거야?
나 : (눈가에 눈물이 맺혔으나 떨어지진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하이............
타쿠야 : 하핫.........잡았다.......내 심장을 훔쳐간.......천사소녀.....네티..............
장탄 : 기억이........돌아와버렸구나............
장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 가버렸다.
모든 기억의 조각이 맞춰진 난 타쿠야 센빠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나 : 흐흑......마이레이레.......너였었나 봐....흐흡..........
타쿠야 : ....내 목숨까지.........걸어 볼.......사람...............
나, 타쿠야 : 벗어날 수 없는......넌 정말............Amazing
나 : (타쿠야에게 안기며) 타쿠야 센빠이!!!!!!!!! 흐흑...........
타쿠야 : 하핫.....녀석...............
타쿠야 센빠이는 나를 끌어안고 다독이다가 벌떡 일어났다.
타쿠야 : 나가자.
나 : 나니? 어디로?
타쿠야 센빠이는 내 손목을 붙잡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엔 짙은 노을이 깔려 있었고, 그 노을을 보던 타쿠야 센빠이는 흡족한 미소를 짓더니 내게 말했다.
타쿠야 : 그래..........이 정도는 돼야지.
나 : ㅇㅅㅇ 나니?
타쿠야 : 눈 감아.
이제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
타쿠야 센빠이와의 추억, 그의 눈빛, 그의 사랑 모든 게.........돌아왔다......................
(탁! 탁!)
나 : ..............
(탁! 탁탁!)
나 : (깜짝)
센세 : 일어나 학생! 지금 수업시간에 자는 거야?
나 : ??????
잔다니?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종 : 따르르르르르르릉
센세 : 어휴.....점심시간이에요. 다음부터 수업시간에 또 자면 그땐 벌을 주겠어요.
나 : .....하이............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우르르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긴....교실? 시부야 고등학교?
뭐지..............그렇다면 모두 꿈?
정말 꿈인거야? 그런 거야?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복도로 나갔다.
머리가 너무 아파 복도에 서서 눈을 비비고 있는데 누군가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 : (짜증)난희골혜.
남학생 : 심부름이야.
한 남학생이 심부름이라며 내게 쪽지를 건네주고 후다닥 사라졌다.
나 : 이건...........
장탄은 쪽지를 전달해주고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장탄 : 지금은 비록 내가 크로스진의 빵셔틀을 하고 있지만.........
두고 봐. 이 장탄이 언젠가 반드시 너를 갖고 말테니까.
난 남학생이 주고 간 쪽지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 쪽지엔 주차장으로. 라고만 되어있었고.........쪽지의 뒷장엔.
나 : 크로스진의.............도장.........
크로스진의 도장을 확인 한 나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나 : 타쿠야 센빠이.............
크로스진 : 시부야 고등학교 2학년, 우리 크로스진.
앞으로 너의 심장은 우리가 접수한다.
- 끝 -
지금까지 시부야 센빠이를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