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는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라!!!!"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빨간 꽃 한송이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전부다 내가 산 아이들이 아니다.
그런 고로 다들 주워 온 아이들인데,
나는 도대체 예쁜 아이들을 왜 버린건지 이해가 안된다.
물론 그때 당시엔 정말 동물들이었어서 마냥 이뻤음..
내가 병원에서 퇴원해서 혼자 살기 시작한 시기가 딱 6년전이었다.
14살 그 어린나이에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 엄청난 우울증이 있었던 거 같다.
지금은 희미해 질대로 희미해져서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내 기억상 그랬다.
그리고 난 그때 당시에 도시에 살았다. 지금처럼 울창한 숲에 오두막집 말고.
우선 가장 먼저 주워온 우리 민석이.
민석이는 벌써 6년정도 된 아이인데,
얘는 내가 병원에서 딱 퇴원하자마자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것을 데려왔다.
붉은 몸을 한 채 금방이라도 숨이 꺼질 듯 위태로운 것이 마치 나같아서.
그냥 딱 보고 느낌이 왔다. 얘라면 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겠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름 운명적인 만남이었네.
민석이가 길거리에 버려졌을 당시 누구의 짓인지 모르겠지만
뒷다리 쪽에 심한 상처가 있었다. 동물병원에서는 칼에 찔린 상처라고 했는데
어떤 못된 놈인지.. 관장약을 위아래로 박아버릴까보다.
다행이 민석이는 내 마음을 아는 듯 빠르게 나아갔다.
민석이 데려옴과 동시에 주치의 선생님들과도 만났는데 설득은 어렵지 않았다.
"혼자 살기 척적카면 키훠야지."
타오선생님 말투는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민석이는 칼만 보면 덜덜 떤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엌엔 칼이 밖으로 나오는 일이 요리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뭐 애들끼리 장난칠때 나오긴 하는데 그럴때마다 민석이는 2층으로 피하곤 한다.
뜯어진 꽃 한송이
토끼는 귀가 생명이었다.
생존에도 그렇고 모든 어린이들의 동심에서의 토끼는
큰 귀를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준면이는 달랐다.
처음 만남은 끔찍했다.
민석이를 데려오고 얼마 안 되서 였을 거다.
시장이나 마트를 못가는 나는 항상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날은 가을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이었는데 택배기사아저씨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나무라는 거였다.
"학생 아무리 동물이 사람보다 못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그 말에 나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
내 자식처럼 기르는 고양이가 있는데 무슨 소린지..
택배아저씨가 가고 밖으로 나가보니 그 시린 비를 맞으며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는 준면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준면이는 귀가 동그랗게 잘린 상태였다.
누구보다 큰 귀를 자랑하던 동심 속의 그 토끼가 아니었다.
매우 아팠을텐데도 붙어 있는 그 숨이 끊어지는게 보기 싫었다. 그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
그래서 가을비를 맞으며 준면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동물병원에 도착해서 귀가 이렇다고 빨리 수술해달라고 한 뒤 나는 기억이 없다.
아픈 내가 비를 맞으면서 뛰어갔는데 무사할리가 없었다.
퇴원한지 얼마나 됐다고 병원에서 조금 더 신세를 지고 나와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 아이는 말끔이 나은 채로 살아있었다.
의사선생님은 기적이라고 말했고 나는 그런 아이가 모든 기력을 차린 뒤 데려왔다.
나에게도 기적이 생기길 바라며.
준면이는 그 뒤로 누가 귀 건드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그게 나든 종인이든.
아, 무서워한다는게 더 옳은 표현인가?
바스라진 꽃 한송이
세훈이 소개글을 보면
[나 말고 모두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백현이를 끌어안지않나...]
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백현이는 내가 도시에 살았을 때 옆집에서 기르던 개였다.
그 집 딸이 마당에서 백현이의 목을 조르는 것을 보고 너무 깜짝 놀라서
그 집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데려온 아이다.
그런 아픈 기억이 있는 백현이는 끌어안는 다던지
목을 조르는 등 이런 행위를 다 싫어한다. 심지어 내가 해도.
백현이가 유독 잔뜩 사나워지는 때가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밥 안 먹어서 예민할 때,
두 번째는 누군가가 자신을 조르거나 끌어안을 때이다.
그정도로 혐오하고 무서워한다.
그래서 백현이는 단 한번도 목줄을 한 적이 없다.
책 사이 꽃 한송이
경수도 백현이랑 같은 곳에서 왔다.
그 여자애. 백현이를 나에게 뺏겨서 분했는지 작은 크기의 햄스터를 산 모양이었다.
나는 차마 사람에겐 다가가지 못하니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동물은 민석이랑 준면이 백현이가 전부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이상의 동물은 내 건강상에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애의 행동에 난 어쩔 수 없이 경수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마당에 경수를 풀어 놓은 그 여자는 경수를 밟기 위해 뛰어 다녔다.
그 모습이 나는 너무 충격이었다.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인데
어쩜 저렇게 사람이 잔인할 수 있는지.
다행이 그 여자애가 잔인한 짓을 하기전에 경수를 구해
또 다시 양해를 구하고 데려왔다.
그로부터 경수는 위에서 누르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게 가령 손일지라도. 깃털일지라도.
경수까지 들인 나는 다짐했었다.
이제는 절대 동물을 들이지 않겠다고.
시든 꽃 한송이
종대는 내가 병원에 있을 때 병원에서 키우던 물고기였다.
로비에서 유유히 헤엄쳐 다니던 수많은 금붕어들 중 하나.
나는 오랜만에 병원에 진단받으러 갔다.
그런데 그 많던 금붕어 중에 종대만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그래서 왜 이런 거냐고 레이선생님께 묻자 선생님께서는 친절히 답변해 주셨다.
"좀 독한 약을 운반하던 간호사가 물고기 밥 주려고 수족관 위에 그 약을 잠시 뒀는데
실수로 그 약품이 다 쏟아져서 다 죽고 쟤 한마리만 남았어요."
다들 이쯤되면 알테지만 난 기적성애자 수준이었다.
레이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그런 종대를 데려왔다.
아 그때부터인지 사람이 된 종대는 약을 먹지 않는다.
모든 종류의 약에 겁이 난다고 했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끔찍해서.
친한 친구가 죽고 엄마와 아빠가 죽는데 자신만 살아남는 건 기적이 아니라 지옥이었다고.
분해된 꽃 한송이
종인이는 아마 강가에서 발견됬나?
육지거북이가 왜 거깄었는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종인이는 분명 강가에 있었다.
도시의 안 좋은 공기를 맡는 것은 건강에 안좋을 거라 느껴져
종인이를 발견하기 그 며칠 전부터 백현이와 강가로 산책을 자주 나갔다.
백현이의 비글스러움때문에 이리 저리 왔다갔다 했더니 힘에 부쳐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는 비린내는 내 코끝을 찌르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비린내가 물 비린내인 줄 알았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백현이도 궁금한 모양인지 그곳으로 갔고 나도 궁금해져 그곳을 보았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질 않으니 손을 뻗어보았다.
뭔가 미끄러웠다. 뭐지 싶어 만졌던 손을 보니 비린내의 정체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피였다.
너무 놀라 소리도 안 나오다가 사람이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우선 살리고 보자며
풀을 헤쳤다. 그리고 보인 것은 작은 크기에 육지거북이었다.
그게 종인이었다.
그것을 들어 손에 올리니 축 쳐진 것이 금방이라도 죽을 모양새였다.
그리고 너무 무서운게 껍질이 덜렁거렸다.
역시나 어린이 동심에서 나오던 거북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종인이까지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대충 수술만 시켜놓고 안데려갈려 했는데
1주일만 더 있으면 안락사 시킨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데려왔다.
어쩔 수 없이 데려온 종인이는 꽤나 잘 쏘다녔다. 거북이 치곤 뭔가 애교도 많았던 거 같다.
오라면 오고 이름부르면 멈칫하고.
종인이랑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일광욕을 필수로 해야하는 덕에 매일 정오에 나가
거북이인 종인이에 대고 뭐라뭐라 하고 싶었던 말들을 많이 쏟아냈던 것 같다.
혼자였으니까. 사람이 너무 그리웠으니까.
종인이는 그 뒤로 그냥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싫어하는 듯 보인다.
옷 벗는 것도 무서워하고.
추락한 꽃 한송이
전편에 글을 읽으면서 이상한 점을 느끼는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우리 세훈이. 앵무새인데 옥상을 못올라가는 우리 세훈이.
세훈이는 비교적 최근에 데려온 아이다.
2년 전인가? 막 오두막집에 입성할 당시에 이사하려 이삿짐을
트럭에 싣고 있는데 뭔가 내 옆에 떨어졌다.
본래 날개가 제대로 나오지 못해 날지 못하던 앵무새를
어떤 잔인한 사람이 떨어뜨렸는데 그게 바로 세훈이었다.
다행히 바로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는 끝냈지만 세훈이에게 고소공포증이 생겼다.
원래 얘도 안 데리고 가려 했는데.. 너무 불쌍해서...
세훈이가 새였을 당시에도 천장에 걸어뒀던 새장에 들어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했다.
그래서 항상 바닥에 새장을 내려놓곤 했었다.
사실 세훈이가 2층도 무서워하긴 하는데 거기 창문을 박스로 막아버려서
나름 2층은 괜찮단다. 세훈이가 가장 무서워 하는 동물이 거북이, 종인이지.
같이갈래? 한 마디면 벌벌 떠니까.
찬열이는 알다시피 애완동물은 아니었고.. 다음엔 또 즐거운 이야기나 들고 와야지.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2월 26일 목요일
날씨 : 구름 조금
다행히도 얹힌 속은 다 나았다.
오늘은 꽤나 무난했다.
알고보면 |
아픔이 많은 아이들이랍니다..ㅠㅠ 다들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에요ㅠ
암호닉입니다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나호/죽지마 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메리미/니니랑 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부농/luc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