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는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더 럽
오늘은 화요일이다.
아이들을 위층으로 보내는데 경수가 고개만 젓는다.
"왜?"
"올라가기 싫어. 다용도실에 있어도 돼? 가만히 있을게."
"음... 알았어. 정말 가만히 있어야 해."
"응. 걱정마."
경수가 다용도실에 들어가고 난 정리나 했다.
곧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주니 레이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네. 그동안 아무일 없었죠? 얼굴색도 좋은데요?"
"네! 진짜 아무일도 없었어요."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아, 타오선생님은요?"
"중요한 서류 놓고 와서 조금 늦어요.
그때까지 시간 조금 남으니까 밀린 대화나 좀 할까요?"
2월달 동안은 선생님들이 바빠서 검진을 하고 얼마 안 있어서 병원에 가셨다.
이제는 그 바쁜게 조금 나아지셨는지 밀린 대화나 하자며 웃으셨다.
"차 좀 내올까요?"
"네. 맛있게 타주세요."
"네!"
부엌으로 가 차를 타기 위해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어느새 식탁으로 온 레이선생님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애완동물들은 잘 지내나요?"
"네. 너무 잘 지내서 탈이에요."
"왜요? 우리가 올때는 아무소리도 안들리는데?"
"위층에 있어요. 주의를 좀 심하게 줘서.."
고개를 끄덕인 레이선생님이 다른 걸 물으셨다.
"요즘엔 뭐해요?"
"어제는 책을 좀 읽었어요. 준면, 아니. 그냥 책이 좀 읽고 싶어서.ㅎㅎ"
"책의 어느구절이 사로잡던가요?
마음에 남는 구절이 있었나요?"
"음.. 폭풍전야라는 말이요."
"그 부분이 왜요?"
"요즘에 너무 괜찮거든요. 아프지도 않고.."
"그거 좋은 소식이네요. 많이 나아졌나봐요."
커피포트의 불이 꺼졌다.
뜨거운 김을 내뿜는 물을 2개의 잔에 부었다.
곧 뜨거워질 잔을 보면서 레이선생님의 말을 곱씹었다.
많이 나아졌다. 글쎄, 내가 아이들 때문에 요즘 욕심이 생겨서 그런지
그렇게 좋은 위로는 되지 못했다.
갑자기 아이들에게는 하지 못하는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어졌나.
"그래봤자.. 전 불치병이니까요."
내 말을 들은 레이선생님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나을 수 있어요.
이 세상엔 난치병은 있어도 불치병은 없어요.
희망을 가지고 자신을 믿으면 얼마든지 나을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아파요?"
"아니요.."
"그것봐요. 난 당신을 믿어요. 언제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에요. 당신은 분명 나을 수 있어요.
나도 믿고 타오도 믿고 있으니까."
나를 믿는 사람이 많다.
레이 선생님과 타오 선생님. 그리고 엄마와 아빠도.
마지막으로 내 아이들까지. 아, 얘네들은 동물인가..
the love
타오 선생님이 오셨다.
기지개를 키며 신발을 벗은 선생님은 곧 우리가 앉아 있던 식탁으로 오셨다.
아, 의자 하나 더 필요하겠다.
다용도실에 간이 의자가 하나 있다.
문을 열면 경수가 있겠지?
괜찮아 선생님들 눈에는 햄스터로 보일 테니까.
다용도실 문을 여니 자고 있는 경수가 보인다.
아.. 얘 야행성이지.. 구석에 있던 의자를 꺼내왔다.
수북히 쌓인 먼지는 베란다로 나가서 털고 들어왔다.
"난 레이 선생님 무릎위에 앉아도 괜찮았는데. 고마워."
"내가 싫어."
"두분은 평소에도 같이 다니세요?"
"아니. 평소엔 남보다 못한 사이야."
레이 선생님을 째려보던 타오 선생님이 우리가 마시던 차를 힐끔 보았다.
레이 선생님이 보란듯이 마시자 콧바람을 내뿜는다.
"한 잔 드릴까요?"
"아니아니. 난 뜨거운 거 잘 못 먹어."
"그럼, 그냥 물이라도 드릴까요?"
"그래. 그게 낫겠다."
물을 꺼내 컵에 따라 주었다.
받아든 타오 선생님은 목이 마르셨던 듯 꿀꺽이는 소리까지 내며 마셨다.
"캬아.. 시원하다. 진짜 이사 좀 하라니까?"
"싫습니다. 타오 선생님 나이 더 들면 생각해 본다니까요?"
"나보다 레이선생님이 더 많거든."
"거기서 내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네?ㅎ"
함께한 시간만큼 말은 편하지 못해도 뭔가 편한 느낌이었다.
"아. 다음주부터는 다른 방법을 쓰려고 해요."
"그거 하기로 한거야? 괜찮겠어? 사실 아직 난 잘 모르겠어."
"괜찮아. 확실해. 가능성 있어."
"...뭔데요? 위험한 거에요?"
"아니. 위험한 건 아니야. 너는 걱정 안해도 돼."
"그래요..?"
불안함에 둘을 번갈아 보았다.
둘끼리 눈빛을 주고 받더니 다시 레이 선생님이 확답을 주셨다.
"일단 다음주 보고 결정할 거니까 너무 걱정 안하셔도 돼요.
말했잖아요. 믿음만 있으면 기적이 이루어져요."
"난 널 믿고. 그건 여기 계시는 레이선생님도 마찬가지니까.
천천히 차근차근 바로잡아 가다보면 건강해진 너가 있겠지."
두분 다 나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 믿음에 나도 믿음이 생겼다.
나는 분명 나을 수 있을 것이다.
간식
레이선생님과 타오선생님이 가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내려왔다.
몇몇은 위에서 잠든 듯 내려오지 않았다.
다용도실에서 나온 경수가 기지개를 키더니 자기 자리로 가서 누웠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으며 다시 자는 경수가 신비로웠다.
자고 자고 또 자다니.. 굉장한 녀석..
"주인!!!! 개가 또 나 괴롭혀!!!!"
"꺼져 붕어새끼야!!!! 낚시왕 백현님 가신다!!!"
창고엔 없는 게 없었다.
내가 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것들도 다 있었다.
그 중에서 장난감 낚시대를 가져와 종대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찍는 백현이었다.
하... 조용하다 했지..
"주인."
"응?"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응. 그거 왜?"
"나도 주인 믿어."
"알아. 나도 너희 믿어."
종인이를 보며 웃어주었다.
종인이도 그런 나를 보고 웃어주었고 그런 우리 사이에는
백현이의 낚시대가 자리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백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이랑 뭐해 종인아? 형이랑 낚시할까?
형은 강태공을 할게. 종인이는 물고기를 해."
"저거는 철 안 들어. 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찬열이에게서 들려왔다.
벌러지한테 그런 소리 들어서 좋겠다 백현아.
계단에서 소리가 들려 보니 민석이가 내려오고 있었다.
하품을 하는 민석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밍속이 귀여웡."
"....뭐래. 토나와, 웩."
오만상을 찡그리며 나를 지나치는 민석이.
그런 민석이의 팔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니 좋아하다가 흠칫한다.
"아 진짜!!!! 귀여워하지 말라고!!"
"귀엽지를 말든가. 그치 찬열아?"
"소름돋게 왜 그 질문이 나한테 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찬열이가 소파로 가서 앉았다.
소파에 찬열이랑 끼여서 앉아있는 종인이를 보니 문득
어제 일광욕을 안 했던 것이 떠올랐다.
"종인아 오늘 일광욕 했어?"
"응. 했어."
"그래? 뭔가.. 누구 없는 것 같은데... 세훈이는?"
"위에서 잡니다.."
방금 잠에서 깬 듯 비틀대며 내려오는 준면이를 잡아 준 종인이가
거실로 가서 대자로 누웠다. 그런 종인이 팔을 베고 눕는 준면이.
너네는 왜 사이가 좋은 거냐?
거북이랑 토끼인데.. 왜 좋은거지..?
그냥 둘 성격이 그나마 정상이라서 그런가?
"주인님 2층은 우풍이 너무 심합니다.. 추워요."
"그럼 세훈이 내려와서 자라 그래.
세훈이 업고 내려오는 아이 간식 주지! 특별 간식!"
쏜살같이 올라간 것은 생각 외로 종인이었다.
종인이가 재빠르게 일어난 것 때문에 머리를 바닥에 박은 준면이는
소리없이 아파할 뿐이었다.
"준면이 얘는 가끔 가다 보면 엄마 같아. 얘 중성화 수술함?"
민석이의 어이없는 질문에 멍때리다가 대답해 주었다.
"아니. 무슨 토끼를 중성화를 해."
"그럼 개는 했어??"
"아니. 백현이도 안했어.
너네들 다 안했어. 다 남자 맞아."
"형은..! 형은 뭘 그런걸 물어!! 부끄럽게!!!"
백현이가 부끄러운 듯 소파뒤로 숨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곧 종인이가 들쳐매고 온 세훈이를 소파로 던져버렸다.
깜짝 놀라 깬 세훈이가 상황 파악을 하는 듯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더 자 세훈아. 코 자자."
그런 세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서서히 감기는 눈.
곧 소파에 편하게 누워 잠에 들었다. 함정이 있다면 소파 밖으로 나온 다리 정도..?
"간식."
"종이니 오이 먹을래? 애호박 먹을래?"
"둘 다는 안돼?"
"흠.. 그래. 기분이다!"
"주인님 너무 하십니다. 혹시 저한테만 짠 편이신지?"
"오랜만에 간식 타임이나 가질까?"
"좋아!!!!!!"
어느새 일어난 세훈이도 기뻐했다.
어휴 간식이면 환장하는 놈들.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3월 3일 화요일
날씨 : 맑음
믿음
개..... |
강이 왔습니다. 개같은 개강 덕분에 지금처럼 빠른 연재가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ㅠㅠㅠ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 인터넷 간당간당해요... 오늘 부른다고 해요.. 편안하게 쓰고 싶당..ㅠ
전 편에 추천 고마워요! 누구신지 몰라도 이쁘니><
초록글 빠밤!!!!!!!!!!!!!!!!!!!!!!!>< 감사합니다!!!
암호닉♥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나호/죽지마 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메리미/니니랑 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부농/luci/알콩 새벽/꽯뚧쐛뢟/바닐라라떼/lobo12/그레이/젤리냠냠큥/똥잠/쪙만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