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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손가락 전체글ll조회 2313l 3

 

Piano Concerto  

No.3 2nd mov 

 

 

 

(BGM- 늑대소년ost-나의 왕자님(piano ver))

 

W. 두번째손가락 

  

  

  

  


22. 

 

 

" 조별로 나눠드린 번호표를 왼쪽 가슴에 부착하신 후, 호명하는 데로 나와서 연주해주시면 됩니다. "

 

조교가 나가고 진환은 손에 든 번호표를 만지작거렸다. 옆에는 준회가 같은 번호표를 가슴에 붙이고 웃어 보였다. 긴장돼?

진환은 고개를 저었다. 긴장보다는 묘한 설렘과 걱정이 앞었다. A클래스인 학생이 D클래스와 짝을 이뤄 협연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둘의 순서는 다른 조보다 조금 밀려났다.

그에 대한 불리함이 있지 않을까. 그동안 숨어 살아온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준회까지 망칠 수는 없어.

진환은 손을 더듬어 번호표를 붙였다. 30분쯤 지났을까. 조교가 들어와 그들의 번호를 호명하고, 진환은 멍하니 앉아 일어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준회가 손을 내밀자, 베여있는 땀을 허벅지에 문지르곤 그를 잡았다. 그의 팔이 진환을 힘껏 일으켰다. 우리들의 백조, 들려주려 가야지.

 

" 피아노과 2학년 D클래스 김진환 군, 첼로과 1학년 A클래스 구준회 군. 맞나? "

 

작은 공연장 좌석에는 평가를 맡게 된 교수들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그들의 평가를 듣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A와 D의 조화라는 것이 신기해서, 4분 33초라 불리던 김진환이 제대로 된 연주를 한다기에 혹은 그저 구준회의 연주를 듣기 위해.

다양한 이유들이 관객들을 두 사람의 <백조>로 이끌었다. 준회는 관객들을 대충 둘러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건방진 대답이었지만, 교수들도 그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과연 자네가 A클래스 구준회로군.

옆에서 작은 동물처럼 파르르 떨던 진환은 준회의 끄덕거림에 함께 열심히 고갯짓을 했다. 교수들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그래, 과연 자네는 D클래스 김진환이군.

흥미로운 조합에 교수들 또한 눈을 빛냈다. 시작하지. 한 교수의 말에 진환이 피아노 앞에 앉았고, 준회는 다리 사이 첼로를 끼고는 진환의 시작을 기다렸다.

어두운 홀 안에서 커다란 조명 하나만이 두 사람을 비추었다. 관객들의 숨소리가 잦아들 때쯤 연주는 아주 부드럽고, 매끄럽게 시작됐다.

줄곧 건반만 보던 진환은 고개를 들고 제 파트너를 보았다. 연주하면서 마주치는 시선은 몇 번이고 연습했던 그것과 같았지만, 동시에 달랐다.

그들의 백조는 우아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움직였다. 담담한 연주임에도 풍겨오는 분위기는 연주를 포장하는 다른 기교보다 뛰어났다.

짧은 연주의 끝에도 관객들은 끝난 줄을 모르고 아무런 말도,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진환과 준회가 인사하자, 정신을 차린 교수 하나가 입을 열었다.

 

" 자네들.. 연애하나? "

" 예? "

" 하하하! 농담일세.. 아니..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라.. 백조를 이런 식으로 들어본 건 처음이라 말일세. 안 그런가, 이교수? "

" 그러게 말입니다. 세레나데를 듣는 줄 알았습니다. 특이하네요. "

 

농담이 섞인 말이었지만, 진환은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져 허리 굽혀 인사했다. 가.. 감사합.. 근데 연애는.. 어어..

 

" 남녀 파트너였다면 당장에라도 연애하라 놀리고 싶구먼. "

" 어쨌든 둘 다 사랑에 빠진 상태인 건 분명하네, 하하. 그렇지만 곡 해석을 우선시로 했다면 더 좋았을 걸세. 희한하게 궁합이 잘 맞아 듣기엔 훌륭했지만. 혹시 같은 여학우를 좋아하고 있나? "

" 아.. 아닙니.. "

" 구준회 군은 학원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고. 김진환? 자네는 매번 허탕을 치더니 제법이군. " 

" 감사합니다. "

 

두 사람이 다시 허리를 굽혀 인사하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교수들은 허허 웃으며 연신 사랑 탓으로 그들의 협연 궁합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기실에 돌아 오자마자 진환이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 옆에 준회가 앉자 진환의 몸이 조금 흔들렸다. 큼, 큼. 하고 어색한 기침이 흘러나왔다.

저희들끼리는 농담이었겠지만, 연주에서 그런 티가 났다는 사실이 민망했다. 진환이 어색함에 몸서리치는 동안 준회가 말했다. 그도 조금은 민망한 얼굴이었다.

 

" 그.. 어쨌거나.. 수고했어.. "

" 어어? 어..! 너도! "

" 월말평가. 이번에 너한테 중요한 거였는데 실수는 없어서 다행이네. "

" 네가 잘해줘서 그래.. 고마워. 수고했어. "

 

준회가 고개를 돌려 진환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눈에서부터 콧날을 따라 흐르는 선이 그의 연주만큼이나 매끄럽다. 예쁜 옆모습이다.

그 시선이 간지러워 진환은 볼을 긁적이다 그를 힐끔거렸다. 그러다 붙잡힌 시선에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저를 보던 눈이 서서히 풀리고, 떨어져 있던 얼굴이 점점 다가온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머리가 백지가 되어버린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준회의 숨결이 코 끝에 닿자 진환의 눈도 반쯤 감기기 시작했다. 닿는다..

 

" 워후!!! Bro!!! "

" ?! "

" 와~ 진짜 잘하더라! 내가 들은 백조 중에 최ㄱ.. 아니지, 최고는 아니었지만 두 번째로 잘했어! 최고는 빈이가 쳤던 백조였.. 엉? 근데 너네 왜 그러고 있냐, 둘이 싸웠어? "

" ... 당장 꺼져. "

 

갑자기 지원이 문을 열고 나타나자 닿으려던 입술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당황해서 저 멀리 소파 양 끝으로 밀려난 두 사람은 해맑게 웃는 지원을 노려 보았다.

눈치 없는 새끼. 준회의 욕설에도 불구하고 지원은 둘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아 호탕하게 웃었다.

곧 한빈이 올러가는 궁금하지도 않은 소식을 지껄이며 여전히 붕대를 맨 손을 휘적거린다. 그가 말할 때 나오는 큰 제스처에 붕대가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 너, 월말평가는? "

" 나야 못 봤지. 손 꼬라지가 이런 걸. "

" 자랑이다. 그 와중에 클래스 떨어지면 회장님 표정 볼만하겠는데. 그 나이 먹고 반항하냐? "

" 그 얘긴 꺼내지 말지. "

 

웃으면서 말하는 지원의 목소리가 굳어있다. 진환은 혼자만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에 눈을 굴리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다가와서는.. 입술이 부딪힐뻔 했는데..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때야 눈이 가려져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고..

준회를 쳐다보자 말하고 있는 입술만이 눈에 보인다. 그깟 붉은 살덩이가 뭐라고 이렇게 떨리는 건지.

저도 모르게 제 입을 막고 있던 진환은 한빈이 찾아와 왜 그러냐 물을 때까지 손을 푸르지 못 했다. 부끄럽다.

한빈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 얼굴에 지원이 다가와 마구 부비적댔다. 지치지도 않는지 벌써 질렸을 법한 한빈의 얼굴을 잡고 요리조리 뜯어본다. 한빈이 피식 웃었다.

 

" 시험도 못 보고.. 형은 구제불능이야. "

" 그럼 네가 구제해줘. "

" 내가 어떻게? "

" 이렇게. "

 

지원의 손이 한빈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당기자 그 둘을 지켜보던 진환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어어..? 눈을 덮은 온기에 그 손이 준회의 것임을 알아챘다.

... 내가 무슨 19세 미만 관람불가를 보는 것도 아니고.. 질척거리는 소리에 차마 투덜대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저 두 사람은 우리가 있는데도 잘만 하는구나. 그에 비해 방금 전 지원이 들어오자 화들짝 놀라 떨어진 제 모습이 떠올랐다.

진환은 괜히 자존심 상해 눈을 덮은 준회의 손을 끌어내렸다.. 가 혀가 얽히는 두 사람을 보고 다시 올렸다.

준회가 중간에 '그만 방해하고 꺼져' 라고 하지 않았다면 밤새도록 입을 부벼대고 있었을 것 같다. 겨우 입술을 떨어뜨린 지원이 다급한 얼굴로 한빈의 팔을 이끌었다.

한빈은 조금 붉어진 얼굴로 진환에게 수고했다며 토닥인 뒤 지원을 따라 사라졌다.

대체 왜 온 거야? 투덜거리는 준회의 말에 진환은 대답하려 적당한 단어를 찾다 포기했다. 그 어떤 말도 어색해.

아직도 가려져 있는 시야에 진환은 유일하게 노출된 입술을 혀로 축였다. 목구멍 뒤로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 그 소리도 민망하다.

그때처럼 입술이 다가올까. 아니나다를까 가까워지는 기척에 진환이 천천히 제 시야를 가린 손을 내렸다. 대신 그의 얼굴이 눈을 멀게 만든다. 긴장돼?

연주하기 전 질문을 그가 다시 묻는다. 이번에 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 항상. "

 

준회가 웃으며 장난스레 그의 코에 제 코를 부볐다.

 

" 연주보다? "

" ... 그 어떤 연주보다. "

 

나도 마찬가지야. 맞닿았던 코가 엇갈리고 조금 더 아래쪽의 피부가 맞물렸다. 저절로 눈이 감겨왔다.

 

 

 

 

 

 

 

 

 

 

" 조별로 나눠드린 번호표를 왼쪽 가슴에 부착하시고.. "

" 형, 안 지겨워요? "

" 부.착.하.시.고. 호명하는 데로 나와서.. "

" 지겹겠네- 조교 대신이라 했나? 갑자기 왜 배탈이 나셨대? "

" 새끼야, 빨리 대기나 해. "

 

기계처럼 멘트를 내보내던 남자의 입이 순식간에 짓이겨져 거친 욕설을 뱉었다.

자신에 의해 일그러진 표정이 만족스러웠는지 찬우는 웃으며 번호표를 아무렇게나 붙이고 의자에 앉았다.

찬우 옆에는 B클래스 학생이 눈치를 보며 조심조심 번호표를 붙였다. 남자는 차트를 넘기다 말고는 학생을 보고 눈썹을 움찔거렸다.

그 광경에 찬우가 신이 나서 삿대질까지 하고는 B클래스 학생에게 호들갑을 떨었다. 저거 봐, 저거! 저 형 눈썹 완전 신기하지 않아?

 

" 정찬우, 네가 언제부터 이 친구랑 친했냐. "

" 음.. 일주일 전부터? "

" 너 진짜 똑바로 안 할래? "

" 제가 뭘요? "

 

남자의 매서운 눈빛에 찬우는 동그랗게 뜨고 왜요? 하곤 되물었다. B클래스 학생은 거의 울듯한 얼굴이었다. 찬우가 긴장했어? 라며 어깨에 손을 얹자 고개를 젓는다.

 

"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애랑 연주하는 건데? "

" 윤형이 형이 안 놀아줘서요. "

" 네가 애야? "

" 어째 오케에 들어오고 나서 사람이 까칠해졌단 말이지.. "

" 내 말 듣고 있어? "

" 민호 형. 다른 조는 보러 안 가요? "

 

거참 되게 시끄럽네. 찬우가 귀 파는 시늉을 하자 '민호' 라 불린 남자의 짙은 눈썹이 위로 쑥 올라갔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태도다.

가슴팍에 붙은 '28' 이라는 숫자가 호명되자 찬우가 B클래스 학생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대기실을 나섰다.

그 모습을 아니꼽게 쳐다보던 민호는 벽에 기대 그의 연주를 기다렸다. 듣고 갈까. 다음 조를 부르러 갈때까진 아직 시간이 있다.

오케스트라 플룻 정찬우. 그 실력은 유명하지만..

 

" A클래스 플룻과 정찬우 군. "

 

찬우가 감흥 없는 표정으로 플룻을 들었다.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자신의 파트너가 피아노 앞에 앉아 떨고 있지만 찬우에겐 그다지 눈에 차는 광경이 아니었다.

찬우는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윤형은 없었다. 새삼 기대할 일도, 실망할 일도 아니었다. 피아노 반주가 울리자 플룻을 들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연주는 박자도, 흐름도 완벽했다. 연주를 듣는 교수들의 표정이 묘하게 붕 뜨며 찬우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분명 듣고는 있는데, 듣고 있지 않은 느낌. 무대 뒤편에서 그를 보던 민호가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고쳐지질 않는군.

 

" 정.. 찬우 군. 이걸 참.. 매번 뭐라 해야 할지.. "

" 항상 말했죠. 정찬우 학생에겐..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

 

찬우는 제 옆에 병풍처럼 서 있는 파트너를 흘끗 보고 다시 교수들을 보았다. 아침 드라마보다 뻔한 대사들은 찬우의 머릿속에 이미 나열되고 있었다.

문제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내 문제겠지. 스스로의 말장난이 우스워 입술이 비죽거린다.

그의 딴 생각을 알리가 없는 교수들은 고개를 숙인 찬우가 최대한 상처받지 않는 방향으로 말하기 위해 진땀을 뺐다.

 

" 열정이.. 연주에 대한 애착이 느껴지질 않아요. 이건 연습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

" 더 노력하겠습니다. "

 

복사기로 찍어낸듯한 말투. 찬우는 대충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대기실로 돌아왔다.

나가지 않고 저를 기다린 양 의자에 앉아 있는 민호를 보고 의외라는 듯 놀란 눈을 했다. 형이 내 연주에 취미 있는 줄은 몰랐네?

 

" ... 넌 연주를 뭐라 생각하는 거냐. "

" 밥줄? "

" 밥줄은 될 거라 생각해? 그 연주로? "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요. 음악과 연주에 대한 철학이라면 저기 앉은 교수님들과 실컷 하시길. "

 

플룻을 매고 대기실을 나가려는 찬우는 아차, 하고 멈춰 서 번호표를 떼어냈다.

물끄러미 '28' 이라는 번호를 보던 찬우는 그를 구겨 저쪽 벽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끈적이는 접착 부분이 벽에 붙어 어정쩡한 모양새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까칠한 놈이었나? 민호가 구겨진 번호표를 주워 휴지통에 넣었다. 이름 모를 B클래스 학생은 일찌감치 자리를 뜬 후였다.

어디서 저런 무존재감을 데려온 건지. 그렇게 못하지도 않아 피해는 주지 않지만, 뛰어나지 않아 찬우의 실력이 저절로 돋보이는, 그런 연주였다. 상상이상으로 영악하다.

 

" ... 형은 몇 살 때부터 트럼펫 했어요? "

" 뭐? "

" 난 7살 때부터였어요. 플룻 연주한 건. 뭐, 다른 사람들은 더 일찍 시작하기도 하지만. "

" ...... "

" 그때. 확실할 수 있었을까요? 이게 내 인생이 맞는지. 젓가락 잡는 법도 겨우 배울 그 나이에 말이에요. 형은 확실할 수 있었나요? "

" ... 플룻이 싫은 거냐. "

" 아뇨. "

" ...... "

" 그래서 더 슬프네요. "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을 만큼. 사랑하는지 싫어하는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니까.

도저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의 동반자를. 나는 시간이 갈수록 알 수가 없어요.

어쩌면 그래서 계속 멋대로 사람들을 휘두르고 다니는 걸지도 모르죠. 대리만족이라 해야 하나. 아무도 이해하려 하진 않지만.

찬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푸념할 생각은 없다. 이젠 플룻을 왜 연주하는지도 모르겠다.

 

" 윤형이 형은 뭐 하려나. '

" ... 윤형인 아까 끝났어. 피아노 연습실 간다고 들었어. "

" 신기하네. 그렇게 좋을까요? 형도 트럼펫이 그렇게 좋아요? "

 

당연한 걸 묻는 건가.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는 게 어떻게 당연한 거지. 오래될수록, 그것은 기이한 집착이 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이상한 걸까.

 

" ... 너도 알게 될 거야. 내가 보기엔 너도 플룻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

" 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요. "

" 말은 그렇게 해도, 플룻을 놓질 못하잖아. "

" ...... "

" 넌 잠시 지친 것뿐이야. 사랑에 권태기가 오듯이. "

" ... 낭만적이시네. "

 

찬우가 뒤를 돌아 문 밖을 나섰다. 어깨에 매여 있는 플룻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졌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연주는 아주 특이했다. 민호는 제 귀를 의심하며 명단에 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조교가 불러 놓고 가버린 조인가. 첼로과 주준회. 피아노과 김진환. 비록 팀은 다르고, 라이벌 관계에 있는 이들이지만 연주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들만의 연주가 끝난 뒤 관객석을 보자 관객들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같은 학생임에도 동경과 부러움에 가득 찬 눈빛, 교수들은 뿌듯한 얼굴로 두 사람을 보았다.

연애하는 것이 아니냐는 한 교수의 질문에 두 사람의 얼굴은 누가 더 어떻다 할 것 없이 붉어졌다. 그저 장난일 뿐인데도 심하게 당황하는 모습은 꽤나 순수해 보였다.

이젠 강승윤 못지않은 기세로 이름을 떨치는 저 유명인사들이 경연에선 뭘 보여줄까. 대기실로 돌아가는 두 사람에 민호도 발걸음을 옮겼다.

인사 정도는 해도 되겠지. 물론 반기진 않겠지만. 두 사람의 대기실로 향하자 한빈이 막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민호는 그에 멈칫하여 문 앞을 서성였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졸지에 엿듣는 꼴이 되었다. 문틈으로 보이는 대기실에는 지원도 함께였다. 얘넨 뭐 저렇게 떼거지로..

 

" 네가 구제해줘. "

" 내가 어떻게? "

" 이렇게. "

 

겹치는 입술에 민호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뒷걸음질 쳤다. 방금 뭐지? 왜...?

대기실 안에서 입술을 부딪히고 있는 두 사람은 분명 한빈과 지원이 맞았다.

 

" 미친 새끼들.. "

 

혀가 섞이는 광경에 민호의 인상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달뜬 숨을 내쉬며 나오려는 모습에 민호는 급히 코너 쪽으로 몸을 숨겼다.

다시 찾은 문틈에서 이번엔 진환과 준회의 모습이 보였다. 가지가지 한다. 당장에라도 토악질이 나오려는 목을 움켜쥐고 민호는 발을 돌렸다.

저 유명인사들이 경연에선 뭘 보여줄까, 참 궁금했는데. 그 이상을 구경하게 되다니. 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오케스트라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들이다. 소름이 끼친다.

팔을 쓸어내리며 복도를 급하게 걷는 발걸음이 바빴다. 급하게 걷던 몸뚱아리는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상대방과 사정없이 부딪혔다.

정신적인 충격에 이어 다가온 육신의 충격에 민호의 몸이 비틀거렸다.

 

" 형..? 괜찮으세요? "

" 어.. 윤형이 너 왜 여깄.. 아까 연습실에..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

" 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은데.. "

" ... 더러운 꼴을 봐서.. "

" 더러운 꼴? "

 

민호가 고개를 틀어 대기실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가 던진 시선의 끝에는 이제 막 대기실 밖을 나서는 준회와 진환이 있었다.

두 사람과 민호를 번갈아 보던 윤형이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올렸다. 그렇게 아니라고 발뺌하더니, 내 말이 맞네. 증명될 날이 올 줄 알았지.

 

" 아.. 씨.. 내가 뭘 봤는 줄 알아? 저 새끼들.. "

" 아뇨, 형. "

" 어? "

" 안 봐도 알 것 같아서요. "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윤형이 악보로 가려 보았다. 딱 이렇게. 내 음악에서 사라져 줬으면.

 

" 형, 이건 좀 알려야 할 사실이 아닐까요. "

" 어? 뭐? 어떻게..? "

" 글쎄. 솔직히 저쪽 오케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본인 단원들은 알려나. "

 

신성한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말야. 안 그래요? 윤형의 말에 민호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지나치게 친한 줄로만 알았던 지원과 한빈이.. 더불어 전혀 예상 못 했던 진환과 준회까지..

윤형이 어깨를 으슥였다. 어딘가에서 보던 제스처인데.. 비스듬히 찬우의 모습이 겹쳐 보여 민호가 눈을 비볐다.

 

" 너무 복잡해 하지 마요. 소문 퍼지는 건 쉬우니까. "

" 아, 개더럽네. 진짜.. "

 

그러게요. 더럽네요, 정말. 그러길래 봐주는 만큼만 기어오르라니까. 윤형이 들고 있던 악보를 내렸다.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두 사람에 윤형이 만족하듯 빙긋 웃었다. 내일 보자, 진환아.

너희들 스스로 흘려 놓은 소문 속에서. 나는 널 몇 번이고 만나게 되겠지. 물론 전혀 알지 못 했던 네 새로운 모습까지 말야.

 

" 소문은 무섭죠. 전혀 다른 사람을 만들어 버리거든. 그게 사실이던, 아니던 사람들은 관심 없어요. "

" ...... "

" 가요. 우린 또 우리 연주를 해야죠. "

 

내일이 기대되네요.

 

 

 

 

 

 

 

 

 

 

 

 

 

 

Student ID

[iKON/준환/바비아이] 피아노 협주곡 3번 2악장-22 | 인스티즈

 

Name : 송민호(Song Min Ho)

Student ID : A03_0912

Grade : 3

Major : Trumpet

Class : A

 

 


 

두번째손가락/암호닉

개강.. 개학......ㅎ.... 정상적인 연재가 개미똥만큼도 지켜지지 않았군요..

패기 쩔었는데 현실은 오티부터 과제크리 던져주시는 교수님들~ㅎㅅㅎ~

여러분 그..그래도 연중은 안할겁니다. 저도 노력중이에여... 흑... 조금 늦어도 봐주세여..

 

[암호닉]

: 감기조심하시떼ㅠㅠ 봄인데도 날이 많이 춥네요. 차가운 자취방....☆

 

김지원, 텐션, 휴지, obsession, 보나, 짜잔, 잔디, 레모나, 아이린, 맨날밥이야,

주비, 곰탱, 무쿠노리, 수면바지, 풀잎, 콘콘, 구코콘, 구구콘, 가디언, 콘수니친구

주난, 구만세, 월요병, 땡땡이양말, 향, 공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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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수면바지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 못보고 있다가 지금ㅠㅠㅠㅠ확인했는데ㅜㅠㅠㅠㅠㅠㅠㅠㅠ짱짱 기다렸어요...♥아 준환이랑 바비아이랑 둘다 설레 죽을 것 같아요ㅠㅠㅠㅠ준환이들은 연주하는 것 부터 설레고 바뱌는 키스하면허 어후 와오 ..!!(중간에 밥씨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민호야...윤형아...아...제발..ㅠㅠㅠㅠㅠㅠㅠㅠㅠ민호가 포비아라뇨..ㅠㅠㅠㅠㅠㅠㅠ무슨 일이 일어나든 잘 풀릴거라 믿어요..ㅎ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ㅠㅠ사랑해요♥♥
9년 전
독자3
콘콘이에여! 분명 아 달달하다- 생각하면서 내려왔는데 도대체 이건..?! 송민호가 악역이라뇨.... 잘 어울린다. 왜지?ㅋㅋㅋㅋㅋㅋ 이 두 송씨들이 문제네요. 나빴어ㅋㅋㅋㅋ 천천히 오셔도 괜찮으니까, 천천히 오세요! 다음 화에서 뵈요!
9년 전
독자4
휴지입니다!
ㅠㅠ작가님 저 2학년이 됐어요ㅠㅠㅠㅠ완전 뜬금ㅋㅋㅋㅋㅋㅋ진짜오랜만에 봐서 너무 기분잌ㅋㅋ좋네요!!
준회항 진환잌ㅋㅋㅋㅋㅋ사귀냐고했을3ㅐ 연주가 어땠을까 상상하게될 정도로 오늘 너무 달달허네요ㅠㅠ 이와중에 한빈이랑 지원이가 마우스 투 마우스하는데...저는 연애를 여기서 대신느4ㅣ나봐욬ㅋㅋㅋ큐ㅠ 찬우가 윤형이를 서...솔마 동경이나 그러지는않을태고ㅠㅠ 뭐3ㅐ문에 윤형이를 찾는지...궁금해지네요! 다시 정독하러 가야 겠습니닼ㅋㅋㅋㅋ정주행하고 올게요♡

9년 전
독자5
향이에요 윤형이가 점점 무서워지는것 같아 걱정이에요 한편으로는 좀 무섭기도 하고요 준회가 진환이에게 하는 행동은 항상 설레고 기분 좋고 그러는데 우리 동혁이는 어찌 됐을까 또 한편으로는 걱정되고 그러네요 :)
9년 전
비회원10.147
안녕하세요 곰탱이에요!!!으아아유ㅜㅜ.일단 작가님글 봐서 저지금 기분상태 매우 행복함..ㅎㅎ 하..소문또 안좋게나서 단원들이랑 대판 흩어지고 그런건 아니었으면 좋뎃습니다...ㅠ 민호는 포비아인가...ㅠ 으아아아 윤형이는 찬우와 합주할거 같앗는데..흠..ㅋㅋㅋ아 이번 클래스 바뀌는거에서 동동이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네요... 하동동이너무 애잔해...ㅠ 다음글도 열심히기다릴께용♥
9년 전
독자6
obsession이에요ㅠㅠ
저오늘 복도에서 휴지랑 심각하게 작가님 실종...? 아프신가...? 아님 피아노 텍스트를 날리셨나? 하며 되도않는 추측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그정도로 너무 보고싶었고 기다렸다는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진짜죽는줄..ㅠㅠㅠㅠ 1시에 집에와서 맨날 쪽지확인하고 실망하고... 근데오늘 뙇!!!!!!!!! 진짜 행복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데일단 공연이 잘 끝나서 진짜 다행이고 진환이가 장하기까지하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하다 김지난ㄴ!!!!!!!!!! 바뱌도 사랑이고 .....♡ 행보케요 너무좋아요 오호호 근데송미노...민호군이 ㄱ보게될줄은..ㅠㅠㅠㅠ또 윤형이도 너무 무서워욥.... 아휴ㅠㅠㅠㅠ좀행복하나했더니 또 시련이....☆ 우리준환이들 잘이겨내길 ㅠㅜㅠㅜㅜㅠㅜㅠㅜㅠㅜ 오늘도 잘ㅈ보고가욥!!!!!!♡

9년 전
독자8
풀잎 이에요..! 작가님이 며칠 째 안오셔서 실종 더ㅣ셨나 했네요.. 교수님이 서로 사귀나? 할 때 아빠미소가..! 으어어어어 이런거 좋아합니다! 우리 준환과! 바비아이는! 어떡할까요..ㅜㅠ 아주 열정적인(?) 시간을 갖다가! 걸려버렸엉..! 으어엉..! 작가님은 금손.. 사랑합니다!
9년 전
독자9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우리 준환이들 여전히 풋풋하고 좋네요 바비아이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윤형이가 무슨짓을 하려는걸까요?ㅠㅠㅠㅠ다음편이 궁금하네요ㅠㅠㅠ
9년 전
독자10
마이노가 호모포비아라니!!! ㅜㅜㅜㅜㅜㅜ 그나저나 바비아이씬을 제대로 목격한 마이노와 준회의 눈을 사고싶네여 ㅜㅜㅜㅜㅜ 저 가디언이에여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해여!!
9년 전
독자11
잔디에요 ㅠㅠ 봤던건데 너무 오랜만에 신알신와서 앞에꺼 다시 보러왔어요 제가 댓글도 안 남겼었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
다음편 보러 갑니다 슝슝 ㅠㅠ

8년 전
독자12
윤형아 뭐하게..... 하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3
헐 므야므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소문퍼져서 울애들힘들게하려는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다면 격환영!!!!!!! 애들이힘들어지면 둘사이는 더 끈끈해지자낭ㅎㅎㅎㅎㅎㅎㅎㅎ 나만이런고좋아하냐ㅋㅋㅋ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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