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3 2nd mov
(BGM- Kish-비오는 날이면) W. 두번째손가락 24. " 얘기 좀 해. " 날씨가 좋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바로 귓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진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먹한 우유빛깔의 하늘은 토해낼 듯 토해내지 않는 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 꼴이 꼭 제 모습 같았다. 너는 무엇이 무서워서 구름 뒤에 숨어있니.나는 내 앞의 두려울만치 사랑스러운 존재 때문에. 이 존재 때문에.. " ... 할 말 없어. " 주변에서 웅성이는 사람들을 빠르게 훑어본 진환이 준회를 스쳐 지나갔다.김진환. 낮은 목소리로 부르며 손목을 감아오는 그의 손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쳐다보았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까진 할 수 없었다.진환은 자신의 손목을 잡은 하얀 손을 떼어내지도, 붙잡지도 못하고 돌처럼 그 자리에 굳었다. 그의 피부만큼 하얀 소매가 눈에 띄었다.준회는 오늘 흰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우습게도,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은 아름답지 못했지만, 진환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잘 어울려. " 태도 확실히 해. "" 무슨.. "" 몰라서 물어? "" 몰라. 모르겠어. 이것 좀 놔줘.. "" 내 눈 봐. "" 싫어..!! " 그만큼의 강한 부정은 처음이었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마, 준회야. 나를 잡지 마. 뿌리친 손을 다시 잡을 수 없을까 두려웠지만, 진환은 여전히 그의 손끝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눈을 보면, 그의 눈을 보면 당장에라도 품에 파고들 것 같았다. 그를 안아주기엔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머뭇거리는 손끝을 보다가 뒤를 돌았다.나는 저 시선들이 무서워. 저들로부터 너를 지킬 수 없어. 그의 손을 쳐내고 무작정 정신없이 달렸다. 누군가와 부딪혔을 땐 이미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 뒤였다. 사과하려 고개를 든 진환의 눈앞에는 지원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왜 그래? 물어오는 지원에게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방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차마 쳐다보지 못 했던 준회의 얼굴을 그려보았다.상처받았을까. 나를 원망하는 눈빛을 하고 있었을까.. 때마침 빗물이 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둘씩 이어지는 빗줄기는 창을 타고 빠르게 흘러내렸다. 비가 쏟아진다. 무릎을 감싸고 그 위에 얼굴을 묻었다. " 비.. 맞으면 안 되는데.. " 네 하얀 손끝에. 그 어떤 것도 고이지 않았으면. 진환이 달려왔던 길을 따라가다 보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원은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왼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펼쳤다.그러자 저 멀리서 하얀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울며 뛰어오는 김진환에 우산 없이 서 있는 하얗고 기다란 실루엣이라..지원이 의미 없는 숨을 내쉬고 실루엣 가까이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지원의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인물이 빗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머리카락부터 뚝뚝 흐르는 빗물이 처량 맞다. 지원이 우산을 내밀자 멍한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 형.. "" 엉.. 어? 뭐라고? "" .. 술 사줘. "" 지금 형이라고 부른 거냐? " 곧 있어 아이처럼 어깨에 기대어 오는 준회에 지원이 어색하게 팔을 들어 등을 두드렸다. 꼭 술 못하는 것들이 술로 풀려고 하지.지원의 말에 준회는 아무 말도 없이 얼굴을 묻었다. 지원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솔직해지면 될 줄 알았어. "" ...... "" 나로서는 최선의 솔직함이였으니까. " 맑고 알싸한 액체가 작은 잔을 가득 채웠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는 쪽은 평소와는 다르게 준회가 아닌 지원이었다.지원의 재잘거리는 입술이 꾹 닫혀있는 모습은 아니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말없이 술잔을 채운 지원이 먼저 잔을 들자 준회가 어색하게 그 행위를 따라 했다.잔이 부딪히는 소리는 그것을 채우는 액체만큼 맑지는 못 했다. 듣는 귀마저 탁해진 것일까. 혹은 탁해진 마음 때문인가.서로 눈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다른 누군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입으로 꺼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 솔직함이 최선이었던 거야, 최선이 솔직함이었던 거야? "" 최선의 솔직함. "" 그럼 너는 아직 뭣도 모르는 거야. "" 그러는 형은? " 지원이 잔에 있는 액체를 단번에 들이켰다. " 솔직함은 최선이 될 수 없어. "" ...... "" 최선이 솔직함이여서도 안되지. "" 그럼 대체 뭐가 최선인 건데. " 내가. 도망치기만 하는 김진환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준회의 말에 지원이 멍하니 술잔을 바라보았다. " 김진환이 도망쳐? "" 그래. "" 너를 피해? "" 그렇다고. " ... 꼭 누구 같네. 지원이 중얼거리고 술병을 들어 다시 잔을 채웠다. 붙잡는 사람과 피하는 사람. 잔뜩 엉켜버린 기분이다.내가 어쩌다 김한빈을 피하게 된 거지? 빈이도 이런 기분일까. 눈앞의 준회의 모습이 한빈과 겹쳐 보여 지원이 눈을 부볐다. 빈이도 나를 이렇게 답답해할까. 피한다고만 생각할까. 하지만 솔직할 수 없다. 진실을 말하면 네가 나를 원망할 테니까. 네 꿈을 막은 나를 더 이상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테니까. 잔이 넘치도록 술을 따르는 지원의 손을 준회가 겨우 붙잡았다. " ... 김한빈이랑 무슨 일 있지. "" ...... "" 그쪽은 형이 피하는구나. "" 그렇게 되나.. "" 답답하긴. " 준회가 술잔을 기울여 홀짝였다.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 반도 비우지 못한 잔을 저만치 치워버렸다. 취하고 싶은데 술을 마시기 싫은 것은 참 난감한 기분이다.대체 피하는 이유가 뭐야. 하고 물어도 지원은 술잔만 비울 것이 뻔했다. 평소에나 저렇게 얌전할 것이지.. 정작 술을 사달라 한 자신은 마시지도 못하고 지원만 연거푸 잔을 비워냈다. 말이 없는 지원은 예상보다 훨씬 적응이 되질 않았다. " 형의 최선은 뭐였는데. "" ... 침묵. "" 침묵하면 김한빈이 형을 알아준대? "" 몰라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피해주고 싶지 않으니까. "" 대체 그 피해라는 거. 누가 정하는 건데. " 다시 술병을 기울이는 지원의 손에서 준회가 병을 빼앗았다. 병을 빼앗긴 지원이 그를 아니꼽게 쳐다보자 준회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붙잡는 자와 피하는 자. 피해를 피하려는 것은. 결국 피하는 자가 아닌가? 준회가 술병을 테이블 중앙에 두었다. 지원은 그것을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움찔거리는 손이 무릎 위에서 작게 주먹 쥐었다.화가 나서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다만 준회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피해 입는 건 누가 정하는 게 아니야. 내가 진실을 말하게 되면 그제야 나타난다고.. 그 피해가.. "" 그래. 누가 정하는 게 아니야. "" ...... "" 그니까 형도 정할 수 없어. "" ...... "" 모르겠어? 진실을 말한 뒤, 피해를 입건, 상처를 입건. 그건 김한빈도, 형도 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 준회가 멀찌감치 치워두었던 술잔을 가져 입에 털어 넣었다. 술은 방금 전과 달리 묘하게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졌다.준회는 가만히 굳어 눈도 깜빡이지 않는 지원을 보다가 술병으로 잔을 채웠다. 술은 바닥을 보일 만큼 비워졌다. 그만큼 둘 사이에 남은 대화도 끝을 보이는듯했다. 애초에 대화가 필요한 것은 둘 사이가 아니었기에.준회의 손가락이 술잔을 더듬었다. 둥근 잔이 파고드는 손가락은 아무리 꾹꾹 눌러도 아프지 않다.둥근 존재는 살에 파고들어봤자 이렇게도 무딘데, 어째서 둥근 김진환은 이렇게도 아픈 걸까. 내게 파고든 적도 없는데. " 네 말대로 피해를 입는 것도, 상처를 입는 것도 내가 정하는 게 아니야. 그치만.. "" ...... "" 그치만.. 진실 후에 끝이 있을 수도 있잖아. 더 이상의 무엇도 남질 못하면 어떡해. 어? 김한빈이 나를 버리면.. 그러면 안 된다고. 나는.. 그렇게 끝내버리면.. "" 야, 김지원. "" ...... "" 형은 왜 김한빈의 결정까지 멋대로 결론내는 거야. " 준회가 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볼이 조금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술을 못 마신다는 것은 여러모로 저주받은 체질이다.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채워두었던 술잔을 비웠다. 멍청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지원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전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진환과 지원은 이상한 구석에서 닮아 있었다. 속으로 끙끙거리고 피해주고 싶지 않아 무조건 감추고 피한다.답답해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상대방은 생각도 안 하고. 그러니까.. 진실이 뭐가 됐든 상처 입는 건 네가 결정할 게 아니라고. " 말할 기회라도 달란 말이야.. 도망치지 말고. " 피해 입는 것도, 상처 입는 것도 상관없으니까. 제발 나를 피하지 말라고. " .. 넌 지금 김진환한테 제일 하고 싶은 말이 뭐냐. "" 사랑해. "" ...... "" 사랑해. "" ... 언제부터 그렇게 박력 넘치는 놈이 된 거야.. 단호한 새끼. "" 이 이상 표현할 말이 생각이 안 나. " 네가 첼로만 켜고 책을 안 읽어서 그래. 중얼거리는 지원의 말에 준회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너보다는 책 많이 읽었다에 내 첼로를 건다. " ... 야, 근데.. "" 뭐. "" 빈이도.. 나한테 그렇게 말해줄까. "" ...... "" 응? "" 지금까지 뭘 들은 거야. " 준회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기다란 몸뚱이가 불안정하게 휘청이다 이내 균형을 잡았다. 별로 취하진 않았어. 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준회를 붙들고 지원이 다시 물었다. 빈이.. 빈이도 나한테 그렇게 말해줄까? 사랑한다고.. 진실을 말해도 그렇게 나를 생각할까?소매를 붙든 지원의 손을 팽개치고 준회가 식당 문을 나섰다. 어디 가? 묻는 지원에 준회가 고개를 돌렸다. " 지금. 그 말하러. " 준회가 나가자 남아 있던 녹색 병에 지원의 동그란 뒤통수가 흐릿하게 비추었다. " 빈이도.. 그렇게 말해줄까.. " 몇 달 만에 홀로 오게 된 피아노 연습실은 사뭇 다른 공기를 띄고 있었다.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가 예전에는 참 미웠었지.전에는 항상 혼자 왔었는데.. 어느샌가 '사람' 에 익숙해지고, '관객' 에 익숙해지니 혼자 하는 연주가 외롭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분명 좋은 방향의 변화인데 지금 제 상태는 전혀 좋지 않다. 사람과 관객에 익숙해지고, 그 시선들에 자만하여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게 되었다.덕분에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다. 점점 또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진환은 두려웠다.다시 아무도 듣지 않는 연주를 하게 될까 봐. 다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연습을 하게 될까 봐. 다시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쓸쓸함을 느끼게 될까 봐.다시.. 싸늘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던 준회를 마주하게 될까 봐.진환이 피아노 앞에 앉아 그 위를 천천히 쓸었다. 그의 손에서 사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이 시간에 누구..? 그냥 빗소린가..? 아니면.. 동혁이?진환이 흠칫 놀라 불도 켜지 않은 깜깜한 연습실의 피아노 뒤에 몸을 숨겼다. 곧이어 열린 연습실 문으로 어두운 형체가 들어섰다.그가 들어서자 퍼져오는 희미한 알코올 향에 고개를 내민 진환이 천천히 그 형체에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이목구비에 진환이 그의 존재를 인식하자 발걸음을 그대로 멈추었다. " 준회..? "" ...... "" ... 술.. 마셨어..? " 준회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주라 할 것도 없는 양이었지만, 양 볼은 충분히 붉었다. 급하게 달려와 준회의 몸을 적신 빗물이 연습실 바닥에 뚝뚝 흘렀다.놀란 진환이 그의 볼에 손을 가져가려다 고개를 흔들고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섰다. 그 모습을 준회는 아무 표정도, 말도 없이 쳐다보았다.진환의 입술이 벌어졌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준회의 눈도 그에 따라 느리게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빗소리만이 그 사이를 채우고 있었다. " 왜.. 왜 왔어? 난 할 말 없다 했잖아. "" ...... "" 그만 돌아가 줘.. 내일 연습도 있어. "" ...... "" 오케 애들도 연습에서만큼은 최선을.. "" 김진환.. " 낮게 스친 목소리. 아주 작았지만, 진환의 말을 모두 삼켜버릴 만큼 강했다. 진환의 눈이 순간적으로 그에게 돌아섰다.소매 끝에만 머물던 시선이 눈과 마주치자, 한 번 얽힌 시선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곧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두려워함과 동시에 갈망하고 있었다.어느샌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자 진환은 견딜 수 없을 절망스러움이 느껴졌다. 피한다 해놓고 이렇게 바라고 있다니. 최악이다. " 말하러 왔는데.. "" .. 어? "" 말로는 부족해. " 무슨 뜻이지. 되물으려 벌어진 입술이 무언가로 포개졌다. 눈앞이 새카맣다. 성큼성큼 다가와 고개를 틀어쥔 하얀 손은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젖어있었다.턱에 닿는 손가락이, 부딪힌 입술이, 스치는 코 끝이 잔뜩 젖어있었다. 젖어있다. 모든 것이.놀란 숨을 들이키자 저절로 몸이 기울었다. 뒷걸음질 치는 제 발과는 달리 그가 자꾸만 다가왔다. 한 걸음, 두 걸음. 물러설 때마다 크게 파고드는 그에 진환이 피아노를 등지고 기대었다. 젖어있는 손가락이 턱에서 몸을 지나쳐 피아노를 향했다.완벽히 그에게 가두어진 진환이 자꾸만 고개를 떨구었다. 그를 놓칠세라 입술이 입술을 쫓았다.코를 스치는 더운 숨결에 덩달아 젖어버린 살결이 축축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기분이 이상하다. 이상해.. 이상해 준회야.떨리는 손으로 옷깃을 잡았다. 하얀 스웨터에서 잔뜩 머금었던 빗물이 흘러나왔다. " 숨기는 것도, 놓는 것도 못해. "" 준.. "" 그것 빼곤 다 할 수 있어. "" ...... "" 너만 있으면. " 그의 손이 어깨를 잡았다. 어깨에 묻어오는 머리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나는.. 나는.. " 내가.. 너를 상처 입히면 어쩌지? "" 괜찮아. "" 내가 네 앞 길을 막으면? "" 괜찮아. "" 너를 방해하면..? "" 그것도 괜찮아. "" ...... 왜? "" 다 너니까. " 그의 머리를 끌어안던 손을 천천히 내려 손끝을 매만졌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아무것도 고이지 않기를 바란 손끝에 눈물과 빗물이 고였다.진환은 그곳에 내내 떨구었던 시선을 들었다. 마침내, 볼 수 있게 되었네. 그토록 보고 있었는데.. 그토록 두려워서 피해왔던, 네 눈.. " 상처받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 ...... "" 나를 원망하는 눈일 거라 생각했는데.. "" ...... "" 왜.. 왜 그런 눈인 거야.. " 그동안 생각했던 네 슬픈 얼굴이 모두 부서진다. 그려왔던 싸늘한 얼굴이 모두 녹아내린다. 눈앞에 있는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젖어있고, 따스했다. 그 눈이 살포시 웃었다. 입술이 열린다. " 지금 내 눈앞이. " 네가 말한다. " 다 너니까. " 그제야 다시 빗소리가 들려온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난 것처럼. 두번째손가락/암호닉저에게 종강이 다가오네요!! 종강하면 여행도 다니고, 여러모로 바쁘겠지만.. 학기중만큼 바쁘진 않겠죠?열심히 써서 어서 완결을 맺고 싶네요.. 작년 11월부터.. 벌써.. 어휴.. 참고로 피아노의 완결은 45편이랍니다. 5번 3악장까지 쭉쭉 달리고 다음편은 3번 3악장으로 뵐게요:) 요번주도 화이팅이에요~ [암호닉]: 항상 응원 감사합니다! 완결까지 함께해yo..! 김지원, 텐션, 휴지, obsession, 보나, 짜잔, 잔디, 레모나, 아이린, 맨날밥이야, 주비, 곰탱, 무쿠노리, 수면바지, 풀잎, 콘콘, 구코콘, 구구콘, 가디언, 콘수니친구주난, 구만세, 월요병, 땡땡이양말, 향, 공물, 김밥빈
(BGM- Kish-비오는 날이면)
W. 두번째손가락
24.
" 얘기 좀 해. "
날씨가 좋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바로 귓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진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먹한 우유빛깔의 하늘은 토해낼 듯 토해내지 않는 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 꼴이 꼭 제 모습 같았다. 너는 무엇이 무서워서 구름 뒤에 숨어있니.
나는 내 앞의 두려울만치 사랑스러운 존재 때문에. 이 존재 때문에..
" ... 할 말 없어. "
주변에서 웅성이는 사람들을 빠르게 훑어본 진환이 준회를 스쳐 지나갔다.
김진환. 낮은 목소리로 부르며 손목을 감아오는 그의 손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쳐다보았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까진 할 수 없었다.
진환은 자신의 손목을 잡은 하얀 손을 떼어내지도, 붙잡지도 못하고 돌처럼 그 자리에 굳었다. 그의 피부만큼 하얀 소매가 눈에 띄었다.
준회는 오늘 흰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우습게도,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은 아름답지 못했지만, 진환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잘 어울려.
" 태도 확실히 해. "
" 무슨.. "
" 몰라서 물어? "
" 몰라. 모르겠어. 이것 좀 놔줘.. "
" 내 눈 봐. "
" 싫어..!! "
그만큼의 강한 부정은 처음이었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마, 준회야. 나를 잡지 마.
뿌리친 손을 다시 잡을 수 없을까 두려웠지만, 진환은 여전히 그의 손끝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눈을 보면, 그의 눈을 보면 당장에라도 품에 파고들 것 같았다. 그를 안아주기엔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머뭇거리는 손끝을 보다가 뒤를 돌았다.
나는 저 시선들이 무서워. 저들로부터 너를 지킬 수 없어. 그의 손을 쳐내고 무작정 정신없이 달렸다.
누군가와 부딪혔을 땐 이미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 뒤였다. 사과하려 고개를 든 진환의 눈앞에는 지원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물어오는 지원에게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방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차마 쳐다보지 못 했던 준회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상처받았을까. 나를 원망하는 눈빛을 하고 있었을까.. 때마침 빗물이 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둘씩 이어지는 빗줄기는 창을 타고 빠르게 흘러내렸다. 비가 쏟아진다. 무릎을 감싸고 그 위에 얼굴을 묻었다.
" 비.. 맞으면 안 되는데.. "
네 하얀 손끝에. 그 어떤 것도 고이지 않았으면.
진환이 달려왔던 길을 따라가다 보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원은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왼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펼쳤다.
그러자 저 멀리서 하얀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울며 뛰어오는 김진환에 우산 없이 서 있는 하얗고 기다란 실루엣이라..
지원이 의미 없는 숨을 내쉬고 실루엣 가까이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지원의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인물이 빗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카락부터 뚝뚝 흐르는 빗물이 처량 맞다. 지원이 우산을 내밀자 멍한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 형.. "
" 엉.. 어? 뭐라고? "
" .. 술 사줘. "
" 지금 형이라고 부른 거냐? "
곧 있어 아이처럼 어깨에 기대어 오는 준회에 지원이 어색하게 팔을 들어 등을 두드렸다. 꼭 술 못하는 것들이 술로 풀려고 하지.
지원의 말에 준회는 아무 말도 없이 얼굴을 묻었다. 지원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솔직해지면 될 줄 알았어. "
" ...... "
" 나로서는 최선의 솔직함이였으니까. "
맑고 알싸한 액체가 작은 잔을 가득 채웠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는 쪽은 평소와는 다르게 준회가 아닌 지원이었다.
지원의 재잘거리는 입술이 꾹 닫혀있는 모습은 아니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말없이 술잔을 채운 지원이 먼저 잔을 들자 준회가 어색하게 그 행위를 따라 했다.
잔이 부딪히는 소리는 그것을 채우는 액체만큼 맑지는 못 했다. 듣는 귀마저 탁해진 것일까. 혹은 탁해진 마음 때문인가.
서로 눈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다른 누군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입으로 꺼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 솔직함이 최선이었던 거야, 최선이 솔직함이었던 거야? "
" 최선의 솔직함. "
" 그럼 너는 아직 뭣도 모르는 거야. "
" 그러는 형은? "
지원이 잔에 있는 액체를 단번에 들이켰다.
" 솔직함은 최선이 될 수 없어. "
" 최선이 솔직함이여서도 안되지. "
" 그럼 대체 뭐가 최선인 건데. "
내가. 도망치기만 하는 김진환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준회의 말에 지원이 멍하니 술잔을 바라보았다.
" 김진환이 도망쳐? "
" 그래. "
" 너를 피해? "
" 그렇다고. "
... 꼭 누구 같네. 지원이 중얼거리고 술병을 들어 다시 잔을 채웠다. 붙잡는 사람과 피하는 사람. 잔뜩 엉켜버린 기분이다.
내가 어쩌다 김한빈을 피하게 된 거지? 빈이도 이런 기분일까. 눈앞의 준회의 모습이 한빈과 겹쳐 보여 지원이 눈을 부볐다.
빈이도 나를 이렇게 답답해할까. 피한다고만 생각할까. 하지만 솔직할 수 없다. 진실을 말하면 네가 나를 원망할 테니까.
네 꿈을 막은 나를 더 이상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테니까. 잔이 넘치도록 술을 따르는 지원의 손을 준회가 겨우 붙잡았다.
" ... 김한빈이랑 무슨 일 있지. "
" 그쪽은 형이 피하는구나. "
" 그렇게 되나.. "
" 답답하긴. "
준회가 술잔을 기울여 홀짝였다.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 반도 비우지 못한 잔을 저만치 치워버렸다. 취하고 싶은데 술을 마시기 싫은 것은 참 난감한 기분이다.
대체 피하는 이유가 뭐야. 하고 물어도 지원은 술잔만 비울 것이 뻔했다. 평소에나 저렇게 얌전할 것이지..
정작 술을 사달라 한 자신은 마시지도 못하고 지원만 연거푸 잔을 비워냈다. 말이 없는 지원은 예상보다 훨씬 적응이 되질 않았다.
" 형의 최선은 뭐였는데. "
" ... 침묵. "
" 침묵하면 김한빈이 형을 알아준대? "
" 몰라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피해주고 싶지 않으니까. "
" 대체 그 피해라는 거. 누가 정하는 건데. "
다시 술병을 기울이는 지원의 손에서 준회가 병을 빼앗았다. 병을 빼앗긴 지원이 그를 아니꼽게 쳐다보자 준회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붙잡는 자와 피하는 자. 피해를 피하려는 것은. 결국 피하는 자가 아닌가?
준회가 술병을 테이블 중앙에 두었다. 지원은 그것을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움찔거리는 손이 무릎 위에서 작게 주먹 쥐었다.
화가 나서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다만 준회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피해 입는 건 누가 정하는 게 아니야. 내가 진실을 말하게 되면 그제야 나타난다고.. 그 피해가.. "
" 그래. 누가 정하는 게 아니야. "
" 그니까 형도 정할 수 없어. "
" 모르겠어? 진실을 말한 뒤, 피해를 입건, 상처를 입건. 그건 김한빈도, 형도 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
준회가 멀찌감치 치워두었던 술잔을 가져 입에 털어 넣었다. 술은 방금 전과 달리 묘하게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졌다.
준회는 가만히 굳어 눈도 깜빡이지 않는 지원을 보다가 술병으로 잔을 채웠다. 술은 바닥을 보일 만큼 비워졌다.
그만큼 둘 사이에 남은 대화도 끝을 보이는듯했다. 애초에 대화가 필요한 것은 둘 사이가 아니었기에.
준회의 손가락이 술잔을 더듬었다. 둥근 잔이 파고드는 손가락은 아무리 꾹꾹 눌러도 아프지 않다.
둥근 존재는 살에 파고들어봤자 이렇게도 무딘데, 어째서 둥근 김진환은 이렇게도 아픈 걸까. 내게 파고든 적도 없는데.
" 네 말대로 피해를 입는 것도, 상처를 입는 것도 내가 정하는 게 아니야. 그치만.. "
" 그치만.. 진실 후에 끝이 있을 수도 있잖아. 더 이상의 무엇도 남질 못하면 어떡해. 어? 김한빈이 나를 버리면.. 그러면 안 된다고. 나는.. 그렇게 끝내버리면.. "
" 야, 김지원. "
" 형은 왜 김한빈의 결정까지 멋대로 결론내는 거야. "
준회가 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볼이 조금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술을 못 마신다는 것은 여러모로 저주받은 체질이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채워두었던 술잔을 비웠다. 멍청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지원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전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진환과 지원은 이상한 구석에서 닮아 있었다. 속으로 끙끙거리고 피해주고 싶지 않아 무조건 감추고 피한다.
답답해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상대방은 생각도 안 하고. 그러니까.. 진실이 뭐가 됐든 상처 입는 건 네가 결정할 게 아니라고.
" 말할 기회라도 달란 말이야.. 도망치지 말고. "
피해 입는 것도, 상처 입는 것도 상관없으니까. 제발 나를 피하지 말라고.
" .. 넌 지금 김진환한테 제일 하고 싶은 말이 뭐냐. "
" 사랑해. "
" ... 언제부터 그렇게 박력 넘치는 놈이 된 거야.. 단호한 새끼. "
" 이 이상 표현할 말이 생각이 안 나. "
네가 첼로만 켜고 책을 안 읽어서 그래. 중얼거리는 지원의 말에 준회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너보다는 책 많이 읽었다에 내 첼로를 건다.
" ... 야, 근데.. "
" 뭐. "
" 빈이도.. 나한테 그렇게 말해줄까. "
" 응? "
" 지금까지 뭘 들은 거야. "
준회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기다란 몸뚱이가 불안정하게 휘청이다 이내 균형을 잡았다.
별로 취하진 않았어. 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준회를 붙들고 지원이 다시 물었다. 빈이.. 빈이도 나한테 그렇게 말해줄까? 사랑한다고.. 진실을 말해도 그렇게 나를 생각할까?
소매를 붙든 지원의 손을 팽개치고 준회가 식당 문을 나섰다. 어디 가? 묻는 지원에 준회가 고개를 돌렸다.
" 지금. 그 말하러. "
준회가 나가자 남아 있던 녹색 병에 지원의 동그란 뒤통수가 흐릿하게 비추었다.
" 빈이도.. 그렇게 말해줄까.. "
몇 달 만에 홀로 오게 된 피아노 연습실은 사뭇 다른 공기를 띄고 있었다.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가 예전에는 참 미웠었지.
전에는 항상 혼자 왔었는데.. 어느샌가 '사람' 에 익숙해지고, '관객' 에 익숙해지니 혼자 하는 연주가 외롭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분명 좋은 방향의 변화인데 지금 제 상태는 전혀 좋지 않다. 사람과 관객에 익숙해지고, 그 시선들에 자만하여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게 되었다.
덕분에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다. 점점 또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진환은 두려웠다.
다시 아무도 듣지 않는 연주를 하게 될까 봐. 다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연습을 하게 될까 봐. 다시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쓸쓸함을 느끼게 될까 봐.
다시.. 싸늘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던 준회를 마주하게 될까 봐.
진환이 피아노 앞에 앉아 그 위를 천천히 쓸었다. 그의 손에서 사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 그냥 빗소린가..? 아니면.. 동혁이?
진환이 흠칫 놀라 불도 켜지 않은 깜깜한 연습실의 피아노 뒤에 몸을 숨겼다. 곧이어 열린 연습실 문으로 어두운 형체가 들어섰다.
그가 들어서자 퍼져오는 희미한 알코올 향에 고개를 내민 진환이 천천히 그 형체에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이목구비에 진환이 그의 존재를 인식하자 발걸음을 그대로 멈추었다.
" 준회..? "
" ... 술.. 마셨어..? "
준회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주라 할 것도 없는 양이었지만, 양 볼은 충분히 붉었다. 급하게 달려와 준회의 몸을 적신 빗물이 연습실 바닥에 뚝뚝 흘렀다.
놀란 진환이 그의 볼에 손을 가져가려다 고개를 흔들고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섰다. 그 모습을 준회는 아무 표정도, 말도 없이 쳐다보았다.
진환의 입술이 벌어졌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준회의 눈도 그에 따라 느리게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빗소리만이 그 사이를 채우고 있었다.
" 왜.. 왜 왔어? 난 할 말 없다 했잖아. "
" 그만 돌아가 줘.. 내일 연습도 있어. "
" 오케 애들도 연습에서만큼은 최선을.. "
" 김진환.. "
낮게 스친 목소리. 아주 작았지만, 진환의 말을 모두 삼켜버릴 만큼 강했다. 진환의 눈이 순간적으로 그에게 돌아섰다.
소매 끝에만 머물던 시선이 눈과 마주치자, 한 번 얽힌 시선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곧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두려워함과 동시에 갈망하고 있었다.
어느샌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자 진환은 견딜 수 없을 절망스러움이 느껴졌다. 피한다 해놓고 이렇게 바라고 있다니. 최악이다.
" 말하러 왔는데.. "
" .. 어? "
" 말로는 부족해. "
무슨 뜻이지. 되물으려 벌어진 입술이 무언가로 포개졌다. 눈앞이 새카맣다. 성큼성큼 다가와 고개를 틀어쥔 하얀 손은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젖어있었다.
턱에 닿는 손가락이, 부딪힌 입술이, 스치는 코 끝이 잔뜩 젖어있었다. 젖어있다. 모든 것이.
놀란 숨을 들이키자 저절로 몸이 기울었다. 뒷걸음질 치는 제 발과는 달리 그가 자꾸만 다가왔다.
한 걸음, 두 걸음. 물러설 때마다 크게 파고드는 그에 진환이 피아노를 등지고 기대었다. 젖어있는 손가락이 턱에서 몸을 지나쳐 피아노를 향했다.
완벽히 그에게 가두어진 진환이 자꾸만 고개를 떨구었다. 그를 놓칠세라 입술이 입술을 쫓았다.
코를 스치는 더운 숨결에 덩달아 젖어버린 살결이 축축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기분이 이상하다. 이상해.. 이상해 준회야.
떨리는 손으로 옷깃을 잡았다. 하얀 스웨터에서 잔뜩 머금었던 빗물이 흘러나왔다.
" 숨기는 것도, 놓는 것도 못해. "
" 준.. "
" 그것 빼곤 다 할 수 있어. "
" 너만 있으면. "
그의 손이 어깨를 잡았다. 어깨에 묻어오는 머리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나는.. 나는..
" 내가.. 너를 상처 입히면 어쩌지? "
" 괜찮아. "
" 내가 네 앞 길을 막으면? "
" 너를 방해하면..? "
" 그것도 괜찮아. "
" ...... 왜? "
" 다 너니까. "
그의 머리를 끌어안던 손을 천천히 내려 손끝을 매만졌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아무것도 고이지 않기를 바란 손끝에 눈물과 빗물이 고였다.
진환은 그곳에 내내 떨구었던 시선을 들었다. 마침내, 볼 수 있게 되었네. 그토록 보고 있었는데.. 그토록 두려워서 피해왔던, 네 눈..
" 상처받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
" 나를 원망하는 눈일 거라 생각했는데.. "
" 왜.. 왜 그런 눈인 거야.. "
그동안 생각했던 네 슬픈 얼굴이 모두 부서진다. 그려왔던 싸늘한 얼굴이 모두 녹아내린다.
눈앞에 있는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젖어있고, 따스했다. 그 눈이 살포시 웃었다. 입술이 열린다.
" 지금 내 눈앞이. "
네가 말한다.
그제야 다시 빗소리가 들려온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난 것처럼.
저에게 종강이 다가오네요!! 종강하면 여행도 다니고, 여러모로 바쁘겠지만.. 학기중만큼 바쁘진 않겠죠?
열심히 써서 어서 완결을 맺고 싶네요.. 작년 11월부터.. 벌써.. 어휴..
참고로 피아노의 완결은 45편이랍니다. 5번 3악장까지 쭉쭉 달리고 다음편은 3번 3악장으로 뵐게요:)
요번주도 화이팅이에요~
[암호닉]
: 항상 응원 감사합니다! 완결까지 함께해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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