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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손가락 전체글ll조회 1237l 1



Piano Concerto  

No.3 2nd mov 

 

  

 

 

 

(BGM- 이루마-Ioanna)

  

W. 두번째손가락   

  

  

  

  


23. 

  

아침부터 기분 나쁜 공기가 따라왔다. 진환은 괜히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은 몸을 훌훌 털었다.

뭘 잊은 건가. 악보도, 교양 교재도 챙겼다. 동혁은 그날 이후로 방에 오지 않은지 오래고 딱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기분이 이상했다.

무언가 좋지만은 않다고 진환은 확실했다. 하루 운수가 좋지 않을 거라던가. 신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오늘은 예감이 좋지 않다.

준회에게 이를 말했더니 괜찮을 거라며 강의나 똑바로 들으라는 핀잔을 받았다. 기분이 이상하다니까..? 좋지 않은 징조야.

설득력 없는 말이지만, 진환의 예언이 헛된 느낌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음악사가 끝나고 여느 때처럼 연습실 문을 연 지원과 준회는 진환이 느꼈던 알 수 없는 공기를 단 번에 이해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악기 점검에 바쁜 모습임에도 연습실은 신기하리만치 조용했다.

 

" 분위기가 왜 이러냐? "

 

지원이 흐느적거리며 걸어와 승훈을 툭 치자 승훈이 어색하게 웃으며 어어.. 안녕.. 하곤 재빨리 플룻을 점검했다.

한빈이 없는 오케스트라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낯선 기운에 준회가 찡그리고 집요하게 단원들을 쳐다봤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 했다.

단체로 약을 처먹었나. 왜 이래. 지원이 승훈에게 다시 물었다.

 

" 빈이는? "

" 어? "

" 빈이 어디 갔냐고. 올 때 지났는데. "

 

지원의 물음에 단원들이 눈치를 보며 이번에는 서로를 힐끔거렸다. 제 입으로 대답하기 싫은 눈치.

답답한 마음에 지원이 표정을 굳혔다. 김한빈 어딨어. 낮게 깔린 목소리가 대답을 재촉했다.

 

" 게이새끼들. "

" ... 뭐라고? "

" 게이새끼라고. 뭐. 내가 잘못 말했냐? "

" 태현아, 왜 그래. 확실하지도 않.. "

" 내가 이상하다고 했지, 쟤들. 그래도 아닐 거다. 그냥 어려서부터 친한 것뿐이다 싶었는데.. 하, 어이가 없어서. "

 

이게 무슨 소리지. 진환의 순식간에 굳어버린 표정을 본 건지 태현이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팽개치고 세 사람 앞에 다가섰다.

뒤에서 힐끔거리는 단원들의 표정은 말만 없을 뿐 태현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의심과 불안. 그리고 경멸.

얼이 빠진 세 사람을 보고 태현이 피식 웃었다. 왜 아무 말도 못해?

 

" 막상 이렇게 되니까 처음부터 아무런 의심 없이 김지원이랑 김진환을 받은 우리가 멍청하네. "

"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말을 해. "

" 정말 모르는 거야, 모르는척하는 거야? "

" 그만해.. 아직 확실하지 않아. 지금 헛소문이 나서 그래. 지원이도 미국에서 와서 그런 거잖아. 원래 스킨쉽이 많고.. 누가 우리 오케에 앙심을 품고 그런 소문 퍼뜨린 거야. "

" 그니까 무슨 소문. "

" 너랑 김한빈. 그리고 구준회랑 김진환이 사귄다는 거. "

" ...... "

" 그만해, 태현아. 아닐 거야. "

 

그렇지? 승훈이 진환의 팔을 잡고 물어왔다. 그렇다고 대답해. 팔을 잡은 손에서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어떻게 그런 소문이 퍼진 거지. 대답보다 먼저 떠오르는 의문에 진환의 입술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들켰다. 우리들의 관계를.. 그리고 같은 단원들에게 경멸 당하고 있다.

진환이 아무 말도 없자 승훈의 손이 힘 없이 떨어졌다. 연습실은 숨이 막힐 것처럼 조용해졌다. 말 없는, 하지만 분명한 인정이었다.

 

" ... 늬들끼리 연애하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거야. "

" ...... "

" 우리 오케스트라 이미지는 어쩔 거야.. 생각 안 해? 왜 그렇게 멋대로고, 왜 그렇게들 이기적이야. "

" ...... "

" 개판이네, 씨발. "

 

태현이 머리를 쓸어올리고 답답한지 한숨을 뱉었다. 진환이 고개를 들자 한쪽에 모여있던 단원들이 뒤로 무언가 숨기고 있던 것을 보았다.

진환이 빤히 그곳을 바라보자 단원들이 슬금슬금 몸을 피했다. 그러자 연습실 구석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쓰인 욕설이 드러났다. 단원들 짓은 아니다.

단원들은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그것을 쳐다보았다. 낙서에는 간간이 그들의 이름이 섞여 있었다.

'게이오케스트라'. 그렇게 적힌 문구에 진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왜 저런 식으로 말하는거지.

 

" ... 김한빈 어디 있어. "

 

지원이 다시 한 번 물었다. 태현은 멈칫하곤 텅 빈 한빈의 자리를 쳐다보았다. 김한빈 어딨냐고 물었어.

 

" ... 한빈이 유학 떨어졌어. "

" ...... "

" 이유는 아무도 몰라. 위에서 허가가 떨어지질 않았대. "

 

소문 때문인지도 모르지. 태현이 중얼거리자 지원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유학.. 김한빈.. 나 때문에.. 또.. 알 수 없는 소리가 미친 사람처럼 지원에게서 흘러나왔다. 곧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지원의 뒷모습을 쫓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환은 꽉 쥔 손을 떨었다. 좋지 못 했던 예감은 상상 이상으로 다가왔다. 두려워져 차마 준회를 올려다볼 생각도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하지 못 했다. 겨우 같은 팀에 어울릴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피해를 줘버리는거지, 나는.. 나 때문에.. 준회가 피해를..

 

" 이제 어쩔 거야. "

" ...... "

" 늬들이 다 망쳐버렸어. "

 

끝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나를 용서하지 마.

 

 

 

 

 

 

 

 

 

 

눈물이 말라붙어 눈꺼풀 사이의 이질감이 좋지 않다. 하루 종일 울었던가. 연습실에서 단원들의 모진 말을 듣고 그대로 도망쳤던 것 같다.

준회는 어땠지. 준회조차 돌아보지 못하고 달려왔다. 그 숨 막히는 공간에 그를 두고, 나 혼자 도망쳤다.

그의 표정도, 몸짓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최악이다.. 난 비겁하다.

진환은 고개를 돌려 비어버린 동혁의 침대를 보았다. 내 이기심이 모두를 떠나게 만든다.

돌아서서 나왔던 연습실에는 준회가 덩그러니 남아 더 모진 말을 들었을 것이다. 진환은 다시 터진 눈물에 제 얼굴을 거칠게 쓸었다.

울 자격조차 없어, 나는. 이 기분은 마치.. 마치 예전에 자신과 같아서 아무것도 연주하지 못하고 매번 공연장에서 도망친 그때의 기분과 같다.

연습실에 남겨진 준회가, 공연장에 남겨졌던 피아노와 겹쳐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내가 무서웠다면, 너도 무서웠을 텐데.

 

지이이잉-

 

" ......! "

 

책상 위에서 진동을 내며 기우는 휴대폰 액정에 '구준회' 라는 이름이 나타났다. 목소리를 듣고 싶지만, 목소리를 낼 자신이 없다.

피하면 해결되는 게 없는데.. 그건 나도 아는데.. 진환은 사선으로 자꾸만 기우는 휴대폰을 뒤집고 자신도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뒤집어 웅크렸다.

무섭다.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피해주고 싶지 않다. 진동이 멈췄다 울렸다를 반복했다. 진환은 귀를 막고 웅크리다 끊이지 않는 울림에 휴대폰을 들었다.

그에게서 오는 전화가 울고 있다. 마치 나처럼. 통화 버튼을 꾹 밀었다. 여보세요. 라는 흔한 인사도 없이 그의 숨소리를 들었다.

준회는 말이 없었다. 그게 더 진환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 ... 김진환. "

" ...... "

" 어디야. "

 

너는 지금 어디 있어. 진환은 그 질문에 일차원적인 사고를 모두 포기했다. 기숙사 방. 단순히 육체가 존재하는 공간을 묻는 게 아니다.

나는 지금 어디 있지? 항상 피아노 뒤에 숨어 현실을 외면하던, 그때의 김진환으로 돌아간 걸까? 무어라 명확히 대답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도 알고 있다. 왜냐고? 왜 그렇게 심각하냐고? 어째서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진 거냐고? 그야 이유는 하나다.

 

" 너한테 피해주고 싶지 않아서.. "

- 나한테 피해오는 거 없어. 그렇다 쳐도 이게 도망친다고 해결될 일이야?

" ...... "

- 내가 어떻게 더 잡아야 돼. 왜 매번 피하고 말아. 그게 네 진심이야? 어? 나랑 장난해?

" 왜 말을 그렇게 해.. "

- 너랑 소꿉놀이하자고 키스한 거 아니야.

 

내 말 듣고 있어? 평소보다 조금 더 낮아진 그의 목소리에 진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장난 같아?

 

이젠 두려운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람인지, 사랑인지.

 

- 미안한데 네가 장난이어도 나는 아니야.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나인지.

 

- 너랑 끝까지 가야겠어.

 

 

 

 

 

 

 

 

 

 

" 김한빈!! "

 

지휘과 건물에도, 연습실에도, 기숙사에도 없다. 지원은 한빈이 갈만한 건물을 곳곳이 달려가 헤맸지만 그 어디에도 한빈은 보이질 않았다.

오래전에도, 한 번 이런 적이 있었다. 당시 피아노 전공이었던 한빈이 슬럼프가 오자 아무도 모르는 곳에 쭈그려 앉아 있다가 어두컴컴한 한밤중에 발견되었었다.

그때는 한빈을 그저 동생으로만 봤을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에 비하자면 지금의 심정은 수천 배, 아니 수억만 배다.

지원은 달리던 다리를 멈추고 머리를 쓸어올렸다. 유학에 떨어진 그 마음이 얼마나 상처투성이일까.

그토록 가고 싶어 하고, 제 꿈에 가까워져 티는 안 냈지만 내심 설레하던 모습이 지원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 상황이 3년 전과 다를 바가 없어 지원이 이를 갈았다. 하도 세게 문 탓에 헛구역질에 코 끝이 찡해져왔다.

도대체 달라진 게 뭐지? 유학을 다녀오면, 어른이 되면 김한빈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게 확신했는데..

 

' 위에서 허가가 떨어지질 않았대. 소문 때문인지도 모르지. '

 

" 씨발!!! "

 

건물 구석에 쌓여있던 버려진 악기가 지원의 발길질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이 웅성거리며 급히 자리를 피하자 지원은 머리를 감싸 쥐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또 어디선가 홀로 자책하고 있을 한빈이 떠올랐다. 소문 때문이라고는 생각 안 하겠지. 예나 지금이나 남탓이라곤 한 적도 없고 할 줄도 모르는 애니까.

 

" 한빈아.. 빈아.. 내가 어떻게 할까.. 응? 내가 어떻게.. "

 

어떻게 해야 너를 지킬 수 있을까. 단순히 곁에 있는다고 해서 지키는 게 아니였나봐. 나는 또 네 앞길을 망치고 말아.

내 이기심이. 너와 함께 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 욕망이 너를 망쳐. 내가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원하기 때문에.

 

" ... 아니지. 내가 너를 망친 게 아니야. 너를 망친 건.. "

 

지원이 눈을 느리게 떴다 다시 감았다를 반복했다. 네 길을 막고, 우릴 방해하는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야.

지원이 몸을 일으켜 급히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놀란 듯 한동안 말이 없다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 도.. 도련님..? 어쩐 일로..?

" 이사장님 계십니까. "

- 예?

" 이사장님. 지금 자리에 계신지 물었습니다. "

- 아.. 예에.. 계시긴 하는데 지금 손님이..

" 손님? "

 

지원의 미간이 좁혀졌다. 손님? 손님이라고?

 

" 10분 내로 학교에 차 보내세요. "

- 저기.. 지금 당장은..

" 당장. "

 

이내 수화기 너머로 우물거리던 비서는 곧 알겠습니다. 하고 한숨을 뱉은 뒤 전화를 끊었다.

얼마 있지 않아 도착한 검은색 세단에 지원이 올라타자 직접 마중 나온 비서는 불안한 듯 그를 힐끔거렸다.

곧 FLOW 본사에 도착하자 지원이 튀어나가듯 차에서 내려 건물 내부로 달렸다. 뒤에서 비서가 헐레벌떡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이런 시기에 본사에 손님을 맞는다라.. 꺼림칙한 기분이 가시지 않아 지원은 한참 내려오지 않는 엘리베이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느새 뒤를 쫓아온 비서가 지원의 옷깃을 잡았다.

 

" 도련님!! "

" ...... "

" 지금 회장님은 손님이랑 계십니다. 조금 대기하셨다가.. "

" 김비서님. "

" 예? "

" 손님은 울고 있었나요? "

" ......? "

" 손님은.. 괴로워하던가요? "

 

- 문이 열립니다.

 

" ... 아버지 말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전 어리석어요. "

 

지나치게. 어리석은 마음.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급히 그를 잡으려던 비서는 튕겨져 나가 엘리베이터 앞에 주저앉았다.

온전히 혼자가 된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했다. 지원의 머릿속조차 시끄럽지 않게 잠잠했다. 목적지였던 층에 도착하자 지원의 발이 저절로 옮겨졌다.

딱딱하고 커다란 문은 기억 속 그대로였다. 숨이 막혀왔다. 지원이 힘을 주어 문고리를 당기자 기분 나쁜 냄새가 그의 얼굴을 덮쳤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두 사람.

 

" 예상대로네요. "

" 네가 어쩐 일이냐. "

" 손님 찾으러 왔습니다. "

" ... 네 손님? "

" 예. 제 손님이죠. "

 

지원이 성큼성큼 다가와 제 아버지를 사선으로 두고 앉은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소년은 짐짓 놀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은 얼굴이다. 지원은 소년의 손에 들린 종이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개수작을 부린 거지?

고개를 돌려 제 아버지를 쳐다봐도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을 뿐 지원의 등장에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김한빈과 아버지. 좋지 않은 조합이다. 지원은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끼고 한빈의 손목을 붙들었다. 가늘다.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 형이 부탁한 거라면서요? "

" 뭐? "

" 고마워요. 나 영영 유학 못 가는 줄 알았는데.. "

 

이게 무슨 소리야.. 지원이 당황한 얼굴로 한빈과 제 아버지를 번갈아 보았다. 아버지는 소름 끼치게 인자한 미소로 한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원이 한빈의 손에 들려 있던 종이를 빼앗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종이에는 한빈이 지원했던 대학 대신 자신이 다녔던 미국 음대가 적혀 있었다.

지원과 눈이 마주친 한빈이 실없이 웃었다. 그의 손목을 붙잡았던 손에서 힘이 풀렸다. 텅 빈 손가락 마디마디가 허전함으로 채워졌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전혀 되지 않은 건 자신이었다. 김한빈이 왜 저 음대 편입학 통지서를 들고 있는 거야. 왜.

 

" 빈아.. 잠깐 나가 있을래? "

" 네? "

" ... 아버지랑 할 말이 있어서. "

 

아아.. 눈을 도륵도륵 굴리던 한빈이 지원의 말에 몸을 급히 일으켰다. 품에는 소중한 듯 종이를 꼭 끌어안고서.

한빈이 문을 닫고 나가자 답답한 공기가 지원의 가슴속 깊숙이 침범했다. 아버지라는 사람의 표정 또한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지원이 입을 열고 목소리를 냈다. 한빈을 부를 때와는 달리 제가 들어도 끔찍한 음성이었다.

 

" 저게 뭡니까. "

" 손님맞이는 끝난 건가? "

" 뭐냐고 물었어요. "

" 들은 대로다. 유럽 쪽 유학에 떨어졌다길래 내가 알아봐 줬지. 저 아이는 네가 부탁한 걸로 알고 있어. "

" 유학은 당신이 떨어뜨렸잖아. 위에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들었어. "

"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지? "

 

비죽이는 입술은 여유롭게 차를 들이켰다. 지원은 애써 주먹을 쥐고 숨을 골랐다.

당신이 떨어뜨려 놓고, 다시 유학을 허락한다라. 그것도 3년 전 나를 떠나보낸 그 대학으로? 내가 부탁했다고? 그렇게 말했다고? 김한빈에게?

 

" ... 어째서? "

" 여전히 어리석구나. "

"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겁니까. "

" 그 아이는 오케스트라 경합이 끝나는 대로 떠날 거다. "

" 왜 이러는 거냐고!!! "

" 뭐가 문제지? "

" ...... "

" 3년 전 네가 말한 대로 그 아이의 지휘를 허락했고, 지금도 이렇게 유학까지 알아봐 주는데. "

" 전부 당신 개입 없이도 한빈이 혼자 이뤄낼 수 있는 일들이었어. "

" 그래. 하지만 네가 개입했지. "

 

결국 나 때문에. 또. 나 때문에 네가..

 

" 그만 정리해라. 라고. 3년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

" 나.. 때문이라고.. "

" 네가 가까워질수록, 꿈에서 조금씩 멀어질 거다. 그 아이는. "

 

지원이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 뒤를 돌았다. 무력함. 그것이 어깨를 짓눌렀다.

이 문밖에 있는 그 아이는. 내 덕분에 제 꿈에 가까워졌다 믿으며, 나를 향해 웃어 보이겠지. 지원이 문고리를 잡았다.

내가 너를 꿈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어. 다른 사람도 아닌 너를 그 누구보다 아끼는 내가.

문고리를 돌리고 문을 열자 틈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지원을 향해 살짝 웃었다. 따뜻함이 묻어 나왔다.

지원은 저도 모르게 그 모습에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웃지 마. 그렇게 나를 보면서 웃어 주지마.

 

" 형, 고마워요. "

" ... 아니.. 아니야... "

" 뭐가 아니에요. 형 아버지께 들어서 다 알아요. "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닌데.. 너를 떨어뜨린 건 난데..

 

" 유럽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내가 부족한 걸 어쩌겠어요. 이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여기 형이 다녔던 곳이죠? "

" ...... "

" 형이 다녔던 곳이라 생각하니까 좋다. "

" ...... "

" 형..? 어디 아파요? "

 

식은땀이 흐르는 모습에 한빈이 손을 올려 지원의 얼굴을 감쌌다.

마주 보며 웃어야 하는 얼굴이 어둡다. 저를 보며 잔뜩 휘어져야 하는 눈은 발끝만을 바라보며 흔들린다.

 

" 형..? "

" 아.. 어어.. 미안.. "

 

지원이 제 얼굴을 감싸 쥐던 한빈의 손을 밀어냈다. 미안해. 지금은.. 지금은 네게 닿을 수가 없어.

지원에게서 멀어져 붕 떠버린 손에 한빈이 손과 지원을 번갈아 보았다. 지금 날 밀어낸 건가..?

 

" ... 피곤하다. "

" 형. 왜 그러는.. "

" 내일 보자. "

 

습관처럼 머리를 쓰다듬으려 올린 손이 무언가에 걸린 듯 멈추고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한빈을 지나쳐 가는 복도는 무중력을 걷는 것처럼 그 무엇도 느낄 수 없었다. 가슴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만 같다.

왜냐고? 왜 그렇게 심각하냐고? 어째서 그렇게까지 피하는 거냐고? 그야 이유는 하나다.

 

" 너한테 피해주고 싶지 않아.. "

 

차마 뒤를 돌아 무너진 너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두번째손가락/암호닉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 합니다. 제 일상을 바꿀 작은 인연을 만났었는데, 저는 그 사람으로 인해 제 세상이 바뀔것만 같았는데.

결국 이렇게 돌아왔네요. 아주아주 작고 사소한 인연이었어요. 돌아보니 혼자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더라구요.

 

그냥 혼자 다짐하듯 쓰는 글이랍니다! 결론은 돌아왔다는거! 아직 독자님들.. 계시려나ㅠㅠ? 흑.. 너무 오랜만이네요. 많이 그리웠어요.

 

[암호닉]

: Long time no see

김지원, 텐션, 휴지, obsession, 보나, 짜잔, 잔디, 레모나, 아이린, 맨날밥이야,

주비, 곰탱, 무쿠노리, 수면바지, 풀잎, 콘콘, 구코콘, 구구콘, 가디언, 콘수니친구

주난, 구만세, 월요병, 땡땡이양말, 향, 공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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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수면바지에요..ㅠㅠ돌아오셨다니ㅠㅠㅠㅠㅠ진짜 신알신 보고 기뻐서ㅠㅠㅠㅠㅠㅠ좋아서 쥬글뻔...♥ㅠㅠㅠㅠㅠㅠ아 진짜 민호 윤형이 ㅂㄷㅂㄷ..진짜 어떡해요...ㅠㅠㅠㅠㅠ진환이랑 준회랑 한빈이랑 지원이랑..오케스트라는 또 어떻게 되는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 너무너무 기대가 돼요..ㅠㅠㅠㅠ아무튼 진짜진짜로 돌아오셔서 기뻐요..ㅠㅠㅠ!!!
8년 전
두번째손가락
수면바지님 댓글 감사해요!너무 오랜만이죠ㅜㅜ 연재텀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노력할게요!담편에서 뵈요~
8년 전
비회원196.5
곰탱입니다!! 작가님 기다렸어요 당연히!!ㅋㅋㅋ 잘오셨어요ㅠㅠ 무언가 안좋은일이 있으셨던건지... 걱정되네요.. 막 완전 반길수잇는건가...흠.. 뻔한 말이지만 다 잘되실꺼에요!! 힘내세요!!
8년 전
두번째손가락
곰탱님 댓글 감사합니다ㅜ!안좋은일..이라기보단 그냥 이것저것 일이 겹쳐서 여유가 없었네요..다시 글 쓰려고 하고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8년 전
독자2
헐...어쩐ㄴ지 내일이 시험인데 자꾸 들어가고 싶었는데...저 먼저 관짜놓고 보고올게요ㅠㅠㅠㅠ
8년 전
두번째손가락
댓글 감사합니다!시험은 잘 보셨는지..좋은결과있기를 바랄게요!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두번째손가락
보나님 댓글 감사합니다!저도 오랜만에 쓰는 글내용이 우울해서...☆ 원래 전개가 이랬지만 제 기분도 한 몫 한것 같네요ㅜㅜ 잘풀어내보겠습니다.다음편에서 만나요:)
8년 전
독자6
헤헹, 얼른 기분 좋아지길 바래요
8년 전
독자4
잔디에요 ㅠㅠㅠㅠㅠㅠ아직 있죠 당연하죠ㅠㅠㅠㅠㅠㅠㅠ근데 애들 너무 찢통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두번째손가락
잔디님 댓글 감사해요ㅜㅜ 독자분들 아직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흑ㅜㅜ 제가 더 노력해서 글 쪄오겠습니다!
8년 전
독자5
향이에요, 작가님 나 보고 싶었지? 어딜 그렇게 헤매다가 왔어요 오구오구 잘 왔어요 내가 신알신 한게 작가님밖에 없어서 한동안 쪽지함이 잠잠하더라 흠.. 아니 그나저나 구준회 왜때문에 저렇게 박력넘치는 아이가 됬대요 그래 데려가고 싶게 그리고 지원이 아버님 지원이한테 왜그러세요 정말, 한빈이랑 사랑 좀 하겠다잖아요! 는 찌통스러워서 눈앞이 흐려진다 또르르 쨋뜬 작가님 잘왔어요
8년 전
두번째손가락
향님 오랜만입니다ㅠㅠ 댓글 감사드려요! 준회는.. 음.. 참다참다 폭발한거? 라고 보면 될 것 같군요. 그동안 잔잔했다면 한바탕 폭풍같은 전개가 될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조금 따르지만.. ㅠ_ㅠ 흐규ㅠㅠ 암튼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에서 뵈요!
8년 전
비회원156.2
와......이거진짜미친것같아요......제가이거오늘처음보고푹빠져서1화부터쭉봤는데....와ㅠㅠㅠㅠ작가님진짜천재...와...금손....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이글을왜지금봤을까요ㅠㅠㅠ진짜이건완전.....책으로만들어도이건살것같아요진짜ㅏ로ㅠㅠ제가비회원이라신알신같은건해놓을수없지만..진짜나올때마다이제부터보러와야겠어요ㅠㅠㅠ근데으...마지막이ㅠㅠㅠㅠ이랗게슬프다니....한빈이가유학가먄지원이는어떻게데는거죠ㅠㅠㅠㅠㅠ그리고꼭저렇게알려야됐나ㅠㅜㅜㅜ이로인해진환이가다시자신감을잃개되는건아니겠죠..?이번엔주네가있으니까ㅠㅠㅠ안그러겠죠...와근데아직까지도진짜작가님글때문에놀라워서...한2시간정도읽었던것같아요..흐...이랗게늦게단댓글도봐주실지는모르겠지만진짜작가님사랑해요ㅠㅠㅠ♡
8년 전
비회원156.2
아...그리고저도암호닉신창할래야...ㅎㅎㅎ[김밥빈]으로신청할께요!!!!!!!!
8년 전
두번째손가락
오랜만에 암호닉 신청이 들어왔군요ㅇ0ㅇ!! 너무 감사합니다. 극.. 극찬이어요.. 저는 다음편 업뎃전까지의 댓글은 모두 답댓을 달고 있답니다. 재밌게 봐주시다니.. 감사해요ㅠㅠ 암호닉은 다음편부터 바로 추가하겠습니다. 다음편에서 뵈요~:D
8년 전
독자7
진짜 애들어떻게해요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
8년 전
독자8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뭔가 아련하지만 이런 분위기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주네도 멋잇다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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