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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민석] Chemistry | 인스티즈

[EXO/민석] Chemistry | 인스티즈

 

Chemistry



 

 

 

 

 

 

 

 


진득히 달라붙는 그의 시선이 민망해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 지나가는 풍경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으니 고개를 돌렸다는 말 보다는 눈을 그쪽으로 두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싶다. 어색한 분위기에 몸 둘바를 모르던 내가 일단은 살고 보자는 식으로 무작정 눌러댔던 그의 차 라디오는

심야 특집 섹스 칼럼 방송을 흘려보냈고 적나라한 묘사에 확 달아오른 얼굴을 연신 손부채질 하다 황급히 꺼버린 게 30분 전의 일이다. 말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달리던 차는 어느새 한강 둔치에서 멈추었고, 온통 까만 바깥 풍경 때문인지 유리창에 그의 얼굴이 더욱 선명히 비쳤다.

 


“자, 어디.


“.......”


“변명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어요.”


“.......


“표정을 보아하니 나랑은 말 섞기 싫은 것 같으니까. 1분.


“.......”


“충분하겠다. 그 정도면.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운전석 의자를 뒤로 넘겼다. 얼마쯤 내려갔을까, 제 맘에 들었는지 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시트에 온전히 몸을 맡겼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멍하니 그가 하는 행동을 쳐다보다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지끈지끈 울려대는게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 무엇일까 고민하는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있을 시간 없을텐데.”


“.......”


“땡. 1분 지났네.





두어번 걷어 올린 와이셔츠 새로 보이는 메탈 시계가 괜히 야속했다. 잠시 시계를 응시하던 남자는 고개를 돌려, 또 지독히도 까만 눈 안에 나를 담았다.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EXO/민석] Chemistry | 인스티즈

 

딱 그만큼 섹시했다는 말이다.




 

* * *



 


“야 저 쪽 테이블 남자가 너 쳐다보는 것 같은데.”


“나?”


“응. 아까부터 계속.



동기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고는 테이블에 놓인 사과를 이쑤시개로 콕 찍어 입에 넣었다. 요즘 사과가 참 달다 생각하며 입 안의 사과를 오물오물 씹었다. 우리 동네 과일가게에서 사면 이렇게 안 달던데. 여긴 과일에도 설탕물 발라 놓나. 쓰잘데기 없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고, 얼마쯤 지났을까 옆에 앉아있던 동기들은 스테이지로 춤을 추러 나가자며 내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그에 너희끼리 놀아라, 손을 휘휘 저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클럽 같은 곳은 제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저 서비스로 나온 과일 안주만 콕콕 찍어먹던 참이다. 오랜만에 같은과 동기 생일 파티를 한대서 나왔더니, 이게 왠 걸. 신나게 클럽 안으로 나를 끌고 입장했다.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자 마자 부어라 마셔라 노래를 불러대던 아이들은 슬슬 취기가 오르는지 한 풀 꺾인 목소리로 몇 마디 주고받다 스테이지로 몸을 흔들러 나갔다.



그나저나 저 남자는 왜.




“뭘 자꾸 쳐다봐...



얼굴 뚫어지겠네. 살짝 치켜뜬 눈이 매서웠다. 끝이 조금 올라간 눈꼬리 때문이기도 했고, 유난히 까만 눈동자 때문인것도 같았다. 처음엔 무시하면 알아서 그만두겠지. 싶었으나 꽤나 끈기있게 자신을 쳐다보는, 아니 정확히 하자면 노려보는 저 남자에 은근히 신경이 거슬려 이제는 나도 똑같이 쳐다보는 중이다. 누가 이기나 한 번 해 보지 뭐. 쭉 쳐다보다 보니 안 사실이지만, 남자의 눈은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보고 있자면 몽롱해지고, 뭔가 진득한.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느낌은 꽤나 강렬했다 할 수 있다.



“미친. 왜 와?”



한참을 제 눈빛을 피하지 않는 내가 흥미로웠는지 피식 웃고는 내가 앉은 테이블로 성큼성큼 발을 옮기는 남자였다. 멍하니 그가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다보니 어느새 그는 나와 테이블 하나를 두고 마주앉은 상태였다.

“이름이?”


“.......”


“이름이 뭐에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름을 물어볼 땐 자기 이름부터 밝히는게 예의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생각으로 내가 그런 말을 지껄였는지 모르겠다. 이유를 찾아보라면 분위기 탓도 아니고 상황 탓도 아니라 순전히 그의 눈 탓이라고 나는 말하겠다. 사람을 홀리는 진득한 눈빛. 내가 그 말을 했던 그 때도 그는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었다.


“허.”


“.......”


“재밌네.”


그 말을 끝으로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려 제 턱을 괴고는 피식 웃는 남자였다. 나도 손에 들고 있던 이쑤시개를 조용히 내려놓고는 테이블 위에 손가락을 올려 톡톡 두드렸다. 내 맞은편에 앉아놓고는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남자에 대한 반항이라면 반항이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지루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었다. 뭐, 그가 알아들었을 지는 잘 모르겠다만.



“김민석이에요.”


“네.”

 


그 말을 끝으로 내게 턱짓하는 그였다. 내 이름도 알려달라는 뜻일테지. 아무 생각 없이 입을 벌렸다가 곧 다시 다물었다. 그도 내가 금방 말해줄 듯 하다 입을 닫자 꽤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친해지기 전까지는 안 알려줄래요.


“허.”


“비싸거든요. 제 이름.”



내 말에 잠시 벙 쪘던 그가 제 무릎을 내려치며 큰 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 무표정일때와는 다르게 또 웃으니 아이처럼 해맑다. 사나워보였던 눈매가 둥글게 접히며 예쁜 눈웃음을 만들었고, 그에 나도 피식 웃었다. 한참을 웃어대다가 눈꼬리에 걸린 눈물을 제 손으로 슥슥 닦아내고는 자켓 주머니에서 차 키를 빼들었다. 우리 나가서 얘기하는 건 어때요? 꽤나 당돌한 그의 말에, 아니 그 말을 하는 그의 눈을 바라보다 또 홀린듯이 고개를 끄덕인 건 이번에도 나였다.



 

“차 가지고 올 테니까 앞에서 기다려요.”



짐이랄 것도 없이 간단히 나왔던 탓에 핸드폰과 지갑만 챙긴 채 나는 클럽에서 나왔다. 쿵쿵거리는 비트소리를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며 생일인 동기에게 문자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안.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게.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전송 버튼을 누르고는 바로 홀드키로 화면을 잠갔다. 밖으로 나오자 서늘한 바람이 귓가를 간질였다. 몽롱했던 정신이 확 드는 기분이었다.


 

“미친.”



내가 뭘 한거지. 지금. 클럽 안에서 처음 봤던 남자와 마주보고 눈빛을 나누던 것이며,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내 친구들이 들었다면 뒤로 넘어갈 만한 말들이 그제서야 확실히 생각났다. 그리고 생각 나자마자 나는 내 머리를 연신 쥐어박기 시작했다. 미쳤지. 돌았지. 자유분방하게 움직였던 내 입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리며 서있는데



“아 어떡하지.

 


곧 남자가 차를 끌고 나올테다. 그 이후는 안 봐도 뻔한 상황이 나를 기다릴게 당연했고. 그래서 나는



 

“죄송합니다. 뭐, 운명이라면 다시 만나겠죠.



빈 도로에 꾸벅 배꼽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도망쳐 올 수 밖에 없었다.




* * *



친구의 생일 파티를 한 지도 일주일이 조금 더 된 날이었다. 그 말은 내가 클럽에서 그 남자와 정신줄 놓고 이야기 한 일도 벌써 일주일 전 얘기라는 뜻이다. 당연하게도 나와 그 남자는 다시 만나지 않았고, 이틀째 까지만 해도 혹시나 만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숨어 다니다 이제는 마음 놓고 돌아다니는 중이다. 우리 집도 모르고, 연락처도, 나이도, 심지어 내 이름도 모르는데 다시 만나겠어? 그동안 걱정했던 내가 못내 한심스러워졌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든 친구들에게든 간이 콩알만하다 소리를 듣고 자라서 그런지 괜한 것에 겁을 먹는 나였다.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세훈이 친구 박찬열인데요. 지금 세훈이가 엄청 취해서요. 혹시 와 주실수 있을까요?]



“아..네. 가야죠...뭐.... 어디로 가면 될까요?”




제 버릇 개 못준다더니 군대를 다녀와서도 철이 안드는 오세훈이다. 오세훈은 몇 안되는 나의 친구들 중 한 명이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징글징글하게 붙어다녔었다. 하도 말주변이 없는 성격 탓에 학창시절에도 딱히 단짝친구는 만들어 본 기억이 없다. 그저 어렸을 때부터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부모님끼리 친해지고, 그러다보니 볼 꼴 못볼 꼴 다 보면서 친해질 수 밖에 없던 케이스. 친구가 없는 나를 아는지 어딜 가던 껌딱지처럼 나를 데리고 다니던 오세훈 덕에 고등학교 때는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주변에서 정말 둘이 사귀는 거냐며 물어왔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신경도 안쓰고 다녔었다. 생각해보니 그 덕에 내가 여자인 친구를 사귈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개새끼네 이거.



택시를 타고 달려온 곳은 우연찮게도 며칠 전의 그 클럽이었다. 내가 내 입으로 흑역사를 생성했던. 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남자를 만났었던 그 클럽. 입구에서 잠시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다. 아, 만약에. 진짜 만약에 그 사람 만나면 어떡하지. 발까지 동동 굴러대며 고민하던 내 생각을 끊어 준 것은 문 앞을 지키던 덩치좋은 남자의 들어갈 거면 가고 안 들어갈거면 비키라는 제법 험악한 말이었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클럽 안으로 들어와 오세훈을 찾았다. 몇 발자국 걸어가지 않아도 오세훈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 여기요!!


제대 후에 머리를 기르더니 금발로 탈색을 해버린 그의 화려한 머리색 때문이기도 했고, 그들이 거나하게 술판을 벌인 자리가 정 중앙 가장 큰 테이블인 것도 크게 한 몫을 했다.


 

“야, 너 얼마나 마신거야.”



 

“아니! 이게 누구야! 내 껌딱지 아니야!!


 

잔뜩 취기가 올라 헤실거리던 오세훈이 나를 보고는 내 볼을 잡아채 눌러대기 시작했다. 푸푸 내뱉는 숨결 사이로 술냄새가 훅 풍겨왔다. 얼마나 마신거야 대체.


“일어나, 집에 가자.”


그의 팔을 내 어깨 위로 둘러 일으키려는데 하도 키가 커서 그런지 몸을 잘 가눌 수가 없었다. 자식이 키만 멀대같이 커가지고. 휘청이는 나를 보던 오세훈의 친구가 걱정을 담은 목소리로 도와드릴까 물었지만 웃으며 거절했다. 이 진상이 주접부리는 꼴을 지금까지 지켜봐 주신 걸로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는 오세훈을 일으켜 한 걸음 떼려는데



 

“드디어 만났네.


“.......”


“오랜만이죠, 우리.


“아...”


“일주일 조금 지났나?


“죄송한데 제가 지금 좀 바빠서..”


 

세상에. 그와 내가 진짜 운명이라도 됐던 건지 기적같이 우리는 다시 마주쳤다. 그것도 처음 만났던 이 클럽에서.


“그때도 바빠서 먼저 갔나봐.


“아...”


“우리 할 얘기 많잖아요.


“.......”


“이번에는 안 도망가겠지.


“.......”


“혼나. 도망가면.”




 

그의 말에 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 * *


 

 

 

오세훈을 그의 차에 태워 집까지 들여보낸 후에야 나는 한 숨 돌리고 쉴 수 있었다. 물론 옆의 이 남자가 덩치 큰 오세훈 옮기는 데에 큰 힘을 써 준 덕분에 평소보다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가 오세훈보다 덩치는 작았지만 남자이긴 남자인지 제법 가뿐하게 오세훈을 등에 업었다.



“감사합니다.”


“아니, 그런 말 말고.”


“.......”


아, 어쩐담. 그의 말에 손을 꾹 말아쥐었다. 며칠 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특히 저, 묘한 저 눈빛.



“저.. 그쪽 한테는 우선..


“아니지.”


“네?”


“김민석.”


“.......”


“민석씨- 해봐요.


그래, 그때 남자는 내게 제 이름을 알려줬었다. 내 당돌한 말에 피실피실 웃으면서 말이다. 김민석은 중간에 내 말을 끊고는 제 호칭을 정정하기 시작했다. 그 쪽 말고. 민석씨 해봐요.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서 말이다. 그리고는 연신 나를 재촉했다.



“아..네.. 민..민석씨.”


“옳지.”

“아 그때는 제가 제 정신이..”


“그럼 지금은?”


“.......”


“지금도 딱히 제 정신인것 같지는 않은데.



이 남자가 이렇게 능글맞았던가. 예의 그 눈빛으로 나를 진득하게 쳐다보더니 그가 곧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날카롭게 정곡을 찔렀다. 그의 눈매만큼이나 날카롭고 정확한 통찰력이었다.



“홀렸잖아. 나한테.



그 말을 끝으로 예쁘게 웃어보이는 김민석이다. 그때 클럽에서 환히 웃었던 것처럼.


 


 

“그래서, 그쪽 이름은. 언제 알려줄 건데요?

 



이 남자는 정말. 강적이었다.






 

 

 

 

-주저리-

 

안녕하세요>________<

반갑습니당!!! 글잡담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이 되네옇ㅎ....ㅎㅎㅎ

앞으로 Bella라는 필명으로 여러분과 만나뵙게 될 예정입니당ㅎㅎㅎ

그런데 원래 글잡은 드래그가 안되나여?ㅎㅎ..........(당황스러움에 땀을 흘린다)

글씨 크기 바꾸려고 드래그했는데 아무리 해도 안되네염....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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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이글은뭐져? 민석씨 왜이렇게 섹시해여ㅠㅠㅠㅠ 신알신 하고 갑니다!
9년 전
독자2
헐 뭔가 능글거리는거 같은데 섻......해서 너무 좋아요ㅠㅠ 작가님 또 기다리겠습니다!!
9년 전
독자3
진심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너무좋아요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일단퀄리티부터가 남다르네요...민석이의 말투에서 작가님의 고심이 느껴지는... 민석이 캐릭터가 일단 너무 취저도 여주 캐릭터마저도 제 맘에 쏙들어요..ㅠㅠㅠㅠㅠ진짜좋네여 1편부터 맘에 ㅓㄴ문무너무 쏙들어요 저 진심 글잡에서 이렇게 댓글 안쓰는뎈ㅋㅋㅋㅋㅋㅋ작가님 글은 너무 좋아서 남겨요 앞으로도 많이 기대할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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