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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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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서는 안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지어야 하는 거야.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난 나의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되뇌었다.














Medusa
차디찬 외로움 속에 항상 찬란했던 진심을 알게 돼









007.




태민은 기범의 집 안에 앉아 멍하니 발을 까딱까딱하며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때나 편할때 오라더니, 정작 와서 문을 두드려도 그 누구도 나와보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거냐는 문자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현관 비밀번호 네자리만이 답으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0408. 병신. 태민은 비밀번호를 누르며 그렇게 생각했다. 깔끔하게 정돈 된 거실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도려낸 듯 기범의 고등학교 입학 이전의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관 비밀번호가 0408이라. 중학교 3학년때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마저 잃은 기범은 그 이후로 혼자 제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대체 언제 오려는거야."


괜히 큰 소리로 투덜거린 태민은 무언가 시간을 죽일 것을 찾으려 고개를 휘휘 돌려 주변을 둘러보다, 협탁 위에 벌어진채 뒤집혀 놓여있는 얇은 책 한권을 집어들었다. 기범이 형이 읽고 있었나, 펼쳐져 있는 페이지를 괜히 큰 소리로 읽어본다.


"누군가에게 길들여 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몇번이고 그 부분을 반복해 본 듯, 페이지 귀퉁이가 구겨져 있었다. 


"어린왕자네."


이런 거, 초등학교때나 보는 책 아닌가. 태민은 곧 흥미를 잃고 책을 원래대로 돌려 놓았다. 표지에 그려진 빠알간 장미가 어쩐지 기범과 닮아보였다. 

삑삑, 현관에서 전자음이 들렸다. 태민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쪼르르 현관앞에 섰다. 달칵, 문이 열리고 기범의 얼굴이 보였다. 형, 하고 반갑게 부르려 입을 연 태민은 그 뒤를 따라 들어온 두 인영에 곧 입을 다물어 버렸다.


"씨발, 저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크게 뜨여진 두 눈에 불꽃이 이는 듯 했다. 그런 태민의 반응에 종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도로 문을 열려 손을 뻗었다. 가지마. 기범의 손이 종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제가 나서려던 민호는 그 모습에 놀라 슬쩍 들어올린 팔을 도로 아래로 떨구었다. 태민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곧 뒤로 물러섰다. 차갑게 내려앉은 정적에 민호가 쿨럭, 헛기침을 했다. 


"일단 다 들어가."

"아, 나 잠깐 형이랑 얘기 좀"


종현의 어깨를 슬쩍 뒤로 빼며 민호가 말한다. 기범은 고개를 슬쩍 끄덕이고 태민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갔다.


"뭐야."

"둘이 어떤일이 있었는지는 난 몰라."


하지만, 기범이가 아픈 건 싫어. 그러니까 도와 줘.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말한다. 종현은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데, 하고 되받아쳤다. 종현은 기범에게는 한없이 안타깝고 어떻게보면 미련이라고 할 수도 있는 마음이 남아있어 금방 다가설 수 있었지만, 태민에게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 제3자 주제에 나서기는 더럽
게 나선다고 종현은 생각했다.


"형이잖아. 쟤, 중딩이라며."

"그러니까 더 꼴받는거지. 어린새끼가 설치니까."

"지난일은 잊으면 안돼?"

"넌 몰라, 새끼야."


그게 잊혀질 수 있을 것 같아? 겪어보지 않았으면 쉽게 말하지 마. 이를 악물고 말하는 종현에 민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또 나왔다 저 정색하는 얼굴. 민호는 종현의 소매를 꼭 잡고 조용히 부탁해, 하며 집 안으로 그를 끌었다. 천천히 걸어가자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앉아만 있는 두 소년이 보였다.


"아, 얘기는 다 했어?"

"응. 나 소개시켜 줘."


아무렇지도 않게 헤실헤실 웃으며 기범의 옆에 앉는 민호였다. 종현은 처음으로 그 성격이 부러워졌다. 


"어…태민아. 우선 이쪽은 민호. 최민호. 내가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한 사람."


민호가 피식 웃으며 기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보야, 그건 소개가 아니잖아. 코 끝을 살짝 찡그리며 장난스런 표정을 지어보인 민호는 태민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손을 내밀었다.


"기범이 애인이야. 얘기 많이 들었어."


내민 손을 맞잡으려던 태민의 손이 멈칫했다. 예? 되물으며 기범을 쳐다본다.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고 우물거리는 모습에 태민은 할 말을 잃었다. 진짜요? 진짜로 사귀는 사람이에요? 당장에 기범에게 물음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빙글빙글 웃고만 있는 민호는 오늘이 초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태민에게 정말 맘에 들지 않는 사람 3호 정도로 찍혔다.


"이태민이요. 기범이형이랑 애기때부터 알던 사이."


꽉 움켜진 손에 당황한 민호가 어어, 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태민아 하지마. 기범이 익숙하다는 듯 태민의 손목을 톡 치며 말하자 금방 힘이 풀렸다. 뾰루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태민에게 기범이 무어라고 귓속말을 한다. 고개를 저으며 싫어, 싫어 하자 기범이 태민의 목을 끌어 안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민호와 종현이 꿔다 논 보릿자루마냥 어색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쟤네 왜 저래. 종현이 묻자 민호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난 김종현 싫어."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한다. 종현의 눈썹이 눈에띄게 꿈틀, 찌그러졌다. 태민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 종현의 근처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계속 무어라고 웅얼댔다. 대충 들리는 싫어, 죽여버려, 쫓아 내, 부셔버릴거야 등의 말로 미루어볼때 끝없이 종현을 내보내기를 기범에게 요구하는 듯 했다. 종현은 태민을 어르고 달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는, 좋아."

"뭐?"


금방 입을 꾹 다물어버렸지만 태민도 종현도 분명히 들었다. 태민이 금방이라도 레이저가 나올 것 같은 시선으로 종현을 죽어라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

"어떻게 멍청한 것 까지 변한게 없어?"


태민이 소리치자 민호가 소리내어 웃었다. 기범도 입가를 가리고 소리없이 웃었다. 나, 꿈을 꾸고 있는걸까? 기범은 옆에서 제 손을 잡고 웃고있는 민호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내가 다시 사람들 앞에서 웃는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민호야.


"내가 그랬잖아."


민호가 기범의 시선을 마주한다.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거라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일이 뭔지아니?

글쎄요. 돈버는 일? 밥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건 정말 어려운거란다.











* * *







태민은 더이상 작지 않은 손으로 기범의 하얀 뺨을 쓸었다. 아프지 마. 내 형이 망가뜨린 당신, 내가 고칠거야. 기회를 줘. 기범은 웃는지 우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 표정으로 태민의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오랜 시간동안 말을 하지않아 쉬어버린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태민은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어쩌면 그는 그 말이 듣고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네가 진기에게 종현을 소개시켜 준 것도, 기범의 존재를 말했던 것도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노라고. 

와앙, 결국 눈물이 쏟아진다. 다 자란 척 하지만 어리기만 했던 태민은 죄책감과 안도감 사이에서 주저앉아버렸다. 차라리 아주 뻔뻔해서 종현처럼 아무일 없던 듯 연락을 끊고 살아갈 수도 있었다. 아니면 진기처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혼자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태민은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무서웠다. 제 곁을 지켜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이 상황에서 기범은 유일하게 남은 과거의 조각이었다. 


태민아.


힘없는 목소리에 태민이 고개를 들어 기범의 눈을 마주한다. 여전히 눈물은 멎지 않은 채였다. 툭, 태민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아래로 추락했다.


네가 왜 울어.


문득, 몸 뒤로 숨겨진 기범의 왼 팔이 떨리는 것을 본 것 같았다. 태민은 눈을 깜빡이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기범의 제지에 다시 그 자리에 웅크렸다. 너를 망치고 싶지 않아. 기범은 그렇게 말하며 어지러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


태민아, 울지 마.

형…

울어야 할 건 난데, 네가 왜 울어.


차가운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태민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기범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서 얼어붙을 것 같았다. 아까부터 들리던 물 떨어지는 소리가 다시금 들려오자 태민은 제 어깨를 누르려는 기범의 손을 쳐내고 억지로 기범의 왼 팔을 제 앞으로 끌어왔다.


미친… 형, 미쳤어?


찢겨진 손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힘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두려웠는지 차마 깊게 패이지는 않은 상처가 흉측하게 벌어진다. 태민은 표정없는 기범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쳤냐고, 하고 소리쳤다. 방 안을 울리는 목소리에 기범은 웃어버렸다.


그럼, 미치지 않고 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에서, 순간 진기의 얼굴이 스쳤다. 태민은 잡고있던 팔을 놓치고 말았다. 여전히 웃는 기범이 두려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태민은 그에 매료되어가고 있었다. 당신은 내게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야. 절대 놓지 않을거야. 태민은 눈물을 흘렸다. 


이제 내가 당신을 지킬거야.


그 사람처럼 되지 않도록 할래. 기범은 태민의 목을 끌어안았다. 달달 떨고있는 아이의 등을 몇번이고 쓸어주면서, 괜찮다고 속삭였다. 네 잘못이 아니야. 이진기가 그렇게 된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태민은 네모난 사진 속에서 환히 웃으며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고있던 소년을 기억한다. 자신이 태어나고부터 가족사진에서 지워져버린 그 아이를. 정말 그 모든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 자신의 공개 수업일에 오지 않은 부모님이 사실은 저와 하루종일 놀이공원에 다녀왔다는 소리를 듣고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저를 노려보던 그 모습또한 기억한다.


거짓말.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건 나야…







* * *












어쩌면 완벽한 피해자, 혹은 완벽한 가해자보다
어쩌다가 누군가를 다치게 한 의도적이지 않은 가해자가 가장 괴롭지 않을까 싶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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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그렇네요...의도적이지 않은 가해자라니 생각도 못해봤는데 정말 가장 괴로운 사람일수도 있겠어요ㅜㅜ그래도 태민이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10년 전
독자2
태민이 잘못은 아니지만.....아정말 내가 확가서 정리해버리고싶다ㅠㅠㅠ
10년 전
독자3
태민이잘못은 아닌데 진짜ㅠㅠㅠㅠ 그냥 보면 볼수록 다들 안타깝네요
10년 전
독자4
태민이 잘못은 아닌데ㅠㅠㅠㅠㅠㅠㅠ다들 안쓰럽네요 정말...
10년 전
독자5
의도적이지 않은 가해자....... 아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의도적이지 않은 가해자라는 말이 다시 마지막 글부분을 읽게 만드네요ㅜㅜ 태민이도 어느정도의 죄책감에 많이 힘들꺼만 같아요ㅠㅠㅠ 안쓰럽지 않은 날이 없는 메두사ㅠ부디 얼른 엉킨 부분이 오해없이 잘 풀려야할텐데요ㅠㅠ
10년 전
독자7
ㅠㅠㅠㅠ태민이?????아....진짜읽을수록안타깝네요ㅠㅠㅠㅠ한회한회읽을때마다 다불쌍해지는건왜일까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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