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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몽환의 사이 모호한 경계선
안개처럼 뿌옇고 아득한 그곳
이 경계선 너머에 있을 그녀
오늘도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그 작은 빛에 매달려 본다
이 경계선 너머에 그녀는 안개처럼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기다렸어요"
안개처럼 나에게 가라앉아 닿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또다시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닿을 수 없을 걸 알면서도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딛던 발은
어느새 격한 뜀박질이 되어
닿을 수 없는 그곳을 향해 내달린다
손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거 같던 거리가
어느새 더 멀리 달아나 있는 그곳이
그렇게 내달리던 하얀 모래사장이
잔잔히 춤을 추던 파도가 나를 집어삼킨다
몽환에 대한 동경은 현실의 부재에서 온다
몽환이 현실이 되면 몽환이 아니다
이루어질 수 없기에 가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난 오늘도 그녀를 동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