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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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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고 걸어가는 그에게 필요한 건 우산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난 그의 든든한 우산이 되어주겠다고 다짐했어.
 
그런데 말야,
그에게 정말 필요한 건 우산이 아니었어.
그에게 필요한 건 함께 비를 맞으면서 걸어줄 사람이었어.

난, 우산은 될 수 있었지만
함께 걸을 순 없었어.

내 경험으로 하는 말인데,
있잖아,

지켜보기만 하는 사랑은… 짧을수록 좋아.












Medusa






011.


세상이 끝났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고, 그렇게 잘 돌아다닌다. 종현은 퉁퉁 부은 두 눈을 비비고 사람 구경을 계속했다. 진기가 죽은 다음 날 장마는 끝났다. 마치 언제 그렇게 무섭게 비가 내렸냐는 듯 뜨거운 햇빛이 아스팔트를 달구었고, 마치 언제 세상에 존재했었냐는 듯 진기의 흔적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 날 이후 종현은 불명증을 얻었다. 잠에만 들려고 하면 진기가 나타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의 오열 소리에 결국 잠에서 깨, 결국 5분도 채 잠들어있지 못하곤했다. 하지만 종현은 그것을 굳이 치료하려 하거나 수면제같은 약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다. 그것은 업보였다. 벼랑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사람을 짓밟아 떨어뜨린 대가로 평생 지고 살아야 할 업보. 

당신이 그를 망가뜨린 대가로 십자가를 져야했 듯, 나또한 당신을 죽인 죄로 십자가를 지는 거야. 종현은 다시 새어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손바닥으로 눈가를 꾹 눌렀다. 

형, 있잖아.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만약에 우리가 아주아주 평범하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모두 부모님께 사랑 듬뿍 받고 자라서, 형은 밝고 똑똑한 학생이고, 나는 좀 불량해도 할 건 하는 그런 학생인거야. 매일 서로를 보며 웃고, 서로의 부모님들 끼리도 친하게 지내고 말야. 형이 교생으로 오면 내가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하고, 형은 정상적으로 교생실습을 마쳐서 임용고시도 통과하고 멋진 선생님이 되겠지. 나는 좀 늦어도 형에게 부끄럽지 않겠다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갈거고, 번듯한 직장을 가져서, 우리 둘이 웃으면서, 그렇게, 다른 거 다 잊고…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이렇게 울고 있는데, 나를 이해하고 위로해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거, 정말 힘들구나. 형은 죽을때까지 이런 기분으로 살았겠지. 내가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어른이었더라면, 무언가가 달라졌을까? 눈물을 뚝뚝 흘리며 허공을 훑는 종현을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종현은 시선에 아랑곳 않고 진기를 그렸다. 너무나도 또렷하게 떠오르는 얼굴이 해사하게 웃고있어, 마음이 저릿했다.


"이렇게나 예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인데…"


툭, 무릎위로 떨구어진 손이 힘을 잃는다. 동시에 눈앞의 진기도 아지랑이가 되어 사라졌다. 문득, 진기가 교생실습 첫 날에 낭독했던 시가 떠오른다.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그가 뭐라고 설명해줬더라. 숱한 공기 속의 입자들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비로소 비로 내리는 것 처럼, 숱한 마음이 모여 하늘에서 흐르는 빗방울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강한 만남의 바램과 인연의 소중함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게 말했는데. 만날 수 있을까, 우리가? 지상에서 하늘까지, 만리가 넘게 걸리려나? 시덥잖은 생각에 종현은 웃어버렸다. 답지 않은 처량이었다.


"…형."


옆에 앉으며 누군가가 저를 부른다. 고개를 돌려보니, 민호였다.


"얘기 들었어."

"그래서."


날이 선 목소리에 민호가 한숨을 쉰다. 뭐라고 서두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머뭇대며 말을 꺼내지 못하는 민호에 종현이 짜증스레 눈을 흘긴다. 하고싶은 말이 뭔데, 갈라지는 음성이 귓가를 긁었다.


"그냥, 산 사람은 살아야지, 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그 날 나도 죽었어."


이진기가 죽은 날이 내가 죽은 날이야. 덤덤히 말하려 하지만 결국 또 눈물을 쏟는다. 민호는 그런 종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어색하게 휴지를 건넸다. 기범이 울고 있을땐 꼭 안아주면 됐지만, 종현을 안았다가는 한대 맞을 것 같아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민호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형."

"씨발, 왜 또."

"부탁하고 싶은게 있는데."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초죽음 상태로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자신에게 부탁을 하는 민호의 심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범이. 많이 힘들어해."

"네 눈엔 걔밖에 안보이냐?"


차가운 목소리에 민호가 한숨을 쉬었다. 이해해, 이해한다고. 민호가 중얼거리며 지끈대는 머리를 붙잡았다. 그런 저를 쳐다보는 종현의 시선이 적대적으로 변해감을 느끼며 그는 마른 침을 삼켰다. 


"나는 기범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근데, 내가 곁에서 해줄 수 있는게 이게 다인 것 같아. 기범이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어느새 눈물을 떨구는 민호에 종현이 욕이라도 한바탕 해주려고 열었던 입술을 다시 닫았다. 나는, 형, 그냥 옆에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어. 울고있을때 안아주고 힘들어할때 위로해줬어. 그런데, 있잖아… 나는 애초에 눈물 흘리지 않고 힘들어하지 않도록 할 수가 없더라. 절망적인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결국 기범이는 울고, 힘들어 해. 아무리 토닥여줘도 다음날이면 그 애는 또 울어. 


"그리고 그걸 멈출 수 있는 사람은 형 뿐이야."


형, 한 명은 잃었지만 남은 한 명은 붙잡아줘. 그 말이 종현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두 사람. 내가 죽여버린 한 명, 그리고 남아서 울고있는 한 명. 어쩌면 종현은 자신이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주길 바랐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기범에게로 가버리면 내가 너무 나쁜 놈 같을까봐. 명분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종현은 민호의 가슴이 갈갈이 찢겨지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내가 아무도 모르게 바라왔던 것 처럼, 너도 바라던 대답이 있었나보구나. 종현은 그런 민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했지."


나는 죽었지만, 김기범은 살아있으니까. 나는 기범이를 살리러 가는거야. 너, 한가지만 기억해 둬. 그가 죽던 날 나도 함께 죽었다는 거. 죽은 사람은 남은 감정이 없어.


"나는… 기범이를 사랑할 수 없을거야."

"기범이가 견딜 수 있게해 줘. 난 그거면 돼."

"병신."


너는, 어쩌다 이 엉켜버린 실타래에 들어온거니. 종현은 문득 민호가 우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기범아.


기범은 일그러진 얼굴로 민호를 노려보았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안쓰러워 손을 뻗던 민호는 도로 제 팔을 떨구었다. 이제 그 눈물을 닦아 줄 사람은 내가 아니지. 입술을 깨물며 그 시간을 인내한다. 비록, 지금은 나를 죽도록 미워해도 나중에는 결국 행복해질거야. 


너를 행복하게 할거야.

이게, 행복한거야?


억눌린 목소리에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게 행복한거야. 조금만 지나면 웃게 될거야. 행복으로 가는 문 앞에 서 있는거야, 우리는. 민호의 말에 기범이 훌쩍였다. 너를 행복하게 할거야. 반드시.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민호의 등을 꽉 끌어안은 기범이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민호는 그런 기범의 머리를, 등을 몇번이고 쓰다듬어 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기범아, 단 한번도 가지 말라는 말은 안하는구나. 씁쓸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

그냥, 다…


미안해하지마. 그냥 또 다시 너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내버린 멍청한 나를 원망하고 미워해 줘. 민호는 기범이 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진기를 미워할 수 없을 것임을 알았다. 그러니까 나를 대신 미워하라고, 그는 그렇게 온몸으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사람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죽도록 미워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데. 


기범아, 내 이름 좀 불러줄래?

민호야…

한번만 더.

민호야, 민호야아…


이걸로 됐다. 민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어보였다. 기범아, 마지막인데 예쁘게 웃어주면 안돼? 민호의 말에 기범이 억지로 입술을 끌어올린다. 괴기한 표정이었지만 민호는 기범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노력한다는 사실 하나로 기뻤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 번호도 바꿀거고, 한국에 돌아오지도 않을거야. 어쩌면 이름도 바꿀지도 몰라.


주먹을 꽉 쥐고 눈물을 삼킨다. 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됐다.


잘… 있어.

잘 가.


안녕, 짧지만 진심으로 행복했던 순간이었어. 내게 행복을 안겨 준 사람아, 이제 네가 행복해질 차례야… 민호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걸음을 옮겼다. 런던행 비행기표가 잔뜩 힘이 들어간 그의 손 안에서 구겨졌다. 














* * *
슬슬 끝을 향해 가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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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ㅜㅜㅜ이게뭐죠ㅜㅜㅜ다들 불행한 것 같아서 제가 다 안타깝네요ㅜㅜㅜ다른 아이들의 돌파구가 진기처럼 죽음이 되지않기를...그리고 웃는 아이들을 보고 싶네요!오늘 하루 연재가 굉장히 빠르시네요!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10년 전
독자2
민호가 결국 떠나버린 건가요....ㅠㅠㅠ 종현이는 남은 감정이 없다 했으니 기범이를 사랑할 수 없다면 기범이도 슬플 거 같은데ㅠㅠㅠㅠㅠ셋 다 빨리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민호가이러케떠나가네요ㅜㅜㅜㅜㅜㅠㅠㅠ남은 기범이랑 ㅈ종현이라도 행복했으면좋겟는데..그럴순없겟죠..?ㅠㅠㅜㅜㅜ
10년 전
독자4
민호도 떠나고 오뉴는 죽고....다들 행복햇으면 좋겟는데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범이랑 민호는 행복해지길 바랬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 미노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어뜨케 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헐 댓글부터 읽었어요... 망했다... 민호가요..? 저 그냥 읽지말까여?ㅠㅠㅠㅠ 그래도 읽어야지 메두사니까ㅠㅠㅠㅠ 엉엉 미노야ㅠㅠ
10년 전
독자7
그냥 민호 축구보러간걸로 해주시면 안되요?ㅠㅠㅠㅠ 기범이한테 그 풀 사가지고 나왔어 하고 돌아오면 안되요?ㅠㅠㅠㅠ 민호야ㅠㅠㅠㅠㅠㅠ 잘가 민호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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