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03 (부제:그리고 시작) 미쳤지 미쳤어. 진짜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짓을 계속 한다는 말인가. 길을 걸으며 연신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면서 나 스스로를 자책했다. 어젯밤 홀리듯이 끄덕거린 내 고갯짓에 김태형은 환하게 웃었고 아니라며 부정할 새도 없이 김태형은 나를 보냈다. 그렇게 멍하게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제야 아차, 싶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찌하랴. 그 덕에 지금 이렇게 카페로 향하고 있는걸. 그래, 이왕 일하게 된거 좋은 마음으로 일하자. 돈도 벌고 예상치 못했던 취향저격하는 잘생긴 알바생으로 눈호강도 하고. 쉽게 정이 들었으니 적응하기도 쉬울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장님이 허허- 하는 좋은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신다. 아저씨께 꾸벅 인사를 하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힐끗 가게를 스캔하니 김태형은 없었다. 대신에 왠일인지 손님들이 제법 북적거렸다. " ㅇㅇ씨 왔어요? 일찍 왔네. " "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손님이 많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더 일찍 와서 도와드리는건데.. " " 괜찮아요. 이게 내 일인데 뭐. 이런 것도 안하면 나 심심해서 못 살아요. 몸이 굳어. " 아저씨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앞치마를 꺼내 둘러메었다. 앞치마까지 예쁘면 어쩌자는건지.. 이 카페는 참 여러모로 취향저격이다. 앞치마를 두른 내가 본격적으로 일을 할 준비를 하자 아저씨가 머뭇거리며 먼저 내게 말을 거신다. " 근데 태형이 만났다면서요? " " 아 네! 어제 만났어요! " " 미안해요. 내가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 이 놈의 기억력이 이제 자꾸 깜빡깜빡해서.. " " 아니에요. 덕분에 어제 통성명도 하고 앞으로 같이 일 열심히 하자고 인사까지 했는걸요. " " ..그래요? 그 놈이 어쩐 일이래. 지 나오고 싶을 때만 나오는 놈인데. " " 네. 안그래도 그러시다고 해서 좀 놀랐어요. 근데 진짜에요? 막 아무때나 안 나왔다가 나왔다가? " " 그럼요. 아주 순 지멋대로야. 어제 나왔으면 오늘은 또 안 나오겠는데. " 뭐야. 나한테는 기다린다더니 오늘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그런게 어딨나. 내가 카페에 누구 때문에 나왔는데. 어이가 없었다. 하긴 나랑 같은 시간대면 지금쯤이면 나와야 할 텐데 코빼기도 안 보이는걸 보면 진짜 그런것일 수도 있다. 어젠 그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더니 오늘은 이렇게 또 절망감을 안겨주려나보다. 결국 그렇게 체념하고 걸음을 옮겨 계산대 앞에 섰다. 그리고 한번 깊은 숨을 내쉬었다. 김태형 없이 또 김태형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오늘 하루 내가 고생이 많겠구나. 힘내자 ㅇㅇ아. 그렇게 나를 격려하며 다시 깊은 숨을 내쉬었을 때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 어서오세- " " 안녕 후배님. 좋은 아침.. 은 아니구나. " " 안녕..하세요. 지금.. 나오신거에요? " " 네. 내가 조금 늦었죠. 미안해요. " 강아지처럼 헤벌쭉 웃으며 김태형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저 멍 때리며 그런 그를 바라보았고. 어느새 김태형은 내 옆으로 걸어와 앞치마를 둘러메었다. 그리고는 자기는 뭐하면 되냐고 해맑게 묻는데 나는 왜인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김태형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고개를 돌려 카페를 한번 둘러보고는 테이블부터 치워야겠다며 혼자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렸다. " 어? 태형이 너 나온거니? 출근한거야? " " 응 아저씨. 일해야지 내 일인데. " " 세상에. 너 우리 태형이 맞냐? " 그의 등장에 놀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것 같았다. 황당한 듯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내뱉어진 아저씨의 말을 김태형은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그리고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내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숙여 나와 눈을 맞추었다. " 후배님. " " ..네? " " 오늘도 화이팅해요 우리. " 그리고는 짠!하며 팔을 뻗어 내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내가 어리둥절하게 손바닥을 보고 다시 김태형을 보자 김태형은 내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 뭐해요. 하이파이브 몰라요? " " 아. " " 빨리빨리! 하이파이브! " 김태형의 성화에 못 이겨 손을 내밀자 김태형이 짝 하고 손바닥을 맞댄다. 그리고는 만족한듯이 웃으며 쫄쫄쫄 뛰어가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연신 입이 귀에 걸린채로 헤벌쭉 웃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활기차고 열정 넘치게 일하자고 말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김태형을 찾아보니 한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가게에 손님이 없어서 아무도 그의 달콤한 잠을 방해하지 않아 책상 위에 철푸덕 엎드려 미동도 없는 모습이 아주 깊은 잠에 빠진듯 했다. 그래서 다가가봤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자꾸만 시선을 뺏기는 걸 어떡해. 결국 끼고 있던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김태형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진짜 겁나 잘생겼네. 차분하게 감아진 눈과 짙은 속눈썹. 오똑한 콧날과 앙 다물어진 입술까지. 천천히 하나하나 훔쳐보는데 그게 참 묘하고 기분이 좋아서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렇게 빙구같이 헤헤 웃으면서 김태형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김태형이 갑자기 슬며시 눈을 떴다. 나는 넋을 놓고 바라보느라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고 결국 우리는 허공에서 보기 좋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당황스러움에 내 눈은 커졌고 김태형은 느리게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 으어.. 엌.. 아! " 입에서 덜떨어진 소리만 내뱉다가 그대로 바닥에 쿵!하고 주저앉았다. 아프기도 엄청 아팠는데 그보다 더 쪽팔렸다. 마치 사람 많은 길에서 도도하게 걷다가 혼자 제대로 넘어진 느낌?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쥐에게 빌어서 잠시나마라도 들어가고 싶은 느낌? 지금이 딱 그 모양이었다. 그런 쪽팔림 속에서도 내 머리는 여기서 대체 뭐하고 있었는지, 왜 나를 보고 있었는지 같은 쏟아질 다음 물음에 대한 대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김태형을 쳐다도 못 보고 머리만 굴리고 있는데 언제 자리에서 일어난건지 내 앞에 떡하니 김태형의 큰 손이 내밀어진다. " 괜찮아요? 아프겠다. " " ... " " 잡아요. 나 자느라 바닥 청소 못 해서 바닥 안 깨끗해. " " 아.. 네. "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내밀어진 김태형의 손을 잡았다. 무슨 손이 저렇게 크고 예쁘고 따뜻한지, 오빠 놈 때문에 남자 손을 하루이틀 잡는 것도 아니었지만 엄청 설레고 긴장되었다. 손 잡는게 뭐라고.. 그냥 그랬다. 내가 손을 잡자 김태형은 가볍게 손을 당겨 나를 일으켜 세웠다. 생각보다 힘이 쎄서 그와 가까워지느라 나는 나도 모르게 잠시 숨을 멈췄다. 뒤로 몇 발자국 떨어진 내가 밀려오는 쪽팔림에 할 말을 잃어 입을 꾹 다물자 대신 김태형이 입을 열었다. " 와, 나 진짜 깜짝 놀랐어요. " " ... " " 처음에 눈 떴을 때, 꿈인가 싶었잖아. 그래서 다시 눈을 감았다 떴는데도 그대로라서 진짜 놀랐지. " " ... " " 그래서 나도 뒤로 넘어갈 뻔 했는데. 우리 통했나봐. " " ... " " 난 놀라면 엄청 잘 넘어지거든요. 그러는 사람 잘 못 봤는데 우연인지 뭔지 엄청 신기하다. " 사실 난 원래 잘 넘어지는게 아니라 오늘은 쪼그리고 있느라 넘어진거다. 나는 너와 다르다. 헤헤 웃으며 말하는 김태형에게 단호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우연이라는데 별거 아닌 그 말이 그냥 좋았다. 그래서 그냥 그를 따라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전할 뿐이었다. 어느덧 제법 깜깜해져 저녁 시간이 되었고 김태형은 잠깐 다녀올 데가 있다고 카페를 나갔다. 그 사이에도 여자애들이 2번이나 찾아왔으며 김태형이 없다는 사실을 접하자 터져나온 짜증은 여전히 내 몫이었다. 그래도 전보다는 좀 나아진 느낌이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나도 모르게 적응을 했나. 그래도 지치는건 지친다. 진이 빠져 넋을 놓고 있는데 짤랑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김태형을 찾나 싶어서 지친 얼굴로 문을 쳐다봤는데 왠일로 여자가 아닌 교복을 입은 남학생 하나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키나 덩치로 보아 중학생은 아니고 고등학생인 것 같았다. 설마 남자까지도 김태형을 찾으려나 싶어 주문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뭐가 제일 인기있냐고 묻는데 나도 일한지 겨우 하루인데 내가 뭘 알아야지. " 선배ㄴ- "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김태형에게 물어보려고 그를 부르다가 말을 멈추었다. 아 맞다. 아까 나갔었지. 이런 경우가 있다. 꼭 필요할 때 없다. 운 없고 타이밍 안 좋기로 소문난 내게는 흔한 일이다. 결국 솔직하게 사정을 말하고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그러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뜬금없는 제안에 두 눈만 깜빡였는데 나를 재촉하는 말에 결국 몸을 돌리고 고개를 들어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김태형이 만들어줬던거 다 맛있었는데.. 뭘 고르지. 어떤 커피를 추천해줄까 생각하다가 문득 어른으로서의 의무감이 들었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그런 의무감. 사실 진짜 쓸데없다. " 저는 키위주스 제일 좋아해요. " " 어, 키위주스는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어요? " " 상큼하고 얼음도 갈아서 시원하고 맛있어요. " " 진짜? 그러면 믿고 마실게요. 키위주스 2잔 주세요. " 돈을 받고 계산한 후에 주스를 만드려는데 그 학생이 가지않고 계속 앞에 서있다. 게다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괜히 부담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테이블에 가있어도 돼요. 다 되면 진동벨 울리니까 그때 오세요. " 그렇게 말했는데도 꿈쩍도 않고 그자리에 서있다. 게다가 해맑게 웃기까지 하면서. 이쯤되니 놀리는건가 싶기도하고.. 여러모로 당황스러웠다. " 저기요 왜- " " 진동벨, " " ... " " 안주셨는데요? " 내게 텅빈 두 손을 내미는 모습에 그제야 아차!싶었다. 내가 죄송하다며 진동벨을 건네니 걸음을 옮겨 근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망신 망신 개망신이 따로없다. " 아! "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다가 힘 조절에 실패해 나도 모르게 세게 치자 입 밖으로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민망해서 슬쩍 웃자 그 학생도 따라 웃었다. 몰랐는데 고놈 참 잘생겼네. 처음부터 훈훈하다고는 생각했는데 거의 연예인급이다. 그리고 고등학생치고는 꽤 남자답고 어른스러운 외모를 가졌다. 요새 왜 이렇게 잘생긴 사람들을 많이 보는지, 눈이 다 호강한다. 신나는 마음으로 열심히 키위주스를 만들었다. 내가 몰래 몇 번 만들어 먹어서 이건 자신있다 이거야. 진동벨 버튼을 꾹 누르자 이내 학생이 가방을 고쳐메고 계산대 앞으로 걸어왔다. " 주문하신 키위주스 두 잔 나왔습니다. " 그의 앞에 키위주스 두 잔을 내밀어 놓으니 한 잔을 집어들어 빨대로 살짝 마신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는지, 나는 그런 학생을 초조하게 쳐다보고 있다. 다시 한 모금을 쭉 마신 학생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말한다. " 와, 개맛있네요. " " 그죠? " " 네. 말듣길 잘했다. " " 맛있다니까 다행이네요. " " 맛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자애는 내게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 뒤돌아서 나가려고했다. 안녕히 가시라고 말하려다가 보니까 아직 주스 한 잔이 그대로 남아있는거다. 주스를 다 두고 가고.. 역시 생긴건 어른스러워도 아직애라서 칠칠맞구나. 저기요,하고 다급하게 부르자 학생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이거 하나 놓고 갔는데.. 주스를 들어 학생에게 보여주며 말하니까 아예 몸을 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 그거 선물이에요. " " 네? " "제가 드리는 선물이라고요. " " 아니, 왜.. " " 맛있는거 추천 해주셨잖아요. 좋아하신다길래 보답으로 드리는거에요. " 당황, 놀람, 멘붕의 연속이었다. 고맙긴 진짜 고마웠지만 고딩한테 삥 뜯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 아, 이래도되나.. " " 그냥 드세요. " " 진짜 괜찮은데.. " " 어차피 만든거잖아요. 저 2개 다 못 마셔요. " " 미안해서.. 아무튼 고마워요. 진짜 잘 마실게요. " 결국 내가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 주스를 받아 들자 학생은 다시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한 세발자국쯤 더 걸었을까, 이내 다시 몸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학생은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 진짜 고마우시면 저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별거 아니에요. 되게 쉬운거. " " 아, 네! 말해요! " " ..제 이름 전정국이에요. 기억해주세요. " " 네? 뭘.. 이름이요? " " 네. 저 앞으로 여기 자주 올거 같아서요. 그래서 저 볼 때마다 제 이름 떠올리면서 정국이가 또 왔네, 정국이가 오늘은 뭘 마시려나 그냥 그렇게 생각해주세요. " " ... " " 그게 다에요. " " ..네. 알겠어요. " " 아,아니다. 하나만 더요. " " ... " " 다음부터 저한테 말 편하게 해주세요. 그냥 편하게 정국아,라고 해줬으면 좋겠어요. " 전정국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웃었다. 이야- 어린 놈이 작업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지가 그렇게 웃을 때 나오는 미소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미소에 설렌 나는 미친 놈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전정국이라는 아이는 진짜 환하게 웃으며 내게 손인사를 하고 카페를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신나하는게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웃음이 터지려고 했기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웃음을 참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앞에는 어느새 김태형이 서있었다. " 아는 애? " " 아니요. 처음 보는 애요. " " 그러면 무슨 얘기 했어요? 남자애 입이 귀에 걸려서 나가던데. " " 네? 별거 아닌데.. " " 왜, 무슨 일인데요? " " 자기 이름 말하면서 기억해달라고 그리고. 다음부터는 말 놓으라길래 그냥 알았다고 했죠. " " 와- 어린 놈이 작업이 장난이 아니네. 고단수다 고단수. " 역시 나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었나보다. 그나저나 이렇게 모두에게 들키는 걸 보면 고단수가 아닌거 같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새로웠다. 이런 상황도 처음인데 게다가 그 상대가 고딩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풋풋한 소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주어서 나쁘지 않았다. 시간은 정신없이 흘렀고 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안하던 일을 해서 그런지 어깨가 뻐근하여 기지개를 키며 무심코 시계를 보았는데 어느덧 9시가 넘어있었다. 세상에, 9시 넘은 줄도 몰랐네. 부랴부랴 가게 팻말을 돌리고 김태형에게 물었다. " 안 가세요? 9시 넘었는데. " " 아, 가야죠. 가야지. " 내말에 그제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김태형도 짐을 챙겼다. 불을 모두 다 끄고 문을 잠그고 김태형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면 꺾어야하는 길이 나왔을 때야 김태형에게 질문을 던졌다. " 어디로 가세요? 저는 왼쪽으로 가는데. " " 어, 나도 왼쪽으로 가요. " " 정말요? 저희 근처에 사나봐요. 저기 정류장 버스 저희 동네쪽밖에 안 가잖아요. " " 아, 그렇죠. 그럼 이제 우리 출퇴근 친구 생긴거네요? " 잘됐다며 환하게 웃는 김태형을 보며 나도 따라 웃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을 때, 무심코 내린 내 시야 속에 나란히 맞추며 걷고 있는 김태형과 내 발이 보였다. 한치의 엇나감도 없이 딱딱 맞춰지는 걸음을 보니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그 발걸음을 깨뜨리기 싫어 바닥만 보며 조심조심 걷고 있는 나를 김태형이 불렀다. " 있잖아요. " " 네. " " 우리 말 놓을까요? " " ..네? " " 앞으로 자주 볼 거 같은데 불편할 것 같아서. 사실 내 성격상 존댓말하는거 좀 불편하거든요. " " ... " " 우리 동갑이잖아요. 말도 놓으면 더 친해지고 편해지고 그럴거 같은데. " " ... " " 그냥 문득 그러면 어떨까했어요. 아까 그 남자애랑도 말 놓는다길래.. " " ... " " 걔보다는 우리가 더 자주 볼 거잖아요. 근데 걔랑은 하고 우리는 안하고 그러면 좀 이상하지 않나..? " 이거 설마 질투? 이걸 질투라고 생각해도 되나? 내 착각이 심해진건지, 아니면 진짜 질투인건지 헷갈렸지만 기분은 좋았다. 뭐가 되었든 김태형이 나랑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를 바란다는거니까. " 아아, 안 내키면 말고요! " " 아니, 그렇게 해요. 우리 말 놔요. 저도 그게 더 편할거 같아요. " 내 말에 김태형의 걸음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과 맞춰 그를 따라 걷던 내 발걸음도 함께 멈추었다. 김태형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내게 고정했고 나역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돌려 김태형과 시선을 마주했다. " 그럼 나 말 놔도 돼요? " " 네, 그럼요. " " ...후, 막상 하려니까 긴장되네. " " ... " " 내가 원래 안 이러거든요?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엄청 밝고 천진하고 그런데 이게 뭐라고. 그냥 말 놓는건데 왜 떨리는지 모르겠네. " " ... " " 왜 이러지 진짜. " " ... " " 아, 정말 미안한데.. 먼저 말 놔주면 안될까요? " " 네? 어..어떻게요..? " " 이름, 내 이름 한번만 먼저 시원하게 불러줘요. 그럼 나도 자연스럽게 말 놓을 수 있을거 같은데. " 말을 놓자고 당당하게 먼저 말을 꺼내놓고는 끝끝내 자기는 못하겠다며 내게 슬금슬금 부탁하는 모습도, 그리고나서는 나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마저도 강아지 같았다. 새삼스럽게 부러워질만큼 나를 바라보는 김태형 두 눈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두 눈망울이 별빛이라도 쏟아질 듯이 예쁘게 빛났다. 그 눈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뿐인데도 가슴이 뛰었고 두 볼에 열이 올랐다. 참 다양하게도 사람을 설레게한다. " 어.. " " ... " " 태형아. " 용기를 냈다. 티는 안 냈지만 나도 존댓말이 불편했고 서로 계속 존댓말을 하는 어색한 사이가 싫어서기도 했고 김태형의 말처럼 말을 놓으면 정말 좀 더 친하고 편한 사이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내 부름에 잠깐 멈칫한 김태형은 이내 입꼬리를 살짝 당겨 웃었다. " ..응. " " ... " " ㅇㅇ아. " " ... " " 집에 가자. "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며 해맑게 웃는 그 웃음을 보니 순간 숨이 콱 막혔고 곧이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김태형은 아이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한 깨끗하고 밝은 웃음이었다. 김태형의 그런 웃음을 행여나 놓칠 새라 김태형을 빤히 바라보며 두 눈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그 웃음에 기분이 좋아졌고 나도 그를 따라 웃으며 생각했다. 나 김태형에게 진짜 제대로 빠졌구나. 더웠지만 밤공기는 시원했던 그 여름 밤, 김태형을 향한 내 마음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현재 연애의 온도 : 30℃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다들 즐거운 휴가, 방학 보내고 계신가요??? 좋은 시간도 곧 끝이라는 생각에 저는 눈물이 날 거 같아요(울컥) 그래도 남은 시간 즐겁게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항상 기다려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오늘도 안녕히 주무세요~:^D [암호닉] 까만색 / 여기봐전정꾸 / 소금 / 까까 / 탷 / 통통 / 태에태 / 토마토마 / 꾸꾹이 / 전국정국 / 침침쓰 / 핫초코 / 초딩입맛 / 그렇게 / 태태뿡뿡 / 모카 / 비비빅 / 누텔라 / 슙끼슙끼 / 한탄 / 꾸꾸 / 망고 / 꿀비 / 모카 / 센빠이안녕 / 반딥 / 틸다 / 포뇨 / 백설기 / 돈까스 / 디즈니 / 달걀8 / 도담 / 소문의김태형 / 단미 / 스키니 / 부쨩뿌쨩 / 햇님 / ☆요다☆ / 마름달 / 꾸루곰 / 눈부신 / 츄파춥스 / 잼잼 / 원 / 민트 / 꾹블리 / 알라 / 민빠답없 / 민슈가 / 연꽃 / 알바생 / 미융 / 젤리 / 윤기모찌 / 봄비 / 정수정 / 태태한 침침이 / 히동 / 라리아 / 아쿠아리움 / 태븅 / 김태태 / 치카치카 / 샴푸 / 소녀 / 마끼 / 정글곰 / 포세이돈 / 아이스티 / 태태라떼 / 꽃반지 / 유채 / 명탐정코코 / 쭈꾸미 / 됼됼 / (태태) / 쀼쀼 / 토토 / 흑장미☆ / 꼬잉꼬잉 / 콩콩이 / goodbye summer / 비타민 / 미소 / 은하수 / 산들코랄 / 김치만두 / 콜라 / 핑슙 / 와다 / 숲 / 침침쓰 / 쀼꾸뺨 / 호빗 / 새우튀김 / 짝짝 / 뀨뀨 / 밍뿌 / ♡태태♡ / 호이윤기 / 연이 / 짐솔 / 꿍야 / 8ㅅ8 / 음향 / 잉여 / 꽃차 / 트롤리 / 김태형 / 버누 / 귤 / 열아홉 / 설레임과자 / 설날 / 윤기야 나랑 살자 / 안티 / 영국 / 론 / 요맘때 / 사설 / 정구기쿠키 / 아이스초코 / 스무살의봄 / 븅븅딱딱 / 둥이 / 슙슙 / 외로운쿠키 / 공중전화 / 김태태 일로와 / 새온 / 랩모네이드 / 내태형 / 망고 / 꾸꾸기 / 민빠답없 / 찍먹파 / 사용안함 / 준회 / 홉부인 / 하늘하늘해 / 현지 / 사과맛오렌지 / 사랑입니다 / 아가야 / 이현 / 요를레히 / 탱탱 / 천상여자 / 낭낭하게 / 윤아얌 / 김까닥 / 라 현 / 전장꾸 / 더럽 / 자몽 / 그냥돼지 / 핑퐁 / 융융융털 / 채영 / 하울 / 펜잘규 / 히라 / 감귤 / 탄뚱탄뚱 / 들러 / 복숭아 / 루비 / 현복 / 푸랑푸 / 윤기워더 / 꺄룰 / 윤기나는윤기 / 딘시 / 쵸니 / 태형아♡ / 김태훙 / 주지스님 / 기린 / 슙두비 / 아카시아 / 너를 위해 / 허니버터잼 / 설레면딸기우유 / 햇살 / 선배님 / 슙슙 / 빠밤 / 설렘쿵 / 집순이 / 망고맹고 / Real V / 카라멜 / 전루살이 / 슈나무 / 망구 / 카페모카 / 눈웃음 / 닥구 / 밤잠 / 김뷔 / 뀨쯉쯉뀨 / 연금술사 / 슙슙 / 레몬녹차 / 나침반 / 파파 / 니나노 / 슈끄 / 정희망 / 코코팜 / 뚱이 / 계피 / 쎄라비 / 코끼리열차 / 프리 / 꿀떡맛탕 / 김데일리 / 찌지지직 / 태태이즈뭔들 / 바떼 / 망고빙수 / 야끙 / 뽀삐 / 세젤예세젤귀 / 음모 / 짱구 / 택배전쟁 / 삥꾸 / 쿨밤 / 뷔글 / 당긴윤기 / 햇살 / 슙 / 요다 / 메르츠 / 알매V / 돈까스 / 예원 / 꿍잉 / 사라다 / 리베♡ / 쿠키 / 9495 / 됴종이 / 0326 / 1600 / 레몬 / 막둥이 / 달달한설탕 / 내윤기야 / 낑투더깡 / 부끄럼 / 뀨류뀨뀨 / 라코 / 0618 / 코코볼 / 꾹이 / 콩콩 / 차녜 / 윤기쑤쑤 / 그린티 / 핑쿠핑쿠 / 침침맘 / 무지개 / 덕쿠빠 / 윤기융털 / 태친 / 폭탄초코 / 졸사 / 셜록 / 눈을감자 / 린월 / 뽀로로 / 1013 / 라온이솔 / 나키 / 끼야아 / 하리보 / 폭염주의보 / 옒 / 식빵 / 가란 / 융융 / 꽃보리 / 박력꾹 / 인사이드아웃 / 헬로키티 / 바람에날려 / 더콩 / 옥수수수염차 / 영감 / 자몽퍼퓸 / 이얏호 / 슙듑 / 수련 / 녹차라떼 / 우린운명이야김태형 / 루이비 / 7358 / 자라 / 1290 / 냐냐 / 반지 / 헤일로 / 화원의 낭자 / 햇살 / 퍼플 / 상상 / 연애학개론 / 지민이와함께라면 / 태형아 / 구리짱짱 / 봄 / 갈매기끼룩 / 자몽 / 슬요미 / 퓨어 / 다굠 / 짜끄리 / 감자깡 / 우리둘이둘리 / 민윤기 코딱지 / 곰씨 / 배꾸 / 집순이 / 0808 / 창문너머할매 / 꾹토끼 / 찡찡이 / 꽃님 / 슈웁슙 / 유로파 / 나사용법 / 마을버스 / 세균맨 / 뷔러먹을 / 공격 / 뚜루루☆ + 1화를 끝으로 신청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ㅠㅠ